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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기진 님의 서재입니다.

마법사가 되기까지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동기진
작품등록일 :
2021.05.13 11:47
최근연재일 :
2021.10.20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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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1,399


작성
21.05.2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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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문양

DUMMY

33년 연말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선포된 계엄은 다음 해 새 학기가 되었음에도 해제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의원들도 당분간은 계엄을 유지하는 게 낫다고 봤는지 국회가 열려있음에도 계엄해제에 대한 얘기는 나오지 않고 있다.


그리고 전국의 모든 고교 1, 2학년과 모든 대학생은 올해 1년 비대면 수업을 하라는 정부의 지시가 내려졌다.

실습과 실험이 수업의 전부인 몇몇 수업을 제외하고서.

그리고 지난 2020년의 경험이 그런 수업을 가능하게 했다.


물론 정부의 조치가 대학원에까지 적용되지는 않았다.

당연 나 역시 수업을 위해 혹은 실험을 위해 학교에 나갔지만 내 관심은 학교에 있지 않았다.

내 관심은 그 종이뭉치 즉 문양에 있었던 것이다.


처음의 관심은 33년도 종이뭉치에 있었다.

33년도에만 내가 알아볼 수 있는 글이 있었으니 어쩌면 당연했다.

당연 33년도 종이뭉치를 들고 34년 1, 2월을 씨름했다.

거기에 있는 모든 문양을 외웠고 그 뜻 역시 모두 암기했다.


그럼에도 어머니가 그렸다는 염주알의 문양이나 칠성칼의 문양에 대해 알 수는 없었다.

무언가 비슷하지만 반드시라고 할 정도로 어느 부분에서는 달라지는 것이다.


결국 나는 29년도의 문양 곧 한자라면 부수 정도에 해당한다고 여긴 문양부터 암기하기로 했다.

암기는 어렵지 않다.

대한민국에서 서울대에 입학할 정도라면 대단한 천재가 아닌 이상 대부분 엉덩이에 굳은살이 박혔다는 말이니 암기라면 자신 있는 것이다.

당연 29년도 문양을 암기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제는 어느 하나의 문양이 계속 반복된다는 것이다.

보기에는 분명 똑 같은 모양의 문양인데 그 같은 문양이 여러 종이에 걸쳐 그려져 있다.

아마도 연습으로 봐야 할 것이다.


그런데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 게 내가 보기에는 충분히 연습이 됐는데도 계속 같은 문양이 그려져 있다는 점이다.

물론 모든 문양이 같은 정도로 반복된다면 단순히 좀 더 연습한 것으로 치부할 수 있다.

그런데 어떤 문양은 그저 한 장의 종이에 연습한 것으로 끝나는데 반해 어떤 문양은 수십 장의 종이에 반복 연습했다는 것이다.

그것도 한 장의 종이에 연습한 게 오히려 복잡하기는 더 복잡해 보이는데도 말이다.


물론 무시하고 넘길 수 있는 문제다.

그렇지만 나는 이게 그리 단순하지 않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떨치지 못했다.

결국 어머니의 그 미친 행동도 단순한 정신병은 아니지 않았던가.

아니 생각해 보면 보기에는 정신병이었지만 결국 신과의 소통이었지 않았는가.

물론 누구에게 말할 성질의 일은 아니지만.


또 어머니가 새겼다는 그 문양들 역시 단순한 어떤 그림은 아니지 않은가.

당장 나부터 그날 그 신령이라는 자가 던진 염주알이 번개를 부르는 모습을 직접 보았으니 염주알의 문양이 단순한 그림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이다.

더구나 33년도 문양에 분명 ‘10장 밖에 번개를 불러 온다’는 해설이 적혀 있음에야.


그러니 어머니가 남겼다는 종이뭉치의 문양이 예사로울 리가 없다.

그러니 아주 단순한 문양을 몇 장의 종이에 걸쳐 그리고, 그리고 또 그린 이유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붓펜을 사다 따라 그려보기 시작했다.

‘흠 비슷한가?’

