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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짐 님의 서재입니다.

병정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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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짐
작품등록일 :
2020.03.19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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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27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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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25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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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DUMMY

수호는 머리에 심한 충격을 느끼고 잠에서 깼다. 본능적으로 관등성명을 외쳤다.

“168번 입영장정! 유”

관등성명을 멈췄다. 자기 앞에 있는 사람은 조교가 아니라 담임선생님이다.

“아무리 대학에 붙었어도, 수업시간에는 일어나 있어야 예의 아니냐? 화장실 가서 세수하고 와.”

“예? 아, 예. 예.”

수호는 얼떨떨했다. 굉장히 기분 더러운 꿈을 꾼 기분이다. 교실 문을 열고 나가 화장실로 갔다. 복도에는 대입시험이 끝난 뒤 합격을 축하하는 하급생들의 축하 메시지로 가득하다. 수호는 원하는 대학의 원하는 학과에 붙었다. 앞으로 두 달 뒤에 원하는 대학에 가 원하는 공부를 할 수있다. 그렇게 생각하니 감옥 같던 고등학교 생활도 즐거운 추억으로 변해있다. 추억보정의 힘이란, 참으로 대단하다.

찬물로 세수를 했다. 휴지 네 칸을 뜯어 얼굴을 닦았다. 굉장히 기분 더러운 꿈을 꿨는데, 무슨 꿈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원래 꿈이란 게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하지만, 불쾌함 꿈을 꾸고 내용이 생각나지 않으면, 그날 하루 내내 찝찝한 기분이 가시질 않는다. 무슨 꿈이었을까. 교실로 돌아가는 내내 생각했다.

교실에 돌아갔다. 이유 모를 위화감이 들었다. 뭔가 기분이 이상했다. 친구들의 머리가 전부 빡빡머리다. 익숙한 반 친구들 얼굴이 아니라 처음보는 사람들의 얼굴이다. 열아홉 살 친구들의 얼굴이라기엔 너무 늙어보이는 친구도 있다. 처음 보는 얼굴인데, 익숙하기도 한 얼굴이다. 심지어 몇몇 친구들은 교복 뒤에 문신까지 비춰보인다. 수호는 이게 무슨 상황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거기, 돌아왔으면 자리에 앉지.”

자리에 돌아와 앉지 않는 수호를 담임선생님이 꾸짖었다. 그런데 목소리가 이상하다. 평소보다 유난히 목소리가 젊다. 그리고 뒤통수에 머리카락이 수북하다. 분명 수호의 기억 속 담임선생님의 머리는 가운데만 텅 비어있다. 그래서 별명도 대머리독수리다. 혼란스럽다. 머릿속이 뒤죽박죽이다. 그때 갑자기 담임선생님이 들고 있던 마커를 집어 던지면서 갑자기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전원 기상! 전원 기상!”

눈을 떴다. 익숙하지 않은 천장이다. 그러나, 어디서 많이 본 천장이다. 옆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 어깨를 두드렸다. 마석이다.

“빨리 일어나서 정리해요. 조교가 보기 전에.”

일어났다. 머리가 생각하기 전에 몸이 먼저 매트릭스를 접고 모포를 갰다. 수호는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이곳은 군대다.

오늘로 입대 2일차다.


**


훈련소의 일과는 정신없다. 일어나자마자 점호를 나간 뒤에, 뜀뛰기를 한다. 아침부터 일어나 뛰려고 하니,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뒤처지기도 한다. 그런 사람들은 조교들에게 따로 불려가 체력단련이란 명목으로 얼차려를 받았다. 수호는 힘은 들지언정 뒤처지진 않았다. 그렇지만 석희를 이길 수는 없었다. 석희는 항상 가뿐하게 뛰었다. 그걸 지켜본 조교들은 어느새 석희에게 기수를 맡겼다. 기수는 매일 뜀뛰기 시간마다 중대 깃발을 들고 중대 맨 앞에서 달리는 사람이다. 석희는 늘 뜀뛰기 시간마다 깃발을 들고 뛰면서도 거칠게 숨을 쉬기는커녕 제자리에서 뛰기를 유지하면서 뒤에 따라오는 사람들을 연병장에서 기다렸다. 그렇게 체력이 좋으니 다른 조교들도 석희를 눈여겨보기 시작했다.

