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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olatry

웹소설 > 작가연재 > 라이트노벨, 현대판타지

완결

천영天影
작품등록일 :
2012.10.16 18:33
최근연재일 :
2011.11.10 23:19
연재수 :
28 회
조회수 :
32,188
추천수 :
255
글자수 :
166,125

작성
11.10.17 22:13
조회
817
추천
7
글자
10쪽

[Idolatry] 제4장 천사 (4)

DUMMY

「하라옐이라고 한답니다.」

그 천사는 싱긋 웃으며 자신을 소개했다. 하지만 우현은 결코 마주 웃을 수 없었다. 천사가 자신의 의지를 가지고 물질계에 현계해 있다. 그 힘은 이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다. 그녀가 마음을 먹는다면 언제든지 어떤 각도에서든 공격을 해올 수 있다.

‘천사급이 들어오는데도 전혀 감지를 하지 못했다니.’

경악하는 마음을 숨기며 재빨리 결계를 강화시켰다. 미리 배치했던 대로 주작은 지금 자고 있을 아란의 곁에서 그녀를 지키고 있다. 그리고 직접적인 전투에 가장 큰 효과를 발휘하는 현무를 자신의 몸으로 불러들일 준비를 마쳤다.

「안심하세요, 당신과 싸울 생각은 없답니다.」

“…….”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지만, 그녀의 말대로 우현은 안심할 수가 없었다. 상대는 강대한 힘을 지닌 천사. 그리고 적 마법사가 불러낸 존재.

「모르시겠나요? 당신을 공격하고자했다면 언제든 기회가 있었답니다. 전 당신에게 적의는커녕 오히려 호의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 말을 믿기엔 어제의 만남이 너무 충격적이었다……, 라고 말하고 싶습니다만.”

반말을 하려고 했지만, 천사에게서 느껴지는 강렬한 존재감에 어쩔 수 없이 뒤에 존댓말을 붙였다. 단순 연배를 따져 봐도 존대로 대하는 게 옳긴 하다.

「제가 어제 당신을 공격했었던가요?」

“그렇지는 않았지만, 서로 대립했었다는 건 사실이지요.”

우현은 예의는 지키며 하지만 솜털마저 곤두 설 정도로 경계를 하며 말했다. 아무리 오방신, 신수의 힘을 빌린 다 하더라도 우현은 그들 신수 자체는 아니다. 그는 인간이고, 상대는 한없이 높은 위계의 천사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제가 아무리 천사라지만 저의 존재 자체가 물질계로 내려온 건 아닌 이상, 당신과 싸운다면 쉽게 승부가 나진 않겠죠. 좋아요, 호의의 증거로 제가 먼저 양보를 하겠어요.」

그렇게 말하더니 천사는 천천히 지상으로 내려왔다. 공간을 가득 채우던 힘 역시 모두 갈무리되었다.

「그래도 경계를 풀지 않으시는군요.」

“당신은 제 결계를 모두 돌파하고 여기에 나타났습니다. 그것도 제가 전혀 눈치 채지 못하게 말이죠. 힘을 거둬들였다지만, 그렇다고 경계를 풀 수 있을까요?”

우현은 긴장한 기색을 지우지 않고 말했다. 자신이 펼친 결계는 설사 서현이라도 쉽게 돌파하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그걸 아무리 천사라지만 그냥 뚫고 들어왔다. 잠깐 방심하는 사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다.

「당신은 오해하고 있군요. 전 밖에서 안으로 들어온 게 아닙니다. 처음부터 결계 안에 있었을 뿐이에요.」

“무슨 말도 안 되는…….”

헛소리로 치부하려다가 문득 떠오른 생각이 있었다. 그녀는 방금 전 자신을 공격할 기회 따위는 얼마든지 있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적의 목표는 아란이다.

“설마 아란에게 줄곧 붙어있었던 겁니까?”

「어감이 좋지 않네요. 권아란을 지키고 있었다고 생각해주지 않겠나요?」

“지키고 있었다니, 그건 또 무슨 말입니까?”

