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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명전율 님의 서재입니다.

최강의 무덤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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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명전율
작품등록일 :
2021.10.13 04:30
최근연재일 :
2021.12.15 15:39
연재수 :
10 회
조회수 :
242
추천수 :
1
글자수 :
37,523

작성
21.10.18 04:58
조회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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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저승나무의 공간

DUMMY

라비니움을 나서는 마차에 올랐다. 통행증의 기간은 아직 여유가 있었다. 이왕 나온 김에 한 곳 더 들릴 생각이었다. 그리고 요안나를 만나게 된 것도 큰 수확이었다.


‘나를 무서워하는 것 같지만··· 어쩔 수 없나.’


주점의 시체를 놓고 갈 순 없었기에 언데드화 시켜서 저승 나무로 흡수했다. 그걸 본 요안나는 기절했는데, 지금까지도 내 손짓 하나에 깜짝깜짝 놀라곤 했다.


“먹을래?”


말린 육포를 건넸다. 배고팠는지 요안나는 재빠르게 육포를 가져갔다. 작은 입으로 오물거리는 게 귀여웠다. 육포를 주는 족족 받아먹는데 작은 배에 얼마나 들어가는 건지 궁금했다. 배가 부르니 안심이 되는지 대화를 시작할 수 있었다.


“그럼 라비니움 성을 벗어나는 게 이번이 처음이겠네.”

“네, 성에서 나갈 수가 없었거든요.”


요안나는 태어나자마자 버려져 고아원에서 자랐다. 그리고 늑대 주점의 주인에게 입양됐고, 이제 나와 함께 있게 되었다. 지금까지 성장과정을 보면 그녀가 어떻게 최강의 여기사가 됐는지 알 수 없었다.


‘이거 내가 괜히 데리고 나와서 스토리 꼬이는 거 아냐?’


강해지게 된 계기가 있을 텐데, 이렇게 되면 평범한 여자아이일 뿐이다. 그래도 해맑게 웃는 요안나는 행복해보였다.


‘뭐, 재능이 있을 테니 내가 키워주면 되겠지.’


아크레 요새의 성녀, 요안나. 그녀는 계승자도 축복받은 자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무지막지하게 강했기에 병사들은 그녀를 경외했다. 그리고 최후의 방어기지인 아크레 요새가 함락되기 직전에 그녀가 요새를 구해냈다. 검 한 자루만으로.


‘일단 내가 성장해야지.’


지금 가는 곳은 율리아 가문령과 제미니 국가령의 자연경계인 쌍둥이 산맥이었다. 그곳에 알려지지 않은 던전이 있다. 율리아의 힘을 얻은 지금은 도전할 수 있었다. 꼭 필요한 아티팩트는 아니지만, 있으면 굉장히 유용한 아티팩트다.


“여기서 내리겠습니다.”

“근처에 마을은 없는데, 여긴 몬스터도 나온다고. 괜찮겠나?”

“괜찮습니다.”


요안나와 함께 마차에서 내렸다. 아직 밝았지만, 몬스터란 말을 들은 요안나는 사방이 몬스터인 것처럼 주위를 살폈다. 무서우면서도 나에게 다가오진 않았는데, 아직은 몬스터보다는 내가 무서운 듯 했다.


“가까이 붙어서 따라와. 여긴 오크가 많거든.”


길에서 나와 숲으로 들어갔다. 던전까지의 거리는 얼마 되지 않았다. 하지만 가는 길은 험했다. 라비니움에서 비밀통로를 쉽게 찾았던 것과 달리, 숲에서 던전을 찾는 건 쉽지 않았다. 죄다 나무 뿐이어서 기준으로 삼을 게 없었다. 숲을 돌아다니는데, 비릿한 악취가 났다.


“쉿- 오크다.”


요안나가 가까이 붙어 내 옷자락을 쥐었다. 움직임을 멈추자, 오크 무리도 움직임을 멈췄다. 사냥감의 행동을 살피는 듯했다. 잠잠히 기다리자, 녀석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포위망을 형성한 듯 사방에서 오크들이 튀어나왔다. 요안나가 덜덜 떨었다. 멧돼지처럼 툭 튀어나온 송곳니, 돼지코와 께름칙한 녹색피부는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말을 섞을 필요도 없었다. 곧바로 번개를 일으켰다. 흡수한 율리아의 힘은 거대해서, 극히 일부만 다룰 수 있었지만 충분했다. 오크와 주변의 숲을 통째로 태워버렸다. 오크들은 까만 숯이 되었다.


“디그님은 율리아 가문인 건가요?”

“아니, 그들의 힘만 사용할 뿐이야.”

“그렇구나···”

“내가 번개를 쓴다는 건 다른 사람에게 말하면 안 된다.”

“네, 알았어요.”


머리를 쓰다듬어주려 손을 뻗자 요안나가 움찔 몸을 숙였다. 천천히 그리고 부드럽게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저승나무가 영양분을 원합니다.]


‘언데드로 일으키지 않았는데?’


[저승나무가 영양분을 원합니다.]


마력을 일으키자, 땅에서 저승나무의 뿌리가 솟아났다. 뿌리는 까맣게 타버린 오크를 휘감아 땅속으로 끌고 갔다. 뿌리가 솟아났던 균열은 상처가 치유되듯 닫혔다. 오크의 시체가 전부 사라졌다.


“저 나무는 뭐예요?”

“저승나무야. 무덤의 수호목이지.”

“...디그님이 조종하는 거예요?”

“그렇지. 너도 말 안 들으면 나무가 데려가게 할 거야.”