일 분 일 초는 천천히 지나가지만, 하루하루는 생각보다 빨리 지나갔다. 어느덧 입영장정에서 정식으로 훈련병이라 불렸고, 신체검사에서 문제가 있는 사람은 퇴소당했다. 수호는 어차피 다시 돌아와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퇴소당한 사람이 부러웠다. 지금 이 순간 이 공간을 떠나는 게 부러웠다. 철없는 생각이란 걸 알지만, 사람 마음이 그렇게 합리적인 건 아니다.

첫 주차 동안 군대 제식이란 걸 배웠다. 조교는 어렵고 휘황찬란한 단어를 써가며 제식의 위대함을 알려줬지만, 수호가 걸러 들은 결과, 그냥 통제하기 쉽게 따라야 할 것들이었다. 별거 없었다. 당장 학교에서도 쓰던 것들도 몇 개 있었다. 제식훈련 동안 수호가 느낀 건, 군대도 학교와 다를 게 없단 거였다. 다만 좀 더 거칠고, 합리적이지 못한 학교다.

훈련병으로 신분이 바뀌면서 전투복을 받았지만, 아직 개인 소총을 받지 못했다. 화기를 받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연방군으로 인정받는다는 뜻이기에, 그 전에 연방군으로서 기본 소양을 갖추기 위해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거다.

“금일부터는, 정신교육을 실시할 것입니다. 전 인원 필기구 챙겨서 복도에 집합까지 30초 드리겠습니다.”

유성 조교는 언제나 같은 목소리로 훈련병들을 지휘했다. 수호는 옆자리 한과 마석과 조교가 없을 때 잡담할 정도로 친해졌다. 이미 서로 말도 놓았다.

“정신교육이면, 밖에 안 나가겠지?” 한이 말했다.

“주변 친구들이 그러던데, 정신교육 주가 제일 꿀이래.” 석도가 필기구를 전투복 주머니에 넣으며 말했다. “그냥 일주일 내내 막사 안에서 역사 공부만 하면 된다고 말하던데.”

“드디어 찬 바람 안 쐬도 되네.” 수호는 지난 일주일 동안 찬 바람 아래서 제식훈련 받았던 기억을 떠올렸다. 군대에선 모두가 멍청이가 된다. 평소 잘 걷던 사람이 조교가 앞으로 가라는 순간, 같은 발과 손이 나가는 멍청이가 된다. 오른쪽과 왼쪽을 구분하지 못하기도 한다. 수호 역시 그 멍청이 중 하나였다.

복도에 집합한 훈련병들을 조교가 마지막으로 점검했다.

“교육관에서 한 번 더 교육할 거지만, 정신교육이라고 불량한 교육태도를 보인다면, 그 인원 분 아니라 소대 전체에게 얼차려 부여될 겁니다. 아시겠습니까.”

“예!”

“그럼 조교 따라갑니다. 앞으로 갓.”

발을 맞춰 조교를 따라 교육관으로 갔다. 내심 석희 옆에 앉아 몰래 대화를 나눌 기회라고 여겼지만, 조교는 교번 순서대로 훈련병들을 집어넣었다. 석희와는 저멀리 떨어져있다. 그나마 다행히 옆에 한과 마석이 있다.

다시 온 교육관은 첫날 신체검사때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다. 신체검사 때와는 달리, 책상과 의자들이 가득하다. 미묘하게 학교 교실 분위기가 났다. 신체검사 때는 의료기기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던 칠판 역시 학교의 향수를 내뿜었다. 의자는 학교 의자보다 구식이고, 책상에는 갖가지 낙서들로 가득하다. 내용은 주로 늦게 온 훈련병들을 놀리는 내용이다.

