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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기진 님의 서재입니다.

마법사가 되기까지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동기진
작품등록일 :
2021.05.13 11:47
최근연재일 :
2021.10.20 19:28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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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1,399


작성
21.05.19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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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계엄

DUMMY

“그렇지. 이동에 제한이 있는데 서바이벌 방송을 어떻게 하겠어.

게임 방송이라면 모르지만.”


“언제 재개될지도 모르겠죠?”


“맞아. 계엄이 해제돼야 하니까.

아마 공지 내면 알아들을 거야. 그러니 공지나 올려두도록 해.”


“계엄이 짧게 끝나면 좋겠는데. 그나저나 휴교령은 또 언제까지 갈지 모르잖아요.”


“아마 길게 가지 싶다.

이렇게 사회가 혼란해지면 정부는 분명 그 핑계를 들어 보다 강력한 통제를 하려고 들 테니까.

학교당국도 학생들이 학교로 와 지금같이 파괴적인 행동을 일삼는다면 오히려 휴교조치가 길어지길 바랄 테고.”


“어, 그러면 우리는 어떡해요?”


“글쎄다. 아마 대학생은 몰라도 대학원생은 중간에 풀어주지 않을까 싶은데 모르는 일이지.”


“참, 형 그 소식 들었어요?”


“무슨 소식?”


“그 왜 있잖아요?

블랙크리스탈을 발견한 여자. 이름이 김수정인지 이수정인지 하던 여자 말예요?”


“기억난다. 아마 이수정이었던 거 같은데.”


“그 여자 아버지하고 오빠네 식구가 엊그제 모두 죽었다네요.”


“응? 왜?”


“이수정이라는 여자를 내놓으라고 폭도들이 다그쳤다나 봐요.

이수정 때문에 지금의 사태가 벌어졌다면서요.

아버지라는 이가 청주에서 중견기업을 운영했는데 폭도들 요구를 거절하다가 그 오빠라는 이와 함께 칼에 찔려 죽었다네요.”


“아니. 이수정 본인도 아니고 왜 가족들을.

더구나 이수정이가 무슨 잘못이 있다고.”


“그러게요. 아마 지금의 이 블랙크리스탈 문제에 대한 화풀이겠죠.

뉴스를 보니 화풀이 대상을 찾다가 이수정이 타깃이 된 거라고 하더라고요.”


“허, 이거 무서워서 말 한 마디 하겠냐?

그저 눈에 보여 말한 것뿐인데 그 때문에 그런 일이 벌어지다니.”


“좀 안 됐기는 한데.

솔직히 우리 한국사람이 그 블랙크리스탈을 발견했다는 게 맘에 안 들긴 했어요.”


“뭐? 이 자식이 말이면 다 뱉어도 되는 줄 아나.

누가 이수정이 블랙크리스탈을 발견 안했으면 블랙크리스탈이 지구로 오지 않는다고 하디?

나는 오히려 자랑스런 일이라고 표창이라고 해야 한다고 본다.”


“아니 왜요?

물론 그녀를 비난하는 것은 잘못이라지만 칭찬할 일은 아니잖아요.”


“왜 칭찬할 일이 아니야, 아니긴.

막말로 그 이수정 때문에 인류가 준비할 시간이 하루라도 길게 된 건데.

오히려 인류 모두가 이수정에게 감사해야 할 일이지.”


“어? 듣고 보니 또 그러네.”


“이 자식이 줏대도 없이. 그래서 어떻게 사회생활 하겠냐?”


“헤헤, 그래서 문과를 가지 않고 공대를 왔잖아요. 그냥 시키는 거나 하면서 살려고.”


“뭐?”


“헤헤. 농담이에요, 농담. 당연 공대생도 생각을 하고 살아야죠.”


“으휴. 그나저나 계엄 기간 동안 뭐할 거냐? 돌쇠TV도 못하는데.”


