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나팔과 수리부엉이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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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GM너구리입니다. 어제는 편안한 밤 되셨나요? 어제부로 너구리의 약오르는 상자 이벤트가 끝났네요. 네. 여전히 유니크는 획득하신분이 없군요. 여러분들의 불운에 매우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네? 뻥치지 말라고요? 어휴 무슨 그런 섭섭한 말씀을 하시고 그러세요.]
언제나 같은 시간, 정훈은 집무실에 앉아서 플레이어들에게 공지를 시작했다. 오늘은 할 일이 많기에 빨리 끝내려는 생각이었다.
[자, 넘어가서. 어제만 5개의 클랜이 길드로 승급하셨네요. 다들 축하합니다. 순위권인 흑장미, 피스메이커, 화랑에 이어 너구리척살단과 우주 까지. 이 다섯 길드의 마스터분들께는 특별한 레어 무기 아이템이 이미 지급되었고 이 공지가 끝나는대로 길드 전용 장신구가 지급 됩니다. 아, 걱정 마세요. 1주일 내에 승급 하시면 길드마스터에게 매직 아이템, 그리고 길드 전용 장신구가 지급됩니다.]
[그러면 이 길드 전용 장신구의 성능 부터 말씀드려야 겠네요. 이 장신구는 반지, 목걸이, 귀걸이 중에서 각자 선택이 가능하며 길드 마크가 정해진 경우 길드 마크가 새겨집니다! 무엇보다 무려 길드마스터가 길드원에게 몇가지 신호를 보낼 수 있는 기능이 있다는 사실! 굉장히 편리하겠죠? 뭐요? 차라리 휴대전화를 달라고요? 자꾸 말도 안되는 소리 하시면 입을 봉해버리겠어요. 그리고 추후에 얻으려면 조금, 아주 조금 어려운 퀘스트를 통해 구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벤트로 얻지 못한 길드에게도 적용됩니다. 그럼 오늘도 여러분, 행복한 하루 되세요. GM너구리였습니다.]
정훈은 얼른 공지를 끄고 인벤토리를 열었다. 그리고 장신구 중 길드마스터의 반지를 선택하고 오른손 약지에 장비했다. 길드마스터는 이걸 사용해서 신호를 보낼 수 있지만 길드원들의 응답은 불가능하게 만들어져 있었다. 차라리 대화를 하게 해주는게 어떠냐는 말에 아리는 이렇게 대답했다.
"불만이면 반납 해."
서로 대화가 가능한 장신구도 있다고는 하지만 길드원 전체가 착용하는건 무리기는 했다. 아이템의 수량도 그렇고 60명의 길드원들이 한마디씩 하면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시끄러워질 테니까. 어쨌거나 길드마스터의 반지를 활용하면 전체 길드원에게 신호를 보낼 수도 있고 개별로 지정해서 보낼 수도 있다. 전체소집, 개별호출, 대기, 해산, 공격개시, 후퇴 등 여섯가지 신호를 보내는 것이 가능했다.
"한번 실험 해 볼까."
정훈은 3층의 고지현을 골라 호출했다. 고지현은 이미 아이템을 장착 한 듯, 2~3분이 지나 집무실 문을 두드렸다.
"아침부터 무슨 일이래요? 깜짝 놀랬네. 길드마스터 호출이라니. 뭐, 안그래도 한번 보러 올까 싶었어요."
"지현씨, 쉬는날 아침부터 미안한데 이야기 할게 있어서요."
정훈은 어제 이지연과 유민과의 대화에 대해서 털어 놓았다. 노수빈의 이야기와 더불어 몇몇 남자 길드원들이 여자 길드원들에게 과도하게 찝적거린다는 이야기.
"지현씨는 이런 분위기 몰랐어요?"
"아, 뭐··· 좀 찝적거리는 사람들은 있었는데 신경 안썼어요. 다른 애들한테 그렇게 심하게 행동하는지는 몰랐네요."
고지현은 입맛을 살짝 다셨다. 한숨을 살짝 내쉬고는 천장을 한번 바라보았다가 정훈의 눈을 바라보았다.
"어제 여자애들이랑 이야기 좀 했어요. 지연이나 민이는 그래도 파티장 정도는 되니까 심하게 당하지는 않은거에요. 특히··· 수영이 알죠? 최수영."
정훈은 레트로플레임 사건을 떠올렸다. 그때 오석정의 곁에 있던 최수영이, 며칠이 지난 후 가입하고 싶다고 찾아와서 받아주었었다. 단순히 보호받으려는 것이 아니라 함께 성장하고 싶다는 굳은 뜻을 가지고 찾아왔기에 환영해 주었던 기억이 난다.
