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수다다달 님의 서재입니다.

고인물 힐러가 식당을 차림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수다다달
작품등록일 :
2023.09.10 13:58
최근연재일 :
2023.09.22 12:24
연재수 :
10 회
조회수 :
845
추천수 :
26
글자수 :
56,413

작성
23.09.18 09:30
조회
76
추천
3
글자
11쪽

6화. 휴식

DUMMY

“그···. 운영은 좋다 이거야. 그런데, 던전의 모든 보스가 사라진 이 상태에서 관여 사람들이 아직도 1층에 있으려나?”


최고 연장자 최 씨가 의문을 표하자 한신우가 대답도 하기 전 파티의 리더 강명훈이 입을 열었다.


“아마 들어오지 않을까요? 보스 몬스터가 사라졌더라도 일반 몬스터는 아직 남아있잖습니까.”

“내 말은. 지금 들어오는 사람들은 원래부터 들어왔던 헌터들이고. 새롭게 유입되는 헌터를 말하는 거야. 신참 말고 누가 1층에 머물겠냐고.”


최 씨가 한신우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신우 너, 운영한다고 했지? 내가 생각할 땐 장소가 잘못됐다고 본다.”


그의 말 한마디로 인해 한신우는 일원들의 의문 섞인 표정의 이유를 알게 되었다.


던전의 1층.

그곳은 던전의 시작으로 모든 헌터가 던전에 첫발을 들이는 장소다.


처음 접하는 미지의 몬스터와 전투를 벌이고 경험을 쌓는 장소.

번드르르한 의미를 가지고 있지만, 1층의 역할은 고작 거기까지다.


신참이 요령을 터득하고 나면 그들은 곧바로 더욱 깊은 곳으로 내려가기 시작하니까.


밑으로 내려갈수록 더 강력한 몬스터와 만나고, 두둑한 보수를 챙겨 평생 놀고 산다는 말이 불가능하지 않을 수준의 액수를 손에 얻을 수 있다.


내려가기만 하면 좋은 보상이 기다리고 있는데, 어느 누가 1층에 남아 있단 말인가.


“····하긴, 1층에 노닥거리는 사람들은 봤어도, 다들 파티 구하느라 그런 거고.”

“실제로 1층에 머무는 사람은 본 적 없죠.”


모두 그런 걸 고민하고 있었구나···.


다들 마땅한 대답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

표정만 봐도 이들의 고뇌를 느낀 한신우는 한시라도 빨리 대답해야만 했다.


“저, 지금 여러분들이 걱정하시는 문제가 뭔지 다 알겠는데요. 그렇게 걱정하실 필요는 없을 거 같아요.”

“그게 무슨 말이야?”


강명훈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한신우는 입을 멈추지 않고 이들의 궁금증을 곧장 해소해주었다.


“사실, 협회로 올 때 다들 없을 거라던 그 신참들이랑 같이 왔었어요.”

“뭐? 아직도 신참들이 있었다고!?”


최 씨가 놀란 표정으로 한신우를 바라보다 회장 김윤호에게 시선을 돌리자,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조금 전 한 헌터님이 내린 차에 타고 있던 셋의 신원을 조회해보니, 그들은 어제 막 자격을 탄 신입 헌터들이었습니다.”

“그게 사실이야? 하 참····. 야, 신우야! 그런 건 좀 진작 말해라! 괜히 쓸데없이 머리 굴렸잖어!”

“저희가 90층에 도달했을 때부터 신입 유입이 떨어진 것도 사실이었잖아요. 틀린 소리는 아니긴 하죠.”

“하긴, 요즘 신입이 없다고 난리인 길드들이 많아졌어.”

“강 헌터님 말대로 저희도 조치하고 있긴 하지만, 근본적으로 사람이 없다는 건 큰 문제입니다. 아무리 좋은 마음으로 식당을 운영한다고 해도, 정작 찾아오는 손님이 없다면 던전은 영영 사라지지 않을 테니까요.”


회장 김윤호는 회의장에 모인 이들을 천천히 둘러보았지만, 또 다른 고민에 빠진 얼굴에서 좋은 대답을 얻기란 쉽지 않았다.


“뭔가 좋은 생각이라도 있으신가요?”

“그게···. 굳이 방법을 생각할 필요가 있나 해서요.”


한신우는 그다지 큰 고민 따윈 하지 않았다는 듯 퉁명스럽게 대답하였고, 이에 모두의 시선은 그에게로 향했다.


“여기서 앉아서 고민해봤자, 진짜로 사람이 던전에 올지 안 올지는 모르는 일이잖아요. 이대로 얘기만 해봤자 탁상공로만 될 거 같아서요. 눈으로 확인하는 게 가장 좋다고 보는데···.”


