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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명전율 님의 서재입니다.

최강의 무덤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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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명전율
작품등록일 :
2021.10.13 04:30
최근연재일 :
2021.12.15 15:39
연재수 :
1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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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4
추천수 :
1
글자수 :
37,523

작성
21.12.15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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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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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제이크 단장과 세바스찬

DUMMY

쌍둥이 산맥에서의 전투 후로 일주일이 지났다.


“으, 추워···”


이제는 눈이 수북히 쌓였다. 땅은 해가 떠있는 시간에도 녹을 줄 몰랐지만, 다행히 나에겐 저승나무가 있었다. 저승나무의 뿌리가 꿈틀거리며 흙을 밀어내 묫자리를 만들어주었다.


“애들아 감기걸리겠다, 들어가자.”

요안나와 유니는 큼지막한 눈사람을 만들고 있었다. 요안나는 몸통을, 유니는 머리통을 만들었다. 유니는 내가 키메라인 아이에게 붙여준 이름이었는데, 이마에 난 하나의 뿔 때문이었다.


“이거 올려줘!”


유니가 뭉친 눈덩이를 몸통에 올리자 그럴듯한 눈사람이 완성됐다. 요안나가 까치발을 들고 돌맹이 두 개를 콕 박았다.


“완성이야?”

“응, 완성이야!”


요안나가 유니보다 키도 컸고, 나이도 많아서 유니를 잘 챙겼다. 유니도 요안나를 좋아했다.


“그럼 이제 돌아가야지?”

“힝, 더 놀고 싶어.”

“내일 더 놀면 돼, 눈사람도 안 녹을 거야.”


입을 삐죽 내민 유니를 요안나가 달랬다. 유니와 요안나를 데리고 집으로 들어왔다. 수프가 알맞게 끓고 있었다. 유니는 왼손으로 스푼을 잡았다. 오른손잡이였지만, 어쩔 수 없었다. 아이의 오른손은 인간이 아닌 파충류의 것이었다. 단단한 비늘이 피부를 대신했고, 손끝에는 날카로운 발톱이 달려있었다.


‘도대체 무슨 실험을 했던 걸까.’


마신숭배자와의 전투 다음날에 유니가 알려준 동굴을 찾아갔다. 내부는 끔찍했다. 수십 개의 감옥 안에는 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시체가 가득했다. 사람을 제물로 바친 흔적도 있었다. 급하게 동굴을 떠난 것 같았는데, 어떤 실험을 하고 있었는지 알아낼 수 있는 증거는 남기지 않았다.


‘모든 실험체를 죽이고 유니를 쫓아올 정도라면···’


유니가 그들이 원하는 실험결과라는 뜻이었다. 수프를 먹는 유니를 찬찬히 살펴봤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이마에 있는 흰색 뿔이었다. 정말 작은 뿔이었지만, 자세히 보면 앞이 아니라 뒤로 굽었다. 공격적인 몬스터의 뿔은 대부분 앞으로 굽는 경향이 있다.


‘몬스터는 아닌 것 같고. 어디서 가져온 뿔이지?’


동공은 파충류의 형태였다. 눈색깔은 양쪽이 달랐는데, 오른손이 파충류의 것인 걸 보아 노란색의 오른쪽 눈이 이식된 생물의 영향이었다. 나머지는 사람과 같았다.


‘신체내부구조가 다를 수도 있겠지만, 그걸 확인할 수는 없으니까.’


그리고 굳이 알아야 할 필요도 없었다. 마신숭배자들에게나 필요한 정보지, 나에게는 귀여운 아이일 뿐이니까. 유니가 앙증맞게 두 손으로 그릇을 내밀었다.


“더 줄까?”

“응, 더 줘!”

§


마신숭배자의 습격으로 엉망이 된 마을에 기사단이 도착했다. 깃발에는 세 마리의 황금늑대가 그려져 있었는데, 율리아 제3기사단의 문양이었다.


“자네가 이 곳의 촌장인가?”

“그렇습니다요.”

“제이크 단장님께는 사실만을 고해야 한다. 알겠나?”

“그리하겠습니다.”


촌장은 막사에 들어가 머리를 숙였다. 다이크 단장은 나이가 있었다. 그의 머리카락은 노랗다기보다 흰색에 가까운, 레몬 속껍질 색이었다.


“자네가 작성한 보고서는 모두 읽어보았는데, 궁금한 부분이 몇 있더군. 먼저, 마수와 마수가 싸웠다고 했는데··· 사실인가?”

“그것은 제가 직접 본 것이 아니라, 주민들의 증언을 취합한 것이어서···”

“확실하진 않겠군.”


주민들의 증언이 일관된 것을 고려하면 사실일 가능성이 높았지만, 촌장은 단장의 말꼬리를 잡을 정도로 멍청하진 않았다.


“마수들을 처리한 게 율리아라고?”

“그렇습니다요, 마을 중앙의 종탑으로 마수를 모아 전격으로 처리했습니다.”


촌장의 들뜬 목소리에 제이크 단장이 미소지었다. 그는 품속에서 두루마리를 꺼내 펼쳤다.


“혹, 이자인가?”


고상한 외모에 남자였는데, 금발에 푸른 눈동자는 율리아 가문의 특징이었다.


“제 기억으로는 그분의 머리카락은 흑발이었습니다요.”

“머리 색은 중요하지 않다. 외모만 보아서는 어떤가?”

