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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다달 님의 서재입니다.

고인물 힐러가 식당을 차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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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다달
작품등록일 :
2023.09.10 13:58
최근연재일 :
2023.09.22 12:24
연재수 :
10 회
조회수 :
854
추천수 :
26
글자수 :
56,413

작성
23.09.22 12:24
조회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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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3쪽

10화. 퀘스트를 풀다.

DUMMY

“저, 한 헌터님. 증명하겠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는데요·····.”


감시과 조장과 노인은 어안이 벙벙한 채로 한신우의 안내에 따라 이동한 끝에 작은 집 같은 곳에 들어가게 되었다.


“1층에 이런 곳이 있을 줄이야···. 감시과 양반은 별로 안 놀란 눈치인데, 혹시 이미 알고 있던 겐가?”

“저희도 자세한 이유까진 알지 못합니다. 확실한 건 이곳은 한 헌터님께서 관리한다는 거까지만····.”

“후우우···. 던전 같은 게 생긴 거 이후로 이렇게 당황스러운 일은 처음이구먼. 세상에 누가 이런 곳에 집을 만든 거야?”


노인은 감시과 조장에게 만족스러운 대답을 듣지 못한 것에 답답한 모양인지 연신 한숨을 내뱉으며 한신우가 나오기를 기다리기로 하였다.


조장도 매한가지였다.

감시과로서 남은 일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신우가 손짓하자 별 저항 없이 식당 안에 들어와 의자에 앉아 있는 그에게 남은 건 한신우가 주방에서 다시 나오기를 기다리는 것이었다.


“오래 기다리셨죠?”


잠시 뒤, 주방에서 무언가를 손에 쥔 채 노인과 감시과 조장에게 모습을 드러냈다.


“저기, 손에 쥔 그건···.”

“이거요? 식칼이잖아요.”

“헌터님. 왜 그런 위험한 물건을?”


노인까지 당황한 기색으로 손가락으로 식칼을 가리키자, 한신우는 해맑은 어린아이 같은 미소를 보였다.


“지금부터 밖에 있는 오크 두 마리를 손질하려고요.”

“예, 예!!?”

“헉!!”


평온하기 짝이 없는 그와는 달리, 노인과 감시과 조장은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끼이이익-.


그러거나 말거나, 한신우는 밖으로 나가 바닥에 축 늘어진 오크에게로 걸어간 뒤 녀석들의 몸을 유심히 살펴 견적을 잡기 시작하였다.


“자세히 보니까 생각보다 덩치가 꽤 있었네. 부위별로 깔끔하게 자르려면 조금 걸리겠어.”


그 방면, 식당 정문을 바라보고 있던 둘은 고개를 돌려 눈빛을 교환했다.


‘한 헌터님은 아무래도···.’

‘정말 먹으려는 거겠지?’


그 뒤, 아직도 그가 식당 안으로 들어오지 않자 졸지에 둘만 남게 된 상황.


“좀 걸리겠네요.”

“그렇겠구먼.”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응? ···아, 괜찮네.”


감시과 조장은 노인에게 양해를 구한 뒤 단말기를 꺼내 게이트 밖에서 대기하고 있을 부하들에게 일이 생겨 늦게 나간다는 말을 전달하였다.


[그럼 저희는 먼저 연행을 마친 뒤 협회로 복귀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보고는 나중에 내가 올릴 테니 혹시 모를 돌발사태가 일어나지 않게 잘 감시하도록. 수고했다.]


“얘기, 다 끝난 겐가?”

“예. 중요한 말은 다 했습니다.”

“····그렇구먼.”

“예.”


짧은 통신을 마친 조장은 단말기를 집어넣었고, 일이 끝나고 나니 또다시 어색한 공기가 가게 안에 흐르기 시작했다.


한참의 침묵 끝에 입을 먼저 연 인물은 노인이었다.


“그, 감시과 양반, 자네 이름이 뭐였더라? 아직 듣지 않은 거 같아서 말이야.”


평범하게 이름을 물으며 시작된 대화.

불편한 이 순간에서 벗어나고 싶은 갈망으로 보이겠지만, 노인은 자신의 편에 서준 젊은 청년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은 마음이 더 앞선 모양인 듯 보였다.