"수빈이가 걔에 대해서 입에 담기도 힘든 말들을 남자들한테 퍼뜨렸나 봐요. 오석정한테 몸을 팔았다느니··· 그것도 수영이가 수빈이랑 같은 파티에서 남자 파티원이랑 친해지고 난 뒤에 그랬다더라구요. 질투한건지 뭔지는 몰라두요. 그런데 몇명이 와서 수영이한테 자기는 어떠냐고 껄떡댔다더군요. 그거 아세요? 그 몇명 중에 문명호랑 주권도가 포함되어 있어요."
고지현이 눈을 가늘게 뜨고는 정훈을 슬쩍 쳐다보았다. 정훈의 미간에 주름이 생겼다. 최수영이 레트로플레임의 예비가입자였다는 사실은 길드 내에선 자신과 이윤상만이 아는 이야기였다. 게다가 최수영은 레트로플레임 사건 당일 플레이어마켓에서 예비가입자가 되었다고 하니 예비가입자였다는 사실 자체가 거의 알려지지 않았으리라고 생각했는데, 충격받은듯한 목소리가 정훈의 입에서 새어나왔다.
"그걸 노수빈씨가 어떻게···? 그리고 오석정이랑 최수영씨 사이에 무슨일이 있었는지 알 수는 없는 일인데···. 게다가 최수영씨가 레트로플레임 예비 가입자였다는걸 아는 사람도 없을텐데···."
"글쎄요. 그걸 아는 누군가가 말해준 걸지도 모르죠."
정훈은 말문이 막혔다. 그걸 확실하게 아는 사람은 이윤상과 최승우, 그리고 지민호. 길드 외부에 레트로플레임의 예비가입자들도 있지만 그들은 피스메이커 길드를 병적으로 피해왔다. 화랑에서 나온 이야기 일 수도 있지만 우선적으로 확인해야 할 것은 이윤상 이었다.
"알겠어요. 고마워요 지현씨. 잠깐 윤상이 좀 봐야겠네요."
"네. 심경 복잡하겠지만 저는 확실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물론입니다."
정훈은 고지현이 나가는걸 확인하자 마자 이윤상과 이윤진 형제에게 호출 신호를 날렸다. 둘은 따로 살고 있기에 오는데 시간이 조금 걸릴터였다. 초조한 마음으로 이윤상과 이윤진을 기다리며 몇번이고 GM의 눈으로 둘의 위치를 확인했다. 15분 정도 지나자 형제가 문을 두드렸다.
"들어와."
"이거 좋은데? 어디서 호출했는지 위치도 알려주네."
"안녕하세요 형님. 아침부터 무슨일이세요?"
이윤상과 이윤진이 소파에 앉았다. 둘은 정훈의 분위기가 평소와는 다름을 느꼈는지 처음 들어왔을때와는 다르게 침묵을 지켰다. 정훈이 고통스럽게 한숨을 몰아쉬며 말을 꺼냈다.
"너 혹시··· 최수영씨랑 오석정 이야기 누구한테 한적 있냐?"
"최수영씨···?"
이윤상의 동공이 커지고 입술이 벌어졌다. 그리고 고개가 서서히 이윤진 쪽으로 돌아갔다. 시간이 멈춘것 처럼 아주 천천히 돌아간 이윤상의 시선이 크게 당황항 듯한 이윤진의 눈에서 멈추었다.
이윤진의 입술이 움찔거리며 동공이 눈에 보일정도로 크게 흔들렸다. 이윤진의 입술이 살짝 벌어지며 갈라지는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수, 수빈이 한테···."
"개자식이!"
이윤상이 이윤진에게 달려들어 깔아뭉갰다. 형의 주먹이 동생의 얼굴에 가차없이 내리꽂혔다. 정훈은 딱히 말리지 않았다. 그저 한숨을 더 크게 쉬고는 지켜 볼 뿐. 쉴새없이 내리 꽂히던 이윤상의 주먹이 이윤진의 얼굴을 피떡으로 만들어 놓고는 멈추었다. 쿨럭거리며 꿈틀대는 동생의 몸 위에 걸터앉은 형은 눈물을 흘렸다.
"미안, 미안하다··· 그 날 술먹고 이 새끼한테 말했는데··· 무슨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걸 말해서는 안됐는데··· 정말 미안하다."
한숨을 쉰 정훈은 대답하지 않은 채 길드마스터의 반지의 기능을 발동시켜 전 길드원에게 호출 신호를 발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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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분 가량이 지난 후, 피스메이커의 전 길드원 60여명은 저택의 넓은 마당에 집결 완료 되었다. 몇몇은 아직 길드전용 장신구를 착용하지 않았지만 한 집에 지내거나 몰려 지내는 경우가 많아 손쉽게 소집이 가능했다. 다들 무슨일인가 싶어 현관 앞에 서있는 정훈을 바라보았지만 심하게 구타당한 이윤진의 몰골을 보고는 무슨 일이 있구나 싶어 다들 입을 다물고 있었다.
