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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린sr님의 서재입니다.

무공으로 대정령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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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린sr
작품등록일 :
2018.10.17 02:37
최근연재일 :
2019.02.22 06:00
연재수 :
57 회
조회수 :
1,176,233
추천수 :
28,900
글자수 :
215,275

작성
18.10.17 06:05
조회
40,759
추천
812
글자
7쪽

무공으로 대정령사 - 2

DUMMY

“다녀왔습니다~”


시몬은 문을 열고 밝게 말했다.


“늦었구나. 무슨 일 있었니?”


항아리를 내려놓는 시몬을 도와주면서 아저씨 한분이 물어보셨다. 이 분은 고르드 아저씨의 제자 1호. 데이브 아저씨이다.


“아뇨. 강가에 사람이 많았거든요. 좋은 자리를 고르다가···.”

“그랬구나. 수고 많았다.”


데이브는 키가 작은 시몬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두꺼운 손의 느낌이 평소보다 더 무겁게 느껴졌다.


시몬의 나이는 아직 열여섯 살. 어리다면 어린 나이다.

그렇지만 전생에서의 그는 중년의 나이로 죽었다.


“여어. 시몬. 지금 왔어? 너무 안와서 형이 마중 나가려고 했지.”


대장간에서 망치를 두들기는 소리 사이로 큰 목소리가 들렸다. 시몬보다 세 살 위인 형, 유리였다.

유리는 대장간 주인인 고르드의 친 아들이다. 대장간의 아들로 태어나서 시몬과 같이 자연스럽게 대장간의 일을 배웠다.

유리는 고르드 아저씨를 닮아서인지 체격이 무척 좋고 나이에 비해 훨씬 어른스러워서 대장간의 손님들은 유리가 스무 살이 넘긴 줄 아는 사람도 많았다.

유리는 주인인 아버지 고르드를 도와서 대장간의 일을 많이 배워나가고 있는 중이다.

그에 비해 시몬은 아직 대장간의 허드렛일을 담당하고 있는 정도다.

그건 어쩔 수 없었다. 아직 시몬의 육체는 대장장이 일을 할 정도로 자라지 못했으니까.

시몬이 대장간의 일 중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마감 정도로, 철을 두드리거나 집게를 잡는 일은 할 수 없었다.

체력과 근력이 부족하기 때문인데, 그래도 사실 배울 것은 거의 배우긴 했다.

철을 녹여서 굳히는 제련법. 용광로의 온도를 높이는 법. 철을 두드리는 방법 등등.

하지만 대다수 이론만 배운 상태다. 더 자라면 그때부터는 시몬도 망치를 쥐게 된다.


시몬은 떠온 물을 물통에 옮겨 담아 작업실로 가져다주었다.

귀를 울리는 망치 두들기는 소리에 물통에 물이 저절로 진동하는 것이 느껴졌다.


“고맙다. 수고 많았어.”


유리는 하던 일을 그만두고 시몬을 돌아보며 웃었다.

시몬도 어색하게 따라 웃어주었다.


‘친 동생도 아니고 집에 얹혀살 뿐인 나에게 그렇게나 잘해주다니···. 정말로 좋은 형이야.’


유리의 나이도 이제야 열여덟 살이다. 어릴 때부터 있던 피도 통하지 않은 시몬이 짜증나고 귀찮을 법도 한데···. 정말로 친형보다 시몬을 위해주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시몬은 새삼스럽게 다시 유리에게 고마운 감정을 느꼈다.


“일하느라 수고 많네.”

“매일 하는 일인데 뭘. 수고까지야.”


시몬은 유리에게 말을 걸며 유리의 근처에 물통을 내려두었다. 유리는 작업하던 금속을 물통에 담가 식혔다.


-치이이익!


한계까지 뜨겁게 달구어진 금속이 갑작스럽게 차가운 물을 만나자 큰 소리를 냈다. 잔잔했던 물에 기포가 생기면서 요란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시몬은 그 광경을 물끄러미 보고 있었다.


“왜. 신기해? 매일 보는 일이잖아.”


유리가 시몬의 옆에 앉으며 물었다.


“신기한건 아니고. 그냥···. 뭐랄까. 오늘따라···.”


시몬은 말끝을 흐렸다.

뭐라고 말로 딱 잘라 정의하기 힘든 기분이다.


분명 어제까지 동일한 하늘 아래에서 매일 같은 일상을 살았는데. 오늘부로 몸이 붕붕 뜨면서 조금 위에서 지금 내 삶을 바라보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전생에 호접지몽이라는 이야기가 있었다.

