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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기진 님의 서재입니다.

마법사가 되기까지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동기진
작품등록일 :
2021.05.13 11:47
최근연재일 :
2021.10.20 19:28
연재수 :
13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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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1.06.04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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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좀비

DUMMY

할머니 좀비의 가슴을 만지는 순간 느껴지는 찌릿함.

바로 어젯밤 내 피에서 느낀 찌릿함이다.

물론 그 하나는 내 피고 다른 하나는 좀비가 되어버린 할머니라는 차이는 있지만 어쨌든 같은 찌릿함이다.


슥 돌아봐도 사람은 눈에 띄지 않는다.

할머니 가슴에 손을 얹고 집중해 찌릿함을 느껴보았다.

그렇게 좀 더 집중해 느껴보자 내 피의 그것과 좀비의 그것에 약간의 차이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뭐랄까?

내 것보다 좀비의 것이 더욱 광폭하다고 할까 아니면 사납다고 할까.

아무튼 그런 느낌의 차이가 있다.


서둘러 할머니의 옷을 여며준 후 4층으로 내려왔다.

그리고 바로 죽은 남자의 가슴에 손을 대봤다.

역시나 느껴지는 찌릿함.

더구나 할머니 좀비에게서 느낀 대로 광폭하고 사나운 찌릿함.


‘흠, 죽었으니 피는 더 이상 흐르지 않을 텐데 말야.’


법계사 스님도 좀비에게서 피가 나오지는 않았다고 했다.

그리고 오늘 죽인 좀비 두 구 역시 온 몸이 피범벅이지만 정작 머리를 찌르고 들어간 칼에 피는 묻지 않았다.

그저 당연하게 약간의 기름기가 딸려 나왔을 뿐.


마치 도둑질을 하기 위해 주변을 탐색하는 도둑놈처럼 다시 한번 주위를 둘러보았다.

역시 아무도 없다.

칼을 꺼내 다시 손가락을 베어 문양에 피를 묻히고 죽은 좀비의 허벅지 안쪽을 찔렀다.

대동맥이 지나가는 곳.

역시나 피는 묻어 나오지 않는다.


혹시 칼에 내 피를 묻히고 찔러서 그런가 하는 생각에 이번에는 내 피를 묻히지 않은 채로 다른 쪽 허벅지를 찔러 보았다.

역시나 피는 묻어 나오지 않는다.


‘흠.’


좀비에 하는 짓거리지만 불과 얼마 전까지 사람이었다는 점에서 또 그가 원해서 이리 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살짝 미안한 감정이 없지는 않다.

그렇지만 처음 접하는 좀비.

확인할 수 있는 것은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에 좀비의 몸을 뒤로 돌리고 뒤에서 심장이 있는 곳을 향해 칼을 찔렀다.

심장은 사실 가슴보다 등 쪽에 더 가깝기 때문이다.


그렇게 등을 파고 들어간 칼에도 역시나 피는 묻어 나오지 않는다.

위치상 그리고 찔러 들어간 칼의 깊이상 분명 심장을 찔렀을 텐데도.

그리고 그건 좀 이상한 일이다.


여기는 병원은 아니라지만 병원에 버금가는 곳.

수술 같은 일은 못하겠지만 사람의 생사는 충분히 그리고 자주 확인하는 곳이다.


그런 곳에서 사람이 죽었다면 결코 길게 방치됐을 리가 없다.

아마 몇 시간 길게는 반나절 정도 방치가 됐을 수는 있지만 하루까지 방치되는 일이 없었을 텐데 피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확실히 이상한 일이다.


‘음, 그건 내가 의학자가 아니라 뭐라 말하기는 그렇군.’


그렇지만 과거 돼지 발골을 하면서 들은 바가 없지는 않다.

고기에서 피를 빼내는 작업을 잘못할 경우 고기에 피가 스며들어 고기맛을 버린다는 말을 들은 기억이 있으니까.

즉 피를 빼내지 않으면 피는 체내에 남는다는 말이다.

다시 말해 이 좀비 역시 비록 그가 죽은 시체라도 체내에 피는 남아있어야 한다.