“고향에 내려가 있으려고요. 돼지 키우는 거나 배우죠, 뭐. 어디 움직이기도 힘든데.”


“그래. 그거 좋겠다. 나중에 농장주가 돼도 좋고.

그리고 고향에 있는 동안 수연이한테 톡 넣는 거 잊지마.”


“톡이요? 싫어하면 어쩌게요?”


“그래서 전화가 아니라 톡을 하라고 한 거야. 문자에는 감정이 없으니까.

그러니 매일 핑계를 만들어서라도 톡을 해.

읽씹해도 낙담하지 말고. 교수에게 보고하듯이.

지금과 같은 처지에서 여자들은 누군가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면 보호받는다는 감정이 생기거든.”


“형! 그 말 신빙성 있는 말이에요? 형 연애 경험도 없잖아요?”


“아 자식이. 중이 제 머리 자르는 거 봤어? 아니면 너희들이 형 장가가게 여자를 소개시켜 줘봤어.”


“아, 참. 형 건물주지.

알았어요. 건물주라면 뭐 없는 여동생이라도 만들 수 있는 거니까.”


“그만 끊어.”


건물주라고 하지만 지금과 같은 처지에서는 건물주도 소용이 없다.

4층과 5층에 있는 회사는 파산을 했는지 보증금을 돌려달란다.

건물을 살 때도 은행에 가지 않았는데 빚을 얻으러 은행에 가야 할 처지다.


지하부터 3층까지의 업소들은 회사가 아니라 가게들이어서 당장 떠나지는 못하겠지만 월세를 못 내겠다며 미루고 있다.


월세가 없으면 내 생활비마저 위태로운 처지다.

그나마 정부에서 필요한 조치를 해 대출은 가능할 거 같아 4층과 5층의 보증금을 대출받아 내보내기로 했다.

물론 법대로 몇 개월치 월세는 제하고서다.


그리고 나는 그 몇 개월치 월세를 가지고 생필품을 잔뜩 사들여 옥상에 쟁여 놓기로 했다.

내 판단에 이 계엄령이 단시일 안에 해제될 가능성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메시아프로젝트가 성공을 해도 얼마간은 계엄령이 유지될 거 같단 말이지.’


아마 메시아프로젝트가 성공하면 그것 때문에 또 혼란이 발생할 것이다.

지금이야 잠잠하지만 계엄이 선포되기 전만 해도 사회혼란은 극심했다.


대통령이 귀국한 후 한달 동안 한국 역시 극도로 혼란했고 그 와중에 갑질을 했다는 이유로, 빚을 갚기 싫어서, 심지어 단지 기분이 나쁘다거나 생긴 게 맘에 안 든다는 이유로 벌어진 살인 사건이 숱하다.


어느 경찰서에서는 경정인 형사과장이 갑질로 인해 밑의 부하들에게 살해당하는 일도 있었다.

그리고 그 사건은 아직까지 해결이 안 되고 있다.

경찰이 수사에 나서지 않는 것이다.


‘뭐, 그래서 계엄이 선포된 것이지만.’


물론 그 이유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공권력이 공권력을 선택적으로 적용하는 일이 벌어진 그 사건으로 대통령이 급기야 계엄이라는 극단적인 수단을 택한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계엄 정국이 1년을 넘어선다는 건데 뭐라도 하긴 해야 할 텐데.’


해야 할 일을 당장 찾기는 힘들다.

태준이야 고향에 내려가 돼지라도 기른다지만 희망만이 남은 세상에서는 흔한 노가도 일도 없다.

취직을 위해 형식적으로 다니는 대학원이다 보니 공부도 그리 맘에 들지 않는다.


‘이번 기회에 게임의 세계에나 빠져볼까? 게임이라면 시간은 잘 갈 텐데.’


그렇지만 게임도 다 때가 있는 법이다.

10대 때 하지 않은 게임을 이제 나이 곧 서른에 게임을 한다는 게 쉬울 리가 없다.

