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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다달 님의 서재입니다.

고인물 힐러가 식당을 차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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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다달
작품등록일 :
2023.09.10 13:58
최근연재일 :
2023.09.22 12:24
연재수 :
10 회
조회수 :
851
추천수 :
26
글자수 :
56,413

작성
23.09.11 09:16
조회
145
추천
3
글자
12쪽

1화. 뭘 하라고?

DUMMY

던전 최심부.

마지막 계층이자 인류가 넘어서야 할 마지막 격전지.


이곳에서 우렁차고도 대담한 목소리가 넓게 울렸다.


“이걸로 끝이다-!!!”


공격대의 리더, 강 씨가 손에 쥔 대검을 힘차게 휘둘렀다.


[크라라아아아아-!!!]


최심부 던전 보스, 흑룡 이아스가 괴성을 지르며 의미 없는 발버둥을 마친 끝에 맥없이 쓰러졌다.


강 씨의 대검이 녀석의 급소를 정확히 노린 결과였다.


“해··· 해냈어!! 우리가 해냈다고-!!”


강 씨의 마지막 결정타로 끝난 토벌.

그를 포함한 8명의 S급 헌터로 구성된 공격대원들과 함께 이루어낸 뜻깊은 순간이었다.


아···.

이제야 끝났구나······.


180cm 정도 적당히 다부진 체격을 가진 평범해 보이는 청년이 지친 숨을 내뱉으며 자리에 주저앉았다.


“·······.”


드디어 100층의 보스 흑룡 이아스를 토벌하였단 현실에 긴장된 몸이 풀린 청년은 싸늘하게 죽은 이아스를 멀리서 바라보았다.


주변을 둘러보니, 다른 공격대원들도 그와 별반 다르지 않은 반응이었다.


“후우우우····.”


고된 노력과 반복된 토벌로 심히 지쳐 있던 청년이 숨을 고르며 휴식을 취하려 할 때였다.


“고생 많았어, 신우야.”


결정타를 날린 주인공.

강 씨가 살갑게 다가와 청년의 어깨를 토닥였다.


그는 곧이어 땅바닥에 앉은 모두에게 수고했다는 덕담을 건네주었다.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꿈인 줄 알았는데···. 결국 우리가 해냈네요!”

“난 처음부터 강 씨 믿고 있었다고.”

“힘들다고 과자 뺏긴 아기처럼 울 땐 언제고?”

“내, 내가 언제ㅡ!?”


조금 전까지만 해도 피바람이 흩날리는 격렬한 사투를 벌인 이들이라곤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편안한 분위기.


대원들은 실없는 농담에도 기분 좋게 호응하며 해맑은 미소를 지었다.


“······.”


생기라곤 찾아보기 힘든 퀭한 눈으로 대원들을 바라보던 청년은 마지막으로 할 일을 위해 몸을 일으켰다.


그래.

다들 저렇게 웃는 것도 이해해.

아무도 깨지 못한 던전을 최초로 클리어했으니까.


약 15년 전.

전 세계에 나타난 미지의 이공간.

그와 동시에 각가지의 이능력을 얻게 된 각성자들이 탄생하였다.


많은 정치인, 나아가 세계 각지에선 느닷없이 나타난 게이트의 정체와 원리를 분석하기 시작하였고, 인류에게 큰 피해가 생길 가능성을 염려하여 각성자로 이루어진 팀을 만들어 탐사를 시작하였다.


“이 사실을 알기 위해, 정말 많은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이들의 값진 노력을 통하여, 전 세계의 나타난 모든 게이트는 ‘하나’의 던전과 연결되어있는 것을 알아낼 수 있었다.


비록 첫 탐험대의 대부분이 던전의 존재하던 여러 몬스터에게 당해 피해가 상당했다.


하지만, 간신히 생환해온 자들이 가져온 마석과 각종 몬스터의 소재는 인류에겐 혁명과도 같았고, 각성자 중에서도 자진하여 던전에 들어가 탐험을 하며 자원을 채취하는 ‘헌터’라는 직업이 공식적으로 인정되었다.


그리고, 지금 대한민국에 S급 헌터로 구성된 공격대가 이곳에 있다.


“아이고~. 삭신이야! 이제야 두 발 뻗고 푹 잘 수 있겠구먼!”


최고 연장자인 최 씨가 땅바닥에 등을 대며 힘껏 기지개를 켰다.


“어머. 저번처럼 그 상태로 골아 떨어지면 곤란하다고요~.”

“자면 좀 어때! 이제 습격당할 일도 없고 좋잖아~!”

“저러다 진짜 자면 그냥 놓고 가죠? 어차피 알아서 돌아올 게 뻔하잖아요.”

“크하하하하하!! 이 양은 짓궂다니까?”


김 양과 이 양은 덥수룩하게 수염 난 그를 떨떠름하게 바라보곤 키득거렸다.


이들이 이렇게 웃을 수 있던 이유는, 대원 중 단 한 명의 사상자도 없었기 때문이다.

이는 매우 경사스러운 일이다.