‘결국 그 괴질환에 걸린 이 중 좀비가 되는 이는 빠르게 피가 마른다는 것인데.’


그것 외에 다른 판단이 서지 않는다.

심장은 분명 멈췄으니까.

나는 좀비를 처치한 후 심장에 손을 댔지만 법계사 스님은 사람이 죽었을 때 그러니까 좀비가 되기 전에 이미 심장이 멎고 호흡이 끊어진 것을 확인했다고 했다.

즉 좀비가 이미 죽은 사람이라는 것은 확실하다.


그런데 좀비가 움직인다.

도무지 상식적이지 않다.


그런데 좀비에게서 찌릿함이 느껴진다.

살아있는 내 피에서 느껴진 찌릿함이.


결국 그 찌릿함이 좀비를 움직이게 했다는 거다.

그러나 나와 좀비 사이 찌릿함이라는 공통점은 있지만 내 피가 향하는 심장과 좀비의 심장은 분명 차이가 있을 것이다.

그러니 내가 살아있는 것일 테니까.


‘이거 아무래도 심장을 열어봐야 뭐라도 알 거 같은데.’


내 심장을 열어볼 수는 없으니 좀비의 심장을 열어봐야 한다.

그렇다고 여기서 그럴 수는 없다.

자칫 좀비로 오해라도 받을 수 있는 일 아닌가.

더구나 좀비가 된 고인의 유족에게 뭐라고 말을 한단 말인가.


‘이거 아무래도 경찰의 협조라도 얻어야 할 모양이군.’


어차피 시신을 경찰이 수거해 갈 테니 하는 생각이다.


‘이런 너무 지체했는데.’


일단 다시 한번 402호 환자를 살핀 후 서둘러 건물 1층으로 내려갔다.

그러자 요양원 밖에는 경찰과 군인들이 대기하고 있는데 총을 들고 있다.


“저기요. 저는 사람입니다. 총 쏘지 마세요.”


내 목소리를 들었는지 웅성거린다.


“좀비가 아닙니까?”


경찰 간부가 내게 묻는데 웃겨 죽을 뻔 했다.


“아니, 좀비라고 하면 쏠 겁니까? 좀비가 말을 한다는 말은 못 들었는데요.”


“아, 죄송합니다.

그럼 안으로 들어가셨다는 분인가요?

그리고 안에 좀비 어떻게 됐습니까?”


“맞습니다. 제가 조금 전에 안으로 들어온 사람입니다.

그리고 좀비는 제가 처치했습니다. 두 구나 있더군요.”


“아, 그렇습니까? 이제 그만 나오셔도 됩니다.

이제 보니 용감한 분이셨는데 이거 죄송하게 됐습니다.”


“아니 그것보다 저기 계시던 할머니 못 봤습니까?”


“아, 그분 보호자인가 보군요.

매우 유독해 보여 일단 병원으로 옮겼습니다.

듣자니 사람들한테 심하게 밟힌 모양이더군요.

보기에 갈비뼈가 상한 듯 보였는데 어쩔지 모르겠습니다.”


보호자가 아니라고 변명하기도 귀찮다.

어차피 곧 헤어질 마당이니까.


“일단 4층과 5층 복도에 좀비가 있습니다. 물론 더 이상 움직이지는 않고요.

그리고 402호와 501호에 움직이지 못하는 환자 한분씩 계시고요.

다른 층들은 둘러보지 않았는데 한번 둘러보시기 바랍니다.”


“그럼요. 그건 이제 저희들에게 맡기시고 언제 서에 오셔서 진술이나 한번 해 주십시오. 의인으로 추천하겠습니다.”


“아니 의인은 됐는데 서에 꼭 들러야 합니까?”


“귀찮으시더라도 절차니 좀 이해 바랍니다. 저희도 위에 보고를 올려야 하니까요.”


“후, 이거 지나가던 사람인데 괜히 귀찮게 되는 거 아닌지 모르겠네요.

아무튼 가급적 빨리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여기에 집이 있는 사람이 아니거든요.”


“최대한 빠르게 연락드리겠습니다.”