물론 잘 될 리도 없다.

당연 재미도 없다.


잠시 바람이라도 쐬고 싶어도 그놈의 군인들 허락을 얻어야 하고 또 숱한 검문소에서 변명을 늘어놓아야 하니 맘에 안 든다.


‘일단 청소부터 하자.’


혼자 사는 처지에 옥탑방이면 감지덕지라 비어버린 4층과 5층을 그대로 두고 있던 처지다.

4층과 5층을 깨끗이 청소한 후 마지막으로 살고 있는 옥탑방도 청소하기로 했다.


쓸고 닦고 버릴 건 버리는 일을 하다 지난 가을 강화에서 가져온 A4 용지 박스에 눈이 갔다.


‘이걸 잊고 있었네. 잘 됐다. 이걸로 시간이나 때우자.’


외할머니께서 내게 건네주었을 때 얼핏 본 종이는 전혀 본 적이 없는 어떤 문양으로 가득했다.

비록 언어학자도 미술학도도 아니지만 연구하다보면 무언가로도 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일단 A4용지를 분류하기 시작했다.

물론 가장 주된 이유는 갑작이 생겨버린 시간을 메꿀 킬링타임용이다.


일단 할머니께서 2029년이라고 붙여놓은 종이뭉치에서부터 2033년이라고 붙여놓은 종이뭉치까지 전체적으로 찬찬히 들여다보았다.


‘흠, 대충 알겠군.’


보니 일단 2029, 2030, 2031년의 종이뭉치에 그린 문양은 2032년과 2033년의 문양을 그리기 위한 부분 문양이라고 할 수 있다.

더 세분하면 2029년도의 문양은 마치 한자의 부수처럼 간단한 모양의 문양이다.

그리고 그 문양들을 조합해 2030년과 2031년의 문양을 만든 것이다.


즉 2029년의 문양이 어떤 글의 알파벳이라면 2030년과 2031년의 문양은 어떤 글의 단어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단어들을 가지고 2032년에 하나의 문장을 만든 것이다.


그 2032년의 문장을 2033년에 정서해 썼는데 정서하기 위해서인지 여태까지와는 달리 흔히 플러스펜이라고 하는 싸인펜을 사용했다.

그 전까지는 보기에 붓펜같은 필기구를 사용했는데 어떤 필기구인지는 정확하지 않다.

이미 너무 오래돼서인지 아니면 먹물의 양이 부족해서인지 너무 흐릿하다.


내가 대뜸 29년의 문양을 어떤 글의 알파벳이라고 여긴 이유가 있다.

33년 종이뭉치에는 마치 이 문양의 뜻은 이렇다는 식으로 문양마다 그 옆에 한글로 그 뜻이라고 보이는 글이 적혀 있기 때문이다.


즉 가령 ‘%&^*#’라는 문양의 옆에 ‘독을 정화해 약으로 삼다’라는 글귀가 적혀 있는데 그건 아무리 봐도 그 문양의 뜻으로 밖에 볼 수 없지 않은가.

그런 문장이 수 백 개다.


“거 참.”


그런 말 밖에 나오지 않는다.

보기에 게임 중독에 빠진 청소년이 게임 기호나 게임에서 사용하는 어떤 기호의 뜻을 적어놓은 것 같지 않은가.

그러니 그걸 들여다보고 있는 내가 한심스런 것이다.


“에이. 그래 게임이라도 하면서 시간을 보낼 생각이었는데, 뭐.”


답답해 옥상으로 나가 인류의 미래처럼 희끄무레한 하늘을 보다 하는 혼잣말이다.


다시 찬찬히 33년도 문양에 있는 글을 읽고 있는데 어느 글에 ‘10장 밖에 번개를 불러 온다’라는 글이 눈에 띈다.


“응? 번개?”


머릿속에 퍼뜩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날 저녁의 일이 스쳐지나간다.


“합장주! 합장주를 어디 뒀더라?”


