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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다달 님의 서재입니다.

고인물 힐러가 식당을 차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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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다달
작품등록일 :
2023.09.10 13:58
최근연재일 :
2023.09.22 12:24
연재수 :
10 회
조회수 :
846
추천수 :
26
글자수 :
56,413

작성
23.09.20 09:15
조회
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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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3쪽

8화. 실종자 찾기 (2)

DUMMY

이곳은 던전 30층 구역.

시작을 알리는 1층 특유의 조용한 분위기와는 달리 이 지형은 크고 작은 나무가 셀 수 없을 정도로 펼쳐진 울창한 숲이었다.


다소 음습한 공기가 신경 쓰이는 것과 눈앞에 있는 것은 오직 땅에서 대담하게 솟아난 무성한 풀들과 그 끝을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높게 자란 나무들.


“···흐으윽!”


귓가에 들리는 것은 자그마한 바람에 풀잎이 다소 거칠게 부딪히는 소리와 일부 몬스터의 의미를 알 수 없는 괴성뿐이었지만.


“허억허억····.”


거친 숨을 내뱉으며 고통에 신음을 내뱉는 사람의 목소리가 있었다.


투둑. 둑. 둑.


중간중간 바닥에 떨어져 들리는 약간 질척한 소리는, 분명 피가 떨어지는 소리였다.


[쿠쿠쿠쿠퀴!!]

“크윽··!!”


흑룡 이아스가 토벌된 이후 새벽이 된 지금, 던전에 남아있을 헌터가 있을 리 없다.

하지만, 그 예상을 깬 인물이 현재 30층 던전에 남아있다.


“허억···. 허억허억. 크으으윽!”


피투성이의 한 노인이 홀로 가쁜 숨을 내쉬며 크기가 큰 나무 기둥에 몸을 숨겨, 이곳에 서식

하는 몬스터들과 대치 중이었다.


상대는 오크 네 마리.

모두 노인보다 머리 두 개 정도 얹은 큰 키와 바위같이 단단하기 짝이 없는 육체.


[쿠쿠쿠퀴!!!]

[쿠퀴퀴ㅡ!]


인간과도 같은 체형을 하고 있었지만, 녀석들의 머리는 사나운 멧돼지를 이식한 듯 불쾌함 그 자체였다.


후우욱! 훅!


큰 덩치만으로도 충분히 위협적인 그 괴물들은 마치 이 상황을 놀이라고 생각하는 것인지, 손에 든 나무로 만든 조잡하지만 육중한 둔기를 허공에 휘두른 채 노인을 둘러싸고 있었다.


“·······제, 제기랄!”


꽈악.


더 이상 도망칠 곳을 찾지 못한 노인은 나지막한 욕설을 토하곤 쥐고 있던 검 손잡이에 더욱 큰 힘을 주었다.


“··여, 여기서 내가. 어!? 죽을 거 같아ㅡ!! 그 자식들 웃는 꼴은 절대 못 봐! 알아!?”


[퀴퀴퀴ㅡ!!]


부우우웅ㅡ!


의미 모를 소리를 뱉으며 격분하는 노인의 귀에 소름 끼칠 정도로 둔탁한 바람소리가 들렸다.

오크 한 마리가 둔기를 휘두른 것이다.


“크으윽ㅡ!!”


휘익ㅡ!


귓가에 들린 바람 소리로 미리 방향을 예측한 덕분에 노인은 급하게 최대한 몸을 눕힌 뒤 옆 구르기로 녀석의 공격을 피한 동시에 검을 휘둘렀다.


“·······젠장!”


노인의 온 힘이 담긴 일격은 오크의 피부를 얕게 베어낼 뿐. 치명상으로 이어지진 못했다.


그에게는 마지막일지 모를 공격이었을 텐데, 이렇게 별 소득 없이 끝나버리다니.

이제 노인에겐 싸워서 이길 거란 자그마한 희망은 사라져버렸다.


“뭐 저렇게 단단하게 다 있어!?”


[쿠퀴퀴퀴!!!]

[퀴퀴퀴ㅡ!!]

[쿠카카카카!]

[쿠쿠쿠쿠퀴퀴!!]


이를 세 개 문 채 검을 겨누고 있는 노인을 내려다본 오크들은 텔레파시라도 통한 것인지 입꼬리를 히죽거리며 고막이 아플 정도로 시끄러운 숨소리를 뱉었다.