강명훈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설마, 또 던전으로 들어가자는 거야?”

“네. 다시 들어갈 생각이에요.”


이아스와의 격렬한 사투를 벌이고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다시 던전 속으로 들어간다는 말에 모두가 놀란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왜들 그렇게 놀라는 거지?

퀘스트 진행하려면 들어갈 수도 있지.


“한 헌터님. 굳이 직접 들어가시지 않아도, 인원들을 시키면 되는 일을···. 어째서 직접 들어가려는 겁니까?”

“그래. 우리 다 잠도 못 자고 싸웠는데 너 그러다 쓰러진다, 신우야.”


김윤호와 최 씨를 비롯한 남은 이들이 그를 걱정해도, 한신우의 결정을 굽히기엔 역부족이었다.


“그 식당을 그냥 놔두기 좀 그래서요. 이아스가 토벌된 지금, 아직 던전 안에 있는 사람들이 그걸 보고 무슨 생각을 할지도 모르니···.”


퀘스트를 수락한 입장으로서, 식당을 다른 사람의 손에 망가지게 둘 순 없어.


“그래도, 우리 중 가장 무리해서 피곤한 게 너인데. 하루만 쉬고 가지 그래?”

“아뇨. 왠지 찜찜한 게 있어서 빨리 가려고요. 잠이야 식당에 가서 자죠. 뭐.”

“야, 신우야.”


피곤한 듯 반쯤 감긴 눈을 하면서도 던저으로 가겠다는 말에 최 씨는 그만 말을 멈추었다.


한신우는 김윤호를 바라보며 말했다.


“회장님. 더 이야기할 것이 없다면 먼저 던전으로 돌아가겠습니다.”

“······알겠습니다.”


회장 역시 그를 막는 건 불가능했다.

그는 자신을 이 자리에 올려놓은 장본인이었으니까.


“그럼 적어도 가시는 동안은 잘 수 있도록 차를 준비하도록 하죠.”

“그거 다행이네요. 전 그럼 먼저 일어나겠습니다.”


한신우는 그대로 고개를 숙인 뒤 의자에서 일어나 회의장 밖으로 나갔다.


“어휴, 저 녀석···.”


그의 빈자리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최 씨가 한숨을 푹 쉬었다.


“좀 쉬엄쉬엄해도 될걸. 순하 녀석이 쇠고집이라니까.”


강명훈도 그와 같은 반응을 보이곤 고개를 저었다.


“어쩌겠어요. 저놈 성격이 그런데. ···회장님. 저희도 이만 여기서 끝내는 게 어떻습니까.”

“그러도록 하죠. 여러분 모두 피곤하실 텐데, 시간을 너무 잡았네요.”


김윤호의 말이 떨어지고 회의가 끝이 나자 모두 어깨의 힘을 풀며 몸을 누그러트렸고, 최 씨는 의자를 뒤로 젖히면서 강명훈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신우 고놈은 식당에서 뭘 하려는 걸까나.”

“글쎄요. 좀 둘러보곤 자겠죠? 그다음엔 요리하려나?”

“아 그래. 네가 신우 요리 잘한다고 전에 그러지 않았었냐?”

“네. 마지막으로 먹은 건 오래전이지만, 맛 하나는 굉장하다니까요.”


그가 자신 있다는 듯 미소를 보이자, 최 씨는 흥미를 느낀 듯 코웃음을 쳤다.


“호오~. 그럼 식당 열면 한번 가봐야겠는데?”


. . .


회장이 마련해준 차를 타고 다시 돌아온 던전은 한산하기 그지없었다.


게이트 안으로 들어오면 보이는 대공동에는 평소 빼곡히 모여 있던 여러 나라 사람들의 모습마저 보이지 않았다.


밖이 밤이라고 해도 사람이 제일 많이 있는 곳인데, 정말 누구도 보이지 않았다.


터벅. 터벅.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며 식당이 있던 곳으로 향하는 동안에도 느껴지는 건 몬스터의 기척과 이따금 나타나는 코볼트 뿐.


“····그 셋은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무작정 던전에 들어왔던 거구나.”


그때 만나지 못했다면 셋은 분명 안 좋은 결과를 맞이했을 거야.


다음에 만나면 좀 조심하라고 일러줘야겠어.

또 만날진 모르겠지만.


[키케케켁!!]

“이 녀석이ㅡ!”


귀찮게 기습을 걸어오는 코볼트를 손가락을 튕켜 날려버린 뒤 발걸음을 조금 빨리 한 한신우였다.


결국, 식당에 도착하는 동안에도 사람의 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가 반응을 느끼지 못한다는 건, 1층에는 정말로 사람 한 명도 없단 소리와도 같았다.


