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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짐 님의 서재입니다.

병정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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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짐
작품등록일 :
2020.03.19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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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27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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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27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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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화

DUMMY

4.반동


“정신교육은 들을 만 한가요?”

정훈장교가 훈련병들에게 물었다. 훈련병들은 큰 목소리로 그렇다고 말했다.

“여태까지 받은 교육들 필기는 잘 하고 있나요?”

이번에도 그렇다는 대답은 나왔지만 목소리는 이전보다 확신이 없었다.

“이거 나중에 평가 때 나오니까, 꼭 필기 해놓으세요.”

훈련병들은 서로를 쳐다보며 웅성거렸다. 훈련소에서마저 시험을 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정훈장교는 그런 훈련병들을 달랬다.

“너무 걱정마세요. 평가전에 배웠던 걸 정리해서 나눠드릴거에요. 그리고, 그렇게 어려운 시험도 아니고요. 다 통과하니까 걱정마세요. 제가 여기서 1년 조금 넘게 복무하는 동안, 정신교육 불합격한 사람은 한 명도 못 봤어요.”

“너네는 언제 필기했냐.” 마석이 받은 종이에 빼곡이 필기한 수호와 한을 보며 물었다. 마석의 종이는 둘의 종이와 달리 새하얗다.

“나중에 좀 보여줘.”

“알았어. 보여줄게.” 수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중에 한 번 더 말하겠지만, 평가 때는 우리가 배운 모든 것, 화성내전부터 시작해서 인류연방정부 수립기까지 싹 다 나옵니다. 알겠죠?”

저 많은 걸 어떻게 다 외우냐는 목소리가 오갔으나, 이내 알겠다는 대답이 나왔다.

“그래도, 지금 여기 앉아서 머리 아픈게 그나마 낫죠. 조교? 다음주부터 무슨 교육이지?” 정훈장교가 유성 조교에게 물었다.

“다음주부터 사격훈련주차입니다.”

“사격이라.” 조교가 웃었다. 앞으로 훈련병들이 겪을 고난을 생각하자 자기가 겪었던 훈련들이 생각났다.

“사격 그거 엄청 힘들 거에요. 분명 다음 주에 제가 그리워질걸요?”

정훈장교가 더 크게 웃었다. 훈련병들은 웃음의 이유를 모르니 멀뚱히 서로 쳐다볼 뿐이다.

“그럼 조교, 훈련병들 인솔해서 복귀하도록 하세요.”

“알겠습니다. 전원 복도로 집합!”

수호는 그동안 몸이 편했던 정신교육이 끝났다는게 아쉬웠다. 오랜만에 뇌를 움직일 수 있어서 즐거웠고, 무엇보다 저 찬바람 부는 밖에서 헛짓거리를 안 해도 된다는 것이 좋았다. 아사 행성에서 20년 동안 살았지만, 이곳의 겨울이 이렇게 춥다는 건 처음 알았다. 보급받은 동계 전투복은 아사 행성의 매서운 겨울 추위를 완벽히 막진 못한다. 지금이야 정신교육이니까 따뜻한 실내에 있을 수 있으나, 다음주부턴 저 바깥에서 무슨 훈련을 받을지 아무것도 예상할 수 없다. 벌써 다음 주가 걱정되기 시작한다.

생활관으로 돌아온 조교는 훈련병들을 2제대로 집합시켰다. 좁은 두 개의 침상 위에 수십 명의 훈련병들이 미어캣처럼 모여 앉았다.

“다음 주부터 사격훈련입니다. 맞습니까?”

“예! 그렇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아직 총을 받지 못했습니다. 맞습니까?”

“맞습니다!”

“다음 주에 있을 사격훈련에 앞서, 이틀 뒤 일요일에 총기수여식이 있습니다. 고로, 내일은 총기수여식에 앞서 예비 교육이 있을 예정입니다.”

주말에도 쉬지 못한다는 소리다. 수호는 입안이 썼다. 주변에선 조용한 한숨소리도 들린다.

“한숨소리는 뭡니까. 여긴 훈련소입니다. 주말에 편히 쉬길 바랬습니까. 입영주차 주말 때 쉰 건, 여러분들이 아직 훈련병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이번주부터는, 주말에도 계속 교육이 있을테니, 그렇게 알도록 합니다. 알겠습니까.”

