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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명전율 님의 서재입니다.

최강의 무덤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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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명전율
작품등록일 :
2021.10.13 04:30
최근연재일 :
2021.12.15 15:39
연재수 :
10 회
조회수 :
248
추천수 :
1
글자수 :
37,523

작성
21.10.1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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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시체도둑 처리

DUMMY

“교회를 끌어들이자.”


네크로맨서는 이곳에 뿌리를 내렸다. 어디까지 네크로맨서와 붙어먹었을지는 모르지만, 위험을 부담할 순 없었다. 하지만 교회는 언제나 흑마법사와 네크로맨서를 잡아 죽이려 혈안이다. 옆에서 바람만 넣어주면 깔끔하게 정리할 거다.


피곤했지만 다시 삽을 들었다. 어제 털린 경비병의 무덤을 파헤쳤다. 관뚜껑을 보란듯이 열어재겼다. 준비는 끝났다. 이제 달려야 했다.


‘하수인들이 돌아오지 않으면 놈의 경계가 심해지겠지.’


도착한 곳은 수도원이었다. 이곳은 수도승들이 머무르며, 신앙생활을 하는 곳이었다. 물론, 로브를 걸치고, 책만 읽는 물렁물렁한 수도승을 생각하면 곤란하다. ‘12 영웅’의 성직자들은 기사와 버금갈 정도로 강했다. 교회는 축복을 내려 성직자를 성장시켰고, 이를 기반으로 귀족과 대립하기도 했다.


“이 늦은 밤에 무슨 일이십니까?”


수도원을 지키는 수도승이 물었다. 쉬지않고 달려서 다리가 후들거리고, 숨이 벅찼다. 폐가 터질 것 같았다. 수도승은 보채지 않고 호흡을 가다듬는 것을 기다려주었다.


“...저는 무덤지기입니다. 네크로맨서의 하수인이 제 묘지에서 시신을 훔쳐갔습니다.”

“정말입니까?”

“하수인들이 무덤을 파헤친 채 떠났습니다. 빈관만 남았습니다. 주님께 맹세합니다.”

“따라오시죠.”


역시 교회를 상대로 주님께 맹세한다는 말만큼 편리한 말이 없었다. 수도승은 대문 옆에 설치돼 있는 종을 시끄럽게 울렸다.


“무슨 일인가?”

“수도원장님, 무덤지기가 말하기를 네크로맨서가 묘지의 시신을 훔쳤다고 합니다.”

“네크로맨서라니, 확실한가?”

“그가 주님께 맹세했습니다.”


수염, 머리카락 그리고 눈썹까지 하얀 수도원장이 내게 손짓했다.


“네크로맨서에 대해 아는 게 있는가?”

“하수인의 뒤를 쫓았습니다. 그들의 은신처를 알고 있습니다.”

“주님의 은총이로다.”


수도원장이 성호를 긋고 합장하자, 수도승들도 그를 따라 합장했다.


“수도승들에게 은신처로 안내해주시겠소?

“그리하겠습니다.”


네크로맨서를 처리하기 위해 출발할 수도승들의 준비는 순식간에 끝났다. 수도승이 무려 열 명이나 나를 따라왔다. 수도원에서 힘 좀 쓴다는 수도승은 전부 나선 듯했다. 이 정도 무력이면 작은 군단과 마찬가지였다.


‘이거 도착했는데, 네크로맨서가 없으면 어떡하냐.’


길쭉이가 살아보겠다고 아무말이나 지껄였다면 의도치않게 양치기 소년이 되는 셈이었다. 무려 수도원장을 상대로 말이다. 교회와 수도원은 신민의 징벌권을 가졌기에, 거짓말을 한 죄로 처벌받을 수 있었다. 게다가 신의 이름까지 팔았다.


‘설마, 사형까지 당하겠어..?’


차오르는 불안감에 더 빨리 달렸다. 네크로맨서가 하수인이 돌아오지 않아 흔적을 지우고 사라지면 망하는 거다. 길쭉이가 말한 곳에 도착했다. 겉보기에는 평범한 오두막이지만 그 지하에 네크로맨서가 숨어있다고 했다.


“저곳으로 네크로맨서의 하수인이 시체를 들고 들어갔다고요?”