이전 이아스에게 도전했던 다른 나라의 공격대가 전멸을 피하지 못한 결과는 다른 결과였다.


그 덕에 모두 지칠 재로 지친 상태에서도 마음껏 웃고 떠들 수 있었다.


“하아아····.”


단 한 사람.

퀭한 눈을 가진 청년, 한신우를 빼곤 말이다.


“·····진짜, 이것도 이젠 못 해 먹겠네.”


전 세계 유일의 힐러이자 S급 헌터인 한신우는 대원들의 상처를 치료하느라 마력도 체력도 이미 고갈된 상태였다.


“하아····. 이제 다 끝났으니까 이 일도 그만둘 때 됐겠지?”

“에이~. 한 씨! 또 그런다! 그 말만 몇 번째야? 저번 토벌에서도 그러더니, 섭섭하게 왜 그래~!”


한신우는 분명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오지랖이 넓은 건지, 귀가 밝은 건지.

그에게 치료받고 있던 대원의 가벼운 말투가 한신우의 신경을 건드려 버렸다.


“아뇨. 이번엔 진짜인데요.”


생각보다 크고 날카로운 답변에, 희희낙락하던 분위기가 순식간에 사그라들었다.


“·····흠.”


말을 내뱉은 한신우 본인도 살짝 당황한 듯 헛기침하곤 태연하게 이들의 시선을 바라보았다.


“·····농담이, 아니었어?”

“신우 씨····.”

“에이, 에이! 딱 봐도 농담인데요? 그, 그렇죠?”


다들 쉽게 믿을 수 없다며 눈살을 찌푸렸고, 한신우는 품에서 고이 모셔두었던 협회장의 인장이 찍힌 사직서를 꺼내 보여주었다.


“토벌 전에 보여주면 사기가 떨어질 거 같아서 숨기고 있었어요. ····뭐, 이젠 다 끝났으니 숨길 이유도 없겠네요.”

“잠깐만 신우 씨. 혼자 진도가 너무 빠른 거 아니야?”


이 양이 불평하듯 물었다.


“지금까지 잘만 해왔고 마지막까지 함께 싸웠잖아. 여기서 그만둔다는 게 너무 뜬금없다고 생각 안 해?”

“화내는 것도 이해해요. 저 혼자서만 생각하고 결정 내린 일이니까요.”

“화내는 게 아니라 묻는 거야. ··신우 씨, 이렇게 무책임한 사람이었어? 유일한 힐러가 사라지면 앞으로 다친 사람은 어떻게 해결할 생각인데.”


이 양이 따지면서 묻자, 묵묵히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이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 부분은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한신우는 이미 다 예상했다는 듯 차분하게 말을 이어갔다.


“·····그게 무슨 말이야?”

“이미 조치는 다 마친 상태니까요.”


협회장에게 사표를 내기 전, 한신우는 치유 효과가 있는 힐링 포션을 개발해둔 상태였고, 이 덕에 협회장과 큰 마찰 없이 일을 진행할 수 있었다.


그 꼰대들도 직접 효과를 보곤 잠잠해졌지·····.


“포션이라고?”


이 양을 비롯한 일행은 서로의 눈치를 살피며 당혹스러워했다.


그때였다.


“신우야.”


리더 강 씨가 의문을 표했다.


“포션이 휴대하기도 편하고 좋긴 하지만····. 그게 상용화된다면 너한테 가는 피해가 크지 않나? 힐러라는 메리트가 옅어지잖아.”


한신우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어깨를 으쓱였다.


“괜찮아요. 일부러 쓸모없게 하는 거거든요.”


강 씨의 말대로, 포션을 만든 대가로 그의 힐링의 가치는 유일하지 않게 되었지만, 한신우는 되려 이를 편안하게 받아들였다.


이렇게라도 해야, 나에게 올 환자가 줄어들 테니까.

다행이라고 봐야겠지.


치료와 협회 내에 사무적인 일, 그리고 고위 관료 접대까지.

하루 2시간 잠자는 생활이 10년이 넘었다.


취미와 친구를 가지기엔 터무니없는 시간.


아무리 항의해도 협회에선 쉬쉬 넘기기 급급했고, 힐링이라는 하나뿐인 능력을 이용해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이려는 국회의 짓거리에 정신까지 미쳐버리기 직전에 사표를 낼 수 있었다.


“그럼 앞으로 뭐 먹고 살 생각이야? 너 겨우 28살 아니야? 어릴 때부터 이 일 했으면 다른 건 생각할 시간도 없었을 거 아니야.”


최 씨가 걱정 섞인 답답한 표정으로 질문하였고, 한신우는 가볍게 웃었다.


“일은 천천히 알아볼 생각이에요. 그럴 여유를 갖기 위해 지금까지 모은 돈이 꽤 되거든요.”


그의 웃음에서 피곤함과 안쓰러움을 느낀 최 씨가 머뭇거리더니 이내 입을 다물었다.


다 필요 없어.

마음 놓고 쉬고 있어.

여태까지 잘했으니까, 조금은 욕심부려도 되겠지.