비슷하다.

그리고 비슷하다는 말은 똑 같다는 말은 아니다.


‘흠, 농담濃淡이 좀 다른가?’

농담을 맞추기 위해 어머니가 연습한 문양들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분명 그려진 문양의 어느 부분은 좀 진하고 어느 부분은 좀 옅기도 하니까.

일단 농담을 3단계로 분류해 각 문양을 다시 암기한 후 그 농담에 맞춰 다시 그려보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역시나 같은 문양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물론 비슷하지만.


‘하, 모르겠네.’


◎◎◎◎◎◎


“형! 문 좀 열어 줘요.”


“어서 와라. 정웅이도 어서 오고.”


“맥주나 한잔 하려고 왔어요. 학교도 재미가 없고.

근데 뭐하고 계셨어요? 근래 랩에도 자주 오지도 않고.”


신입생이 돌아다니지 않는 대학이란 나이 칠십 먹은 노인처럼 활기가 없다.

더구나 학교 당국이 대학생들이 1년간 오지 않는다고 관리직 인원들을 상당수 줄인 상태다.

당연 청소 상태가 엉망이다.

길에 떨어진 꽃잎은 시커메져 봄의 정취를 떨어트리고 몇몇 시설은 망가져 삐걱거린다.


“어머니 유품 조사.”


“유품이요? 어떤 거요? 제가 유품 같은 거에 관심이 많은데.”


“정웅이 네가 관심가질 그런 유품은 아냐.”


“그래도 한번 봐요? 종종 의외로 새 거 같으면서 오래된 물건인 게 있거든요.”


“그런 거 아니라니까. 그냥 종이야.”


“종이면 오래된 물건일 가능성이 있죠. 안 가져갈 테니 한번 봐요.”


“아, 자식. 그냥 A4용진데 보긴 뭘 본다고. 옛다! 봐라, 봐.”


“뭐야? 그냥 낙서잖아요. 더구나 A4용지고. 응? 그런데 이거 핀데요.”


“뭐?”


“피리고요. 형은 몰랐나보네.”


“피? 혈액말이냐?”


“예. 내가 보기에는 피 같은데. 야, 태준아! 너도 한번 봐봐라. 이거 피 아니냐?”


“어디. 흠, 피 같기는 하네. 아닐지도 모르고.”


“이 자식은 뭐든 똑 부러지는 게 없어.”


“보기에는 피일지도 모르지만 아닐 수도 있으니까.”


“흠, 피라. 이번 학기 랩에 있는 핵자기공명분광기 관리 누가 하냐?”


“제가 하는데요.”


“잘됐네. 그럼 그거 언제 시간 좀 내라.”


“여기 피 분석하게요?”


“그래. 그것 말고도 몇 개 분석해야겠다.”


“그런데 당분간 쓰겠다는 애들 다 찼는데.”


“그럼 이번 토욜날 시간 좀 내. 아니 키 좀 형한테 맡겨. 토욜 하루 형이 쓰자.”


“에이 그러다 교수한테 걸리기라도 하면 저만 좆 되는데.”


“임마. 형이 너 잘못되게 하겠어. 걱정 말아.

지금과 같은 시국에 토욜날 학교에 오는 교수가 있지도 않겠지만 혹 걸리더라도 형이 네게 부탁을 했다고 할 테니까.”


“흠, 이거 공짜로 해주면 안 되는데.”


“알았어. 술한잔 살게.”


“1차 삼겹살에 2차 생맥주 콜?”


“그래 콜이다, 콜.”


“봤지? 내가 형한테 술 한잔 얻어먹는다고 했잖아. 야, 그 맥주병 치워라. 오늘 간만에 목에 기름칠 좀 하자.”


“그래 오늘 먹자. 그렇지 않아도 우리 건물 사장님들 죽겠다고 난린데 한잔 팔아주지, 뭐.”


“형네 건물 사장님들을 위해서라도 형 집에 자주 와야겠는데요.”


“그래 자주 와라. 자주 와.”