“네, 분명합니다.”


승도승 다섯은 오두막 주위를, 다섯은 오두막 수색으로 나뉘었다.잠겨있는 문을 부수고 들어갔다. 오두막에는 아무도 없었다. 난로에 불씨만 미약하게 남아있었다. 내부는 평범했다. 의심할 만한 것이 없었다. 하지만 저 평범한 침대 아래에 지하로 가는 입구가 숨겨져 있다.


“괜찮나요?”


일부러 바닥에 넘어지는 척하며, 엎어졌다. 수도원의 문지기였던 수도승이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일어서지 않고 손가락으로 침대 아래를 가리켰다.


“어? 저기 뭔가 있습니다.”


어색한 연기톤이었지만, 수도승은 내 옆으로 와 몸을 숙였다. 침대 아래에는 두툼한 쇠고리가 있었는데, 손잡이처럼 보였다. 수도승 둘이 침대를 치우자, 지하로 내려가는 문이 드러났다. 네크로맨서의 존재를 확신하게 된 수도승들의 눈빛이 변했다.


“이곳에 계시죠, 지하는 위험할 것 같아요.”

“저, 네크로맨서 문제가 처리된 건 아니지만··· 저는 이제 돌아가도 되겠습니까?”

“이유가 있으신가요?”

“이노센트 공동묘지의 무덤지기는 저뿐입니다. 지금처럼 누가 무덤을 털어갈 수도 있겠지요. 그리고 사람은 언제 죽을지 알 수 없으니, 언제나 찾아올 망자를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합니다.”

“말씀을 들어보니 돌아가셔야 할 것 같군요. 이곳까지 안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떠나려는데 수도승이 다시 불러세웠다.


“생각해보니 서로 이름도 모르더군요. 저는 세바스찬입니다.”

“...저는 디그라고 합니다.”


인사를 나누고 오두막을 나왔다.


‘세바스찬이면 몇 번 등장하긴 했는데···’


성직자의 이름은 성인의 이름에서 따오기에, 같은 이름을 가진 성직자가 많았다.


“일단은 네크로맨서부터 잡자.”


숨고, 도망치기로 유명한 네크로맨서가 땅굴에 숨었다면 당연히 개구멍을 준비해뒀을 거다. 길쭉이도 개구멍까지는 몰랐지만, 나는 있다고 확신한다. 게임을 플레이하며 때려잡은 네크로맨서만 수백이다. 오두막으로 오는 길에 주위를 살폈고, 개구멍의 출구로 적당한 곳을 봐뒀다. 남들이 보기엔 평범한 수풀이지만, 고인물의 눈을 피해갈 순 없다. 무성한 덤불은 누군가 주기적으로 관리한 게 분명했다. 덤불을 걷어내자 사람이 드나들 수 있는 굴이 드러났다.


“어째 예상을 빗나가질 않냐.”


다시 덤불로 입구를 가렸다. 난쟁이에게서 회수한 단검을 뽑았다. 개구멍으로 도망칠 때 느린 언데드를 데려오진 않는다. 언데드가 없는 네크로맨서는 성의 경비병보다 약하다. 흑마법까지 통달한 네크로맨서라면 다르겠지만, 개구멍으로 나올 네크로맨서는 좀비와 스켈레톤을 다루는 게 고작이다.


‘온다!’


개구멍 안쪽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누군가 이곳으로 걸어오고 있다. 단검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놈은 덤불에 숨어 주위를 살폈다. 놈이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 안도의 숨을 내쉬는 순간, 내가 움직였다. 놈의 목에 단검을 찔러넣었다.


“이게 무슨, 이렇게··· 죽을 수는.”


놈은 비틀거리다 쓰러졌다. 단검을 뽑아내자 피가 솟구쳤다. 솟구친 피가 얼굴에 잔뜩 튀었다. 개구멍으로 도망치면서까지 놈이 챙겨온 상자에는 금화와 낡은 책 한 권, 희귀한 재료들이 들어있었다.


“이제 이걸 옮겨야하는데.”


이젠 수도승을 피해 도망가야 한다. 개구멍이 있는 걸 알았지만 수도승에게 알려주지 않은 이유는 간단하다. 수도승들은 언데드는 물론이고, 네크로맨서의 시체도 태워버린다. 생포했다면 화형으로 처리하고.


