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GM너구리입니다 -2-
GM의 기상나팔(LV.MAX) : GM이 자고 있는 플레이어들의 잠을 깨웁니다. 사망한 플레이어 외에는 기절한 사람까지 깨울 수 있습니다. (쿨타임 1시간)
정훈은 조금 긴장했는지 GM스킬창의 GM의 기상나팔 스킬을 보며 마른 입술을 침으로 적셨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크게 심호흡 하고는 GM의 기상나팔 스킬을 발동시켰다.
빰빠빰빰빠 빰빠라빰빠빰빰빠 빰빠라빰 빰빠라빠밤빠라바라밤
기절한채로 여기저기에 널부러져 있던 플레이어들의 고막을 때리는 요란한 나팔소리가 울려퍼졌다. 100명, 정훈을 포함하면 101명의 사람들이 깜짝 놀라며 벌떡 일어섰다. 정훈은 아리의 충고를 귀담아 들은 덕분인지 주위를 두리번 거리며 놀란척 연기를 하며 일어섰다.
"엥···?"
"뭐야 이건?"
"여긴 어디지?"
사람들, 플레이어들의 당황한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당연하게도 정훈 외에는 그 누구도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커다란 사각형 모양의 흰 공간. 사람들은 두리번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고 여전히 혼란스러워 하고 있었다. 정훈은 두리번 거리는 척 하며 공지 스킬을 발동시켰다.
[안녕하세요 GM너구리입니다]
사람들은 귓속에서 들리는 소리에 혼란스러워 했다. 그리고 곧 웅성거리며 소란스러워 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정훈에게만 보이는 튜토리얼 안내 창이 떠올랐다.
"뭐? GM너구리? 누구야?"
"무슨일이야? 여긴 어디고?"
[여러분들은 선택받았습니다. 여러분들은 이제부터 '플레이어'가 되어 이곳 워랜드에서 살아가게 됩니다. 한 구역당 100명씩, 총 1,000명의 플레이어 분들이 이곳에 와 계십니다.]
"무슨 헛소리야? 당신 누구냐고!"
"워랜드는 무슨 소리야?"
"어딨어? 누가 말하는거야?"
정훈의 튜토리얼 안내 창에 각 튜토리얼 지역에서 사람들이 하는 말이 어마어마한 속도로 올라왔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당신 누구냐며 묻고 있었다. 정훈은 대화 옵션을 조정해서 전체 대화가 아닌 중요대화만 화면에 떠오르도록 설정했다.
[저는 GM너구리입니다. 여러분들의 워랜드 생활에 대해 안내해주기 위해 나왔습니다.]
"너구리놈아 나와서 얘기해!"
"숨어서 얘기하지 말고 나와서 얘기해라 납치범!"
[여러분 저는 납치범이 아닙니다. 여러분의 생존을 도와드릴 GM, GM너구리 입니다. 여러분들이 흥분하실수록 제가 여러분에게 조언해 드릴 시간이 짧아져 여러분이 죽을 확률도 높아집니다.]
"닥쳐! 죽긴 누가 죽냐! 나와서 얘기해라!"
"몰래카메라 그런건가요? 이 사람들 다 몰래카메라 배우 그런거죠?"
플레이어들은 당연히 이 상황을 믿지 않는 듯 했다. 정훈은 조금 고민하다가 다시 공지했다.
[못 믿으시겠다면 '스테이터스' 라고 말씀 해 보시기 바랍니다. 입으로 소리내서 말씀하셔도 좋지만 속으로 말씀하셔도 좋습니다.]
여전히 사람들은 웅성거리고 있었다. 아무래도 나의 연기력을 폭발시킬때인것 같다 라고 생각한 정훈은 공지가 아닌 입을 열었다.
"스테이터스."
사람들이 정훈을 돌아보았다. 옆에 서서 멍하게 허공을 바라보던 포니테일에 살짝 갈색빛의 염색을 한 예쁜 여자도. 정훈은 사람들의 시선이 자기에게 몰리자 호들갑을 떨었다.
"허억. 정말 게임처럼 스테이터스 창이 뜨잖아?"
-멍청이. 연기 진짜 못해.
아리의 구박이 들렸다. 정훈의 발연기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미심쩍은 얼굴로 정훈을 쳐다보다가 몇몇이 스테이터스 창을 불러내는데 성공했다. 다들 놀란 표정. 정훈은 다른 구역의 플레이어들이 스테이터스 창을 열었을지 걱정되어 GM의 관찰 스킬을 발동시키자, 각 구역별로 스테이터스 창을 띄운 사람들의 숫자가 떠올랐다.