“외모만 보아서는···”


촌장이 게슴츠레 눈을 뜨고 그림을 보았다. 그림은 또렷히 보였지만, 문제는 촌장의 노안이었다. 촌장은 마수를 잡은 남자의 얼굴을 정확히 보지 못했다. 하지만, 마수를 물리친 자가 율리아 가문의 일원이라는 것은 칭찬이었지 욕이 될 것 같진 않았다.


“맞는 것 같습니다요.”


촌장의 말에 기사단장 제이크가 웃음을 터트렸다.


“이놈이 내 아들이네, 자기도 영웅 레오나드 율리아님께서 그랬던 것처럼 대륙을 떠돌고 싶다더니 이곳에서 마수를 물리칠 줄이야! 우하하!”

“추, 축하드립니다요! 공자님 덕분에 저희가 살 수 있었습니다.”

“그래, 이만 가보게나. 마을이 엉망이 되어 힘들 터인데.”


제이크의 손짓에 촌장은 굽신거리며 막사를 나갔다.


“제이크 단장님, 세바스찬님이 뵙길 원합니다.”

“들여보내라.”

“알겠습니다.”


앞뒤 꽉 막힌 교회놈들을 싫어하는 제이크였지만, 그들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제이크는 싫은 기색없이 세바스찬을 맞이했다.


“제이크 율리아 단장님. 사제단이 이곳을 조사한 결과 마수와 언데드의 흔적을 발견하였습니다.”

“그렇소, 보고서에도 그렇게 써 있더군.”

“그렇습니다. 허나 보고서에는 이 마수가 본래 인간이었다는 사실이 누락되었더군요.”

“...뭐라 했소?”

“이 마수가 본래 인간이었습니다.”


제이크가 세바스찬에게 바짝 다가섰다.


“그 말, 책임질 수 있겠나?”


마수야 음의 마나가 고이는 곳에서 얼마든지 생겨날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이 마수가 되었다는 것은 단 하나만을 의미했다. 바로 마신숭배자의 마수화였다. 세바스찬의 목소리에는 떨림이 없었다.


“마수가 무리지어 마을을 습격했다는 점이 의심스럽더군요. 형체를 알아볼 수 있는 사체는 모두 사라졌지만, 주님의 도움으로 마수의 살점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성수를 떨어뜨리니 치유반응과 소멸반응이 함께 일어나더군요.”

“알아듣게 말하시오.”

“인간이라면 치유반응만, 마수라면 소멸반응만 일어납니다. 두 반응이 동시에 일어나는 건 마수가 본래 인간이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마신숭배자가 모습을 드러내다니.”


방금 전까지 아들자랑에 신났던 제이크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마신숭배자의 등장은 그 자체만으로 큰 문제였지만, 자신의 가문인 율리아의 영지에서 나타났다는 건 충격이었다.


§


세계와 분리된 어둠의 공간에, 일곱 개의 어둠이 모습을 드러냈다.


“사고를 크게 쳤더군.”

“생각은 하고 사는 건지, 정말.”

“실험체는 회수한건가?”


끝없는 질책이 이어졌다. 그들을 진정시킨 건 중앙에 앉은 어둠이었다.


“우선 그의 말을 들어보지, 말해라 입실론, 우리는 들을 테니.”

“...쌍둥이 산맥의 실험장에서 7벌 실험체가 탈출했다. 곧바로 쫓았고, 마을에 숨어든 흔적을 찾았다. 마을을 통째로 지워버리고 실험체를 회수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율리아가 그곳을 지키고 있더군. 놈의 번개에 눈알이 터졌다. 여기까지가 내가 본 전부야.”

“우리가 알고 싶은 건 실험체를 되찾아 올 수 있냐는 거야.”


신경질내는 어둠은 굉장히 독특했다. 여성의 목소리로 말하다가 어느 순간 남자의 목소리로 말했다. 입실론은 침묵했다.


“그 침묵은 긍정의 뜻으로 받아들여도 좋겠는가?”


낮게 울리는 남자의 목소리 있었다.


“실험체의 흔적이 끊겼다. 마을 입구에서 사라져버렸어.”

“곤란하군···”

“입실론, 그 실험체 하나에 얼마나 많은 자원이 쓰였는지 알긴 하는 거지?”

“잘 알고 있다. 아라크네, 네 도움을 많이 받았지.”

“알긴 안다니 다행이네.”


험악해질 뻔한 분위기가 풀어졌다. 입실론이 아라크네에게 굽힌 것은 스스로의 잘못을 인정한다는 뜻이었다.


“실험체를 찾지 못한다고 가정하고, 새로운 실험체를 만들어낼 수 있겠나?”

“시간이 걸리겠지만 충분히 가능하다.”

“그럼 부탁하지.”


어둠의 집회가 끝나고, 입실론은 공간을 빠져나왔다.


까드득-


“버러지 같은 것들···”


실험할 때는 신경도 쓰지 않다가, 실험이 성공하자 개떼처럼 달려들었다. 그래놓고 이제와서는 실험체를 놓쳤다는 이유로 질책이라니. 시체를 뜯으러 모이는 벌레와 다를 바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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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이크 단장과 세바스찬 21.12.15 11 0 9쪽
9 종탑에서의 전투 21.12.14 14 0 9쪽
8 7번 실험체 21.12.13 15 0 8쪽
7 저승나무의 공간 21.10.18 23 0 9쪽
6 율리아 가문묘지 털이 21.10.17 25 0 10쪽
5 네크로맨서 무덤지기 21.10.14 24 0 10쪽
4 시체도둑 처리 21.10.14 24 0 10쪽
3 난쟁이와 길쭉이 21.10.13 22 0 8쪽
2 무덤지기 영웅, 디그 21.10.13 32 0 9쪽
1 현실 +2 21.10.13 55 1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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