“······.”


노인은 그 의미를 금세 눈치채곤 생각했다.

몬스터라고 해서 인간과 다를 게 없었다는 것을.

녀석들 역시 약자를 조롱하며 비웃는다는 것을 말이다.


“젠장···.”


사실, 노인은 알고 있었다.

오크들에게서 꼴사납게 전력을 다해 도망칠 때부터 이미 자신에겐 가망이 없다는 걸.


투두둑. 투둑.


“아으으윽···!”


입술이 찢어질 만큼 이를 악물며 옆구리의 치명상을 감추며 싸웠지만, 그의 옆구리를 붉게 물들인 피의 냄새를 놓칠 오크들이 아니었다.


정말이지, 오크란 몬스터는 야비하기 짝이 없는 몬스터다.


지금 노인을 둘러싸고 있는 네 마리가 한 번에 공격한다면 인간을 해치기까지 5초도 걸리지 않았을 텐데도, 녀석들은 지금도 일부러 노인이 지쳐 쓰러지기를 기다리고 있다.


이따금 빈틈이 보일 때만 공격하면서.

이것도 분명 노인의 체력을 빠르게 소모 시키기 위한 얄팍한 수겠지만.


쿵. 쿵. 쿵.


“이익! ····익!!”


오크들이 천천히 노인에게도 발걸음을 앞으로 옮기자, 마음속에 죽는다는 공포감에 사로잡힌 노인은 마구잡이로 검을 휘두르기 시작하였다.


[퀴퀴퀴퀴!!]

[쿠카카카!!]


녀석들은 이 상황마저 여유롭게 그를 비웃으며 노인이 휘두르는 검을 피했다.

어차피 베어봤자 손톱에 살짝 긁힌 정도로 허무한 공격이었다.


“허어억! 허어허억!! 으윽ㅡ!”


잠시 뒤, 스스로 남은 체력마저 소진해버린 노인은 더 이상 검을 쥘 힘조차 없던 나머지, 바닥에 검을 떨어트렸다.


드디어 자신들이 기다려왔던 순간이 보이자, 날카로운 이빨이 무성한 입을 연 채 확실한 마무리를 짓기 위해 더욱 천천히 노인에게 다가갔다.


그때였다.


“찾았다ㅡ!!”

“ㅡ!!”


멀리서 들려오는 인간의 목소리에 노인은 물론 오크들마저 놀란 듯 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돌렸고, 그 순간 녀석들 틈으로 달려오는 목소리의 주인이 보였다.


주인공은 항상 늦게 등장한다 했던가.

S급 헌터 한신우가 타이밍 좋게 나타난 것이다.


“후우···. 역시, 이럴 땐 포탈이 최고라니까.”


던전을 이동하는 방법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직접 움직여 한 층씩 내려가는 것.

남은 하나는 1층 대공동에 있는 포탈에 다가가 일정 금액을 이용하여 단숨에 해당 층으로 내려가는 방법이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만만치 않은 포탈 사용 비용과 많은 소재를 얻기 위해 첫 번째 방법을 사용하기 마련이지만, 급한 일 혹은 내려가기 힘든 저층으로 가거나 레이드 때만 포탈을 사용한다.


이번 일은 전자에 해당되었기에 한신우는 자비를 사용하면서까지 포탈을 사용하여 단번에 30층으로 내려간 것이다.


이거 참.

덕분에 생각에도 없는 지출이 생겼네.

그럼 뭐 어때.

사람 하나 구한다고 치면 껌값이잖아?


“저, 저기!”

“····말하지 마세요. 출혈이 심하니 지금처럼 상처 부위를 강하게 누르고 계세요.”

“아, 그·····. 예, 예.”


갑작스러운 등장에 행동을 멈춘 오크들 사이를 지나가 노인 앞에 멈춰 선 한신우가 빠르게 그의 상태를 확인한 동시에 이 상황 전체를 판단하였다.


“····돼지머리 오크라. 이건 좀 오랜만인걸?”


이 이상 시간을 허비한다면 과다출혈로 죽을 거야.

곳곳에 상처, 거친 호흡.

···시간이 없겠어.


신속하게 정리하자.


[퀴퀴쿠크크카카!]


이제야 새롭게 등장한 인간을 파악하여 상황을 인지한 한 오크가 짜증 섞인 괴성을 지르며 한신우에게 달려가려던 순간.


[쿠퀴기!?]