A ZONE - 스테이터스 실행 플레이어 23
B ZONE - 스테이터스 실행 플레이어 9
C ZONE - 스테이터스 실행 플레이어 11
D ZONE - 스테이터스 실행 플레이어 8
E ZONE - 스테이터스 실행 플레이어 12
F ZONE - 스테이터스 실행 플레이어 7
G ZONE - 스테이터스 실행 플레이어 9
H ZONE - 스테이터스 실행 플레이어 13
I ZONE - 스테이터스 실행 플레이어 18
J ZONE - 스테이터스 실행 플레이어 8
A존부터 J존까지, 10개 존 모두 조금씩 스테이터스를 실행시킨 사람들의 숫자가 늘어나고 있었다. 처음엔 지지부진 했지만 꽤나 빠르게 숫자가 증가 했다. 정훈은 튜토리얼 안내창과 GM의 관찰 창을 동시에 띄워놓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테이터스 창을 실행시킨 것을 확인하고는 다시 공지를 이용해 메세지를 보냈다. 정훈은 메세지를 보내지만 플레이어들에게는 음성으로 들리는 것이다.
[훌륭합니다 플레이어 여러분. 다들 스테이터스를 확인 하셨겠죠? 여러분들은 몬스터를 잡아 레벨을 올리고 레벨을 올려서 보너스 스탯을 획득하게 됩니다. 보너스 스탯은 원하는 스탯에 투자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튜토리얼이 끝나면 각자 클래스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클래스에는 검사, 전사, 사제, 마술사, 궁수, 도둑이 있으니 각자의 적성에 맞는 선택을 하셔야 합니다. 참고로 검사, 전사, 도둑으로 전직하실 분은 초반에는 힘 위주, 궁수로 전직하실 분은 재주, 사제나 마술사를 선택하실분은 마력이 좋기는 하지만 튜토리얼을 클리어하는 데는 마력 스탯이 도움이 안되니까 재주에 투자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뭐야 이거, 게임이야? 스테이터스에 클래스? 튜토리얼?"
[게임 시스템이 적용되었지만 게임은 아닙니다. 게임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여러분들은 살아있는 괴물들과 전투를 벌여야 하고 여기는 리스폰이 없다는 것을 반드시 명심해두셔야 합니다. 죽으면 정말 죽는겁니다. 죽고 나면 되살아나거나 하지 않아요.]
"그런 헛소리를 믿으라고?"
"나와! 너구린지 개구린지!"
튜토리얼 안내창에서 사람들의 불만이 폭주하고 있다는 메세지가 떠올랐다. 정훈은 조금 당황하긴 했지만 다음 설명을 이어갔다.
[이제 스킬 이라고 말씀해보세요. 지금은 스킬창이 비어 있습니다. 전투를 통해 경험치를 쌓아서 기본 스킬들을 개방하거나 아이템 획득, 퀘스트 진행, 이벤트 발생 등으로 여러 스킬들을 배울 수 있는 길이 열려 있습니다.]
"네놈의 목을 따는 스킬을 배우고 싶다!"
"미친소리 하지 말고 내보내 줘!"
잘 참고 있던 정훈도 '너의 목을 따는 스킬을 배우고 싶다' 라는 말에는 조금 짜증이 났다. 그리고 자기도 모르게 생각한 것이 공지로 흘러나가버렸다.
[내 모가지 따는 스킬 배우고 싶다는 놈은 누구야?]
-아이, 멍청이. 집중해! 집중안하니까 실수하잖아!
[헉··· 미안해.]
플레이어들은 잠시 침묵하고는 다시 소란을 피우기 시작했다. 온갖 욕설을 들으며 정훈은 아리에게 어마어마한 폭언을 들어야 했다. 미안해 까지 공지로 나가버리다니, GM으로서 최악의 출발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훈은 당황해서 식은땀을 흘렸지만 플레이어들은 정훈에게 조금의 관심도 없는 상황. 그저 허공을 향해 욕설을 내뱉고 소리를 지를 뿐이었다.
[흥분을 가라앉히세요 여러분. 자꾸 진행을 방해하시면 무기 지급 없이 몬스터를 잡는 구간으로 넘어가겠습니다.]
정훈의 협박은 전혀 통하지 않았다. 정훈은 주위를 슬쩍 둘러보고는 마음을 다잡고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이제 인벤토리 라고 말씀해 보세요. 인벤토리. 이거 정말 중요합니다. 이거 늦게 하셔서 무기 못받으시면 진짜 죽을지도 몰라요.]
튜토리얼 알림창에는 '너구리주제에 사람들을 협박한다', '무기를 줄거면 너구리 뼈를 갈아만든 칼 같은걸 내놔라' 등의 협박이 중요 메세지랍시고 떠올랐다. 정훈은 애써 무시하며 튜토리얼 무기 지급을 선택했다.
