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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명전율 님의 서재입니다.

최강의 무덤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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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명전율
작품등록일 :
2021.10.13 04:30
최근연재일 :
2021.12.15 15:39
연재수 :
10 회
조회수 :
247
추천수 :
1
글자수 :
37,523

작성
21.10.13 10:58
조회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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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8쪽

난쟁이와 길쭉이

DUMMY

다음 날, 의문이 들었다. 이곳 묘지의 주인은 나다. 이노센트 공동묘지가 만들어진 지 십년이 훌쩍 넘었고. 묻혀있는 시신이 수십 구다. 그런데 권능으로 확일할 수 있는 시신은 딱 한 구, 혼자 묻은 아버지의 시신 뿐이었다. 그리고 어제 보았던 도굴꾼들···


“다 털렸네.”


설마하며 무덤을 파헤쳐 확인했는데, 전부 털렸다. 이 넓은 묘지에 시신은 한 구 뿐이었다.


“흑마법사가 아니라 네크로맨서였나?”


이렇게 많은 시체를 필요로 하는 건 네크로맨서다. 흑마법사도 연구와 시약의 재료를 목적으로 시체를 훔치긴 하지만, 가끔 그럴 뿐이다. 초반부터 이렇게 어려운 영웅은 처음이었다. 묘지에서 장례식이 치뤄지는 족족 시신을 빼가는 네크로맨서라니.


“저기, 계시나요?”


때마침 손님이 문을 두드렸다.


“집안의 어르신이 돌아가셔서요.”

“준비하겠습니다.”

“관도 필요한데···”

“따라오시죠.”


그녀를 창고로 안내했다. 관은 크기만 달랐지 같은 형태였기에 설명할 일도 없었다. 그녀는 필요한 크기의 관을 가리키려다 망설였다.


“저희가 돈이···없어서요. 음식으로 값을 치뤄도 될까요?”

“......”


그녀가 가져온 바구니에는 감자가 일곱 알이 있었다.


“부탁드려요.”

“그러시죠.”


관의 값은 동화 열 닢, 감자 일곱 알은 확실히 값에 못 미치지만 상관없었다. 나로서는 당장 묘지에 안장될 시신이 필요했다. 그래도 불안해하던 그녀가 안도하는 모습은 보기 좋았다. 그녀와 함께 관을 들고 묘지를 나섰다. 관이 가볍긴 해도, 그녀 혼자 들고 가긴 벅찼다.


“...그 관은 어디서 난 거야!”


그녀의 집에 도착하자, 그녀의 남편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동전이 어디서 났어, 숨겨뒀던 거야!”

“아니에요, 무덤지기님이 감자를 받고 관을 주셨어요.”


그가 맞냐고 물어보듯 날 쳐다봤고,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그렇군. 관을 주셔서 감사하오.”

“그럼 저는 이만.”

“안녕히 가세요.”


평범한 사람이라면 화가 날 상황이지만, 아무런 감정이 들지 않았다. 애초에 디그의 성향이 더 내려갈 곳도 없었다.


‘영웅의 성향이 우울, 절망, 무기력이라니···’


성향도 바뀌긴 한다. 직접 경험해봤으니 확실하다. 물론, 그 오랜 시간 ‘12 영웅’을 플레이하면서 그런 경우는 딱 한 번 뿐이었지만. 묘지로 돌아와 매장지를 정했다.


‘여기가 좋겠다.’


몸을 숨길 수풀이 있는 곳에서 적당히 떨어진 곳의 땅을 팠다. 매장지 준비를 끝낸 후 연장을 준비했다. 나무못을 박을 때 사용하는 묵직한 망치와 나무 조각할 때 쓰는 조각도 정도가 쓸만했다. 조각도는 칼이라기보다 송곳에 가까웠는데, 오히려 다루기 편리했다.


[죽은 자가 이곳에 잠듭니다.]

[그는 마부였습니다. 그의 경험을 받습니다.]


‘아쉽네, 전투에 도움이 되길 바랐는데.’


장례식이 끝났다. 감자와 관을 바꾼 그녀가 다시 와서 감사인사를 하고 떠났다. 나는 감자로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전투를 준비했다. 해가 저물 때 즈음, 따뜻하게 옷을 껴입고 수풀에 몸을 숨겼다. 밤이 되고, 시간은 계속 흘렀다. 추위로 볼이 얼어 따끔거릴 때가 되서야 놈들이 나타났다. 삽과 곡괭이를 든 난쟁이와 길쭉이는 곧바로 무덤을 파기 시작했다.


“요즘 왜 자꾸 죽어나가는 거야.”

“날씨가 추우니까. 겨울이 되면 일이 더 늘어날걸?”

“그렇겠지, 쯧.”


소리죽여 속삭이는 둘의 목소리가 또렷이 들릴 정도로 가까웠다. 삽질하는 난쟁이의 등이 드러났지만 기다렸다. 저들이 가장 무방비한 순간은 아직이었다. 삽의 머리가 관뚜껑에 닿았다. 그에 맞춰 알람이 떴다.


[누군가 죽은 자의 잠을 방해합니다.]


관을 덮고 있는 흙도 모두 파내고, 길쭉이가 구덩이로 내려갔다. 길쭉이가 시신을 꺼내 올리면, 난쟁이가 받는 식이었다.


[죽은 자가 이곳을 떠납니다.]

[그는 마부였습니다. 그의 경험이 사라집니다.]


‘지금이다!’


