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GM너구리입니다 -8-
플레이어들을 깨우고 공지 한 후 정훈은 바쁘게 1시간 30분을 보냈다. 사람들에게 골드를 빌려주고 식사를 하고 이윤상을 만났다. 장발스님과 삭발수녀, 이윤상과 이윤진 형제는 로스트월드 내에서 유명한 2인조 였다. 나이트와 프리스트로 이루어진 듀오. 둘 다 정훈과 직접적 교류는 없었지만 서로 닉네임은 아는 사이였다. 이 형제 듀오는 유쾌하면서도 매너있는 플레이로 유명했는데, 이윤상의 동생 이윤진과도 반갑게 인사를 한 정훈은 이 형제에게 한가지 부탁을 했다.
"두 분 혹시 다른 분들에게 전투 하는 방법을 좀 가르쳐 주실 수 있으시겠어요? 저는 혹시라도 어제같은 불상사가 생기지 않게 숏보우를 선택한 분들께 조금 도움을 드리려고 하거든요."
"좋습니다. 뭐 저희로서도 다른 사람들이 제 몫을 해주면 안전해 지니까요."
이윤상과 이윤진 형제는 생각보다 흔쾌히 수락해주었다. 사실 이 상황에서 이런 부탁을 한다고 해서 들어준다는 보장은 없었지만 기존의 평판과 아까 대화한 기억에 혹시나 하고 부탁을 해본 것이었다. 두 형제는 분위기를 리드하며 다른 플레이어들을 이끌어서 조금이라도 전투에 도움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일단 분위기가 만들어지자 조금 싸움에 능숙하거나 배틀래빗을 많이 잡은 사람들 위주로 서로 준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정훈은 좋은 방법이다 싶어서 공지로 다른 지역의 플레이어들에게도 1차 튜토리얼 상위 플레이어들에게 다른 플레이어들을 지도 해 줄 것을 부탁했다. 물론 정훈의 말을 듣는 구역도 있고 아예 무시하는 구역도 있었지만 정훈이 할 수 있는건 여기까지였다.
-활 쏘는 법 교본이라고는 하는데, 이걸 본다고 한시간만에 효과가 있겠어?
그리고 숏보우를 선택한 유저들을 위해 아리가 활 쏘는 법 교본을 구해와서 정훈의 시야에 띄워주었지만 정훈도 이해가 안가는걸 본다고 해서 설명할 수 있을리가 만무했다. 차라리 활을 사용하는 기술적인 부분은 8명의 숏보우 선택 플레이어 중 배틀래빗 5마리를 잡은 고지현에게 부탁해서 속성으로 가르쳐 달라고 했다. 4마리를 잡은 유민도 거들었다.
"2차 튜토리얼에도 1차와 마찬가지로 멀리서 달려온다면, 여러분들이 몬스터 접근 전에 전방에서 활을 쏘고 시작하는게 나을것 같습니다. 다른 사람들이랑 섞여 있으면 활 쏘기 힘드니까 몬스터들이 사람들과 섞이기 전에만 활을 사용하는 것으로 하죠."
그리고 정훈은 사망한 플레이어들의 숏소드와 대거를 수거해 와서 이들에게 하나씩 쥐어 주었다.
"찝찝해 하지 말고 그냥 여러분들은 운좋게 무기를 하나씩 더 얻었다고 생각합시다. 몬스터가 가까이 오면 활을 들고는 대응하기 어려우니까 호신용이라고 생각하고 다들 받아 두세요. 활을 쏘기 힘든 거리로 근접해오면 여러분이 여덟명이니까, 4인 1조로 2개조로 나누어서 협공으로 최대한 한놈씩 차분하게 처리하죠. 유민씨와 고지현씨를 조장으로 생각하고 1조가 되서 움직이면 됩니다. 혹시라도 적이 무기를 들고 있다면 무기로 맞받아치는건 위험할 수도 있으니 재빠르게 피하면서 협공 하도록 해요. 몸놀림이 빠른 남태양씨가 유민씨 조에, 김태연 씨가 고지현씨 조에 들어가서 1대 다수 싸움이 벌어지면 몬스터의 주의를 끌도록 해요."
정훈은 플레이어 각자에게 역할분담을 시키고 조금이나마 익숙하게 하기 위해 전술 훈련을 시켰다. 그렇게 바쁜 1시간 30분이 흘렀고, 시스템메시지가 나오는 것을 확인한 정훈은 공지를 사용했다.
<2차 튜토리얼 시작까지 30분 남았습니다.>
[안녕하세요. GM너구리입니다. 2차 튜토리얼에는 비교적 약한 몬스터인 배틀래빗이 300마리나 나왔던 1차와는 다르게 무기를 가진 고블린들이 등장할 예정입니다. 고블린은 2번에 걸쳐 여러분을 공격하게 되며 개체수는 현재 살아남아 있는 플레이어의 수와 동일합니다. 첫번째 공격에는 지금 현재 플레이어 수 만큼의 고블린이, 두번째 공격에는 첫번째 공격이 끝난 후 살아남은 플레이어 만큼의 고블린이 나타납니다. 시작 10분 전부터는 시스템메시지가 시간을 알려 줄 예정입니다. 남은 시간 준비 잘 하시고 부디 살아남아 주세요.]