쾅ㅡ!!


그의 모습이 사라진 동시에, 가장 먼저 한신우에게 달려가려던 오크 한 마리가 묵직한 굉음과 함께 날려가 저 멀리 떨어진 나무 기둥에 처박혀 버렸다.


그리고, 오크가 서 있었던 자리에 우뚝하게 자세를 고정한 한신우.


[쿠····? 쿠퀴그···.]

[쿠퀴! 쿠큌····]


그대로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오크 두 마리 역시 그의 수도치기에 목이 부러져 그 자리에서 즉사해버렸다.


[크쿠쿠쿠!? 퀴! 크퀴쿠쿠!!]


바닥에 축 늘어진 채 움직이지 않는 동료를 본 마지막 한 마리는 두려움에 괴성을 지르더니 공포와 경계가 담긴 눈빛으로 한신우를 노려보곤 풀숲으로 몸을 숨겨 달아났다.


“도망가 준다면 이쪽이야 좋지.”


굳이 벌벌 떨며 도망치는 녀석을 집요하게 쫓아가 해칠 생각 따윈 한신우에겐 없었다.

지금 그에겐 몬스터를 처치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힐러의 의무가 있었으니까.


“후우···.”


작게 호흡을 안정시킨 그가 땅바닥에 주저앉아있던 노인에게 걸어와 나긋한 목소리로 안정시켜주었다.


“늦었지만, 구하러 왔습니다. 일단 바로 이동하기 전에 치료부터 하죠.”

“으으윽! ····어, 어떻게?”

“긴장이 풀려서 몸에 부담이 더 심해질 거예요. 되도록 말씀은 하지 마세요.”

“······으윽.”


금방이라도 기절할 것만 같은 노인의 상태를 정밀하게 파악한 한신우는 그를 살포시 바닥에 눕혀 가슴에 손을 얹었다.


“먼저 큰 상처부터 치료할게요. 느낌이 이상해도 참으셔야 해요.”


신경을 손에 집중시켜 서서히 마나를 방출한 한신우.

손바닥에서부터 빛이 나오기 시작하더니, 따뜻하게 보이는 그것은 노인의 온몸을 감싸며 몸 곳곳에 난 전투의 상처를 치료하기 시작했다.


“어···? 어엇!?”


썩고 곯던 살이 떨어져 나갔고 곧바로 새살이 돋으며 흉터 하나조차 남기지 않은 완벽한 치료였다.


“상처는 이 정도면 충분하고. ····제가 1층까지 업고 갈 수도 없으니. 이것도 마저 합시다!”


한신우는 빛을 거두고는 손에서 초록빛을 내뿜는 마나를 방출하여 노인의 몸에 흘려 넣었다.


초록빛은 그의 기력을 상대방에게 나눠주는 일종의 기력 충전과도 같았다.


“후우····.”


이걸 쓰면 나까지 나른해진다니까···.

오늘 컨디션이 좋아서 다행이지.


“후우우····. 상처는 좀 어떤가요?”


기력마저 회복된 노인은 몸을 일으켜 자신에게 일어난 마법과도 같은 상황에 한신우에게 감사했다.


“괘, 괜찮습니다···. 이, 이거 정말 감사합니다.”

“혹시라도 아직 아픈 곳이 있다면 말해주세요. 마저 치료해드릴게요.”

“아, 아닙니다! 허리도 괜찮고··· 요통도 다 사라졌는걸요. 오히려 이거, 평상시보다 좋아졌습니다! 기운 넘치네요!!”

“다행이네요.”


어린아이처럼 자신의 몸이 튼튼해졌다는 걸 과시하는 노인을 향해 살며시 웃던 한신우는 자리에서 일어나 노인을 일으켜 주었고, 노인은 바닥에 떨어트렸던 검을 줍고는 싸늘하게 죽은 오크들을 보았다.


“지, 진짜 죽은 거 맞겠죠?”

“경추를 부러트렸으니 살아있다고 해도 움직이지 못할 테니 안심하세요.”

“으으···.”


툭. 툭.


노인은 쥐고 있던 검 끝자락으로 오크를 건드려 보았다.


미동초자 없는 모습을 확인하고 나서야 그의 불안은 바람과 함께 사라졌다.


“저, 정말이다! ···한 놈 잡는데도 넷이 달려들어야 했는데. 세 마리를 한 순간에 잡으시다니. 역시 S급 헌터는 수준이 다르군요!”