“화형도 어떻게 보면 화장이긴 한데, 권능의 대상으로 인정되진 않을 것 같단 말이지.”


네크로맨서의 옷을 찢어 보따리를 만들었다. 상자는 버리고, 물건들은 보따리에 챙겼다. 마법사들이 원체 움직이길 싫어해서, 대부분 삐쩍 말랐는데, 이놈도 마찬가지였다. 다행이었다. 놈을 들쳐업고 출발했다. 피가 흘러 등을 적셨다. 따뜻한 건 좋지만, 끈적거리는 건 싫었다. 아직 어둡지만 길로 이동할 순 없었다. 길에서 적당히 떨어져 걸었다. 다행히 동트기 전에 묘지로 돌아올 수 있었다.


재빠르게 구덩이를 파고, 네크로맨서를 묻었다.


[죽은 자가 이곳에 잠듭니다.]

[그는 네크로맨서였습니다. 그의 경험을 받습니다.]

[희석되지 않은 능력,’언데드 소환’을 받습니다.]


네크로맨서의 대표격 능력을 얻었다. 시체를 필요로 하기에 제약이 많은 능력이지만, 무덤지기에게 시체 걱정은 없었다. 가만히 있어도 시체가 찾아오니까. 부정적인 감정에서 생겨나는 음의 마나도 묘지에는 넘쳐 흘렀다. 네크로맨서의 경험을 받아서인지, 음의 마나가 일렁거리는 게 느껴졌다.


“지금은 위험하겠지.”


언데드를 소환해보고 싶었지만, 날이 밝아오고 있다. 다음에 해보기로 했다. 금화와 책, 재료를 방에 숨기는데,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세바스찬님이시군요.”

“이렇게 빨리 보게 될 줄은 몰랐네요, 디그.”


세바스찬은 천으로 감싼 시신을 들고 있었다.


“네크로맨서의 소굴에서 유일하게 타락하지 않은 시신입니다. 이곳에서 훔쳐간 시신인 것 같아서요.”


천을 들춰 시신을 확인했다. 난쟁이와 길쭉이가 꺼내간 경비병의 시신이었다.


“맞습니다. 잠들 수 있게 다시 묻어드리겠습니다.”

“부탁드리겠어요.”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오두막의 지하는 어땠습니까?”

“언데드가 많았습니다. 거의 백에 달하더군요. 구울까지 있었습니다.”

“구울까지 말입니까?”


세바스찬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주님의 축복으로 전투는 승리했습니다. 일순간 언데드가 모두 쓰러졌어요.”

“네크로맨서는 잡으셨습니까?”

“아쉽지만 잡지 못했어요. 그가 탈출구를 마련해두었더군요. 추적해보려 했지만, 탈출구가 붕괴되어서 실패했습니다. 허나, 주님의 뜻에 따라 그는 척결될 것입니다.”


온화하게 웃으며, 성호를 긋는 그의 모습에 등골이 오싹했다. 네크로맨서는 죽었다. 대신 새로운 네크로맨서가 생겼는데, 그게 나였다.


“아, 이 구덩이가 하수인들이 파헤친 무덤이군요.”

“그렇습니다. 다시 메워야지요.”

“도와드릴까요?”

“아닙니다. 제 일이니 제가 하겠습니다.”


친절한 세바스찬을 돌려보내자 마음이 놓였다. 세바스찬은 지하에 언데드가 백에 달했다고 했다. 한 번에 그정도 언데드를 다루는 네크로맨서는 절대 약하지 않았다. 길쭉이가 좀비와 스켈레톤만을 다뤘다고 했는데, 이는 길쭉이가 본 언데드가 좀비와 스켈레톤 뿐이라는 뜻이었다.


“생각보다 수확이 큰데?”


경비병의 시신을 위해 무덤을 준비하는 디그의 삽질이 경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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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네크로맨서 무덤지기 21.10.14 24 0 10쪽
» 시체도둑 처리 21.10.14 25 0 10쪽
3 난쟁이와 길쭉이 21.10.13 23 0 8쪽
2 무덤지기 영웅, 디그 21.10.13 33 0 9쪽
1 현실 +2 21.10.13 55 1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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