정말 괜한 일에 끼어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또 다르게는 좀비로 인해 죽었을지도 모르는 생명을 두고 볼 수는 없었으니 할 일을 했다는 느낌도 들었다.


일단 모텔에 거처를 정한 후 어젯밤 인터넷을 살펴보다 칼이 벽에 박힘으로 제대로 살피지 못했던지라 나머지 검색에 들어갔다.


인터넷에서는 일단 블랙크리스탈이 인간은 알지 못하는 무언가를 가지고 왔다고 본다.

그리고 그 무언가가 인간의 체내에 들어왔고 그것을 받아들인 인간은 세 부류로 나뉜단다.


첫째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는 부류.

대부분의 사람이 아직은 이 부류다.

그러나 그건 아직이라는 단서를 가지고 있을 뿐이다.

즉 언제 괴질환에 걸릴지 모른다는 말이다.


둘째는 괴질환에 걸렸다 결국 좀비가 되는 부류.

가장 문제가 되는 부류다.

그렇지만 괴질환 환자를 모두 죽일 수도 없다.

그거야 말로 국가라는 시스템을 포기하는 행동이니까.

그렇다고 좀비가 될 가능성 있는 이들을 구분할 방법도 없다.

각국의 고민이 여기 있는 것이다.


셋째는 괴질환에 걸렸지만 좀비가 되지 않은 부류.

이 세 번째 부류는 점점 호흡곤란을 겪다가 마침내 자발호흡이 불가능해지면서 혼수상태에 빠지는데 산소호흡기를 통해 산소만 공급해주면 일단 죽지는 않는다고 한다.


다만 둘째 부류와 셋째 부류의 구분이 모호하다는 것이 문제다.

즉 좀비 역시 호흡곤란을 겪고 자발호흡이 곤란해 산소호흡기로 치료를 받는다는 점에서 셋째 부류와 차이가 없다.

다만 좀비가 되는 부류는 그 산소호흡기가 별 소용이 없는지 얼마 안 있어 죽고, 죽으면 좀비가 된다.


반면 죽지 않으면 혼수상태에 빠지는데 이들이 또 정부와 그들의 가족을 괴롭힌다.

아직까지 누구도 그 치료방법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지금의 사태가 블랙크리스탈로 인한 것이 확실하다면 괴질환의 원인이 무엇인지가 밝혀져야 하는데 아직까지 세계 어느 곳에서도 무엇 때문에 이런 일이 발생한지를 모르고 있다.

바이러스라는 이도 있지만 누구도 어떤 바이러스 때문인지 말하지 못하고 있고 블랙크리스탈 때문이라고 하는 이들 역시 블랙크리스탈의 무엇 때문인지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다.

즉 현재까지 누구도 이 일의 원인을 모른다는 것이다.


“허, 마나와 초능력자라!”


반면 마나세상에서는 현재 발생하고 있는 일의 원인이 마나라고 하고 있다.

다만 마나가 무엇이냐는 물음에는 그들 역시 한마디도 않고 있는 게 마나세상도 모른다는 말이다.


그리고 또 마나세상은 혼수상태에 빠진 이들이 깨어나면 그들이 몬스터의 침공을 막을 테니 각국에서 그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한다.

그들이 바로 마나세상의 네 번째 계시에서 말하는 초능력자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내용도 있다.

좀비가 원하는 인간의 심장이 바로 혼수상태에 빠진 이의 심장이라는 것.


‘법계사에서는 그렇지 않았잖아.

아니지. 당시에는 혼수상태에 빠진 이가 없었지.

소방이 가장 먼저 이송한 이가 바로 혼수상태에 빠진 스님이라고 했으니까.’


그렇지만 아직 그 얘기는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우연이라는 말이다.

좀비에게 가장 많이 희생된 이들이 보통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하긴. 보통 사람들이 가장 많을 테니 아직은 모르는 일이지.

가만 오늘 좀비에게 희생된 이들 상태부터 확인하는 게 먼저겠는데.

