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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명전율 님의 서재입니다.

최강의 무덤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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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명전율
작품등록일 :
2021.10.13 04:30
최근연재일 :
2021.12.15 15:39
연재수 :
10 회
조회수 :
251
추천수 :
1
글자수 :
37,523

작성
21.12.14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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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종탑에서의 전투

DUMMY

쌍둥이 산맥에서 가장 가까운 마을에서 키메라를 기다렸다. 벌써 삼일째였다. 제레미 왕국과의 교역로에 위치한 마을이기에 외부인이 많이 왕래하지만, 겨울이기에 거주민만이 마을에 머물렀다.


“오늘도 같은 걸로 줄까, 총각?”

“네, 부탁할게요.”


여관 주인과도 친해졌다. 여관은 제레미 왕국에서 오는 상인이 오기 좋게 마을 외곽에 있었고, 덕분에 창을 통해 산맥을 살필 수 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창밖을 보는데, 산등성이에서 새떼가 날아올랐다. 그리고 연이어 한 무리의 새떼가 날아올랐다.


“슬슬 오나보네.”


무언가 마을 방향으로 오고 있었다. 날아오르는 새떼 무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키메라를 상대하기 위해 몸의 마력을 끌어올렸다. 하지만 마을로 오는 것은 키메라가 아니었다.


“...도적단인가?”


수십 명이 은밀하게 마을을 포위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도적단인 줄 알았지만, 그들의 움직임과 기세는 오합지졸의 것이 아니었다.


‘아직 포위망이 완성되지 않았다. 빠져나가려면 지금 뿐이야.’


자리를 피하려고 일어섰다. 하지만 떠날 수 없었다. 게임이라면 도망치는 게 플레이의 정석이었다. 싸운다고 하더라도 포위망을 벗어난 후 싸우는 게 맞았다. 하지만, 지금은 게임이 아니었다. 도망치면 마을 주민들은 모두 죽는다.


‘먼저 친다.’


포위망을 형성하기 위해 놈들이 퍼져있는 지금 움직여야 한다. 여관 창문을 뛰어내려 나무에 몸을 숨겼다. 잠시 기다리자 두 놈이 걸어왔다. 놈들이 지나가는 순간 검으로 한놈의 목을 찔렀다. 곧바로 목에 박힌 검을 버리고 단검을 다른 놈의 가슴에 박아넣었다.


콰지직-


단검의 짧은 도신은 치명적이지 않았다. 하지만 전격을 흘려넣기엔 충분했다. 까맣게 타버린 사체에서 연기가 피어올랐다. 목에 검이 박힌 채 경련하는 녀석을 전격으로 보내준 뒤 검을 회수했다.


“단순히 키메라가 아니었던 건가?”


땅에서 저승나무의 뿌리가 기어나와 시체를 휘감았다. 이제는 내가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할일을 하는 똑똑한 나무였다. 곧바로 다음 목표를 찾아 움직였다. 놈들은 최소 스물은 돼보였다. 2인 1조로 움직이는 듯 했는데, 몇 개 조만 더 처리하면 충분했다.


‘문제는 어디서 온 놈들이냐는 건데.’


어느 소속인지 알아야 놈들이 능력이 있는지, 아닌지를 알 수 있었다. 그전에는 지금처럼 기습으로 안전하게 처리해야 한다. 여섯 명을 더 처리했을 때, 놈들의 공격이 시작됐다. 마을에 목책을 뛰어넘고, 때려부수는 괴수들. 곧바로 놈들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키메라가 아니라 마신숭배자였군.’


마신의 힘을 받아들여, 인간도 마족도 아닌 마수가 되어버린 자들이었다. 인간의 형태일 때는 평범하지만, 마수화 상태가 되면 기사를 상대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런 놈들이 최소 열 마리였다.


‘이길 수 있을까?’


하지만 몸은 이미 달려나가고 있었다. 차에 치이기 직전의 아이를 향해 몸을 던졌던 때처럼.


“후읍-!”


뛰어올라 마수의 등에 올라탔다. 녀석이 몸부림치기 전에 검을 꽂았다. 그리고 번개를 터트렸다. 오우거만한 마수가 경련하며 쓰러졌다. 검을 뽑고, 녀석의 머리에 다시 찔렀다. 마수의 생명력은 질기다. 마무리는 확실하게, 마신숭배자를 처리할 때 기본 원칙이다.


“일어나라, 나의 권속이여.”


[경험이 부족해 권속이 약화됩니다.]


꽤나 많은 마력이 소모됐지만, 어쩔 수 없었다. 마을의 경비병은 허수아비나 다름없었다. 내가 마수를 잡을 때, 녀석들의 주의를 끌어줄 몰이꾼이 필요했다.


“마수를 죽여라.”


언데드로 일어난 마수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몸을 숨기고 권속을 뒤따랐다. 곧 마수가 나타났고, 둘이 몸싸움을 시작했다. 권속은 힘에서 밀렸고 곧 바닥에 쓰러졌다. 마수가 이를 들어내며 권속의 목덜미를 노릴 때, 내가 움직였다. 이를 드러내는 놈의 미간에 검을 박아넣었다. 그리고 검을 비틀며 번개를 터트렸다. 마수의 눈알이 터지고, 뇌수가 끓어올랐다.


“끄으, 검이 뜨겁다.”


마수의 피가 검날에서 끓다가 증발해버렸다. 달궈진 검은 더 이상 써먹을 수 없었다. 다행히 주인을 잃은 검을 주웠다. 검에는 주인을 잃은 손이 달려있었는데, 잘린 부위가 거친 것을 보아 주인은 마수에게 잡아먹힌 듯 했다. 다시 권속을 앞세워 움직였다. 마수가 권속과 몸싸움을 벌였고 기회를 틈타 마수를 죽였다.


