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GM너구리입니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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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은 시스템메시지가 300마리라고 이야기했을때, 꽤 많네 라고 생각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눈앞에서 달려드는 저 놈들의 숫자에 압도당하는 느낌이었다. 게다가 처음에는 한방향에서만 흙먼지가 피어오르더니 사방에서 흙먼지가 피어오르고 있다. 플레이어들은 당황해서 두리번거리며 어찌해야 할 줄을 몰랐다. 정훈도 마찬가지였지만, 뇌의 출력이 향상된 덕분인지 빠르게 정신을 차리고 GM스킬창을 열어 GM의 축복(모든 플레이어의 모든 능력치 5 증가) 스킬을 사용했다.
<GM너구리가 여러분에게 GM의 축복 스킬을 사용합니다.>
시스템메시지와 함께 능력치가 올라가는건지 신체에서 충만함이 차오르는 느낌이 느껴졌다. 그리고 정훈은 얼른 공지를 사용해 플레이어들을 독려하고는 숏소드를 고쳐 쥐었다.
[여러분. GM너구리입니다. 이건 실제상황이니 다들 정신차리셔야 합니다. 모두 살아남아 주세요. 적은 비교적 약하지만 수가 많습니다.]
배틀래빗이 사방에서 달려들어오고 있었다. 토끼라고 하기에는 좀 살벌한 생김새였다. 50cm정도의 키에 붉게 잔뜩 충혈된 눈, 풍성한 흰색 털로도 가리지 못한 울퉁불퉁한 근육. 무엇보다 이족보행하는 토끼라니. 게다가 가까이 다가왔을때 확인한 것이지만 앞발, 아니 손에는 5센티 가량 길이의 손톱 3개가 크게 날카롭지는 않지만 살벌하게 돋아나 있었다.
"으아아아!"
"이게 뭐야!"
플레이어들은 배틀래빗이 코앞까지 닥치자 대부분 혼란에 빠졌다. 듣도보도 못한 미친 토끼들의 돌진에 다들 지레 겁을 먹은 듯 했다. 개중에는 활을 든 사람들이 종종 배틀래빗을 향해 화살을 쏘긴 했지만 그닥 명중률이 높지는 않았다. 그러나 우연히 한 플레이어의 화살이 배틀래빗의 머리통을 꿰뚫었다.
"끄에에엑!"
머리통에 화살을 맞은 배틀래빗 하나가 피를 뿌리며 바닥에 나뒹굴었다. 시스템메시지가 모든 플레이어들의 시야 위쪽에 메세지를 출력시켰다.
1위 - 유 민 : 처치수 1
정훈은 입이 벌어져서 옆에 서있는 유민을 바라보았다. 유민도 얼떨결에 맞춘 듯, 당황한 표정이었지만 정훈이 바라보자 얼른 시선을 배틀래빗으로 돌리고는 다른 화살을 꺼내들었다. 정훈도 배틀래빗이 죽어나가는걸 보고 정신을 차리고는 숏소드를 움켜쥐고 배틀래빗을 노려보았다.
-배틀래빗 (LV.1)
HP : 50
MP : 0
공격력 : 10
방어력 : 3
스페셜 어빌리티의 패시브인 통찰력 스킬의 능력 덕분에 배틀래빗의 정보가 자연스레 정훈에게 들어왔다. 50의 HP. 숏소드를 장비하고 GM의 축복 스킬을 받은 정훈의 공격력은 54였다. 단순 계산대로라면 54의 공격력에 배틀래빗의 방어력 3을 빼면 51, 배틀래빗의 HP는 50. 한번의 공격에 하나의 배틀래빗을 죽일 수 있다. GM도 아닌 보통 플레이어인 유민의 공격력이 배틀래빗을 한방에 죽일 정도는 안될텐데 화살 하나로 잡은걸로 보아서 크리티컬이 터졌나 싶었지만 머리를 맞췄으니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헀다. 그리고 정훈은 크게 심호흡을 했다.
"이야아아아아!"
