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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기진 님의 서재입니다.

마법사가 되기까지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동기진
작품등록일 :
2021.05.13 11:47
최근연재일 :
2021.10.20 19:28
연재수 :
13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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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861,399


작성
21.05.2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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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DUMMY

전에는 다른 뉴스도 나왔다.

미국의 폭동에 대한 뉴스도 나왔고 일본인들은 폭동 하나 없이 얌전히 정부의 지시에 따른다는 뉴스도 나왔다.

물론 최근에는 북한 소식이 가장 많이 나왔다.


그러다 12월이 되면서 모든 방송은 오로지 블랙크리스탈과 메시아프로젝트에 맞춰졌다.

방송기자들이 미국에 간 것도 아니다.

그들 역시 가족이 있고 그들과의 마지막 시간이 될지도 모르는데 누구에게 가족과 떨어지라고 할 수는 없는 일일 테니 말이다.


그래서 미국에서 송출하는 위성방송을 보면서 떠드는 얘기가 전부다.

뉴스도 같은 내용이다.

발사되는 로켓을 보여주고 우주에 떠 있는 미사일을 비추는 것이 전부다.

그리고 벌써부터 미사일 발사에 대한 카운트다운을 하고 있다.


그런데도 누구 하나 예외 없이 TV를 떠나지 않는다.

나도 마찬가지다.


12월이 되면서는 문양에도 관심을 접었다.

태준이나 정웅 역시 전화 한 통 없다.

아마 그들도 나처럼 TV앞에 있을 테다.


오늘도 역시나 요 며칠 봤던 것과 비슷한 내용으로 사람만 다른 사람이 떠드는 것을 본 후 잠자리에 들었다.

내일이면 메시아프로젝트 2단계가 발동돼 우주공간에 대기 중인 미사일들이 지구를 떠나 블랙크리스탈로 향할 것이다.

솔직히 잠자는 시간도 아깝다.

깨어있고 싶다.

잘못돼 지구가 깨지거나 인류가 멸종한다면 지금 이 시간이 내가 즐길 마지막 시간일 게 틀림없으니 잠으로 시간을 보내고 싶지 않다.

그럼에도 몸은 또 잠을 요구한다.

그 동안 새벽마다 올리는 그 의식으로 인해 내 몸이 내게 잘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그렇게 잠이 든 모양이다.

그리고 나는 내 어머니를 만났다.

돌아가셨을 때처럼 속이 훤히 비치는 비단으로 만든 선녀복을 입고 뒤에는 환한 빛이 감싸고 있는 모습의 어머니를 마주하게 되었다.


그리고 내 모습은 성인에서 어릴 적 초등학교 입학했을 때의 모습이 되었다.


“엄마! 엄마! 보고 싶었어.

어디 갔다 이제야 온 거야?

나도 다른 애들처럼 엄마하고 소풍도 가고 싶고 놀이동산에도 가고 싶다고.

그런데 엄마는 왜 미친 거야?

친구들이 나를 얼마나 놀리는지 알아?

사람들이 나만 보면 불쌍하다고 손가락질 한단 말야.

엄마는 왜 나를 버리고 무당이 된 거야?

내가 얼마나 엄마가 해주는 밥을 먹고 싶었는지 알아.

고3 때도 내가 밥을 해서 내가 차려먹어야 했어.

수능날 아침에도 나는 혼자서 밥을 먹어야 했단 말야.

군대에 있을 때는 누구 하나 면회도 오지 않았어.

그런데 엄마는 이렇게 좋은 옷을 입고 멋진 곳에서 살고 있잖아.

엄마는 왜 나를 버린 거야.”


엄마를 보자마자 나는 응석을 부렸다.

그리고 엄마는 내가 소풍을 얘기하면 손가락을 물어뜯어 하늘에 휘저었는데 그러면 어느새 나는 엄마의 손을 잡고 소풍을 가고 있었다.

또 놀이동산을 얘기하면 역시나 엄마는 손가락을 물어뜯어 하늘에 휘저었는데 그러면 어느새 나는 놀이동산에서 엄마와 함께 놀이기구를 타고 있었다.