◎◎◎◎◎◎


“자 한잔 받아!”


“에이 왜 그래요, 제가 형한테 먼저 올려야지. 받으세요!

그나저나 요새 매일 일찍 가시던데 그 종이에 있는 이상한 그림 때문이었던 거예요?”


“그래. 혹시 어디서 본 적 있냐?”


“아뇨, 저도 처음 보는 그림이던데요. 아니 그림이 아니라 문잔가. 문자 맞죠?”


“글쎄. 모르겠다. 문자라고 믿고는 있지만 문자라고 보기에는 너무 복잡한 것도 사실이고.”


“정웅아, 그거 혹시 룬문자 아니냐?”


“룬? 아냐. 내가 중학생때 한창 게임에 빠졌을 때 룬문자 배운다고 깝친 적이 있어서 룬문자를 알고 있는데 전혀 다르더라.

오히려 인도 데바나가리 문자하고 비슷하다면 비슷할까.

물론 데바나가리문자도 아니지만.”


“근데 정웅이 너는 어떻게 그렇게 외국 문자들을 잘 알아?”


“그거요. 제가 한때 전세계 언어를 마스터하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가진 적이 있었거든요.

물론 지금이야 겨우 영어 하나 하는 처지로 전락했지만 말이죠.

아무튼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턴가 언어에 관심이 생겨 이 나라 저 나라 글을 배운다고 우리 아버지를 엄청 괴롭히고 그랬죠.”


“왜 아버지를 괴롭혀? 외려 아버님이 좋아하셨겠는데.”


“물론 처음에는 좋아하셨죠.

그렇지만 국내에 없는 책들을 구해달라고 했으니 아마 아버지께서 골치 깨나 썩었을 겁니다.

아프리카 스와힐리어 정도는 구해도 에티오피아의 암하라어 같은 경우는 아마 지금도 한국어로 된 교재는 없을 테니까요.”


“와! 정웅이 너 천재구나.”


“천재긴요. 그저 이것저것 깔짝거린 거죠. 천재라면 한 우물을 파야지.

저 같은 것을 천재라고 하면 진짜 천재들 욕하는 겁니다.”


“그럼 하나 물어보자.

문자 중에 그 모양이 아니라 글의 농담에 따라 뜻이 바뀌는 것도 있냐?”


“농담이라면 진하고 묽고를 말하는 거겠죠.

제가 아는 문자 중에 글의 농담에 따라 의미가 바뀌는 것은 없어요.

사실 인간이 많다고 하지만 물감의 농담을 알아볼 만한 인간은 의외로 없거든요.

당연 모든 인간이 알아야 할 문자에 농담을 채택할 수는 없죠.

그러니 농담이 다르다면 문자라기보다는 그림이라고 보는 게 맞겠죠.

농담을 다루는 분야는 그림뿐이니까요.”


“그래? 그럼 문자가 아닌가.”


“왜요. 그 종이에 있는 게 농담에 따라 의미가 달라져요?”


“아니. 아직은 모른다는 게 맞겠다. 나도 연구하는 중이니까.”


“근데, 형. 그 종이에 그려진 그 그림이 제가 말한 대로 정말 피로 그려진 거라면 또 달라질 수 있다고 봐요.”


“무슨 말이냐?”


“본래 피라는 것은 서양 샤머니즘에서 마법을 만드는 시약이거든요.

왜 게임이나 장르소설을 보면 흑마법이라는 거 있잖아요.

그리고 흑마법은 피를 이용한 마법이고요.

그게 모두 중세 유럽의 샤머니즘이 배경이거든요.

중세 유럽인들은 인간의 피에 영혼이 깃들었다고 여겼고 또 영혼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여겼고요.

당연 피로서 저주를 내린다거나 누군가를 죽일 수 있다고 여겼죠.

그런 배경이 현대에 와서 게임이나 소설의 흑마법으로 등장한 거고요.

물론 그들이 자랑하는 만물의 근본은 원자라는 것은 원소마법이라는 것으로 표현이 된 거고요.”