“아, 그러고 보니 아직 제 소개를 다 하지 못했었군요. 감시과 주임 안승진입니다.”

“주임이라···. 젊은 나이에 대단하구먼! 어디 보자, 내 이름은.”

“어르신의 성함은 실종자 명단을 통해 조사하느라 알고 있습니다. 분명 오백원님이 맞으셨죠? 조금 독특한 성함이라 한번 외우니 쉽게 잊어버리지 않더라고요. 하하하.”

“허허허허. 조금이 아니라 엄청 이상하지.”


구수한 웃음을 보인 노인은 잠시 뒤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 자식들 때문에 고생이 많구먼.”

“아닙니다. 한 헌터님 덕에 상처는 치료되었으니 괜찮습니다. 그리고 어르신은 저 이상으로 고생하셨지 않습니까.”

“음····.”


노인은 30층에 있었던 당시 동료에게 찔렸던 부분을 매만졌다.


“······.”


상처는 한신우의 힐링으로 완치되어 흉터 하나 남지 않은 상태였지만, 노인이 받았던 마음의 상처까지 치료하긴 역부족이었던 모양이다.


“괜찮으십니까?”

“응? 아, 괜찮네. 곧 떠날 노인네 걱정보다 자네 걱정이나 하지 그러나? 보니까 자네는 그 자식들한테 상당히 고전한 듯 보였던데, 던전 경험이 없는 모양이더군.”

“····.”


조장 안승진은 멋쩍은 듯 뒷머리를 긁적거렸다.


헌터 협회에 소속된 인물에게는 다소 실례되는 말이었지만, 노인 오백원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각성자로서 B급으로 시작한 조장 안승진은 처음부터 높은 등급 덕에 협회에 스카우트 되었으나, 실질적으로 던전에 들어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어르신 말대로입니다. 이번이 처음이었어요. 조심하라는 말도 들었지만, 몬스터가 아닌 사람을 제압하는 건 쉬울 거라고, 오만했던 거 같습니다.”


안승진은 노인의 동료를 상대하면서 뼈저리게 느낀 것을 그대로 말해주었다.


가장 거칠게 저항했던 노인을 찌른 남성의 랭크는 C.

능력적으로 안승진이 웃돌고 있었다지만 남성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자칫하면 목숨을 잃을 뻔했을 정도였으니까.


“경험의 차이를 느꼈습니다. 이번 일은 한 헌터님이 도와주시지 않았다면····.”

“기운 차리게나. 젊은 사람이 벌써 궁상일 이유가 없지! 뭐, 나도 내가 살아있다는 게 믿기지 않네. 저분이 도와주지 않으셨다면 진작 오크 녀석들의 밥이 되었을 거야.”

“····그런데 그 오크를 저희가 먹게 생겼네요.”

“하아아아··.”


끼이이익-.


둘이 짧은 탄식을 내뱉을 무렵.

마침 손질을 마친 한신우가 식칼과 함께 들고 있던 접시에 오크 고기를 담아 안으로 들어왔다.


“후우우~.”


소매를 걷은 덕에 손에만 피가 묻은 그는 평범하게 접시를 테이블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양이 많아서 시간이 걸렸네요. 제가 없는 동안 무슨 얘기라도 나누신 거 같던데.”


사실, 다 들리긴 했지만. 딱 봐도 긴장한 거 같아서 말했는데 너무 긴장하셨나?

두 사람 다 대답이 없으시네···.


둘은 그저 접시에 쌓아 올려진 오크 고기를 신기하다는 듯이 바라볼 뿐이었다.


“이렇게 보니, 좀 크긴 해도 평범한 고기 같네요.”

“돼지고기랑 비슷한 거 같은데. ····근데 왜 다 목살뿐이지?”


단번에 부위의 종류를 파악한 노인이 묻자, 한신우는 친절하게 웃었다.


“목까지는 돼지니까 먹기 쉬워도, 그 아래로는 거의 사람이랑 비슷한 부위니까 좀 그렇잖아요. 다른 부위는 다 버리고 왔어요.”

“그렇군요.”

“확실히···.”

“그럼, 이제 간단히 구워 올 테니, 한번 드셔보세요.”