“이거 봐.” 마석이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81-14기. 자대 간다. 뺑이 쳐라.’

“81년도면, 지금 1년 남았겠네. 부럽다.” 수호가 말했다. 아마 이 낙서를 쓴 사람을 선임으로 만날지도 모른다.

“여기 낙서들 다 살벌하네.” 한이 웃었다. 수호도 따라봤다. 말마따나 거친 욕지기와 함께 힘든 훈련소 생활을 회상하는 내용들이다.

“김유성 조교 미친놈한테 걸리지 마라. 훈련소 내내 피곤해진다.” 수호가 낙서를 읽었다. 김유성 조교 이름 밑에는 분노의 빨간줄까지 쳐져있다. 고개를 돌려 벽에서 훈련병들을 자리에 앉히는 유성 조교를 보았다. 자기 소대 뿐만 아니라, 다른 소대 훈련병들 까지도 통제하는 모습은 낙서를 보고 나서 그런지, 더욱 살벌해 보였다. 괜히 침을 삼켰다.

훈련병들을 모두 자리에 위치시킨 유성 조교는 강단에 올라가 입을 열었다.

“정신교육은 찬 바람 부는 밖이 아니라, 따듯한 막사 안에서 받는 훈련입니다. 맞습니까?”

“예!” 괜히 불안해졌다. 일주일 간 훈련소에서 배운 걸 하나 꼽으라면, 수호는 조교가 갑자기 당연한 소리를 하면 위험하다는 걸 꼽을 것이다.

“제가 이 자리에서 약속할 수 있는 건, 여기서 한 명이라도, 단 한 명이라도 졸거나 교육에 집중하지 않는다면, 입영장정 기간 때 귀가조치를 밟지 않을 걸 후회하게 만들어 드릴 수 있다는 겁니다. 아시겠습니까.”

말투는 험악한 말과 달리 여느때처럼 낮고 차분한 어조였다. 그러기에 더욱 공포스러웠다. 떨리는 걸 최대한 숨기면서 대답했다.

“그럼, 정훈장교님이 오시기 전까지 앉아서 떠들지 않고 대기할 수 있도록 합니다.”

아까 그런 무서운 경고를 듣고 난 이후라, 감히 누구도 떠들 생각을 하지 못했다. 이렇게 무서운 분위기에서 기다리니 정훈장교라는 사람도 내심 무서워졌다. 어떤 사람이기에 저렇게 조교가 겁을 주는 걸까.

앞문이 열렸다. 전투복을 입은 남자가 들어왔다. 실내임에도 베레모를 쓰고 있다. 황인이 많은 아사 행성에서는 보기 드문 백인이다. 금발에 네모난 턱과 매부리코. 그리고 목 밑에는 중위 계급장이 달려있다. 유성 조교가 경례를 올렸다. 중위는 가볍게 경례를 받아줬다.

“반갑습니다, 다들. 저는 기초훈련단 소속 정훈장교입니다. 이번 일주일동안, 여러분들에 연방과 연방군의 역사, 그리고 여러분들이 왜 젊음을 바치면서 연방군에 복무해야는지에 대해 교육할 겁니다. 거기, 조교?”

“예.” 유성 조교가 정훈장교에게 다가갔다. 정훈장교는 유성에게 종이 뭉치를 건냈다. 백지에 줄만 쳐진 종이다.

“그거 나중에 필기 다 걷어서 검사할 거니까, 인원들 한 장씩 배분해.”

“알겠습니다.”

유성 조교는 맨 앞줄에 종이를 나누어주며 뒤로 전달하라고 지시했다. 수호는 종이를 받아 유심히 지켜봤다. 이름과 교번을 쓰는 칸을 빼면, 평범한 필기용 종이다. 주머니에서 보급받은 필기구를 꺼냈다. 책상이 학교에서 쓰던 것과 달리 기다란 일체형 책상이기는 하지만, 여기에 필통과 교과서만 있다면 학교에 온 느낌이 더욱 들었을 것이다. 옛 생각이 났다. 그리고 떨어진 대입시험의 미련도 살아났다.