일단 다행이다.

저렇게 감탄하실 여유가 있다는 건, 회복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는 소리일 테니까.


“저, 그런데···. 저건 좀 심한 거 같지 않나요?”

“네?”


노인의 가리킨 방향을 보니 한신우가 처음 날려 버린 오크가 박힌 곳이었다.


오크는 조금 전의 충격을 버티지 못하고 몸이 갈기갈기 찢겨 나가 저것이 오크였는지조차 모를 정도로 사방으로 퍼져있었다.


“이, 그····. 아무리 그래도 저렇게까지. 아, 아니! 그렇다고 헌터님이 잘못했다는 게 아니죠! 암요! 그렇죠!”


한신우는 입을 꾹 다문 채 떨떠름한 표정을 보였고, 노인은 그의 눈치를 살피기 급급했다.


“신문지로 바퀴벌레 죽였다고 생각하죠.”

“쇠망치로 내리쳐도 저렇게 안 되겠는데···.”

“아하하하하····.”


내가 생각해도 좀 과하긴 했던 거 같다.

일단 어르신을 구해야 한다는 생각에 그만···.


“흠흠! 어르신을 죽이려 들던 놈들인데,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그것보다 중요한 게 있지 않나요?”

“····아!!”


노인은 그제야 자신이 처한 상황을 기억하고는 주먹을 꽉 쥔 채 이를 갈았다.


“그 자식들!! 똥물에 튀겨도 시원찮을 것들ㅡ!!”

“일단 진정하세요. 그 사람들이라면 감시과한테 걸렸어요. 제가 구하러 온 것도 감시과가 부탁해서입니다.”

“그게 정말입니까!? ·····그런데, 어째서 헌터님이나 되시는 분이 이 시간에 왜 던전에? 분명 보스 토벌 중이었을 텐데···.”


그러고 보니, 이 사람은 아직 밖의 소식을 모르겠구나.

지금까지 이곳에 있었으니까.


한신우는 노인에게 밖에 있었던 일을 간단하게 설명해주었다.


“이아스라면 엊그제 토벌했어요. 이미 밖에선 그걸로 다들 시끄럽죠.”


직접 본 건 아니지만, 눈에 다 훤하다 훤해.


“네ㅡ!? 정말인가요!!”


노인은 이아스가 토벌되었단 소리에 크게 놀라더니, 갑자기 크게 웃기 시작했다.


“하하하하ㅡ!! 그 자식들 꼴 좋~다!! 던전이라고 사람 찌르고 튀면 안 걸린다고 말할 때부터 알았다고!! 이젠 돈도 못 벌게 생겼구만 그래!”


꽈악.


활짝 핀 꽃처럼 웃던 노인은 돌연 한신우의 손을 잡고는 고개를 숙여 감사함을 보냈다.


“헌터님!!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제가 지금 이렇게 웃고 있는 것도 다 헌터님 덕입니다! 이 은혜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ㅡ!”

“하하하. 감사는 감시과 사람들한테 해주세요. 그 사람들이 알려주지 않았다면 전 어르신이 여기 있다는 사실도 몰랐을 테니까요.”

“아 물론 그래야죠~! 사람 찌르고 튄 녀석들 엉엉 우는 꼴도 보는 김에!!”

“그럼 어서 올라가죠. ······그 전에.”


한신우는 걸음을 옮겨 죽은 오크 두 마리를 들어 어깨 위로 올렸다.


“빈손으로 갈 순 없겠죠?”

“·········예? 아, 예! 그, 그렇죠.”


노인은 생각했다.

저걸 마대자루처럼 들 수 있구나.

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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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10화. 퀘스트를 풀다. 23.09.22 35 1 13쪽
9 9화. 사건 해결 +2 23.09.21 50 4 14쪽
» 8화. 실종자 찾기 (2) +2 23.09.20 60 4 13쪽
7 7화. 실종자 찾기 (1) 23.09.19 67 2 11쪽
6 6화. 휴식 23.09.18 77 3 11쪽
5 5화. 목표 23.09.15 91 3 14쪽
4 4화. 중대 발표 23.09.14 96 1 12쪽
3 3화. 신규 스킬이 생성되었습니다. +2 23.09.13 109 3 13쪽
2 2화. 해줄 수 있는 것 23.09.12 117 2 13쪽
1 1화. 뭘 하라고? 23.09.11 145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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