[이제 여러분의 인벤토리에 몇가지 무기가 지급되었습니다. 그 중 마음에 드시는 걸 골라서 싸우시면 됩니다. 각 무기의 이름을 부르고 착용 이라고 말씀하시면 무기를 장비하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한 무기를 선택하면 다른 무기들은 사라지게 되니 신중히 골라주세요.]
플레이어들의 항의가 여전히 빗발쳤다. 정훈은 빼먹은 설명이 있어 아차 하고 다시 말했다.
[아, 여러분. 아직 무기를 장비하지 마세요. 더 설명드릴게 있습니다.]
"벌써 골랐는데 무슨 소리야!"
GM의 관찰 창에서 벌써 30명의 사람들이 무기를 선택했다는 알림이 떠있었다. 계속 욕하고 소리만 지르더니 의외로 말을 듣는 사람들이 있는 모양이었다.
[흠, 흠. 초반에는 아무거나 들어도 크게 상관은 없으니 그냥 쓰세요. 자 이제 잘 들으세요. 빠르게 설명하겠습니다. 지급된 무기 중에 숏소드를 선택하신 분은 클래스를 검사, 전사로 전직하는데 유리합니다. 숏보우는 당연히 궁수. 사제로 전직하고 싶으신 분들은 숏스태프나 메이스를 선택하세요. 도둑을 하고 싶으신 분들은 대거가 좋습니다. 마술사가 되고 싶은 분들은 숏스태프가 좋습니다. 하지만 지금 무기는 크게 상관없긴 하니까 원하시는걸 고르셔도 상관없습니다.]
튜토리얼 알림창이 다시 난리가 났다. 뭐 어쩌라는 말이냐는 둥 설명을 똑바로 하라는 둥 너때문에 잘못 골랐다는 둥 인신공격에 가까운 비난들이 폭주하자 정훈도 마음을 가라앉히기 힘들었다. 아리가 '정신차려 멍청한 너구리야!' 라고 외쳐서 겨우 평정심을 찾고는 '숏소드 장비' 라고 말했고, 어느새 정훈의 오른손에 숏소드가 들려있었다.
[10분 뒤 몬스터가 출몰하니 전투 준비 해주셔야 합니다. 그때까지 무기를 장비하지 않은 분은 죽을 확률이 그만큼 높으니 스스로 감당하셔야 합니다.]
사람들은 황당해 하고 항의하면서도 무기를 장비하고 있었다. GM의 관찰에 올라온 정보에 따르면 숏소드를 588명, 대거를 120명, 숏보우를 137명, 메이스를 77명, 숏스태프를 78명이 선택했다. 사실 정훈의 마지막 말처럼 이때 무기를 고른 것은 크게 의미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대체로 무기를 고른 성향을 따라가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10분 뒤 모든 플레이어가 무기를 고른것이 확인되자 하얀 공간의 벽과 천장, 바닥이 하얀 페인트를 씻어내는것 처럼 사라지고 있었다.
[그럼 튜토리얼 시작합니다. 저는 이만 물러나고 시스템 메시지가 여러분들을 안내해 드릴 예정입니다. 그럼 부디, 누구도 죽지 않기를 기원합니다.]
정훈도 몬스터의 등장에 앞서 조금은 긴장하며 공지를 마쳤다. 하얀 공간이 사라지고 플레이어들은 넓은 들판 위에 서있는 자신들을 발견했다.
"여긴···."
"뭐지? 갑자기 왠 들판이야?"
"야 너구리 어디갔어?"
사람들이 여전히 당황해하며 웅성거리고 있을때, 아까의 GM너구리의 목소리가 아닌 여성의 기계음이 플레이어들에게 말을 전달했다.
<튜토리얼이 곧 진행됩니다 . 10초 뒤, 1차 튜토리얼 몬스터인 배틀래빗이 등장합니다. 개체수는 300마리, 랭킹별 차등 보상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건투를 빕니다. 10, 9, 8, 7, 6···>
"저기, 이름이 뭐에요?"
"아··· 저요?"
정훈은 그 틈을 타 옆의 예쁜 여자에게 말을 걸었다. 여자는 황당한 표정을 짓고는 숏보우에 화살을 어설프게 장전하고는 말했다.
"민이에요, 유 민."
"저는 김정훈입니다. 걱정 마세요 제가···."
정훈의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카운트 다운이 끝났다. 그리고 언덕 너머에서 흙먼지가 피어올랐다. 정훈은 300마리의 몬스터(이름을 봐선 토끼 같긴 하지만)가 달려오며 나는 소리와 흙먼지를 곁눈질로 보며 말했다.
"지···켜드리···도록 노력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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