“그래? 재밌네. 좀 더 해 봐라.”


“예? 이거 그냥 게임이나 소설 얘기인데요. 더 말할 것도 없이 그게 다예요.

뭐 보태자면 서양에 마법이라는 개념이 있듯이 동양에는 기라는 개념이 있다는 정도.

그리고 두 문명이 충돌하는 아니 정확히는 두 문명의 원류라고 할 수 있는 인도에는 차크라라는 개념이 있다는 정도.

제가 아는 건 그 정도죠.”


“그래? 그러고 보면 모든 문명에 물질이 아닌 어떤 정신적인 힘을 의미하는 용어가 있네.”


“그렇죠. 심지어 마오리족과 같은 폴리네시아인들 사이에도 그런 개념이 있죠.

흔히 마나라는 개념이 거기서 나온 거거든요.”


“마나가? 나는 마나라는 말이 매직이라는 말과 같은 어원인 줄 알았는데.”


“뭐 대부분 그렇게 생각을 하죠.

아마 게임에서 마법을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을 마나라고 해서 그런 오해가 생긴 거 같긴 한데.

마나는 확실히 태평양에서 나온 개념이죠.

무언가 인간은 알지 못하는 어떤 정신적인 힘. 그게 마나라는 의미거든요.”


“모든 문명에 그런 용어가 있다는 게 신기하네.”


“정확히는 서양에는 그런 용어가 없죠.

그저 어떤 이상한 현상을 마법이라고 부르긴 했지만 그런 현상을 일으키는 힘에 대한 용어는 없으니까요.

마나라는 용어는 20C 게임이나 영화산업이 가져와 마법과 연관을 시킨 거고요.

아마 그런 이유로 인해 서양에서 과학이 발전한 거 같아요.

우리가 이상한 현상을 기라는 것으로 한쪽에 치워뒀다면 서양은 그것에 대한 용어가 없었으니 이상한 현상을 그들이 아는 원소라는 용어로 풀이하려고 한 거죠.

그리고 그게 과학을 발전시킨 원동력이 된 거고요.”


“와, 내 친구 정웅이가 이렇게 똑똑한 인간이었다니.”


“그래 나도 놀랐다. 아무래도 정웅이 너 인문계열이나 사회계열을 가야 하는데 전공을 잘못 선택한 거 같은데.

무심코 넘길 수 있는 단어 몇 개를 가지고 그렇게 깊게 생각한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뭐, 그래 봐야 수박 겉핥기예요.

그리고 인문계열이나 사회계열을 공부해봐야 지금 같은 세상에 취직하기는 더 어렵고요.

형, 그런 의미로 3차는 노래방?”


“좋아. 재미있는 얘기도 들었는데 오늘 3차까지 책임을 지지.”


“예쓰.”




읽어주신 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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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2 21.05.27 1,978 51 13쪽
16 메시아프로젝트 +2 21.05.26 2,032 46 13쪽
15 그리고 한국은 +1 21.05.25 2,103 49 13쪽
14 지금 북한은 +2 21.05.24 2,116 42 12쪽
13 아포칼립스 +3 21.05.23 2,231 41 13쪽
12 마나세상 +1 21.05.22 2,340 50 13쪽
» 문양 +1 21.05.21 2,343 50 12쪽
10 그 시각 중국은 +3 21.05.20 2,340 49 12쪽
9 계엄 +3 21.05.19 2,411 49 12쪽
8 지구의 주인 +6 21.05.19 2,502 44 12쪽
7 충돌 가능성 +2 21.05.18 2,504 51 12쪽
6 유산 +6 21.05.17 2,632 59 12쪽
5 맹세 +3 21.05.17 2,679 57 12쪽
4 굿 +5 21.05.16 2,824 52 12쪽
3 선정적인 황색언론 +3 21.05.15 3,140 59 13쪽
2 부름 +3 21.05.15 3,749 56 12쪽
1 블랙크리스탈 +5 21.05.14 5,471 6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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