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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짐 님의 서재입니다.

병정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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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짐
작품등록일 :
2020.03.19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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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27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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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22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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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DUMMY

다른 친구들도 각자의 방법으로 입대 전 마지막 하루를 즐기고 있었다. 석희는 숙취를 해소할 겸 집에서 하루종일 누워있기로 했다. 민석이는 가족들과 외식을 나갔다. 황홍은··· 연락이 안 된다. 여하튼 혼자 밖에 있는 건 수호 혼자뿐이었다. 커피를 홀짝였다. 값에 비에 양이 좀 적다고 생각했다. 벌써 반밖에 남지 않았다. 천 주켈만 추가했으면 더 큰 사이즈로 받을 수 있었는데, 수호는 괜히 천 주켈 아끼려다 손해 봤다고 생각했다. 아끼면서 한 모금 한 모금 음미하며 마셨다. 그래봤자 느껴지는 맛이라곤 쓴 맛 뿐이다.

카페에서 나와 아무 상점이나 들어갔다. 악세사리점, 서점, 대형마트, 구매는 안 하고 그저 구경만 했다. 돌아다니는 사회 속 사람들을 구경했다. 저런 사람들마저도 내일부턴 볼 수 없으니까. 여태 한 달 동안 놀기 위해 의식 한 구석에 몰아넣었던 생각들이 다시 머릿속을 헤집기 시작했다. 생각에 빠져있는데 주머니에서 진동이 울렸다. 꺼내보니 문자가 한 통 왔다. 수현의 문자다.


‘엄마가 케이크 사라던데, 오빠 무슨 맛 좋아함’

딱히 어떤 맛을 좋아한다고 스스로 정해놓은 적은 없었다. 그렇지만 갑자기 땡기는 맛은 있다.

‘초콜렛.’

‘6시까지 간다. 알아서 오던가.’

참 친절한 여동생을 두었다. 버스를 타러 다시 거리로 나갔다.


집에 도착하니 딱 6시였다. 집으로 들어갔는데 불은 다 꺼져 어두컴컴하고 거실 한 켠만 약한 빛이 빛나고 있다. 식탁 위에 양초 꽃은 케이크가 있다. 헛웃음이 새어나왔다.

“뭐야 그게.”

“뭐긴 뭐야. 오빠가 먹고 싶다고 해서 기껏 사 왔더니 반응이 왜 그래.”

“글. 고맙다.” 케이크는 진한 초콜렛 케이크였다. 그리고 케이크 위에 글귀가 쓰여있다.

“입대 축하?”

“케이큰데 축하할 껀덕지는 있어야지. 입대 축하하고, 다치지만 마.” 수현이 웃었다. 맨날 용돈만 달라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철든 모습의 여동생을 보니 웃기기도 하고 고맙기도 했다.

“눈물나게 고맙네.”

“아빠는 늦는다니까, 우리끼리 먼저 초 불고 케이크 먹자.” 수호 어머니가 말했다. 다들 케이크 앞에 앉아 손뼉을 치며 노래를 불렀다.

“입대 축하합니다, 입대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 음악에 가사를 바꿔서 불렀다.

“부르지 마, 부르지 마.” 수호가 손사래를 치며 말렸다.

“아, 왜. 케이크 앞에선 이런 거 불러야 맛있지. 오빠는 진짜 이런 거 모른다니까.”

수호는 포기했다.

“그래, 불러라 불러.” 그래도 입가엔 미소가 생겼다.


여느날처럼 눈을 떴다. 하늘은 맑고 기온도 1월이라기엔 굉장히 훈훈했다. 자면서 운석 한 방 떨어지길 바랬다, 그러나 그런 일은 없었다. 일어나 거울 앞에 섰다. 머리를 빡빡 민 자신이 보였다. 뒤를 쳐다봐 가방을 보았다. 부대에 필요하다는 물건들을 싼 가방이다. 필요 없다고 말했지만, 어머니가 억지로 싸준 가방이다.

여태까지 정말 오지 않았으면 하고 기도했던 날이지만, 정작 당일이 되어보니 의외로 수호 자신이 이를 받아들이고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머릿속의 부정적인 생각은 사라지고, ‘까짓거, 가면 그만이지’ 라는 생각이 자리 잡았다. 정신은 맑고, 몸도 가뿐하다.