머리로는 이해했지만, 여전히 오크 고기를 보며 불안해하는 둘과는 다르게 기대감으로 가득 찬 한신우는 접시를 들고 그대로 주방으로 가져가 구울 준비를 하였다.


가스레인지의 불을 올린 뒤 프라이팬을 적당한 온로 달궈 먼저 비계 덩어리 하나를 올려 기름을 입혔다.


기름을 입힌 뒤, 고기 한 덩이를 적절한 온도로 달궈진 프라이팬에 올린다.


치이이이-.


고기를 올리자, 표면이 단번에 단단하게 익으면서 돼지고기 특유의 고소한 향내가 피어올라 코를 지나 온몸으로 퍼져나간다.


하지만, 평범한 돼지고기와는 다른 좀 더 산뜻하면서 달콤한 향.


한신우는 조금 전 손질을 하면서 오크들의 위장에는 인간의 시신이 없다는 걸 확인하였다.


인간을 먹지 않았다면, 아마 숲에서 자란 과일 같은 걸 먹으면서 생활했을 거야.


스르르륵.


간단히 소금을 뿌려 고기를 뒤집자, 노릇노릇 잘 구워진 고기의 단면이 드러났다.


꿀꺽.


아직 다 익지도 않았지만, 입 밖으로 새어 나올 것만 같은 군침을 참을 수 없었다.


기다림 끝에 낙이 온다고 했던가.


“이, 이게 그 오크 고기란 말입니까!?”

“오오오···! 이거 참 놀랍구먼!”


인내의 시간을 보내고 나니, 양면이 다 노릇하게 구워진 오크 목살구이를 적당한 크기로 잘라 접시에 담아 의자에 앉아 있던 둘의 앞에 가져다 놓으니, 노인과 감시과 조장은 아까의 불안과는 다르게 군침을 다셨다.


“정말 잘 구워진 구이군요···!”

“덜 익은 곳 없이 완벽해!”

“처음엔 여러 음식으로 하려고 했는데, 맛을 증명하려면 단순한 편이 좋다고 생각했거든요. 어서 드셔보세요.”


그가 젓가락을 나눠주며 목살구이를 가리키자, 둘은 각자 고기 한 접을 집었다.


그저 평범한 돼지구이.

하지만 이것이 원래 무엇이었는지 다 알고 있다.


둘은 각오를 다진 모양인지, 찰나의 침묵을 뿌리치곤 곧장 고기를 입안에 물고 씹었다.


턱 하고 한입을 씹으니 입안에 그윽한 고기의 풍미가 올라왔다.


넘쳐흐르는 육즙은 혀 위를 구르며 입안 전체를 적셔나갔고, 둘은 씹는 것을 그만둘 수 없었다.


꿀꺽-!


이윽고 겨우 고기를 삼킨 뒤 노인과 감시과 조장은 동시에 입을 열었다.


“맛있어!!”


평범하지만 굵직한 한마디.

뭐라 더 다채로운 표현이 어울리는 맛이었지만, 오크 고기의 육향에 뇌를 지배당한 둘은 그 이상의 표현을 생각하지 못했다.


“거봐요. 내가 맛있다 그랬죠?”


한신우는 그 모습에 흡족해하면서 본인도 고기를 한 점 입에 물었다.


····그래. 이 맛이야.

정말 오랜만이야. 이 그윽한 향기.

제기랄. 이럴 줄 알았으면 술이라도 미리 사놓는 건데!!


“하아····. 이럴 때 소주가 최곤데.”


둘은 격하게 공감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후.

정신없이 고기를 남김없이 먹어 치운 셋은 기름 범벅이 된 입술을 휴지로 깨끗하게 닦아내었고, 그제야 감시과 안승진이 입을 열어 감상을 말했다.


“····설마, 오크 고기가 이렇게 맛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몬스터를 먹는다는 생각은 하지도 못했었는데, 이건 참 새롭군요. 귀중한 경험이었습니다.”

“하하하. 원래 처음은 두렵잖아요. ····아!”


둘의 평가에 만족하던 한신우는 문득 잊어버리고 있었던 것을 떠올리며 머리를 굴렸다.


이 상황도 퀘스트로 칠 수 있다면, 처음 세 사람에게 음식을 줬던 때와 다를 게 없어.