엄마가 손가락을 물어뜯어 하늘에 휘저을 때마다 엄마와 손을 잡고 가는 내 모습에 친구들은 부러워했으며 엄마가 차려준 밥상 앞에서 맛있게 밥을 먹고 있었다.

엄마는 요술쟁이였다.

뭐든지 손가락을 물어뜯어 하늘에 휘젓기만 하면 내가 바라는 것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어느새 엄마의 손가락은 언제 물어뜯었냐는 듯 상처 하나 없이 나아있었다.


비록 엄마는 내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지만 나는 행복했다.

그러다 엄마가 나를 불렀다.

그 굵은 남성의 목소리가 아니라 내가 아는 엄마의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석우야! 이리 온. 내 아들! 정말 잘 컸구나. 한번 안아보자.”


그러자 나는 어느새 엄마의 품에 안겨 있었다.

나는 어린애가 아니라 아기가 되어 있었는데 울다가 엄마의 젖을 물고 잠들어 있었다.


그런 내 모습을 한참이나 보던 엄마는


“석우야, 이제 집에 가야지.

그리고 높고 탁 트인 곳으로 가 한 달 동안 신령님께 치성을 드리도록 해.

그래야 우리 석우가 살 수 있단다.

그래야 우리 석우도 엄마처럼 될 수 있어.

무슨 말인지 알겠니?”


그 말에 나는 “알았어요.”라고 말을 했는데 어느새 내 모습은 아기도 어린애도 아닌 서른 살 내 나이의 내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시끄럽게 울어대는 스마트폰의 알람 소리에 번쩍 눈이 떠졌다.


정신이 멍하다.

마치 어머니를 만난 것이 현실이고 지금이 꿈속인 것만 같다.

아마 지난밤 언제나처럼 새벽의식을 위해 준비해 둔 소반과 별상칼 그리고 그 검은 색의 술잔이 아니었다면 꿈과 현실이 구분이 되지 않았을 테다.


그렇지만 12월의 싸늘한 공기가 내 정신을 맑게 만들었다.

익숙한 내 방의 풍경이 여기가 내가 있는 곳이라는 것을 깨닫게 했다.


매일의 의식을 치르고 술잔에 고인 맑은 액체를 마신 후 어머니와의 만남을 반추했다.


‘아! 그건 문양이었어.’


생각해 보니 어머니가 손가락을 물어뜯어 하늘에 휘저은 모양은 문양의 모양과 같은 것이었다.

내가 아는 30, 31년도에 있는 문양이었다.


그렇지만 또 그것은 32년도에는 없는 문양이었다.

그래서 그건 내가 모르는 문양이었다.

문양의 연결점마다 어머니는 보태는 피의 양을 달리했는데 그러자 내가 알던 30, 31년도 문양은 전혀 다른 의미가 돼 알지 못하는 효과를 만들었다.


‘그건 무슨 의미지?’


어머니는 내게 높고 탁 트인 곳으로 가 한달 동안 치성을 드리라고 했다.

그러면 내가 어머니처럼 될 거라고 했다.

그런데 그게 무슨 말인지 도무지 모르겠다.


‘높고 탁 트인 곳이라니?’


높고 탁 트인 곳이 공간적인 의미인지 아니면 어떤 추상적인 것을 말하는지 알 수 없다.

옥탑방을 나와 옥상에 서서 앞을 바라보았다.

길 건너 초등학교 건물이 보인다.

아파트도 보인다.

그 뒤로 작은 언덕 위에 오밀조밀 모인 주택가도 보인다.

뒤를 돌아보니 뒤에도 작은 구릉이 있다.

전혀 인지하지 못하던 풍경이다.


‘흠, 여긴 높고 탁 트였다고 보기는 그렇군. 오히려 분지에 가깝다면 모를까.’


그 의미가 추상적인 어떤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확실히 내 집은 높고 탁 트였다고 말할 정도는 못된다.


‘높고 탁 트인 곳이라면 높은 산으로 가란 말인가?’


그렇지만 한달 동안 치성을 드리라고 했는데 한국에 한달 동안 머물며 지낼 만한 산은 별로 없다.

더구나 탁 트인 곳이라면 더욱 더.

지리산 천왕봉이나 설악산 대청봉이 높고 탁 트이기는 했지만 그 곳에 어디 한달 동안 생활할 곳이 있단 말인가.