움직이지 못하고 좀비에게 당했다는 건 결국 거동을 하기 힘들었다는 말인데 그들이 세 번째 부류인지 아니면 그냥 첫 번째 부류인지 알 필요가 있겠는데.’


그렇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는 중 바로 그 요양원에서 만났던 경찰에게서 전화가 왔다.


“예? 아니 제가 왜요?”


이번 일로 요양원이 문을 닫기로 했단다.

좀비로 인해 살해된 환자들 문제로 요양원이 곤란한 처지가 된 모양이다.

더구나 요양원에서 빠져 나간 환자들도 다시 요양원으로 돌아오지 않으려 한단다.

그러니 내게 내일 요양원에 와 402호 환자를 데려가라는 것이다.


“그 아주머니 보호자라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402호 환자가 그 아주머니 딸이라고 하니 응당 강석우 씨가 보호해야 하는 거 아니겠어요?

그 아주머니도 지금 사경을 헤매고 있다는데요.”


“그 아주머니가 사경을 헤맨다고요?”


“몰랐습니까? 저는 알고 계신 줄 알았는데요. 보호자 아니세요?”


“후, 보호자 아닙니다. 어떻게 된 거냐면 ...”


“그렇군요. 미안하게 됐습니다. 그나저나 이걸 어쩐다?”


“정부에서 보호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그게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라서 말이죠. 여력이 없습니다.

402호 환자는 이대로 방치하면 죽을 텐데.”


들어보니 복지 쪽 행정력이 무너지고 있는 모양이다.

죽어나가는 인원이 좀 많아야지.


“하, 저도 그럴 만한 여유가 없네요. 미안합니다.”


“거 참. 그 여자는 왜 그런 별을 발견해서는 이런 일을 당하는지.”


“예? 그게 무슨 말이죠?”


“아, 예. 그 402호 환자 이름이 이수정입니다.

그리고 강석우 씨도 들어본 적이 있는지 모르지만 재작년 폭도들에 의해 중견기업을 운영하던 이수정 아버지하고 그 오빠네 일가족이 참변을 당했었죠.”


“그럼 그 아주머니가?”


“맞습니다. 정말 안 된 분이시죠.

블랙크리스탈 전에만 해도 이 지역에서는 잘 나가는 사업가였는데 말이죠.

아무튼 내일 진술서 작성할 테니 오시도록 하죠.”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었지만 검색하는 인터넷 내용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하, 안 됐기는 안 됐는데 그렇다고 내가 두 모녀를 부양할 능력은 안 되고.

이거 골치 아프네.’




읽어주신 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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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괴질환 +2 21.06.02 1,952 45 13쪽
22 운석 +4 21.06.01 1,960 51 14쪽
21 법계사 +1 21.05.31 1,946 46 14쪽
20 하산 +1 21.05.30 1,951 46 13쪽
19 명잔과 별상칼 +1 21.05.29 1,955 52 12쪽
18 높고 탁 트인 곳 +1 21.05.28 1,975 53 13쪽
17 +2 21.05.27 1,981 51 13쪽
16 메시아프로젝트 +2 21.05.26 2,035 46 13쪽
15 그리고 한국은 +1 21.05.25 2,106 49 13쪽
14 지금 북한은 +2 21.05.24 2,119 42 12쪽
13 아포칼립스 +3 21.05.23 2,235 41 13쪽
12 마나세상 +1 21.05.22 2,344 50 13쪽
11 문양 +1 21.05.21 2,347 50 12쪽
10 그 시각 중국은 +3 21.05.20 2,345 49 12쪽
9 계엄 +3 21.05.19 2,416 49 12쪽
8 지구의 주인 +6 21.05.19 2,507 44 12쪽
7 충돌 가능성 +2 21.05.18 2,510 51 12쪽
6 유산 +6 21.05.17 2,636 59 12쪽
5 맹세 +3 21.05.17 2,682 57 12쪽
4 굿 +5 21.05.16 2,827 52 12쪽
3 선정적인 황색언론 +3 21.05.15 3,147 59 13쪽
2 부름 +3 21.05.15 3,755 56 12쪽
1 블랙크리스탈 +5 21.05.14 5,483 6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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