“예!”

“그럼 마저 설명하던 걸 하자면, 총기수여식은 군인으로서 첫 교육을 받는 여러분들에게 군인의 상징인 총을 주면서, 비로소 여러분들을 군인으로 인정한다는, 아주 중요한 의식입니다. 고로, 그 의식을 끝까지, 완벽하게 치르기 위해 연습은 필수입니다. 아시겠습니까.”

“예!”

“그럼, 임무분담제 전까지 각자 개인정비 취할 수 있도록 합니다. 해산.”

유성 조교가 자리에서 일어나 복도로 나가자 다들 일어나 자기 제대로 돌아갔다. 수호는 돌아가려던 찰나 누군가 어깨를 잡아 고개를 돌아보았다. 석희다.

“물 마시러 가자.”

“컵 챙겨 올게.”

관물대 문을 열어 각자 받은 컵을 챙겼다. 모든 일과가 끝나고 개인정비를 가지는 이 시간이 훈련소에서 두 사람이 마음 편히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다.

“무슨 동반입대인데 얼굴 보기가 이렇게 힘드냐.” 석희가 푸념을 늘어놓았다.

“그러니까. 샤워장에서도 떠들지 마라. 취사장에서도 떠들지 마라. 거기에 맨날 제대 별로 자리 나누고.”

“그래도 사흘만 지나면 2주차네.”

“원래는 3주차지.”

“어쨌든 반 정도 한 거잖아. 긍정적으로 생각하자고. 여긴 조금만 부정적으로 생각하면 끝이 없다니까.”

“여기서 긍정적인 생각을 잘도 하네.” 수호는 최근 일기를 쓰는 시간을 제외하면 부정적인 생각들로만 가득하다. 고등학교가 폐쇄적이라 생각하는 수호에게 군대는 견디기 힘들 정도로 비합리적인 공간이다. 밥 먹는 순간마저 이상한 감사문을 읊는 것도 모자라, 자기 잘못도 아닌, 심지어 같은 소대원의 잘못도 아닌 옆 소대원의 잘못으로 모두가 얼차려를 받는 순간엔 퇴소신청을 심히 고민했다.

“그게 군대지 뭐.”

“너네 아버지는 어떻게 이런 걸 직업으로 삼으셨대.” 정수기 앞에 도착했다. 컵에 시원한 물이 담기자 컵도 따라 차가워졌다.

“매달 들어오는 월급만 보고 버티지 않았을까.” 물은 이가 시리도록 차갑다.

“너는 다음 주 청소 어디냐. 난 분리수거던데.”

“분리수거? 큰일 났네.” 석희가 웃었다.

“왜. 뭐 문제 있어?”

“내가 지금 분리수거거든? 밖에 진짜 춥다.”

“아 그러네. 나가서 하지. 진짜 큰일났네.” 수호와 석희가 서로 웃었다. 웃을 수 있을 때 최대한 웃어야 이곳 생활을 그나마 버틸 수 있다는 걸 일주일 동안 배웠다. 무표정은 괴롭고 침묵은 독이 되는 곳이다.

복도에서 돌아다니다 조교에게 걸리면 좋은 소리 못 듣는다. 그래서 둘은 청소 전 개인정비 시간마다 물 마시러 왔단 핑계로 정수기 앞에서 못다한 대화를 나눈다. 정수기 앞에서 보내는 시간은 학교에서 석희와 지냈던 학교 생활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다. 입대 전 석희 집에서 같이 놀았던 다른 친구들은 어디서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했다.

“걔넨 우리랑 다른 데로 갔지. 아마 플로시안 행성일걸.”

플로시안 행성은 아사 행성에서 왕복선으로 2시간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행성이다. 같은 항성계인데다가, 아사 행성과 같은 문화와 인종을 공유하는 행성이다. 학교에서도 플로시안 행성에서 넘어온 학생들을 많이 있다.

“더운 거 빼면 괜찮겠지. 거긴 1년 내내 덥지 않냐.” 석희가 마시고 남은 물을 정수기에 따라 버리며 말했다.