거실의 부모님들도 이미 일어나 나갈 채비를 하고 있다. 수현 만 아직 잠옷차림으로 잠이 덜 깬 채 입에 칫솔을 물고 어머니에게 잔소리를 듣고 있다. 이 광경도 이제 한동안 볼 수 없기에 머릿속에 남기려고 쳐다보았다. 수현이 징그럽게 왜 그런 눈으로 쳐다보냐는 말에 겨우 고개를 돌렸다.

가방은 크지만 무겁진 않았다. 부피만 큰 짐들이 대부분이다. 가방을 들고 집 밖으로 나가 차 트렁크에 실었다. 뒤를 돌아봤다. 한 번도 이사가지 않고 20년 동안 살았던 집이다. 이제 잠시 작별해야 할 집이다. 집을 쳐다보고 다시 돌아보았다. 차에 올라탔다. 차에 탄 후에는 다시는 집을 쳐다보지 않았다.



훈련소 앞은 수많은 차들과 차만큼 더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주변을 둘러보며 석희 가족을 찾았다. 석희네 가족은 이미 부대 위병소 앞에서 입소절차를 밟고 있었다. 수호가 석희의 이름을 부르며 석희에게 다가갔다. 석희도 오는 수호를 보고 손을 흔들었다.

“같이 가자니까. 먼저 하고 있네.”

“너 안 보이길레 안에 먼저 들어가서 기다리려 했지. 아주머니 아저씨 안녕하세요.” 석희가 수호 부모님에게 인사를 드렸다.

“여기서 뭐 하면 돼?”

“그냥 여기서 니 이름 찾아서 서명하면 돼. 너 나랑 같은 소대더라.”

“그래? 잘 됐네.” 소대가 무슨 뜻인지 정확히 잘 알진 모르지만, 여튼 같은 거라니 기뻤다. 아마 학교의 반과 비슷한 개념이라 추측했다. 뭐가 되었든, 석희랑 같은 공간이란 거에 안심이 됐다.

“너 몇 번이냐?” 석희가 수호에게 물었다.

“어? 무슨 번호?”

“이름 옆에 번호. 그거 자기 교번이라고 외우라던데. 나는 237번.”

수호는 자기 이름을 찾고 옆에 번호를 보았다. 168번이다. 석희와 크게 차이나는 숫자라는게 마음에 걸렸다.

수호도 입영자를 관리하는 군인 앞에 앉아 서류에 서명했다. 생각보다 친절했다. 자기 이름을 한참 찾는 수호를 도와 이름을 찾아주고, 관련 절차들을 알려주었다.

“2시까지 부대 내 시설 둘러보실 수 있고요, 1시 30분부터는 강당에서 입영문화제가 있으니까, 관심 있으면 관람하시면 됩니다.”

안내를 받고 부대 안으로 들어왔다. 부대는 군사시설이라기보단 학교에 가까운 외형이다. 전시를 위해 놓은 군사 장비들이 아니면 학교라고 해도 믿을 정도였다.

수호와 석희와 가족들은 보급품 전시대로 갔다. 곧 둘이 보급받을 보급품들을 보았다. 속옷부터 장구류, 무기, 그리고 간식들까지 다양했다. 수현은 보급 간식들을 보고 눈이 동그래졌다.

“뭐야. 군대서도 단 음식 나오네. 어제 케이크 안 사도 됐었네.”

“너도 2년 뒤에 지원하던가.”

“싫은데.” 혀를 내밀어 수호를 놀렸다.

수호와 석희는 군사 장비들에 관심이 갔다. 특히 거대한 전차와 총포류들은 갓 스무 살 된 남자의 관심을 가지기 좋은 물건들이다.

“이게 뭐에요?” 수호가 책상 위에 놓인 총을 가리키며 전시대를 지키는 군인에게 물었다. 군인은 친절하게 답해주었다.

“이 총기는 연방 제식 무기 중 하나인 UA-1 소총입니다. 앞서 부대에 들어오시면서 보셨을 위병소 초병부터 시작해 최전방에서 연방의 안전을 위해 싸우는 최정예 병사들 모두가 UA-1 소총을 들고 연방의 적들과 맞서 싸웁니다.” 군인은 한껏 굵은 목소리로 소총을 과장되게 설명했다. 소총 말고도 많은 무기들이 진열되어있다. 기관총, 수류탄, 유탄발사기, 그리고 진열대 옆 바닥에는 박격포들도 설치되어있다.