‘붙었으면 딱 이렇게 생겼을 강의실에서 공부하고 있겠지’

정훈장교는 칠판에 홀로그램 장치를 켰다. 학교에서 보던 장치에 비해 더 오래된 장비를 쓰는지 영상 사이사이에 검은색 노이즈가 껴있다.

“이번 첫 시간에는 연방 수립 이전 역사에 대해 공부하겠습니다. 이 시대의 다른 이름을 아는 훈련병 있나요?”

“95번 훈련병!” 앞에서 두 번째 줄에 앉은 훈련병이 손을 들었다.

“말해봐요.”

“분쟁의 시대입니다.”

“훌륭하군요. 조교? 여기서 발표하는 인원들 상점 부여 가능하죠?”

“교관 재량입니다.”

상점? 상점에 대해서는 아직 교육 받은게 없다. 하지만 수호는 학교 생활을 통해 배운게 있다. 이렇게 단체로 밀어넣는 공간에서 상점을 모으면, 절대 나쁜 일은 일어나지 않는 거다.

“분쟁의 시대는 말 그대로, 인류가 하나의 울타리 안으로 들어서기 이전의 시대입니다. 우주시대 전은 말할 것도 없고, 2032년 우주개척시대는 물론, 20년 뒤 정착이 끝나고도 정치적으로는 통합되지 않은 인류는 한동안 행성과 행성으로 나뉘어 서로를 향해 총부리를 겨눴습니다.”

수호가 학교 역사 수업 때 배우던 내용이다. 지구시대 말기부터 우주 진출 시기와 정착시대, 그 기간을 통틀어서 ‘분쟁의 시대’라고 부른다. 학생 때도 역사를 좋아했던 터라 오히려 이런 수업이 반가웠다.

“분쟁의 시대의 시작과 끝을 언제로 보는지는 학자마다 다 말이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우주개척시대로부터 10년 전을 분쟁의 시대의 시작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 시기부터 인류사에 전쟁이 그친 적이 없거든요. 대표적인 전쟁 아는 사람 있나요?”

수호는 손을 들었다. 본인도 들고 놀랐다. 모든 훈련병들과 정훈장교의 눈이 수호를 향했다.

“목소리 좋네요. 말해볼래요?”

“이게 전쟁으로 봐도 될진 모르겠는데, 화성 내전입니다.”

“맞습니다.”

정훈장교가 말했다. 떨리던 마음이 풀어졌다.

“다 알다시피, 지구가 시한부 판정이 받은 이후, 돈 좀 있다는 나라들은 전부 우주로 나갈 계획을 세웠습니다. 이를 우주개척시기라고 부르죠. 당시 화성에 가장 빨리 당도한 세 국가가 미국과 러시아, 그리고 중국이었습니다. 이 세 국가들은 강대국이기에 서로를 견제했지만, 우주 개발에서는 적어도 표면적으론 지구 공공의 이익이라는 명목 아래에 협력을 했습니다. 그리고 미국 러시아 중국은 우주개척협정을 맺습니다. 개척협정 내용은 여기 홀로그램으로 띄워둘게요.”



1.화성 내 개척지와 개척예정지는 협정에 동의한 국가들이 공동으로 관리한다.

2.화성 외부에 탐사선을 보낼 시, 지체없이 타 협정 채결 국가들에게 통보한다.

3.화성을 포함한 지구 외부 우주에서는 그 어떤 군사적 행동을 금한다.

4.지구에서 추가적으로 탐사대를 보낼 시, 지체 없이 협정 채결 국가들에게 신고한다.

5.추가 탐사 신고를 받은 후, 정당한 절차를 포함한 심사 후 해당 탐사 희망 국가에게 결과를 통보한다.


