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고 판게아-6-
"저기 호수 뒤에 붉은 바위산 보이시죠?"
"응. 보여."
"으아아아아아악!"
정훈은 김소희의 옆에서 손가락으로 보스 몬스터인 플레임 터틀킹을 가리켰다. 그리고 김소희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남태양의 비명소리가 우렁차게 울려퍼졌다.
"조금 앞으로 가죠. 날아와서 부딛힐라."
"혀, 형. 이거 너무하잖아요."
"꺄아아아아아악!"
끊임없이 등반의 로프가 150명이 넘는 피스메이커와 흑장미 길드원들을 플레임 터틀킹이 사는 분지로 진입하는 절벽위로 나르고 있었다. 돌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았겠지만(아마 두 길드의 길드원들은 차라리 돌아가는 것을 원했겠지만) 정훈이 한나절은 시간을 줄일 방법이 있는데 생각이 있냐고 물었고 김소희는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받아들여서 150여명을 등반의 로프로 이동시키는 중이었다.
"너무하긴 뭘 너무해. 태양아 올라오는 사람들 다 조심해서 밑으로 내려오라 그래. 먼저 내려가 있을테니까."
"네. 그럼 밑에서 봐요."
"우오오오오오오오오!"
정훈은 그 비명의 주인공이 누군지 안 보고도 알 수 있을 듯 한 기분이 들어 하늘에서 긴 생머리를 낙하산처럼 펴고 날아오는 여자를 바라보았다. 이지연일거라는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피식 웃으며 김소희와 함께 경사진 비탈길을 빠르게 내려왔다.
"그 붉은 바위산이 보스 몬스터에요. 플레임 터틀킹이라나. 생긴거 엄청 살벌해요."
"그게 몬스터라고?"
김소희의 입이 떡 하니 벌어졌다. 운동장만한 몬스터라니, 사실 정훈도 그 곳에 보스 몬스터가 있다는걸 미리 알고 있지 않았다면 당황했을 수 밖에 없을 터였다. 위에서는 여전히 찢어지는 비명들이 들려왔다.
"미리 이야기 한 대로, 저희 쪽에서 다섯명 누나네에서 다섯명이 보스 앞에서 시선 끌어요. 알죠?"
"알지. 나도 돌격조로 나설거야."
"괜찮겠어요? 요새 관절 아프시다면서요."
"오늘 비 안와서 괜찮아. 근데 누나 놀리다가 방패로 싸대기 맞는다 너?"
정훈은 키득대며 천천히 앞으로 나갔다. 아리의 마법이 보스 몬스터와 같은 화염속성이라 큰 효과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점은 아쉬웠지만 3차 근접 클래스로 이루어진 선두 플레이어들이 시선만 잘 끌어준다면 공략에 성공할 자신이 있었다.
"너구리척살단 애들이 눈치 채지 않았을까?"
"뭐 눈치 못챘으면 바보겠죠. 이 대인원이 한번에 움직이는데 그걸 못봤을리가요."
현재까지 파악된 임현전의 위치는 피스메이커 길드원들과 흑장미 길드원들이 날아오르고 있는 절벽에서 대략 50미터 떨어진 곳이었다. 하지만 등반의 로프가 없는 너구리척살단이 이 곳으로 돌아오려면 한나절은 걸릴 것이기에 딱히 신경쓰지 않았다. 어차피 전면으로 맞붙더라고 압도적인 전력차이가 있는데다가 너구리척살단은 구심점을 잃은 상황. 딱히 임현전을 위해 목숨바쳐 싸울리가 없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다.
"자 봐요. 진짜 크죠?"
"저거 잡을 수 있을까?"
왠만한 학교 운동장 만한 크기의 플레임 터틀킹은 미동도 않고 그대로 엎드려 있었다. 씨익 웃은 정훈이 한발 앞으로 나서자 시스템 메시지의 경고가 떠올랐다.
<하이덴의 보스 몬스터 플레임 터틀킹의 구역으로 진입했습니다. 보스 몬스터는 매우 위험하니 제대로 준비되지 않았다면 물러서 주십시오.>
"뭐, 잡아보는거죠. 그래도 우리랑 흑장미랑 손 잡았는데 설마 안되겠어요?"
-
피스메이커 길드원들과 흑장미 길드원들은 침을 꿀꺽 삼키며 긴장감에 휩싸여 있었다. 플레임 터틀킹을 원거리에서 공격할, 화염계열을 주로 익힌 마법사 계열들을 제외한 다른 마법사들은 공격마법을 점검했고 헌터와 레인져들은 등에 멘 화살통에서 화살을 하나씩 꺼내어 공격을 준비했다. 아리를 포함한 화염 계열의 마법사 클래스들은 부하 몬스터를 상대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전체적으로 포위해서 공격하는 진형을 짜고 싶었지만 공격진형이 너무 길어지면 부하 몬스터들에 대한 방어가 어려워질 거라는 판단 하에 V자 형태로 진형을 만들어 공격할 준비를 마쳤다. 선두에 나설 10명의 플레이어들이 돌격할 준비를 했고 사제 계열의 플레이어들이 하나하나 버프 마법을 걸어주었다.