“이거 메고 다녀요?” 석희가 박격포를 가리키며 물었다.

“예, 그렇습니다. UM187 85mm 박격포는 연방방위군 보병이 도수운반 할 수 있는 무기 중 가장 크고 강력한 무기입니다.”

그러다가 수호와 석희의 눈을 사로 잡은 물건이 있었다. 기다란 총열과 커다란 조준경이 달린 저격총이다.

“이건 저격총이에요?” 석희가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렇습니다. 구경 12.7mm 탄환을 사용하며, 단 한 발로 고가치표적을 제압할 수 있는 무기입니다.”

“혹시, 가서 저격수도 뽑아요?” 석희의 눈이 더욱 커졌다.

“예, 뽑습니다. 특공대에서 매 기수마다 저격수들을 차출해갑니다.”

“힘들걸.” 뒤에 서 있던 수호 아버지와 석희 아버지가 동시에 말했다.

“왜요?” 석희가 물었다.

“양성 과정이 워낙 힘들어서 말이야.” 수호 아버지가 답해줬다.

“얼마나요?”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일 거다.”

“혹시 어디서 근무하셨는지요?” 석희 아버지가 수호 아버지에게 물었다.

“바이르 행성 2특공여단에서 복무했습니다.” 잠시 호흡을 멈췄다. “저격병으로요. 한 4년 못 돼게 복무했습니다.”

복무지를 듣고 석희 아버지의 표정이 밝아졌다.

“바이르 행성이면 고생 좀 하셨겠네요. 저도 중위부터 대위 시절까지는 바이르 행성에서 여러 부대를 돌아다녔거든요. 엄청 더웠겠네요.” 바이르 행성은 연방령 행성들 중에서 더위로는 손에 꼽히는 행성들 중 하나다.

“아빠 특공대였어요?” 수호는 이 사실을 이제야 들었다.

“그래.”

“왜 여태 말 안 하셨어요?”

“굳이 말 할 필요가 있니. 전역하면 그만인데.” 별일 아니라는 투로 말했다.

장비들을 보고난 뒤에는 부대 막사 안으로 들어갔다. 막사 안에는 여러 부대시설이 있었다. 체육시설, 식당, 생활관 내부까지 둘러보았다. 수호는 보면 볼수록 군사시설이라기보다는 기숙사 같다고 생각했다. 만약 대학교에 붙었어도 이런 기숙사에서 생활했을까?

석희와 수호의 가족들은 군대 시설들을 둘러보며 감탄사를 뱉었다. 특히 두 아버지들은 자신들이 생활했던 시대와는 확연히 달라진 시설들을 보고 웃었다.

“시설 참 많이도 좋아졌네.” 수호처럼 아사기초훈련소에서 훈련받은 수호 아버지가 깨끗하게 페인트 발린 벽면을 만지며 말했다.

“아빠는 여기서 훈련 안 받았죠?” 석희가 고개를 돌려 자기 아버지에게 물었다.

“나는 장교후보생들 훈련 전담하는 곳에서 받았지. 졸업사진 찍고 딱 두 달 만에 군대갔네.” 옛 추억 생각하며 웃는 석희 아버지의 어깨를 누군가 쳤다. 고개를 돌려보니 키가 석희 아버지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남자가 웃으며 서 있다. 석희 아버지는 잠시 고개를 찡그렸다. 남자의 얼굴을 유심히 쳐다보았다.

“누구신지···”

“저 못 알아 보시겠습니까?” 남자는 자신의 군복에 ‘류관용’이라 적힌 명찰을 보여주었다. 고민으로 찡그린 석희 아버지의 얼굴이 펴졌다. 그리고 이내 반가움을 온몸으로 표하며 그 남자를 껴안았다.

“야! 오랜만이다! 잘 지냈냐!”

“항상 잘 지내고 있습니다. 오늘 무슨 일로 오신 겁니까?”

“오늘 우리 아들 입대라서. 너는 무슨 일로 온 거야?”

“저 여기서 근무합니다. 130연대요.”