“여기서 문제가 되었던 게 바로 3번 항목이었습니다. 협정이 채결된 우주개척시기 초창기에는 우주군을 창설한 국가가 통틀어서 우주개척협정에 동의한 세 국가 뿐이고, 말만 창설이지, 사실상 공군의 역할을 확대시킨 거 뿐이었으니까요. 그러다가 예상치 못한 위기가 찾아옵니다. 바로”

‘사막 침공’

수호의 머릿속에 벌써 역사책이 펼쳐졌다. 역사 시간에 배운 내용에 따르면, 구 카자흐스탄 지역의 우주 기지를 무력으로 탈취한 후, 우주개척협정을 무시한 채로 자체적으로 탐사대를 화성으로 보낸 사건이다. 우주기지를 탈취한 무리는 당시 이슬람이란 종교를 중심으로 뭉친 ‘사막 형제단’이었다. 당시에 종교 내에서도 여러 갈래로 찢어진 종파들끼리 내전이 빈번하던 그들을 한 ‘선지자’라고 주장한 이 이래 통일된 이후, 하나의 거대한 준국가조직을 발전한 단체다.

“사막 형제단이 불법적으로 발사한 탐사선이 화성으로 다가갔지만, 당시 화성에 주둔한 개척단들은 마땅히 손 쓸 방법이 없었습니다. 개척단을 화성에 파견보낼 때, 많은 토목장비, 건설장비, 그 외 연구장비들을 보냈지만, 정작 무기는 하나도 화성에 있지 않았습니다. 궁여지책으로 개척단들은 건설장비와 토목장비를 이용해 연구시설을 요새로 개조했습니다. 레이더는 사막 형제단의 수송선은 점점 다가오고 있다 말하고, 하루하루가 피말리는 긴장상태였습니다.”

홀로그램을 넘겼다. 요새처럼 개조된 당시 화성탐사기지와 하늘을 나는 수송선이 보인다.

“그런데 사막 형제단의 수송선은 개척단의 예상과 다른 곳으로 향했습니다. 당시 개척단은 사막 형제단이 이미 탐사가 끝나고 물자 보급선이 사용하는 공항으로 올 것이라 예상하고 그곳에 방어시설을 건설했습니다. 하지만 사막 형제단은 예상과는 정반대로, 미개척지를 향해 수송선을 몰았습니다. 개척단은 처음에는 레이더의 오류라고 생각했고, 레이더가 멀쩡하다는 걸 안 후로는 사막 형제단의 조종 미숙으로 인한 사고라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실제로 수송선이 레이더에 나타나다 미개척지로 향한 이후로는 레이더에 그 어떤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수호는 어깨에 무게감을 느껴 고개를 돌렸다. 졸고 있는 마석이 머리를 수호의 어깨 위에 얹혔다. 수호는 깜짝 놀라 마석을 몰래 깨웠다. 감겼던 마석의 눈이 번쩍 뜨였다.

“졸면 안 돼.”

마석은 턱을 팔로 훔치며 말했다.

“어우, 고마워. 이런 자리가 제일 힘드네.”

수호는 조는 마석을 보고 석희도 걱정되었다. 학생 때를 되돌아보면, 체육 시간을 빼고 멀쩡히 깬 채로 수업을 들은 기억이 손에 꼽을 정도다. 고개를 빼꼼 들어 석희 뒤통수를 찾았다. 다행히 머리는 들고 있다. 저 상태로 조는 경우가 많긴 하지만, 여기서까진 그러지 않으리라 믿었다. 다행히 유성 조교는 벽에 기댄 채로 다른 생각을 하고 있고, 정훈장교도 홀로그램에 집중하고 있어서 조는 훈련병이 있고 없고는 관심 밖이다.

“차라리 몸 쓰는게 나을 거 같은데. 이렇게 앉아 있는 건 질색이야.” 마석이 말했다.

“아까만 해도 정신교육이 실내라서 좋다고 하지 않았어?” 한이 물었다.

“내 스타일은 아니야.”

정훈장교는 계속 수업을 이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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