하지만, 사람 수는 줄지 않았는데···.


생각해, 한신우.

대체 어떻게 해야 손님으로 인정되는 거지?

음식을 먹은 손님은······.

설마?


생각을 마친 그가 곧바로 조장에게 물었다.


“혹시 지폐 가지고 있나요?”

“예? 아, 예. 있긴 합니다만.”“확인할 게 있어서 그런데 한 장만 주시겠어요?”

“예, 알겠습니다.”


조장은 안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은 뒤 지갑을 꺼냈고, 그 안에서 천 원짜리 지폐를 보여주었다.


“천 원인데 괜찮으시겠습니까?”

“충분해요. 액수를 따지는 문구는 없었거든요.”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흐음···.”


조장과 노인이 고개를 갸우뚱거릴 때, 의미심장한 말을 뱉은 한신우가 그에게서 지폐를 받을 때였다.


한신우의 손이 지폐에 닿자마자 그것은 셋이 보는 앞에서 감쪽같이 사라졌고, 동시에 그의 앞에는 상태창이 열렸다.


[식당 Lv 1. 다음 레벨업까지 손님 99명.]


문구의 변화.

한신우는 자신의 가설이 맞았다는 결과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런 거였구나.”


아무래도 퀘스트를 완료하기 위해선 손님에게 돈을 받아야 하는 모양이다.


생각하니 당연한 말이었다.

식당은 손님에게서 받은 돈이 있어야 계속 운영될 수 있으니까.


“하, 한 헌터님? 지금 건 대체···.”

“내가 묻고 싶은 게 하나 더 늘었구먼! 헌터님. 사라진 돈도 그렇고, 이 가게는 대체 뭡니까?”


공중에서 흩어져 사라진 지폐를 본 둘은 이해할 수 없다며 한신우에게 대답을 요구하였다.


둘의 질문에 해답을 찾은 한신우는 방긋 웃었다.


“나중에 알게 될 거예요. 그리고 절대로 다른 사람한테 말하면 안 돼요. 알겠죠?”

“·····.”


. . .


작은 소동이 지나가고, 몬스터를 먹을 수 있다는 증명을 마친 한신우는 둘을 배웅해 주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전 이만 보고를 위해 협회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헌터님··. 오늘 목숨을 구해주신 건 평생 잊지 못할 겁니다.”


조장과 노인은 고개 숙여 한신우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였다.


“괜찮아요. 같은 헌터끼리 도와야죠.”

“정말 감사합니다···. 그럼.”

“조심히 돌아가세요.”


한신우가 둘을 배웅해 주고는 다시 식당 쪽으로 돌아가자,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둘도 그대로 던전 밖으로 걸어 나갔다.


“한 헌터님은 대체 뭘 숨기고 계신 건지···.”


두 사람은 오늘 무척이나 많은 일을 겪었다.

그 식당은 대체 뭐였을까?

한신우는 대체 무엇을 위해 그곳에 있는 걸까?


“우리가 궁금하면 어쩌겠나. 다른 사람한테 말하지 말라고 하셨으니 원.”

“S급 헌터가 그렇게 말하면 그래야죠.”


조금 찜찜한 결말로 끝나버렸지만, 둘은 오늘 아주 좋은 추억이 생겼다.


“그래도, 오크 고기는 정말 맛있었죠.”

“암~ 그럼! 맛있었어. 허허허.”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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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물 힐러가 식당을 차림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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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화. 퀘스트를 풀다. 23.09.22 36 1 13쪽
9 9화. 사건 해결 +2 23.09.21 51 4 14쪽
8 8화. 실종자 찾기 (2) +2 23.09.20 60 4 13쪽
7 7화. 실종자 찾기 (1) 23.09.19 68 2 11쪽
6 6화. 휴식 23.09.18 77 3 11쪽
5 5화. 목표 23.09.15 92 3 14쪽
4 4화. 중대 발표 23.09.14 97 1 12쪽
3 3화. 신규 스킬이 생성되었습니다. +2 23.09.13 110 3 13쪽
2 2화. 해줄 수 있는 것 23.09.12 118 2 13쪽
1 1화. 뭘 하라고? 23.09.11 146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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