“이거, 조금 막막하게 느껴지네···.”


한신우는 눈앞의 식당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히 누군가 식당을 손댄 흔적은 없었다.


“아직 밖에 알려지진 않았으니, 그동안은 맘 편히 있을 수 있겠어.”


그럼, 조금 둘러보고 자야겠다.


한신우는 제대로 보지 못했던 식당을 세세히 훑어보기 시작하였다.


“음·····. 웬만큼 있을 만한 건 있다는 느낌인데, 역시 조금 부족해.”


냉장고는 있으면서 밥솥이나 전자레인지 같은 기기들은 없었다.


[식당 Lv 1. 다음 레벨업까지 손님 100명.]


상태창을 다시 열어 문구를 읽으니, 역시 앞부분의 레벨이 신경 쓰였다.


“레벨이 있다면, 레벨을 올리면 뭔가 식당이 달라진다는 뜻이려나?”


식당의 레벨이 올라가면 새로운 물품들이 생겨날지도 몰라.

그게 사실이라면, 당장은 밥솥만 있어도 큰 무리는 없어 보이네.


····아니다.

업소용이라도 하나 구해야겠어.


다른 건 몰라도 냄비 밥을 손님한테 내놓을 순 없잖아.


주방을 훑어본 한신우는 화장실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화장실은 주방 옆의 작은 복도 쪽에 있었다.

남녀로 구분된 내부는 마법으로 공간이 확장된 건지, 식당 크기에 어울리지 않는 좋은 설비를 하고 있었다.


“····왜 이런 건 또 잘 되어 있는 거야.”


촤아아악ㅡ.


변기 물도 잘 내려가고 딱히 이상은 없어 보인다.


“·····응?”


더 볼 것도 없었기에, 그대로 문을 열고 나온 한신우의 눈에 복도 끝의 작은 계단이 보였다.


화장실에 시선이 쏠려 미처 보지 못한 곳이었다.


“밖에서는 몰랐는데, 2층이 있었구나. 무슨 공간이지?”


계단을 따라 위로 올라가 보니, 2층은 천장이 달린 등과 벽의 콘센트 말고는 특별한 게 없는 작은 방이었다.


“쉬는 공간인가?”


눈 씻고 찾아봐도 별다른 게 없는, 아니. 정말 아무것도 없는 방을 물끄러미 바라본 한신우는 실망을 느낀 직후, 왠지 모를 편안함을 느꼈다.


“····맞다. 여기 던전 속이었지.”


항상 목숨을 거는 위험한 던전 속에서 이렇게 조용하고 아늑한 공간에 숨을 쉬자니, 평온한 평화를 느낀 한신우였다.


스윽.


천천히 몸을 낮춰 바닥을 어루만지는 순간, 쌓아두던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오는 것을 알아챈 한신우의 눈은 더욱 무겁게 잠기기 시작했다.


3일 넘게 한숨도 못 자긴 했지.

요즘 같은 시대에 밤낮으로 잠도 못 자고 일하는 직업이 어디 있냐고···.


“하아아암··.”


긴 하품을 뱉은 그는 그대로 입고 있던 장비들을 벗어두곤 곧장 평온함이 넘치는 방에 드러누웠다.


어차피 내가 얻은 식당이니까, 여기서 자도 내 맘이지, 뭐~.


몸을 눕히자 기다렸다는 듯이 저절로 눈이 감겼다.

힘을 줘도 떠지지 않으니, 한신우는 피곤한 눈을 그냥 놔두기로 하였다.


천하장사도 눈꺼풀은 들 수 없다고들 하던데.

그게 이런 말이었구나.


“·····역시, 무리하긴 했어.”


이제 숨 좀 돌려도 되겠지?


마음껏 푹 자고 다시 힘을 내는 거야.

난 헌터니까.


한신우는 짧은 고민을 마친 뒤 정말 오랜만에 깊은 잠에 빠져들기 시작하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고인물 힐러가 식당을 차림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0 10화. 퀘스트를 풀다. 23.09.22 35 1 13쪽
9 9화. 사건 해결 +2 23.09.21 50 4 14쪽
8 8화. 실종자 찾기 (2) +2 23.09.20 59 4 13쪽
7 7화. 실종자 찾기 (1) 23.09.19 67 2 11쪽
» 6화. 휴식 23.09.18 77 3 11쪽
5 5화. 목표 23.09.15 91 3 14쪽
4 4화. 중대 발표 23.09.14 96 1 12쪽
3 3화. 신규 스킬이 생성되었습니다. +2 23.09.13 109 3 13쪽
2 2화. 해줄 수 있는 것 23.09.12 117 2 13쪽
1 1화. 뭘 하라고? 23.09.11 145 3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