“우리가 가을인지 아닌지 구분하는 법 기억 안 나냐? 플로시안에서 온 애들이 코트 꺼내기 시작하면 가을 끝나고 겨울 오는 거잖아. 절대 틀리지 않아.” 수호가 웃으며 말했다. 옛 추억은 언제나 웃음을 가져다 준다.

“그러니까. 눈이라도 오는 날엔 걔네들 반응이 참 끝내줬는데.”

한동안 정수기 앞에서 말없이 옛 추억을 회상했다. 마음만은 군복이 아닌 교복을 입고 책상 위에 앉아 친구들과 떠들고 있다.

“거기 둘, 거기서 뭐하는 거야.”

옆 소대 이름모를 조교가 둘을 지적했다, 급하게 물을 마시러 왔다고 둘러댔다.

“빨리 마시고 돌아가. 곧 임무분담제야.”

“알겠습니다.” 경례를 올리고 생활관으로 돌아갔다. 문 앞에서 각자의 제대로 헤어졌다.

“넌 항상 개인정비 시간에 누구랑 그렇게 오래 있어?” 한이 빨래를 개며 물었다.

“친구. 동반입대로 같이 들어왔어.”

“동반입대? 그럼, 나중에 자대도 같은 부대로 가?”

“중대까진 같이 들어간다고 들었어.”

“나도 동반입대 생각했는데, 주변에서 말리더라고.” 옆에서 가만히 앉아있던 마석이 대화에 끼었다.

“왜?” 수호가 물었다.

“은근히 동반입대로 같이 들어갔다가, 나올 때는 생판 남으로 나오는 사람도 많다더라고. 내가 아는 형들도 같이 들어갔다가, 나올 때는 대판 싸웠는지 같이 있는 꼴을 못 봤어.”

수호는 석희와 싸운 적이 있었는지 옛일을 되짚어 보았다. 학생 때 남들이 다 그랬듯 말도 안 되는 유치한 이유로 싸운 적이 없진 않다. 그래도 의지할 곳이라고는 아는 동네 친구말고 없는 여기서 석희와 싸울 일이 있을지 고민했다. 없다. 없고 없길 바랬다.

“설마 싸우겠어. 저렇게 맨날 붙어 다니는데.” 한이 마석에게 말했다. 마석은 여전히 진지한 표정이다.

“그래.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관계 잘 유지해.”

분명 걱정하는 말임에도 불구하고 자신과 석희의 관계를 안 좋게 말하는 마석을 보고 그 동안 가졌던 호감에 금이 갔다. 대놓고 석희를 욕한 것도 아님에도.

“어디 아파?” 마석이 수호에게 물었다.

“갑자기 왜?” 언짢음이 목소리에 묻어 나왔다. 말한 수호 본인도 놀랐다. 다행히 마석은 눈치채지 못했다.

“아니, 갑자기 표정이 안 좋아서.”

그 말을 듣고 재빨리 표정을 풀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감정이 표정으로 드러났다.

“아냐, 아무것도.”

때마침 생활관 스피커에 숨소리가 들렸다. 항상 방송 전 바람을 불어 소리가 나오는지 테스트한다.

“아, 전 인원. 현 시간부로 임무분담제, 임무분담제 실시할 수 있도록 합니다.”

“시간 됐다. 청소하러 가자.” 수호는 재빨리 달려가 청소도구들을 챙겼다. 그런 모습을 한과 마석이 지켜보았다.



토요일 아침을 알리는 기상나팔이 울렸다. 훈련병들은 이제 나팔 소리만 들려도 일어나 침구류를 정리하고 옷을 갈아입는다. 전날 당직이라 훈련병 생활관에서 자던 찬영 조교가 일어나 박수를 치며 훈련병들을 독려했다.

“자, 자, 즐거운 주말입니다, 여러분.”

쉬지도 못하는 주말이지만. 수호는 속으로 말을 삼키며 모포와 매트릭스의 각을 맞췄다. 자고 일어난 직후라 입안이 텁텁하다. 가글 한 번이면 상쾌해지겠지만, 점호가 우선인 이곳에선 기상 후 가글은 그림의 떡이다. 침을 모아 입안을 헹구고 삼키는 거로 대체했다.