「이상하지 않나요? 지금껏 줄곧 그녀 주위에 많은 사고가 있어왔어요. 하지만 단 한 번도 생채기 하나 나지 않았습니다. 그게 단순히 운이 좋았기 때문일까요? 당신 생각의 소위 나쁜 마법사가 그렇게 허술할까요?」

“수호천사? 하지만 그럴 리가. 적은 아란을 노리고 있었을 텐데, 왜 그런 번거로운 짓을……, 아니, 아니야. 무언가 목적 때문에 아란을 무사히 지켜야 할 필요가 있었다면?”

아란 주위에 일어났던 사고는 일단 무시하자. 마법사들은 아란을 대상으로 어떤 마법을 펼치고 있다. 그걸 위해 아란은 무조건 보호해야 할 필요가 있었고, 그걸 위해 수호천사를 짝지어 그녀를 지키도록 했다면?

「물론 그들이 직접 일으킨 것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사고는 술법의 부작용이었답니다. 그것들로부터 아란을 지킬 필요가 있었어요.」

“그 때문에 당신이 소환되었다는 것입니까?”

「예. 기분 좋은 방법으로 이 세계로 내려온 건 아니지만요.」

하이 매직의 변형으로 법칙을 거스른 좌도의 술법. 천사씩이나 되는 존재가 자신이 어떤 방법으로 소환되었는지 모를 리는 없다. 다만 천사란 창조 때부터 기본적으로 인간을 도와주기로 프로그래밍 되어 있기 때문에 소환한 주체를 위해 힘을 빌려줄 수밖에 없었다.

“어쨌든 당신의 말대로라면 이해는 갑니다만.”

이미 우현이 오기 전부터 있었고, 어제 전투에서도 느꼈지만 상대는 보호나 결계를 관장하는 천사인 것 같다. 그렇다면 지금껏 눈치 채지 못하고 있었던 것도 이해는 간다.

“좋습니다. 그럼 당신은 왜 제 앞에 나타난 겁니까? 지금까지처럼 몸을 숨겼다면 저는 전혀 눈치 채지 못했을 텐데.”

「한 가지 부탁이 있기 때문이에요. 며칠간 지켜본 당신이라면 그걸 이뤄줄 수 있을 것 같으니까요.」

“부탁? 적인 제게 부탁이란 걸 한다고요?”

어이가 없어서 긴장이 확 풀릴 뻔했다. 상대가 어떤 존재이든 간에 마법사가 불러낸 적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제게 이 일에서 손을 떼라고 말하고 싶으신 거라면, 번지수를 잘못 찾은…….”

「그들을 막아주세요.」

“네?”

의외의 대답에 또다시 어이가 없어진 우현. 그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그녀에게 질문을 던졌다.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습니다만.”

「말 그대로입니다. 지금 권아란에게서 벌어지는 일들을 막아달라는 의미입니다.」

“…….”

진심이란 걸 깨달은 우현은 말없이 생각에 빠졌다. 도대체 천사는 무슨 의도로 그런 부탁을 하는 것일까?

「어떻게 소환되었든 저는 천사. 제가 섬기는 신의 뜻, 그 옛날 신이 금했던 일을 일으키고 있는 걸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는 없답니다.」

우현의 머릿속에서 ‘공의회’란 단어가 번뜩 떠올랐다. 역시나 거기에 답이 있었다.

“그게 무엇입니까? 그리고 누가 그 일을 하려고 하죠? 그들의 위치는?”

「성급하시군요. 일단 그들에게 소환된 이상 말할 수 없는 부분도 있습니다. 아니, 대부분을 말할 수 없군요.」

천사는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전 아무것도 말할 수 없어요. 무례하지만 그럼에도 부탁드립니다. 꼭 막아주세요. 더 이상 ……가 죄를 쌓는 건 원치 않아요. 그 가여운…….」

천사는 말을 흐리며 계속 고개를 숙인 채 들지 않았다.

“굳이 당신의 부탁이 아니라도 이 일을 제가 반드시 막고 처리할 겁니다.”

우현은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어차피 자신이 맡고 결심했던 일이다. 지금에 와서 그게 달라질 일도 없었다.