그냥 지나가다 들르는 곳일 뿐이다.


‘흠, 태백산이라면 모르겠군.’

군에서의 경험과 돌쇠TV로 인해 한국의 웬만한 산은 가보지 않은 곳이 없다.

높은 곳에 탁 트인 평원이 있는 곳이라면 지리산의 노고단이나 태백산 장군봉 정도라고 할까.


그리고 노고단은 시야에 더 높은 봉우리가 눈에 잡히지만 태백산 장군봉은 주변에 그보다 높은 곳이 있다고 말하기 어려운 곳이다.


‘그럼 태백산으로 가란 말인가?

그런데 엄마처럼 될 수 있다는 말은 뭘까?

설마 어머니처럼 무당이 된다는 말인가?’


거기서 콱 막혔다.

무당이라니? 박수라니?

전혀 상상도 해보지 못한 일이다.

더구나 아버지는 어머니의 일을 겪고 나서는 당신 젊을 적과는 달리 무당이라면 학을 떼시던 분이다.

무당이 될 수는 없는 일이다.


날이 밝았지만 나는 꿈에까지 찾아와 높고 탁 트인 곳으로 가라는 어머니의 말씀을 이행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어서 빨리 높고 탁 트인 곳으로 가야한다는 생각이지만 내 몸은 무슨 건전지가 다 된 장난감처럼 움직일 생각을 않고 있다.

높고 탁 트인 곳으로 가면 당장이라도 박수가 될 거 같아 싫은 것이다.


그런 중 틀어놓은 TV가 메시아프로젝트 2단계의 발동에 대한 방송으로 시끌시끌해지고 있다.

한국 시각 18일 21시 15분, 워싱턴 시각 18일 07시 15분.

우주에 대기 중인 핵미사일이 블랙크리스탈을 향해 그 엔진을 점화하는 시각이다.


“ ......

아! 지금 화면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시청자 여러분! 국민 여러분!

지금 지구와 인류를 구하기 위해 미국이 만든 핵미사일 차르봄바가 발사되었습니다.

이제 이 차르봄바가 우리 온 인류를 구원할 것입니다.

모두 차르봄바가 그 맡은 바 역할을 다 해 블랙크리스탈을 깨부수고 우리 인류를 구원해 주기를 기도해 주십시오.

세상의 모든 이가 한 가지를 소망한다면 그 한 가지를 이루지 못할 것은 없습니다.

부디 모든 분들이 차르봄바가 그 맡은 바 역할을 무사히 행하기를 각자가 믿는 신에게 기도합시다.

교수님께서는 차르봄바가 충분히 제 역할을 다 해 인류를 구원해 줄 것으로 보시겠죠.”


“예? 뭐, 그래야겠지요.”


앵커는 위에서 무슨 지시를 받았는지 아니면 그 스스로 그런 것인지 지나치게 흥분해 떠들고 있다.

마치 한·일전 축구경기를 중계하듯 흥분된 목소리로 이제는 살았다는 것을 강조하려는 듯하다.

그리고 그 흥분 때문인지 아니면 정말 모르고 그런 것인지 미국제 핵미사일에 갑자기 구소련이 개발한 차르봄바라는 이름을 붙인 것이다.


‘거 참. 차라리 리틀 보이Little Boy나 팻 맨Fat Man이라고 부르지. 하긴 그랬다간 일본에서 난리가 나겠지.’


그런데 그 이름 때문인지 또 묘하게 지금 상황에 어울린다.

마치 ‘이제 인간들은 그만 안심하라. 나 황제가 나서 저 간악한 블랙크리스탈을 무찌르겠노라.’라고 하는 듯하다.


그리고 그건 방송국 정규직이라도 된 듯 고정출연 중인 이교수라는 이도 그런 모양이다.

그래선지 앵커의 잘못을 지적하기 보다는 앵커의 흥분에 맞춰 그도 흥분한 목소리로 떠들고 있다.


“국민여러분!

이제 살 수 있게 됐습니다.

이제 이대로 32시간 15분만 지나면 블랙크리스탈은 이 우주에서 자취를 감추게 될 것입니다.