원래 주말 점호는 전투복이 아닌 활동복을 입고 진행하지만, 오늘은 내일 있을 총기수여식 대비 교육이 있을 예정이라 전투복을 입는다. 활동복은 집에서 입던 옷들과 비슷한 촉감이지만, 전투복은 그 특유의 이질적인 촉감에 여전히 적응되지 않는다. 사회에서 입던 옷에 비해 안감이 너무 까슬까슬하다. 조교 말로는 새 전투복은 길이 덜 들어지고 풀이 아직 안 빠져서 그렇다고 조금만 참아라고 말했다. 모든 교육이 끝나고 씻기 위해 전투복을 벗고 나면 피부가 민감한 훈련병들은 피부가 붉게 오르는 사람들도 있다. 다행히 수호는 붉게 오르진 않는다. 다만 가끔 미친 듯이 가려울 때가 있는데, 몸에 딱 맞게 나온 전투복 특성상 옷 안에 손을 넣어서 긁긴 힘들고, 옷 위는 긁어도 별로 시원하지 않다. 시간이 익숙하게 만들어주리라 생각하며 전투복을 입고 점호를 위해 복도로 나갔다.

차가운 아침 공기 속에서 발에 익숙지 않은 군화를 신고 뛴 지도 2주가 지났다. 아직까지 군화의 높은 굽은 뛸 때 마다 이질적이다. 찬 공기는 뛰면서 몸이 내뱉는 열기가 막아주지만, 높은 굽의 이질감은 여전히 어색하다. 일전에 한 번 끈을 덜 조여서 군화가 벗겨진 적이 있던 이후로, 수호는 뜀걸음 직전에 군화끈을 풀고는 한 번더, 단단히 묶는 버릇이 생겼다.

“상의 탈의!”

점호를 진행하던 당직사령의 탈의 명령이 떨어졌다. 연병장은 모래색에서 저마다 다른 피부색으로 바뀌었다. 살구색이 제일 많았지만, 군데군데 검은 피부와 흰 피부도 보인다. 문신으로 뒤덮힌 피부도 보인다. 사회에서 보았다면 무서웠을 문신이 여기선 그저 수호 자신과 똑같은, 불쌍한 훈련병의 피부일 뿐이었다.

조교를 따라 위병소를 나와 도로 위에 정렬했다.

“자, 주말이니까 좀 쉬엄쉬엄 뛰자. 주말부터 땀 흘리긴 싫잖아.”

찬영 조교가 뜀걸음을 인솔하는 날이 가장 수월한 날이었다. 유성 조교가 제일 엄격하게 인솔하고, 그 사이가 관호 조교다. 찬영 조교는 다른 조교들에 비해 두 배는 천천히 뛴다. 걷지만 않는다면, 늦는다고 기합을 주진 않는다.

“3소대! 뛰어!”

찬영 조교가 구령을 내리자 소대 훈련병들이 발과 구령에 맞춰 달리기 시작했다. 차가운 겨울 공기가 훈련병들에게 달려들었다. 원래 피부색에 상관없이 모두의 피부가 붉게 달아올랐다.

2주 동안 하루도 빼먹지 않고 달린 덕에 수호는 이제 대열에서 뒤처지지 않을 정도의 체력이 되었다. 아직 체력이 미처 올라오지 않은 훈련병들은 뒤로 처지기 시작해다. 평소 숨이 차오르기 시작하던 지점에서도 기존 페이스를 유지할 수 있다. 석희는 여전히 처음 왔을 때처럼 대열 맨 앞에서 깃발을 들고 편안하게 달리고 있다. 그런 석희를 보고 수호는 더욱 박차를 가했다.

“얘들아 힘드냐!” 조교가 물었다.

“아닙니다!” 사실은 맞지만, 본심을 말할 수는 없다.

“그래? 그럼 군가하나 부르자! 군가는 연방군가!”

“연, 연방군가!” 수호는 더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군가를 부르며 달리는 건 배로 힘들다. 어릴 적 춤추며 노래까지 부르던 가수들이 대단하다 느낄 정도였다.