“더는 써먹을 수 없겠네.”


이번 전투로 언데드의 양 다리가 부러졌다. 더 이상 움직일 수 없는 상태였다. 마수의 사체는 하나 더 있지만 이걸 언데드로 일으킬 마력은 없었다. 혼자 마수 전부를 상대할 수는 없었다. 디그의 몸이 워낙 허약했기에, 훈련으로 단련했어도 정상인 정도 수준이었다.


“한곳에 몰아서 쓸어담는 것 뿐인가?”


어떻게든 어그로를 끌어서 마수를 한 곳에 모은다. 그리고 전격을 터트린다. 율리아 가문의 권능, 천벌은 섬세하게 다루기 힘든 권능이다. 예측할 없고, 파괴적이다. 하지만 그 파괴력만큼은 모든 권능 중 압도적이었다.


하지만 내가 뛰어다니며 마수를 모을 순 없었다. 놈들은 빠르다. 그러니 녀석들이 오게 만들어야 했다.


“저기가 좋겠다.”


어떤 마을이든 종탑은 있었고, 이곳에도 있었다. 종탑은 마을에서 제일 높아 눈에 잘 띄고,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종이 있다는 거였다.


“종소리만큼 정신 번쩍 들게 하는 건 없지.”


기상나팔이라는 무시무시한 게 있다는 소문은 들었는데, 아쉽게도 이곳에 나팔은 없었다.


땡- 땡- 땡-


종에 연결된 밧줄을 당겨 종을 쳤다. 종이 울리자 마을 곳곳에서 살육을 벌이던 마수들이 달려오기 시작했다. 종을 치며 놈들을 살폈다.


‘여덟 마리, 그래도 많이 줄었네.’


다행히 놈들이 종탑에 도달하는 순간은 비슷할 듯 했다. 가장 먼저 달려온 녀석이 종탑을 기어오르기 시작했다. 마수의 힘을 견디지 못하고 종탑의 벽면이 허물어졌다. 뒤이어 온 놈도 달라붙자 탑이 흔들렸다.


‘아직이다.’


확실하게 끝내야 했다. 전격의 범위에 놈들이 모두 들어왔을 때, 그 순간에 번개를 터트려야 했다. 두번의 기회는 없었다. 종탑이 기울었고, 무너지기 시작했다.


‘아직이다.’


탑이 무서운 속도로 땅을 향해 쓰러져간다.


‘지금!’


마수들이 들러붙은 탑에서 뛰어올랐다. 심장에 응축시킨 번개를 쏟아냈다. 얇게 쌓인 눈이 번개빛에 번쩍이다 뜨거운 열로 증발해버렸다. 수백, 수천 가닥의 전류가 모든 것을 찢어발겼다. 탑을 쌓은 벽돌이 조각나 흩뿌려지고, 마수들도 산산조각났다. 밝은 빛이 사라졌을 때,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뒤지겠네.”


역류하는 피를 뱉어냈다. 과하게 사용한 권능은 신체에 부담을 주었다. 검이 달궈졌던 것처럼, 온몸이 뜨거웠다. 몸이 타오르는 것 같았다. 서있을 힘조차 없어 그대로 쓰러졌다. 눈을 감고 기운의 움직임에 집중했다. 폭주하는 힘을 바로잡아야 했다. 인기척이 느껴졌다. 누군가 다가오고 있었다. 그러나 움직일 힘도, 눈 뜰 힘도 없었다. 다가온 사람이 이마에 손을 얹었다. 그 순간 힘의 폭주가 잦아들었다.


“...괜찮아?”


어린 꼬마의 목소리였다. 억지로 고갤 들자, 꼬마를 볼 수 있었다. 평범한 외모는 아니었다. 아이의 눈 한쪽은 노랗고, 한쪽은 파랬다. 그리고 동공은 세로로 길게 찢어진 뱀의 눈이었다. 이마에도 작은 뿔이 삐쭉 솟아 있었는데, 강제로 이식한 듯한 봉합자국이 있었다.


‘키메라도 있긴 있었구나.’


아이의 도움으로 몸을 회복하고 일어섰다. 내가 일어서자, 아이는 뒤로 주춤 뒷걸음질 쳤다. 몸을 숙여 아이와 눈높이를 맞췄다.


“나랑 같이 갈래?”

“...어디로?”

“아무도 널 괴롭히지 않는 곳으로.”


아이는 주위를 살폈다. 살아남은 마을 주민들이 몰려와 웅성거리고 있었다. 손을 내밀자 아이는 조심스럽게 손을 잡았다. 아이를 안아들고 마을을 나왔다. 주민들은 마을 밖으로까지 따라오진 않았다.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뿌리를 소환해 저승나무의 공간으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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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제이크 단장과 세바스찬 21.12.15 11 0 9쪽
» 종탑에서의 전투 21.12.14 15 0 9쪽
8 7번 실험체 21.12.13 16 0 8쪽
7 저승나무의 공간 21.10.18 23 0 9쪽
6 율리아 가문묘지 털이 21.10.17 25 0 10쪽
5 네크로맨서 무덤지기 21.10.14 24 0 10쪽
4 시체도둑 처리 21.10.14 25 0 10쪽
3 난쟁이와 길쭉이 21.10.13 23 0 8쪽
2 무덤지기 영웅, 디그 21.10.13 34 0 9쪽
1 현실 +2 21.10.13 56 1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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