요안나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장난이었는데, 듣는 입장에선 장난이 아닌 것 같았다.


“...농담이야. 그래도, 말은 잘 들어야 한다?”

“저 말 엄청 잘 들어요!”

“그래. 착한 아이네.”


오크 무리를 두 번 더 만나고서야 던전을 찾을 수 있었다. 두 나무가 배배꼬인 채 얽혀있다. 이게 던전의 입구다. 문을 여는 방법은 간단하다. 달빛이 밝은 밤에, 손을 올리고 마력을 주입하면 된다. 해가 곧 저무니 조금만 기다리면 됐다.



작게 불을 피우고 수프를 만들었다. 요안나도 재료 손질을 도왔는데, 단검을 다루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았다. 감자껍질이 비칠 정도로 얇았다.


“맛있어요!”

“맘에 든다니 다행이네.”


시간이 되었다. 든든하게 배도 채웠으니, 던전으로 들어갈 준비는 끝났다. 던전으로 들어가기 전에 팔을 벌려 요안나를 안았다.


“...저 냄새나지 않아요?”

“괜찮아.”


달빛을 받은 나무에 손을 얹었다. 마력을 주입하자 꼬였던 나무가 풀어지며 통로가 생겼다. 꿈틀거리는 덩굴이 가득한 던전이었다. 몬스터 대신 덩굴들이 침입자를 막는 구조였다. 던전에 들어오자 곧바로 덩굴이 달려들었다.


“쉽게 쉽게 가자고.”


덩굴에 붙잡히면 체력과 마력이 빨려서 죽는다. 하지만 율리아의 권능 앞에선 소용없었다. 덩굴을 노리고 힘을 쓸 필요도 없다. 그저 몸에 번개를 두르고 있으면 덩굴이 다가오지 못했다. 요안나에게 번개를 둘러줄 정도로 번개를 다루는 게 익숙하지 않아서, 안을 수 밖에 없었다.


순식간에 던전의 끝에 도착했다. 공중에 떠있는 빛나는 씨앗이 이곳에 온 목적이었다. 모든 영웅은 플레이할 때 아공간을 얻어야 했다. 게임에는 인벤토리가 없었다. 그렇기에 아공간을 얻지 못하면 배낭에 정말 적은 물건만 갖고 다닐 수 있었다. 이 던전은 아공간을 획득할 수 있는 던전 중 하나였다.


씨앗을 손에 쥐었다. 씨앗이 부드럽게 손바닥에 뿌리를 내렸다.


[‘배배꼬인 공간나무’가 뿌리를 내립니다.]

[‘배배꼬인 공간나무’가 저승나무와 얽힙니다.]

[저승나무가 독립적인 공간을 갖게 됩니다.]

[이노센트 공동묘지가 독립적인 공간과 연결됩니다.]

[권역이 독립적인 공간으로 이동합니다.]


저승나무의 뿌리가 솟구쳐 나와 요안나를 감쌌다. 그렇게 이동한 곳은 처음보는 장소였다. 지하인 듯 했는데, 천장에는 거대한 나무가 거꾸로 자라있었다. 나무의 잎이 밝게 빛나며 넓은 공동을 밝혔다.


“...이게 저승나무의 공간?”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졌다. 지금까지 많은 플레이를 했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어떻게 보면 아공간인 셈인데, 아공간에 생물체가 들어갈 순 없었다.


‘애초에 이걸 아공간이라 할 수 있나?”


공동은 거대했다. 분명 한계는 존재했지만, 공동의 끝과 끝이 아득하게 보일 정도였다. 요안나는 고개를 들고 저승나무를 올려봤다. 목이 부러지는 건 아닌가 싶었다.


주위를 살펴봤지만 삭막한 대지가 광활하게 펼쳐져있을 뿐, 어떤 것도 없었다. 저승나무의 공간은 신기했지만, 활용할 방법은 떠오르지 않았다.


“저 나무가 저승나무예요?”

“아마 그럴 거다.”

“엄청 예뻐요.”

“...그렇네.”


거꾸로 자란 나무, 빛나는 나뭇잎은 확실히 아름다웠다. 돌아갈 때도 저승나무의 뿌리로 이동했다. 던전의 입구로 나왔다. 배배꼬였던 나무는 평범한 나무로 변해있었다.


얻을 건 다 얻었다. 이제 이노센트 공동묘지로 돌아갈 시간이었다.


‘아이가 누구냐고 물으면···’


나와 요안나의 나이 차이는 열 살도 안 난다. 당연히 내 아이라고 할 순 없다.


‘친척이 아이를 맡겼다고 해야겠다.’


밤길이 무서워 손을 잡고 걷는 요안나를 불렀다.


“디그 삼촌, 해봐.”

“...네?”

“따라해보라고. 디그 삼촌.”

“...디그 삼촌.”

“그래, 앞으로는 디그 삼촌이라고 불러.”


디그의 나이는 아직 스물도 안 됐다. 삼촌이라고 불리기엔 어린 나이지만, 속에 있는 건 나이기에 오빠라는 호칭은 민망했다. 물론, 오빠 소리 듣는 게 싫진 않지만 상대가 꼬마였다.


‘하긴, 아저씨 아닌 게 어디냐.’


삼촌이면 나름 만족스러운 호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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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네크로맨서 무덤지기 21.10.14 24 0 10쪽
4 시체도둑 처리 21.10.14 24 0 10쪽
3 난쟁이와 길쭉이 21.10.13 22 0 8쪽
2 무덤지기 영웅, 디그 21.10.13 32 0 9쪽
1 현실 +2 21.10.13 54 1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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