조용히 수풀을 빠져나왔다. 구덩이를 내려다보고 있던 난쟁이에게 다가갔다. 조각도를 역수로 쥐고 놈의 목덜미를 향해 휘둘렀다. 조각도가 자루만 남긴 채 놈의 목덜미에 꽂혔다. 쓰러지는 놈을 받아 땅에 눕혔다. 피를 토하며 부릅뜬 눈으로 노려봤지만, 놈은 움직이지도 소리치지도 못했다.


“야, 빨리 받아!”


시신을 어깨에 얹은 채 소리치는 길쭉이의 머리는 딱 망치로 내려치기 좋은 높이였다. 재빠른 두더쥐를 잡을 때처럼, 온힘을 다해 망치를 내리쳤다.


깡-


놈은 눈깔을 뒤집으며 쓰러져버렸다. 만족스러운 깔끔한 승리였다. 죽은 난쟁이의 시신과 기절한 길쭉이는 일단 창고로 옮겼다. 물론, 길쭉이는 밧줄로 꽁꽁 묶어두었다. 그리고 놈들이 파헤친 무덤도 정리했다.


[죽은 자가 이곳에 잠듭니다.]

[그는 마부였습니다. 그의 경험을 받습니다.]


“그럼 네크로맨서에 대해서 알아볼까?”


기둥에 묶어놓은 길쭉이에게 물을 끼얹었다. 차가운 물에 경련하듯 깨어난 놈을 후려쳤다.


“묻는 말에만 대답해.”


녀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입에 물린 재갈을 풀어주니 놈은 곧바로 소리쳤고, 나는 망치를 내리쳤다. 어깨를 내리찍자, 놈은 고통에 비명을 질렀다. 다시 망치를 내리쳤다.


“쓸데없는 소리를 내면 맞는다.”


그제야 규칙을 이해한 놈은 이악물고 고통을 참았다.


“네크로맨서의 이름은?”

“......”


망치를 들었다.


“저, 저도 이름을 모릅니다요!”

“그를 부르는 호칭이 있겠지.”

“주인님이라고 부릅니다. 그가 그렇게 부르라고 했습니다요.”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진 않았다.


“그동안 이곳에서 시체를 빼돌렸던데, 얼마나 빼돌렸지?”

“그게, 한··· 백여 구 정도됩니다요.”

“이곳 묘지에서만 이런 짓을 했나?”

“그렇습죠. 성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묘지잖습니까. 가끔 급하게 시체가 필요할 땐 다른 곳에거도 가져오지만, 대부분 이곳에서 구합니다요.”

“네크로맨서의 부하는 너희 둘이 전부인가.”

“...그런데, 묻는 거에 대답하면, 살려주는 건가요?”

망치를 후려쳤다.


“묻는 말에만 대답해라.”

“으윽, 알겠습니다요.”

“네크로맨서를 처리하는데 도움이 되겠다 생각되면 풀어주겠다. 그러니 네가 아는 사실은 하나도 빠짐없이 말하는 게 좋을 거야.”


길쭉이는 풀어주겠다는 말에 묻지도 않은 것들까지 자세히 설명했다. 덕분에 네크로맨서에 대해 대강 알 수 있었다. 다루는 언데드는 좀비와 스켈레톤이 전부다. 좀비와 스켈레톤은 가장 간단한 언데드로, 음의 마나가 고인 곳에서 자연적으로 생겨나기도 하는 언데드였다. 다루는 언데드의 수도 다섯 정도이니 네크로맨서라 부르기도 민망했다.


‘능력도 없는 주제, 쓸데없는 욕심만 많군.’


네크로맨서가 숨어있는 위치까지 전부 알아냈다. 이제 길쭉이에게 캐낼 정보는 없었다.


“덕분에 네크로맨서에 대해 대충 알겠다.”

“어어, 왜 그러십니까..?”


망치로 놈을 내리쳤다. 네크로맨서의 하수인이었기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살려주자니 위험부담이 컸고, 계속 창고에 묶어 둘 수도 없었다. 무엇보다 녀석의 사체가 필요했다. 그래도 네크로맨서다. 지금으로서는 이길 수 없다.


“시체를 가지러 보낸 하수인이 사라졌으니, 어떤 방식으로든 반응하겠지.”


그전에 조금이라도 강해져야 했다.


“일단 이것들을 처리해야 하는데···”


땅이 얼었지만, 시체를 대낮에 처리할 순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삽질을 시작했다. 그러다 놈들이 가져온 삽과 곡괭이가 눈에 띄었다. 훨씬 가볍고, 단단했다. 덕분에 매장지를 빠르게 파냈다. 관을 사용하려다 말았다.


‘꼭 관을 써야하나?’


관을 만드는데 필요한 목재 가격은 꽤 비쌌다. 시험삼아 두놈을 구덩이에 밀어넣고 흙을 덮었다.


[죽은 자들이 이곳에 잠듭니다.]

[그들은 도굴꾼이었습니다. 그들의 힘과 경험을 받습니다.]


다행히 묘지로 인정되었다. 전투와 노동으로 지쳤던 몸에 힘이 흡수됐다.


“네크로맨서는 어떻게 처리해야할까?”


아무리 생각해도 그럴듯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지금 혼자서 네크로맨서를 상대하는 건 자살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렇기에 다른 누군가를 끌어들여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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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네크로맨서 무덤지기 21.10.14 24 0 10쪽
4 시체도둑 처리 21.10.14 24 0 10쪽
» 난쟁이와 길쭉이 21.10.13 23 0 8쪽
2 무덤지기 영웅, 디그 21.10.13 33 0 9쪽
1 현실 +2 21.10.13 55 1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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