정훈이 뛰쳐나가 기세등등하게 배틀래빗의 목을 날렸다. 아무리 다른 플레이어들 보다 능력치가 높다 한들 아직 전투 경험이 없는 풋내기. 뒤를 돌아볼 여력 같은건 없었기에 다른 플레이어들의 경황을 확인할 여유는 없었지만 정훈의 숏소드에 배틀래빗의 목이 날아가자 사람들도 용기가 나서인지 분위기에 휩쓸려서 인지, 혹은 괴물토끼들에 대한 공포감인지 몇몇이 배틀래빗을 향해 무기를 들고 돌진하기 시작했다. 몇몇이 달려들자 얼마 지나지 않아 들판은 아수라장이 되어 버렸다. 하지만 여전히 몇몇 플레이어들은 쭈뼛거리며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것 외에는 하는 일이 없었고, 본능적으로 약자를 찾은 배틀래빗들이 동시에 그런 플레이어를 덮치기도 했다.
"토끼새끼들 주제에!"
정훈은 GM답게(물론 스탯빨이다) 종횡무진하며 배틀래빗들을 베어 나갔다. 다섯마리 정도 베었을까, 정훈의 시야에 한 문구가 떠올랐다.
<기본 패시브 스킬 중 소드 마스터리를 획득했습니다.>
<축하합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스테이터스창과 스킬창을 열어 확인하고 말고 할 겨를이 없었다. 축소 스테이터스 창을 열어 놓으면 경험치와 체력 등을 확인할 수 있었지만 그런걸 볼 정신도 없었다. 토끼라고는 하나 발톱이 달린 짐승, 보통 일격에 배틀래빗이 죽기는 했지만 종종 공격을 피하거나 두번 베어야 죽는 경우도 있었다. 단순히 능력치만으로 한대 치면 반드시 죽는다는건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저 근사치를 적용시켜 수치화 시켜 놓은 것일 뿐. 사실 그런 시스템에 대한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정신없이 싸우고는 있지만 일곱 마리쯤 베어 넘기자 정훈의 몸에도 몇군데 발톱에 베인 상처가 남았다. 그렇게 깊게 들어온 상처는 아니지만 피부가 찢어지고 피가 흐르고 있었다.
"으아아아악!"
대략 10미터 옆에서 배틀래빗 여럿에 깔아뭉개진 플레이어 한명이 보였다. 조금 숨을 고르던 정훈은 하나의 목을 베고 둘을 발로 걷어차서 튕겨내었다. 그리고 다른 플레이어들도 정훈을 도와 쓰러진 플레이어를 구출했다. 그러나 구출된 20대 초반정도의 남성 플레이어는 배틀래빗의 부러진 손톱이 목에 박혀 피를 철철 흘리며 켁켁대고 있었다. 정훈은 급하게 소리쳤다.
"혹시 의사나 간호사 없습니까? 으아아!"
그새 달려드는 배틀래빗 두마리를 비명지르듯 처리하고 숨을 가쁘게 몰아쉰 정훈은 쓰러졌던 플레이어를 돌아보았다. 그러나 정훈과 함께 그 플레이어를 구출했던 다른 플레이어 하나의 얼굴이 사색이 되어있었다.
"지, 진짜야. 진짜 죽었어."
쓰러진 플레이어는 눈을 뜬 채로 목에 박힌 배틀래빗의 손톱을 움켜쥔 채로 죽어있었다. 이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는 듯이, 원통한 표정으로.
"아오 씨발! 토끼새끼들이!"
정훈은 동생뻘 되는 플레이어의 죽음을 목격하고 분노가 차올라 욕설을 내뱉으며 달려드는 배틀래빗에게 숏소드를 휘둘러 일격에 죽여버렸지만 바닥에 널부러진 다른 배틀래빗의 시체를 밟고 넘어져 버렸다. 엎어져 버린 정훈의 시야에 자신에게 손톱을 세우고 달려드는 배틀래빗 세마리가 시야에 들어왔다. 숏소드를 억지로 들어 한마리의 목을 찌르긴 했지만 코앞까지 다른 배틀래빗의 손톱이 다가왔다. 어이없게도 GM이 튜토리얼에서 목숨을 잃기 직전이었다. 정훈의 머리가 공포에 지배당했다. 자기도 모르게 눈을 감아 버렸다.
"으-아-아-응?"