만셉니다, 만세!”


그리고 나는 이교수가 말한 살 수 있다는 말에서 지난밤 내 어머니가 높고 탁 트인 곳으로 가야 내가 살 수 있다고 한 말이 기억났다.


‘맞아. 높고 탁 트인 곳으로 가야 내가 살 수 있다고 했어. 그래야 엄마처럼 될 수 있다고 했고.’


어머니는 높고 탁 트인 곳으로 가야 엄마처럼 될 수 있다고 한 게 아니라 높고 탁 트인 곳으로 가야 살 수 있다고 했다.

그 뒤에 엄마처럼 될 수 있다고 한 건 차후의 말인 것이다.


즉 살기 위해서는 높고 탁 트인 곳으로 가야 한다는 거다.


‘어쩌면 블랙크리스탈 조각이 한반도나 근처에 떨어진다는 말일지도 몰라.

아니 분명 그럴 거야.’


그러니 높고 탁 트인 곳으로 가라고 한 걸 테다.

어쩌면 블랙크리스탈 조각이 동해에 떨어져 거대한 쓰나미가 밀려올지도 모른다.

그러니 한달이라는 기간을 콕 집어 말한 걸 거다.

일본 쓰나미 때를 봐도 쓰나미가 물러간 후 어느 정도 진정이 되기 위해선 시간이 걸렸으니까.


‘그렇다면 가장 높은 곳이 좋겠지.’


살려면 편한 곳을 찾아선 안 된다.

불편해도 가장 높은 곳이 최선이다.

그리고 그런 곳은 제주도가 아니라면 지리산 천왕봉이다.

가장 높은 곳이 좋겠다는 생각에 그나마 지내기 괜찮은 태백산이 아니라 지리산 천왕봉을 선택했다.


TV화면이 우주공간에서 발사된 미사일로 가득 채워지는 것을 보면서 짐을 싸기 시작했다.

최소 한달을 살 각오로, 그러면서도 그 높은 산까지 가지고 갈 수 있을 정도로.


쌀은 아예 10kg짜리로 준비하고 각종 레토르트 식품을 챙겼다.

겨울산에 오를 때 가지고 가는 두툼한 옷가지를 챙기고 겨울산용 침낭도 챙겼다.

가스용이 아닌 석유용 버너를 챙기고 석유도 반 말을 챙겼다.

거기에 텐트와 야전삽 그리고 작은 손도끼는 야영시 있으면 쓸모가 많다.


한 사람이 지고 가기에는 지나치게 많은 짐이지만 그 짐들 중 놔두고 갈 수 있는 짐은 하나도 없었다.

아침.

매일의 의식을 챙기고 차에 짐들을 넣은 후 톡으로 태준과 정웅에게 지리산에 가 있겠다는 말을 남겼다.

그런 후 지리산으로 달렸다.

그곳이 마치 아라랏산이라도 된다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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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명잔과 별상칼 +1 21.05.29 1,952 52 12쪽
18 높고 탁 트인 곳 +1 21.05.28 1,969 53 13쪽
» +2 21.05.27 1,978 51 13쪽
16 메시아프로젝트 +2 21.05.26 2,032 46 13쪽
15 그리고 한국은 +1 21.05.25 2,103 49 13쪽
14 지금 북한은 +2 21.05.24 2,116 42 12쪽
13 아포칼립스 +3 21.05.23 2,231 41 13쪽
12 마나세상 +1 21.05.22 2,340 50 13쪽
11 문양 +1 21.05.21 2,342 50 12쪽
10 그 시각 중국은 +3 21.05.20 2,340 49 12쪽
9 계엄 +3 21.05.19 2,411 49 12쪽
8 지구의 주인 +6 21.05.19 2,502 44 12쪽
7 충돌 가능성 +2 21.05.18 2,504 51 12쪽
6 유산 +6 21.05.17 2,632 59 12쪽
5 맹세 +3 21.05.17 2,679 57 12쪽
4 굿 +5 21.05.16 2,824 52 12쪽
3 선정적인 황색언론 +3 21.05.15 3,140 59 13쪽
2 부름 +3 21.05.15 3,749 56 12쪽
1 블랙크리스탈 +5 21.05.14 5,471 6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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