정훈은 얼른 공지를 마치고 아무렇지 않은 척 했다. 옆의 유민 조에서는 활 쏘는 연습이 한창이었고 고지현 조는 몬스터들이 접근했을 때를 대비해서 검을 들고 싸우는 연습을 하고 있었다. 1차때는 다들 당황해서 제 기량이 안나왔던 것 같지만 한번 겪고 조금 여유가 생겨 대비할 시간이 있으니 몸놀림들이 살아나는 듯 했다. 특히 여자이지만 고지현은 몸놀림도 민첩하고 활도 잘 쏘는 편인데다가 무엇보다 사람들을 밝게 잘 이끌었다. 170이 조금 넘어 보이는 키에 시원시원한 동작과 목소리로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었다.
-헹, 멍청이. 어딜 보는거야? 몸매만큼 실력도 좋다고 생각하고 있는거지?
"흐, 헙."
정곡을 찔렸는지 정훈은 이상한 소리를 내고는 아리의 말을 애써 무시하고 이윤상을 찾았다. 이윤상을 찾다 보니 집단으로 전투를 대비하고 있는 무리에서 소외된 4명의 무리가 보였다.
'허윤형··· 이었지."
정훈은 허윤형에게 건 1시간짜리 GM의 분노 스킬을 4번이나 사용했다. 원래 정훈은 '직업은 없어도 뒤끝은 있다' 라는 걸로 유명한 사람이었다. 화가 나서 밤새도록 입을 막아버릴까 고민하기도 했지만 사실 나중에는 까먹고 스킬 발동을 멈추어버렸었다. 허윤형은 입을 열 수 없으니 당연히 식사도 할 수 없었고 다른 플레이어들이 식사를 할때 4시간이나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가 소수지만 자기들만의 집단을 만들었거나 혹은 들어갔거나 해서 따로 행동하는 모양이었다.
'4시간은 너무 심했나?'
허윤형은 정훈을 알아보았는지 싸늘하게 노려보았다. 그리고 그의 무리들도 정훈을 힐끗 쳐다보았는데 절대 호의적인 모습은 아니었다. 혹시라도 나중에 방해가 될까 화해라도 해야 하나 싶었지만 그럴만한 시간은 없었다. 사실, 2차 튜토리얼이 끝나고 3차 튜토리얼은 하루를 쉬지 않고 바로 진행할 예정이었다.
"몰라몰라크아앙님, 오셨네요?"
"어··· 네, 장발스님님. 그나저나 우리 닉네임으로 부르지 않는 거래를 하는게 어떨까요?"
조금 친해진 정훈과 이윤상은 농담을 주고 받았다. 그리고 이윤상이 정훈에게 2차 튜토리얼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다.
"정훈씨가 제안한 것이 꽤나 효과가 있을것 같습니다. 짧은 시간이라도 조금 대비를 한게 효과가 있겠네요. 아, 전투에 능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3인 1개 조로 편성해서 함께 움직이도록 했습니다. 능숙한 사람들은 자유롭게 움직이되 다른 사람들을 도와주는 방식으로요."
"좋은 생각인거 같습니다. 안그래도 활 가진 분들 때문에 이야기하러 왔는데, 저 분들이 몬스터가 멀리 있을때는 활을 쏘고 난전에 들어가서는 검을 쥐고 싸우기로 했어요. 저기는 4인 1조지만 뭐 이 전술을 크게 해칠 것 같지는 않네요."
이윤상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들 대놓고 말은 안 하지만 화살에 대한 두려움이 어느정도 있던 바였다.
"좋은 생각인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이번에는 저번보다 오히려 쉬울지도 모르겠네요. 저번에는 정말 머릿수가 끔찍하게도 많아서···."
"그래도 무기를 들었다니까 우습게 봐서는 안되겠죠."
<2차 튜토리얼, 고블린의 첫번째 습격까지 10분 남았습니다.>
시스템 메시지를 확인한 플레이어들은 지금까지 그나마 편하게 준비하다가 조금씩 긴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어제 실제로 사람들이 죽어나가는걸 목격한 탓일까. 정훈은 공지로 전 구역의 사람들을 독려할까 하다가 그만두었다. 10개 구역 모두를 챙길 수 있으면 좋겠지만 실제로 그건 무리라는 생각이었다. 그저 자신이 10개 구역을 모두 도울수 있는 능력이 안되는걸 인정하고 최소한 당장 눈앞에 보이는 사람들이라도 돕겠다는 생각을 했다.
"긴장하지 마세요! 어제보다 3분의 1도 안됩니다! 한사람당 한놈씩만 처치하면 됩니다! 다들 잘 준비했으니 살아서 끝낼 수 있을거에요!"
신경 쓰지 않는 플레이어들도 꽤 되었지만 어제 정훈의 활약을 본 플레이어가 대부분이었기에 조금 힘을 얻는 듯 했다. 사실 많은 플레이어들은 그렇게 생각했다. 전투에 능숙한 몇몇이 다수를 처리해주면 자신들은 조금만 해치우면 될거라고. 정훈도 사전에 GM매뉴얼에서 플레이어들이 다른 플레이어에게 의지하게 하지 말고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는 항목을 보긴 했지만 실제로 사람이 앞에서 죽어나가니 그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자기가 고의로 몸을 사리면 누군가가 목숨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현실, 정훈은 매뉴얼 같은 것 보다는 지금 당장 눈앞의 일을 처리하기로 결정했다.
<2차 튜토리얼, 고블린의 두번째 습격까지 5분 남았습니다.>
Comment '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