정훈은 눈을 감고 비명을 지르다가 자신의 목소리가 끊어지면서 늘어져서 나오는걸 깨닫고 의아해 하며 눈을 떴다. 시야에 8이라는 숫자가 7로 줄어드는 것이 보였다. 퍼뜩 생각난 것이 바로 정훈의 스페셜 어빌리티, 찰나의 예술. 10초간 주위의 시간을 느려지게 만드는 스페셜 어빌리티다. 정훈이 자기도 모르게 발동한건지 생명의 위협을 느껴 자동 발동 된건지는 모르지만 정훈은 깊게 생각할 겨를 없이 급히 정신을 차리고는 한 놈의 목에 박혀있던 숏소드를 뽑아내고 오른쪽에서 달려들던 배틀래빗의 목을 날려버렸다.
-서걱!
느리게 핏방울들이 튀어 나가는 것을 본 정훈은 재빨리 왼손을 바닥에 짚어 몸을 일으키고는 왼쪽에서 달려들던 배틀래빗의 머리통을 쪼갤듯이 검을 내려쳤다.
-뿌악!
배틀래빗의 두개골이 깨지는건지 부서지는건지 둔탁한 소리가 났다. 너무 강하게 내려쳐선지 손바닥이 아려왔다. 하마트면 숏소드를 놓칠뻔 했다. 어쨌거나 죽음의 위기를 넘긴 정훈이 입술에 침을 발랐다.
1위 - 김정훈 : 처치수 13
2위 - 이윤상 : 처치수 8
3위 - 이윤진 : 처치수 7
잠시 숨을 고르다가 시스템메시지를 확인해보니 어느새 1위에 올라 있었다. 순위를 확인한 순간 10초가 모두 끝났고, 찰나의 예술 스킬이 풀렸다.
"허억!"
갑작스레 시간의 흐름이 달라져선지 정훈은 신체에 가해지는 압박감에 크게 숨을 내뱉았지만 곧장 정신을 차리고는 자신에게 달려드는 배틀래빗 둘을 베어 넘겼다. 스탯보정의 영향인지 뇌 출력 향상의 영향인지 전투 중에 잠시 패닉에 빠지더라도 금새 회복되는 편이었고 온몸에 배틀래빗의 피로 칠갑을 하고도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피비린내가 코를 찌르긴 했지만 피비린내의 역함보다는 사람이 죽는다는 공포와 토끼놈들에 대한 분노가 앞섰다.
쉴새없이 배틀래빗을 베어넘긴 정훈의 기록은 40을 넘기고 있었다. 그새 몇번 레벨업을 거쳐 6레벨이 되어 있었다. 레벨업을 하면 주어지는 스탯포인트를 활용해 능력치를 선택해서 올릴수도 있지만 따로 스테이터스 창을 열고 스탯을 올릴 정신이 없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레벨업에 딸려오는 능력치 상승이 있기에 이제는 배틀래빗이 다들 한번의 공격에 죽어나가고 있었다.
<1차 튜토리얼의 목표인 배틀래빗의 개체수가 50마리 남았습니다.>
시스템메시지가 시야에 출력되었다. 정훈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잠시 숨을 돌렸다. 중간중간에 메시지가 뜨기는 했지만 긴박한 전투 상황이다 보니 확인하지 못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눈에띄게 개체수가 줄어 숨돌릴 여유도 생긴 터였다.
"하··· 미친, 씨발, 좆같은 토끼새끼들."
정훈은 욕지기를 내뱉으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몇몇 플레이어들이 바닥에 널부러져 있는 것이 보였다. 배틀래빗 여러마리가 달려들어 여기저기 피를 흘리고 죽어버린 플레이어도 눈에 띄었지만 화살을 맞고 쓰러져 있는 플레이어도 보였다.
"이야아!"
정훈은 주변에 있는 배틀래빗 두마리를 더 베었다. 아무래도 활 사용에 익숙하지 못한 사람들이 실수로 플레이어를 맞춰버린게 아닌가 싶었다. 머리가 복잡해져버렸다.
"이렇게 난장판인데 제대로 활을 쏘기 힘들 수 밖에 없지···."
그러나 더이상 사상자가 나는것은 절대 사양이었다. GM으로서의 책임감 같은걸 떠올리기도 했지만 그것보다 실제로 죽는사람들이 발생하자 공포보다는 분노가 치밀었다. 그렇게 다른 사람들의 죽음에 자신이 정의감을 불태울지는 몰랐지만 어쩌면 정의감 같은 감정이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정훈은 숏소드를 굳게 쥐고는 눈앞의 배틀래빗들에게 달려들어 남김없이 베어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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