나이트와 가디언 계열 중 후방을 맡을 플레이어들은 미리부터 방패를 꺼내어 단단히 쥐었다. 스나이퍼 길드를 꼬드겨 얻어낸 정보에 따르면 부하 몬스터가 대량으로 공격해 올 것이라고 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다른 보스 몬스터이기에 다른 형태의 공격패턴을 보일 수도 있지만 정훈은 이 진형을 강하게 주장했다.
"자, 시작해 봅시다."
각종 버프 스킬들이 돌격조에게 돌아갔고, 정훈은 뒤를 돌아보며 작지만 분명한 목소리로 말했다. 피스메이커의 돌격조는 정훈을 포함해 이강림, 김대면, 이윤진, 윤지호. 모두 3차 클래스를 획득한 플레이어들이다. 흑장미에서도 마찬가지로 모두 3차 클래스를 획득한 플레이어들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피스메이커의 돌격조가 남자 다섯으로 이루어진 것과는 달리 남자 둘, 여자 셋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피스메이커와 흑장미 여러분! 안전제일!"
정훈이 있는 힘껏 소리를 지르며 우리집 안방 스킬을 사용한 채로 가장 선두에서 달렸다. 뒤에서 비명인지 함성인지 모를 우렁찬 소리가 터져나왔고 돌격조가 빠르게 정훈의 뒤를 따랐다. 그러자 곧 150여명의 플레이어들의 시야에 경고 메시지가 떠올랐다.
<플레임 터틀킹이 활동을 시작합니다. 준비가 안된 플레이어들은 자리를 벗어나 주십시오.>
메시지가 빠르게 점멸했다. 천천히 그 굵고 튼튼한 다리를 일으켜 파인애플 같은 머리통을 정훈의 방향으로 돌린 플레임 터틀킹의 하얀 눈동자가 붉게 달아올랐다. 그리고 새의 부리같은, 던전 입구와도 같은 놈의 아가리가 위협적으로 열렸다.
"크오오오오오오오!"
"흐읍!"
정훈은 입술을 깨물었다. 정신 집중을 방해하고 몸의 움직임을 방해할 정도로 강한 기운이 플레이어들을 덮쳤다.
"피어다! 정신차리고 돌격조 분산해!"
힘을 짜내어 외친 정훈의 양 옆으로 돌격조가 분산해서 돌격하기 시작했다. 플레임 터틀킹이 다리를 구르자 지진이라도 난 것 처럼 땅이 흔들렸다.
"갈라진다!"
겨우 중심을 잡으며 달리는데 땅이 쩌적 하고 갈라졌고 뒤에서 비명소리들이 들려왔다. 갈라진 틈 사이로 거북이를 닮은 몬스터들이 '끼에에엑!' 하는 괴성을 지르며 하나둘씩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정훈은 시야 앞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몬스터의 등딱지를 밟으며 뛰었다.
플레임 터틀킹이 다리를 구를 때 마다 부하 몬스터들이 무서운 기세로 땅에서 솟아나왔다. 다행히 땅이 더 갈라지지는 않아서 후방을 맡은 플레이어들이 지진 때문에 위험해지는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정훈이 플레임 터틀킹의 20미터 전방 쯤에 도달했을때, 뒤에서 온갖 빙결속성의 공격마법이 플레임 터틀킹의 머리통으로 날아들었다.
"으익!"
생각보다 날랜 플레임 터틀킹의 앞발 공격을 구르며 피한 정훈은 팬텀 블레이드에 사심검법의 기운을 담아 놈의 발등을 후려쳤다. 그러나 사심검법의 위력으로도 두터운 피부의 표면을 조금 긁는 정도의 상처밖에는 주지 못했다.
"대면아!"
빙결 마법을 모두 얼굴로 받아낸 플레임 터틀킹이 포효하며 김대면을 앞발로 짓밟으려 하고 있었다.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김대면이 방패를 있는 힘껏 들어 막았지만 플레임 터틀킹의 거대한 발이 김대면을 덮쳐왔다.
- 작가의말
일이 있어서 많이 늦었습니다.
글이 닦다 만듯한 느낌이 드실수 있습니다.
공감합니다.
얼른 마저 닦아드릴게요.
다음편으로 이 에피소드가 끝납니다.
그리고 종종 선물하기 혹은 후원해 주시는 분들
정말 감사드립니다. 제가 이런걸 받을 자격이 있는가에 대한 고민 보다는 글을 더 제대로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해주십니다.
물론 아직 많이 모자랍니다만..
성원에 보답하려면 더 열심히 쓰는 수 밖에 없겠죠?
‘정우진님’ 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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