“아깝네. 우리 아들은 129연대인데. 그건 그렇고, 언제 대령까지 진급했어?”

“이제 막 진급했습니다. 아직 이취임식 물도 안 빠졌어요. 다음에 한 번 연락 드리겠습니다.”

“그래. 종종 연락해.”

서로 경례를 올리고 헤어졌다. 류관용 대령이 시야에서 사라지고 나서야 석희가 물었다.

“누구에요?”

“나 훈육장교 할 때 내 담당 생도였어.”

“훈육장교요?” 그게 뭐냐는 묻는 목소리다.

“쉽게 말해서, 학교 선생님 역할이야. 쟤는 내 학생이었고. 참 똘똘한 놈인데, 벌써 저만큼 컸네.”

“몇 년 전이에요?”

“중위 때니까, 기억도 안 나네. 십 년도 더 넘었지.” 대화 중에 복도 천장에 달린 스피커에 잡음이 나왔다. 그리고 이내 숨을 내뱉는 소리가 두 번 들리고는 방송이 시작됐다,

“아, 현 시간부로 막사 내 모든 입영장정 및 입영장정 가족분들께서는 연병장으로 모여주시기 바랍니다.”

“연병장?” 수현이 물었다.

“운동장 말하는 거야.” 수호 아버지가 답해줬다. 복도의 다른 가족들도 방송을 듣고는 막사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수호와 석희 가족도 따라 나갔다. 수호는 뒤를 돌아 빈 생활관을 보았다. 잠시 후 저기서 생활을 시작하리라. 밀려오는 인파에 수호는 딸려 막사 밖으로 나갔다.

연병장에는 이미 자리를 잡은 사람들도 있었다. 중앙에는 제복을 입고 커다란 악기를 든 군인들도 있었다. 행사를 진행하는 군인들이 가족들은 단상 옆 좌석으로 보내고 입영장정들은 연병장으로 보냈다. 수호와 석희는 먼 자리로 서로 찢어졌다. 그리고 검은 철모를 쓴 군인들이 입영장정들 앞으로 위치했다. 여태 안내해주던 친절한 인상의 군인들과 달리, 이들은 기계적이고 무서운, 수호가 여태 상상하던 이미지의 군인들이다. 그 군인들을 인솔하는 장교 한 명이 단상 앞에 섰다.

“곧 입소식 행사를 진행할 겁니다. 여러분들은, 그저 제가 하라는 대로만 하면 됩니다. 아시겠습니까.”

다들 처음 당해보는 통제에 눈치만 보다가 작은 목소리로 웅성거리듯 ‘예’라고 답했다. 장교는 마음의 들지 않는 표정을 지었다.

“앞으로 여러분들은 군인이 될 사람들입니다. 군인답게! 큰 목소리로 우렁차게! 한 번에 대답할 수 있도록 합니다. 알겠습니까!”

장교의 엄한 목소리에 다들 정신을 차렸다. 아까보다는 더 나은 목소리로 답했다.

“그럼 지금부터 입소식 연습을 진행할 겁니다. 앞에 계시는 여러분들의 가족들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잘 따라와 주시길 바랍니다. 조금 있다, 연대장님이 입장하실 건데, 제가 ‘연대장님께 대하여, 경례!’라고 구령을 넣으면, 여러분들은 최대한 커다란 목소리로 ‘충성!’을 외치며 경례를 하시면 됩니다. 경례는 오른손으로 하며 절대로 손바닥이 정면을 향해서는 안 됩니다. 아시겠습니까?”

“예!” 조금 전과 비교하면 더욱 발전한 목소리다.

“그럼 연습해보겠습니다. 연대장님께 대햐여, 경례!”

“충성!” 목소리는 우렁찼지만, 손을 올리는 시간이 제각각이었다. 장교는 고개를 저었다.

“다시 한 번 더 해보겠습니다. 손은 ‘충!’ 부분에서 올리는 겁니다. 다시 하겠습니다. 연대장님께 대햐여, 경례!”

“충성!” 이번에는 아까보다 조금 더 나아졌다.

“그렇게 손을 계속 들고 있다가, 제가 ‘바로’라고 구령을 넣으면, 그때 다시 차렷자세로 돌아가면 되겠습니다. 아시겠습니까? 절대로, 먼저 손을 내려선 안 됩니다. 자, 바로!” 다들 일사분란하게 손을 내렸다. 수호는 지금 자신이 뭘 배우고 있는지도 모르겠는데 알아서 따라주는 몸뚱이가 신기했다.