“저. ····이젠 정말 쉬고 싶어요.”

“········.”


진심이 담긴 그 말에 강 씨는 측은한 눈빛으로 한신우를 바라보았다.


“던전도 끝났으니, 제 일도 줄 테고 이걸 계기로 은퇴할 겁니다.”


스스로가 일을 그만두고 싶다는데 누가 막을 수 있을까.


한숨 섞인 말에 모두가 당황하며 어쩔 줄 몰라 하던 상황 속, 강 씨는 천천히 다가가 등을 토닥여주었다.


“······그래. 신우 넌 우리 중 가장 고생한 사람이니까 그럴 자격 있지. 그렇고말고! 전 세계 헌터 중 한 씨한테 힐 받은 사람이 몇인데. 이제 푸욱~! 쉬는 거야. 혹여나 물고 늘어지는 자식이 오면 우리가 콱! 조져버리면 되니까 걱정하지 말고! 알았지?”

“····하하하. 말씀 고마워요. 생각해주신 마음도 고맙고요.”


얘기가 잘 마무리되었다고 판단한 한신우가 손에 든 사직서를 고이 접어 품에 넣으며 말했다.


“·····그럼. 다시 기분 좋아지게 클리어 보상이나 기대하죠.”

“아암~! 그래야지!”


강 씨의 우렁찬 목소리를 들은 이들도 끝내 수긍하며 눈앞에 상태창이 나오길 기다렸다.


띠링.


잠시 후.

모두의 앞에 산뜻한 알람음과 함께 상태창이 나타났다.


[100층 던전 클리어를 축하드립니다.

아래 수락 버튼을 누르시면 보상이 지급됩니다.]


“나왔어요!”

“뭐가 나올까~. 뭐가 나오려나!?”

“강 씨! 빨리 눌러 봐! 현기증 난단 말이야!”


간단명료한 내용이었지만, 이들은 기대에 부푼 마음에 강 씨에게 시선을 집중하였다.

어서 눌러달라고 애원하듯이.


“흐음········.”


수락 버튼을 뚫어지게 바라보던 강 씨는 손가락을 움직이는 대신 누군가를 불렀다.


“신우야! 네가 한 번 눌러보지, 그래?”

“네? 제가요?”

“그래~. 솔직히, 난 누가 눌러도 상관없지만····. 그래도 기왕 마지막인 거 화려하게 끝내야지. 다들 괜찮지?”

“····뭐, 누가 됐든 보상만 나온다면야.”

“전 찬성이에요.”


다들 우물 쭈물거려도, 강 씨의 말에 이빨을 보이는 인물은 없었다.


모두의 동의를 얻은 강 씨가 재차 권유하자, 한신우는 마지 못해 수락 버튼에 검지를 가져다댔다.


“그, 그럼. 누르겠습니다.”


꾸욱.


[보상을 지급하겠습니다.]


수락 버튼이 눌리자, 모두에게 보상이 주어졌다.


“세······! 세상에ㅡ!! 이게 다 얼마야ㅡ!?”

“일, 십, 백, 천, 만, 십만, 백만·····! 천·····. 자, 잠깐만···! 공이 대체 몇 개야!!”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보상 액수.

다들 조금 전 일은 새까맣게 잊어버린 것인지 활짝 웃기 시작하였다.


“······응?”

“음····.”


고막이 찢어질 듯한 환호성 속에서, 한신우와 강 씨는 왠지 모를 이상함에 눈살을 찌푸렸다.


100층 보스 토벌에 성공하여 각자 최종 토벌에 걸맞는 보상을 얻었음에도, 항상 보이던 던전 클리어의 메시지가 뜨지 않은 것이다.


띠링.


그 순간. 익숙한 알람음과 함께 한신우의 앞에 상태창 하나가 나타났다.


[한신우 님의 최종 퀘스트 수락을 확인하였습니다.]


“그게 무ㅡ.”


말할 틈도 없이, 한신우는 어딘가로 전송되었다.


“·······뭐야, 여긴?”


그가 전송된 공간은 처음 보는 웬 작은 식당으로 보이는 건물 안이었다.


띠링.


당황할 새도 없이 한신우의 앞에 나타난 상태창의 메시지.


[식당 Lv 1. 다음 레벨업까지 손님 100명.]


이건 또 뭔 말이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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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10화. 퀘스트를 풀다. 23.09.22 35 1 13쪽
9 9화. 사건 해결 +2 23.09.21 50 4 14쪽
8 8화. 실종자 찾기 (2) +2 23.09.20 60 4 13쪽
7 7화. 실종자 찾기 (1) 23.09.19 67 2 11쪽
6 6화. 휴식 23.09.18 77 3 11쪽
5 5화. 목표 23.09.15 92 3 14쪽
4 4화. 중대 발표 23.09.14 97 1 12쪽
3 3화. 신규 스킬이 생성되었습니다. +2 23.09.13 110 3 13쪽
2 2화. 해줄 수 있는 것 23.09.12 118 2 13쪽
» 1화. 뭘 하라고? 23.09.11 146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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