훈련병들의 군가는 숨을 몰아 쉬는 숨소리와 섞여 가사를 거의 알아듣기 힘들 정도였다. 그러나 찬영 조교는 힘든 기색 하나 없이 뒤에 처지는 인원들까지 살피며 대열을 유지시켰다. 대열 맨 뒷줄에서 페이스를 잃고 지치는 훈련병을 본 찬영 조교는 석희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석희야, 나 뒤에 처지는 애들 보고 올게. 니가 대열 이끌고 계속 달려라. 처지는 애는 신경쓰지말고, 따라 오는 애들만 신경 쓰고 가. 내가 데려올게.”

그 말을 남기고 찬영 조교는 대열 뒤로 달려갔다. 수호는 자기 옆을 지나가던 조교를 보고는 다시 앞을 쳐다보며 뜀걸음에 집중했다. 여기서부터가 가장 힘든 코스다. 오르막길이다. 뛰어서 가면 채 7초도 걸리지 않을 길이지만, 그 7초는 세상에서 가장 힘들고 고통스러운 7초다. 장딴지가 터질 듯이 당긴다. 숨도 배로 차오른다. 여기선 숨을 참고 뛰는 게 차라리 덜 힘들다. 맨 앞에서 뛰는 석희가 먼저 오르막길을 달리기 시작한다. 옛날 전쟁영화에 나오는 기수처럼 깃발을 창처럼 깃대를 앞으로 내리고 달리기 시작했다. 이에 고무된 다른 훈련병들도 저마다 비명에 가까운 기합을 지르며 오르막길을 달렸다. 몸속에서 심장이 터질 듯 부풀어 오르는게 느껴졌다. 숨을 참고 달렸다. 평지로 올라왔을 때는 마치 오랜 잠수를 마치고 뭍으로 올라온 잠수부가 느낄 법한 상쾌함이 폐 속 가득 찼다.

연병장으로 돌아오자, 먼저 달렸던 중대 훈련병들이 조교의 인솔 아래 숨을 고르고 있다. 아직 찬영 조교는 돌아오지 않았다. 자기들이 원래 서있던 자리에 돌아가 스스로 숨을 고르기 시작했다. 심장이 거칠게 뛰다 보니, 머리에서 맥이 뛰는 게 느껴졌다. 다행히 속은 메스껍지 않다.

5분 쯤 지나서야 찬영 조교와 지쳐 쓰러지기 직전인 훈련병들이 돌아왔다.

“먼저 복귀한 인원들은 생활관 올라가서 세면세족 해!”

그 말을 듣고 먼저 온 인원들은 막사로 돌아갔다. 석희가 수호 옆으로 다가왔다.

“오늘 좀 힘드네.”

“넌 어떻게 한 번도 안 쉬고 열심히 뛰냐.”

“고등학교 내내 너네들 공부할 때 나는 운동했잖아. 아빠도 내가 머리론 안 될 걸 아니까, 운동만이라도 열심히 하라더라고. 그래야 나중에 군대 가서도 좋은 부대게 갈 거라고.”

“좋은 부대라면 무슨 부대?”

“특공대 이런 거 있잖아.”

“특공대?”

수호는 석희와 오래 있었지만 한편으론 이해하기 힘든 친구라고 생각했다. 어떻게 지내든 똑같은 2년을, 왜 굳이 힘든 곳에, 그것도 자진해서 들어가려는 걸까.

“아빠가 장굔데, 그래도 아빠 자존심을 살려줘야지 않겠어?”

사유를 듣고 그러려니 하며 넘기다 문득 가장 중요한 사실을 떠올렸다. 수호는 석희와 동반입대라는 것을 떠올렸다.

“너 나랑 동반입대 아니야?”

석희는 어이없는 질문을 들어 코웃음을 치며 대답했다.

“그럼 당연하지.”

“그러면 너랑 나랑 같은 부대 가는 거 아니야?”

“어. 그래서 나중에 특공대 신청할 때 너도 끌고 갈 건데.”

말문이 막혔다. 문득 마석의 말이 떠올랐다.

‘동반입대와서 진짜 쓸데없는 이유로 싸우는 사람 많아. 너도 조심해.’

‘이런걸 말하는 걸까?’

수호는 말없이 석희를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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