“연대장님께 경례를 올리면, 그 다음으로 군악대가 연방찬가를 연주할 겁니다. 이때 제가, ‘연방기에 대하여 경례’라고 구호를 넣을 건데, 절대로, 여기에선 경례 구호를 넣어선 안 됩니다. 아시겠습니까.”

“예!”

“자 해보겠습니다. 연방기에 대하여, 경례!”

“충!”

산발적으로 충 소리가 났다. 이내 자신이 잘못했음을 알고 입을 삼켰다.

“다시 해보겠습니다.” 아까보다 훨씬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말 톤부터 이미 경고의 이미지를 보내고 있다. 아까 소리를 내었던 사람들은 침을 삼켰다.

“연방기에 대하여, 경례!”

이번에는 다행히 팔 올리는 소리만이 들렸다. 군악대가 연주를 시작했다. 수호는 연방찬가가 이렇게 긴 노래라는 걸 처음 느꼈다. 경례 자세를 유지하는 팔이 아려오기 시작했다.

“군악대 연주 중지.” 군악대가 연주를 멈췄다. “전체 바로. 잘 했습니다. 그렇게만 하면 됩니다. 여러분들이 이번 행사에서 해줄 것은, 이 두 경례 뿐입니다. 잘 할 수 있습니까,”

“예!.”

“그럼 전체 각자 편한 자세로 다리 좀 풀어주고 있다가, 제가 동작그만이라고 말하면 아까처럼 차렷자세로 돌아가면 됩니다. 알겠습니까.”

“예!.”

수호는 긴장이 풀리자 이제야 다리에 피가 도는 느낌이 들었다. 차렷자세가 이렇게 힘든 자세라는 걸 처음 느꼈다. 학교에서 교장선생의 훈화 시간도 이러진 않았었다. 편한 자세를 취한지 채 1분도 되지 않아 연대장이 건물에서 나와 단상으로 걸어오기 시작했다. 장교는 아까보다 더욱 각 잡힌 자세로 우리를 향해 돌았다.

“전체 동작그만!” 연습 시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성량이다. 부대 전체가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그 목소리에 기가 눌려 다들 자세를 잡았다.

“연대장님께 대하여, 경례!”

수호는 숨을 깊게 쉬었다. 짧은 시간 동안 모든 힘을 목에 주었다, 살면서 가장 큰 목소리를 질렀다.

“충성!”

병력들이 자세를 갖춘 것을 보고는 뒤를 돌아 연대장을 향해 자신도 경례를 올렸다. 군악대는 음악을 연주했다. 처음 듣지만 정말 군대 느낌이 물씬 풍기는 노래다. 노래가 끝나고 나서야 연대장이 손을 내렸다. 장교도 손을 내리고 뒤를 돌아 ‘바로’ 구령을 내렸다.

언제왔는지 모를 군인이 연대장 옆에 서 마이크에 입을 대고 말하기 시작했다.

“지금부터, 82년 1기 입영식을 거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지금부터 연방찬가를 제창하도록 하겠습니다. 단상과 좌석에 계신분들 께서는 뒤를 돌아 정면의 깃발을 바라봐주시길 바랍니다.” 가족들이 모두 일어나 막사 건물 앞에 서 있는 깃대를 보았다.

“연방기에 대하여, 경례!”

팔 올리는 소리만 들렸다. 아무도 구호를 넣지 않을 것을 보고 장교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군악대는 연방찬가를 힘차게 연주했다. 후렴구를 지날 즈음엔 제발 1절만 연주하고 끊어주길 바랬다. 다행히 그 바람은 이뤄졌다. 1절을 다 연주한 군악대는 악기를 내려 차렷 자세를 취했다.

연방찬가 연주가 끝나고 연대장이 단상 위에 섰다. 장교가 경례를 올리자 연대장이 받아주었다. 장교는 뒤로 돌아 병력들에게 구령을 내렸다.

“열중 셧!”

병력들은 구령에 맞춰 다리를 벌리고 두 팔을 등 뒤에 놓았다. 연대장은 마이크를 손으로 톡톡 치고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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