「고마워요.」

천사는 싱긋 웃으며 고개를 들었다. 어딘가 오래된 성당 벽화에 새겨질 만큼 성스러운 미소였지만, 동시에 아름답기도 했기에 우현은 저도 모르게 얼굴을 붉히며 시선을 피했다. 그리고 자신의 마음을 감추듯 화제를 돌렸다.

“그런데 조금 전 말에도 뭔가 말하지 않은 부분이 있군요.”

「주어를 생략했답니다. 지칭하는 말만으로도 범위를 좁힐 수 있으니까요.」

천사가 나타나서 했던 건 부탁 하나와 신 운운하는 것 하나. 그녀 입장에선 공의회에 대해 우현이 생각했던 걸 확신시켜준 것 외에는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았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어쨌든 소환된 처지였으니까.

“그 생략된 주어는 ‘그들’이라 지칭하던 이들과는 다른 모양이군요.”

「‘그들’에 포함됩니다. 다만 제겐 조금 더 특별할 뿐이에요.」

그녀는 본래 그들 중 하나의 수호천사였다. 그랬기에 명확한 자아를 가지고 소환될 수 있었다. 다만 이게 옳지 않은 방법, 목적이었기에 문제가 있었다.

「……를 꼭 구해주길 바라요.」

“그 특별한 누군가를? 자세한 사정은 몰라도 이 일을 막으면 되는 일이겠지요.”

우현은 경계를 풀며 말했다. 그녀의 말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 상황에 따라 다시 적대하게 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지금은 그녀를 안심시키고 싶었다.

「제 부탁을 들어주신다면, 답례로 그 다음에는 제가 당신을 보호해 드릴게요.」

“아니, 괜찮은데. 계속 같이 있었다면 알겠지만, 제겐 대단한 존재들이 함께 있습니다.”

오방신을 떠올리곤 우현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단순히 위계로만 따지만 일개 천사, 하라옐은 오방신보다 아래다. 물론 그녀도 행성 및 카발라 대응 천사인지라 일반 천사들보단 훨씬 높은 위치이지만, 그래도 낮은 건 낮은 것이다.

「그분들이 언제나 힘이 되는 건 아닐 텐데요.」

“…….”

하지만 우현은 그 말에 뜨끔하며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오방신은 분명 대단한 존재이다. 관장하는 분야, 지역도 매우 컸고, 그만큼 가진 힘도 거대했다. 그렇기 때문에 가진 단점이 있었다. 지금껏 그녀의 존재를 알아채지 못한 건 그러한 이유 때문이기도 했으니까.

「제 용무는 여기까지. 너무 오랫동안 현계하고 있다면 ……가 눈치 챌 거예요.」

천사의 몸이 점차 흐릿해져갔다.

“당신은…….”

「언제나 곁에서 지켜보고 있답니다. 멈추지 말고 당신의 길을 걸어가세요. 그 끝에 평생 상처받고 눈물만 흘리던 ……의 구원이 있을 테니까요.」

우현이 뭐라 말하기도 전에 천사의 모습은 완전히 사라졌다. 아무리 주위를 둘러보고 감각을 예리하게 세워보아도 자그마한 기척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꿈이 아닌 건 확실하니까.”

한숨을 푹 내쉬며 그녀를 찾는 걸 포기했다. 어쨌든 이 집 어딘가에 있을 테니까.

“정말 천사란 말이지.”

그녀를 만남으로써 새롭게 안 사실은 없었다. 모두 기존에 알고 있던 걸 재확인시켰을 뿐. 그래도 직접 접촉한 것만으로도 많은 진척이 있었다.

“천사 소환이라, 혹시나 수백의 천사와 싸울 일은 없겠지?”

피식 웃으며 허공에 농담을 던진 뒤, 그는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복잡해진 생각을 정리하며, 그리고 좀 더 공부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으면서 말이다.


작가의말

요즘 머리가 너무 아프네요. 열도 안 떨어지고, 몸도 계속 뻐근하고, 피곤하고...ㅠ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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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Idolatry] 제3장 습격 (4) +6 11.10.07 1,037 4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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