꿈속에서 나비가 자신인지. 아니면 자신이 나비인데 인간의 꿈을 꾸는지. 궁금해 했다는 옛 현인의 이야기다.

그 이야기가 잠시 떠올랐다.


‘이 기억 역시···. 전생의 기억이지만.’


시몬은 금속이 식어가는 광경을 한참 바라봤다. 눈앞에서 타들어가듯이 빛나던 철이 금세 차갑게 변모했다.

매일 보는 일인데도 오늘따라 색다르게 다가왔다.


“얌마. 너무 부러워하지 마. 너도 언젠가 이 유리 형님처럼 멋지게 대장장이 일을 도와줄 날이 올 테니까. 그러기 위해서는 이 형님처럼 알통이 더 커져야겠지만.”


유리가 근육을 내보이면서 시몬의 등을 두들겨 주었다.


“시몬. 일하느라 수고 했다. 저기 창고에 가서 데이브 아저씨도 좀 도와주렴.”

“네. 알겠습니다.”


시몬은 고르드의 말에 벌떡 일어났다.

다시 대장간은 작업하는 소리가 울렸다.


오늘도 평소와 똑같은.

그렇지만 전혀 다른 하루가 시작되었다.



* * *




“휴우···. 오늘도 힘들었다.”


대장간의 하루가 저물고 있었다.


“유난히 손님이 많아지는구나. 다들 수고 많았다.”

“이제 곧 추수절이니까요. 농기구를 맡기는 분들도 꽤 많네요.”

“큰일을 앞두고서 손질하려면 늦으니까 말이지···. 농사 일이란게 다 때가 정해져있지 않겠냐.”


유리와 고르드, 그리고 데이브가 대장간의 뒷정리를 하면서 대화를 나누었다.

시몬도 대장간을 도와서 자잘한 청소를 하고 있었다.


“시몬. 저녁 먹을 준비를 도와주렴.”

“네. 물을 끓일 냄비를 가져올게요.”


대장간에는 어쩌다보니 남자밖에 없다.

데이브 아저씨는 원래 가정이 있다고 한다. 얘기를 듣자니 아내분과, 자신을 별로 닮지 않아서 다행인 따님이 있다고 했다.

그렇지만 지금은 고르드 아저씨께 대장장이 기술을 배우며 도제로 있기 때문에 조금 떨어져서 지낸다고 했다.

그리고······. 유리의 어머니. 즉 고르드 아저씨의 부인께서는···. 역시 우리가 어렸을 때 돌아가셨다.


‘그래도 어릴 때 조금 어렴풋이 기억에 있기는 한데···.’


시몬은 자신의 부모님에 대한 기억은 거의 없지만 오히려 유리의 어머니에 대한 기억은 조금 있었다.

그렇지만 그도 명확하지 않다. 워낙에 어릴 때기에 단편적인 기억이 조각이 나 있을 뿐이다. 원래도 몸이 허약하신 분이었다든지···. 그래도 잘 대해 주셨던가···. 같은 작은 기억이었다.


시몬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저녁 준비를 했다.

대장간에서 가장 어린데다가 체격도 아직은 작다보니, 상대적으로 힘이 덜 들어가는 가사 노동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다들 드시고 하세요~”


시몬은 저녁 준비가 끝나자 모두를 식탁으로 불렀다.


“또 이 빵이야? 이제 질렸는데.”

“조용. 이것도 먹지 못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다고.”

“그래도 힘 왕창 쓰고 나서 이런 걸 먹자니 힘이 안 난다고요.”


유리는 스프에 적신 빵을 보고 투덜거렸다. 아무래도 한참 성장기이니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픈 모양이었다.


“시몬 봐봐라. 반찬 투정 한번을 하질 않잖아. 유리 너는 형이 되어가지고는···.”

“에이. 아빠도 뭘 모르시네. 시몬이 키 작은 것도 다 고기를 덜먹어서 그럴걸요? 내말이 맞지?”

“어? 어어···.”


시몬은 자신에게 말이 돌아오자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고개를 파묻듯이 숙이고는 열심히 스푼으로 빵을 먹었다.


“배 많이 고팠나 보네.”

“천천히 먹어. 더 먹어도 되니까.”


그런 시몬을 바라보면서 어른들은 다정하게 말해주었다.

이번 생애에 만난 가족은 정말로 좋은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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