많은 길드원들이 레트로플레임 사건때 정훈이 보여준 강한 모습에 이끌려 가입했다. 길드원들 뿐만 아니라 정훈이 담당하는 플레이어들 사이에서는 정훈과 이강림, 그리고 흑장미 길드의 길드마스터인 '고리' 김소희와 본명을 비공개로 한 부길드마스터인 '로스트하트', 그리고 화랑의 길드마스터인 최승우. 이상 다섯명이 가장 강할거라는 이야기가 공공연히 나돌고 있었다. 하지만 정훈은 길드원들이나 플레이어들에게 화를 내는 일이 없었고 레트로플레임 사건 이후로는 저렇게 굳은 얼굴을 보인적이 없었기에 다들 조금씩은 긴장한 상태였다.
"여러분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정훈이 차가운 눈빛으로 말을 시작했다. 길드원들은 그 누구도 입을 열지 않고 정훈을 바라보았다.
"길드에 불미스러운 일이 있습니다. 아시는 분들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별거 아닌 일인데 긁어 부스럼이라는 생각을 하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반드시 짚고 넘어갈테고 묵과하지 않을겁니다. 우선, 부길드마스터인 이윤상씨와 길드 스텝인 이윤진씨를 일반 길드원으로 강등시키기로 결정했습니다."
길드원 전체가 웅성거렸다. 이윤상과 정훈은 튜토리얼때 부터 좋은 관계를 유지해왔고 현재도 길드마스터와 부길드마스터지만 친구로 잘 지내고 있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고지현도 놀라서 정훈을 바라보았고 이강림은 별 생각 없다는 듯 팔짱을 끼고 서있을 뿐이었다.
"이 자리를 빌어 분명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사람의 마음을 갖고 놀면서 아이템을 얻어내는 행위, 소문만을 가지고 누군가를 함부로 판단하고 상처준 행위, 단지 여자라는 이유 만으로 얕보거나 찝적거리는 행위, 구애를 받아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뒤에서 욕하는 행위를 하신 분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이윤상과 이윤진은 무거운 표정으로 땅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이성 이라는 이유만으로 우습게 보거나 여러 이성에게 소위 말하는 어장관리를 하신 분. 그리고 그렇게 아이템을 목적으로 길드원에게 접근 하신분."
정훈이 말을 끊고 길드원들을 돌아 보았다. 정신을 집중하자 길드원들 하나하나의 심리 상태를 읽을 수 있었다. 누군가는 무슨 일인지 몰라 어리둥절해 하고 누군가는 당황하기도 했다. 어떤 길드원은 누군가를 원망하며 제발 저놈 이야기 하는 것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있었고 왜 쉬기로 해놓고 불러냈냐고 불평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리고 노수빈의 상태가 눈에 들어오자 정훈은 다시 한번 굳게 마음을 먹었다. '내 이야기는 아니겠지? 어떤 년이 나 몰래 그런짓을 한거야?'
정훈은 차가운 눈빛으로 품속에서 종이를 한장 꺼냈다. 그리고 매서운 눈빛으로 하나하나 이름을 말하며 그 당사자를 노려보았다.
"문명호, 주권도."
둘이 이름을 불리자 동시에 움찔 하며 정훈을 바라보았다. 정훈은 둘을 호명하고 앞으로 나오라고 이야기 하고는 아홉명의 이름을 더 호명했다. 김대면의 경우에는 남들에게 피해를 주기 보다는 피해자에 가까워 제외시킨 상태였다. 총 11명의 남자 길드원들이 불려나왔고 정훈은 종이를 품에 넣고 노수빈을 정확하게 노려보았다.
아까와는 다른 반응이 눈에 들어왔다. '내 이야기인가? 내 이름을 부르면 연기라도 해야하나?' 라는 상태. 정훈의 입이 천천히 열렸다. 아니, 열리려는 순간 예상치 못한 노수빈의 역습이 시작되었다.
"왜그러시는거죠? 정훈 오빠가 말씀하신 것들이랑 저 분들은 아무 관계 없어요! 제가 저 분들 잘 알아요. 그럴 사람들이 아니에요!"
모두의 시선이 노수빈에게 집중되었다.
- 작가의말
흑흑 노수빈 간악한 기집애..
이 에피소드는 제 경험담을 토대로 각색한 에피소드 입니다.
월요일이네요. 다들 힘내세요!
뿅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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