이리저리 짐을 뒤졌지만 합장주가 보이지 않는다.


“아, 차에서 꺼내지 않았다.”


생각해 보니 강화의 짐을 옮길 때 혹시라도 누가 볼까봐 칠성칼과 합장주 그리고 별상칼을 트렁크 아래 비상타이어를 넣어두는 곳에 숨겨두고 잊고 있었다.


“휴, 다행이네. 나도 참 정신없는 놈이야. 이거 어디서 불심검문이라도 당했으면 큰일날 뻔 했잖아.”


근래 계엄령 하에서 그런 일을 당했다간 어디로 끌려갈지 모르는 일이다.

다른 건 몰라도 칠성칼은 얼마 전까지 벌어졌던 살인사건으로 인해 문제가 될 소지가 다분하다.


가슴을 쓸어내리고 물건들을 방으로 가져와 염주알의 문양들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그러나 종이뭉치 어디에도 염주알의 문양과 같은 문양은 없다.


‘아니. 이상하네. 분명 문양은 같은 종류의 문양같은데 왜 같은 문양이 없지?’


이번에는 칠성칼의 문양과 33년도 종이뭉치를 대조해 보았다.


“흠, 이것하고 비슷하긴 한데. 근데 같다고 하기에는 좀 다른데.”


33년도 종이뭉치의 문양 중 ‘날카롭게 한다’는 문양과 칠성칼의 문양이 비슷하긴 하다.

그렇지만 같지는 않다.


‘실순가?’


실수라고 하기에는 그 동안 어머니의 행적이 용납되지 않는다.

그 신령이라는 존재를 정말 정성스럽게 받드는 분이 신령이 가르쳐준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 문양을 그리는데 실수가 있다?

말이 맞지 않는다.


거기에 어머니는 미친 여자다.

보통 사람이라면 생각과 다르게 행동할 수 있다지만 미친 여자가 그럴 수는 없다.


더구나 할머니 말에 의하면 신령에게 자신의 몸까지 줘버린 여자다.

그런 여자가 신령에게 배웠음이 분명한 일에 틀림이 있다?

나는 불가능하다고 단언한다.


그러니 내가 아직 파악하지 못한 게 있다는 말이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종이뭉치에 매달리게 되었다.


그 시작은 심심하다는 이유였지만 알아 가면 알아갈수록 흥미진진하지 않은가.

마치 어느 게임에 나오는 마법을 사용하는 문장같은 말과 한번도 본 적이 없는 이상한 문양의 조합.

혹시 그것들을 모두 알게 되면 나도 그 종이에 쓰여진 문장같은 일을 할 수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작은 호기심이 생겼다.

그렇게 계엄령 기간 종이뭉치를 연구하느라 세상일을 잊었다.




읽어주신 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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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2 21.05.27 1,978 51 13쪽
16 메시아프로젝트 +2 21.05.26 2,032 46 13쪽
15 그리고 한국은 +1 21.05.25 2,103 49 13쪽
14 지금 북한은 +2 21.05.24 2,116 42 12쪽
13 아포칼립스 +3 21.05.23 2,231 41 13쪽
12 마나세상 +1 21.05.22 2,340 50 13쪽
11 문양 +1 21.05.21 2,343 50 12쪽
10 그 시각 중국은 +3 21.05.20 2,340 49 12쪽
» 계엄 +3 21.05.19 2,412 49 12쪽
8 지구의 주인 +6 21.05.19 2,502 44 12쪽
7 충돌 가능성 +2 21.05.18 2,504 51 12쪽
6 유산 +6 21.05.17 2,632 59 12쪽
5 맹세 +3 21.05.17 2,679 57 12쪽
4 굿 +5 21.05.16 2,824 52 12쪽
3 선정적인 황색언론 +3 21.05.15 3,140 59 13쪽
2 부름 +3 21.05.15 3,749 56 12쪽
1 블랙크리스탈 +5 21.05.14 5,472 6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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