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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다달 님의 서재입니다.

고인물 힐러가 식당을 차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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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다달
작품등록일 :
2023.09.10 13:58
최근연재일 :
2023.09.22 12:24
연재수 :
10 회
조회수 :
849
추천수 :
26
글자수 :
56,413

작성
23.09.12 09:15
조회
117
추천
2
글자
13쪽

2화. 해줄 수 있는 것

DUMMY

던전 1층.


“허어억····! 커헉!! ······으으윽.”

“하아아아·····! 하아아····!”


곳곳에 상처로 만신창이가 된 세 사람이 피를 흘리며 출구 쪽으로 향하고 있다.


“아저씨!! 제발 정신 좀 차리고 걸어봐!! 안 그럼 우리 다 죽어ㅡ!!”

“아저씨 빨리요!!”

“끄으으으으·······.”


젊은 남녀가 중상을 입은 중년 남성을 부축하며 도망치기 급급한 상황이다.


“흐으으윽····!! 오, 오빠 어떡해···!!”

“울지 말고 이 아저씨나 제대로 잡고 있어!! 조금만 걸으면 출구니까ㅡ!”


무언가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필사적으로 움직이던 중, 여성이 울먹거리자 남성은 버럭 소리를 지르며 다그쳤다.


그때였다.


타닥. 타닥··! 타닥····!! 타닥······!!


여러 개의 발소리가 이들에게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었다.

인간의 것이라곤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둔탁하며 위협적인 소리.

몬스터의 것이었다.


“젠장·····!! 벌써 따라왔잖아ㅡ!! 여기가 맞아!?”

“지, 지도에는 이쪽으로 가라고 했단 말이야ㅡ!!”

“아무것도 안 보이잖아!!”


남성과 여성은 두려움에 떨며 서로에게 윽박지르기 급급했다.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 놓인 탓에 싸움보단 협력이 중요한 것을 잊은 모양이다.


“흐어어어어어엉ㅡ!! 어, 어떡해····!!”

“울지 말고ㅡ!! 제기랄······.”


두려움에 떨며 지도의 길을 따라 조금이라도 몬스터와 거리를 벌리고 싶었지만, 조금 전 들린 발소리는 점차 가까워지기만 했다.


아직 출구까지 도달하기엔 시간이 걸렸는데.

이대로 아무 준비도 없이 몬스터와 마주하게 된다면 다 끝장이다.


“젠장···!! 그러니까! 내가 아직 들어가지 말자고 했잖아, 뭐가 일확천금이야!?”

“흐어어어어엉·······!! 난 몰라!! 이렇게 될 줄 몰랐다고ㅡ!!”


모든 걸 포기하듯, 걸음을 멈춘 여성이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며 주저앉았다.


“야! 뭐해!! 빨리 안 일어나!? 죽으려고 환장했어!?”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꿈적도 하지 않는 여성에게 불평을 늘어놓으며 발을 동동 굴릴 때였다.


“············어?”


힘겹게 중년 남성을 부축하던 남성이 주변을 둘러보더니 본 적 없는 길을 발견하였다.


던전에 들어가기 전.

미리 확인한 지도상으론 이 부근엔 일자로 나 있는 길이 전부였다.


그런데 어째서일까.

남성이 바라본 곳엔 또 하나의 길이 대놓고 이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저런 길이······ 있었다고?”


의문이 느낀 순간, 당장 뒤에서 쫓아오는 발소리가 더욱 커진 것을 알아챈 남성이 있는 힘껏 여성의 팔을 붙잡으며 억지로 일으켰다.


“우, 우리 이제 어떡해·····? 주, 죽는 거야····?!”

“일단 정신 똑바로 차려! ····저기 길 보이지? 저기로 가자. 어차피 여기 있으면 저 녀석들한테 죽을 테니, 뭐라도 해보자고!!”

“········으, 으응··!!”


둘은 마지막 힘을 쥐어 짜내 중년 남성을 다시 부축하곤 새로 생겨난 길로 향했다.


뒤를 돌아보는 즉시 죽을 거란 공포가 이들에게 좋은 추진력이 된 모양인지, 둘은 이를 악물며 멈추지 않고 계속 달렸다.


. . .


“여기가 식당이란 건 알겠는데·····.”


눈 깜작할 사이에 식당 안으로 전송된 한신우는 내부를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2인용 테이블이 두 개.

4인용 테이블도 두 개.

꽤 소소한 규모를 보니, 작은 골목 식당 같은 곳이었다.


“·····주방도 깔끔하네. 아예 사용한 적 없는 건가?”


훤하게 개방된 주방까지 둘러보고 나온 그는 의자 하나에 걸터앉아 생각에 잠겼다.


분명, 최종 퀘스트라는 말을 보자마자 이 식당으로 전송됐어.


왜 식당이지?

·····아니지, 이건 너무 생각 없었어.


그가 식당에 전송된 이유를 품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명확한 답변이 눈앞에 있었다.


[식당 Lv 1. 다음 레벨업까지 손님 100명.]


상태창에는 식당의 레벨과 레벨업 조건이 명시되어 있었다.


앞뒤 설명 없는 단순하기 짝이 없는 상태창을 보면 답답해하거나 황당한 표정을 짓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간 오랜 헌터 생활로 본능적으로 퀘스트를 인지한 한신우는 상태창의 문장보단 이 식당이 우선이었다.


“던전···· 안이긴 한 걸까? 여태껏 이동하면서 이런 곳은 없었는데···.”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마.

근본을 벗어나지 말자.

이 식당 밖이 어디로 연결되어있는지 모르면서 섣불리 판단하는 건 금물이야···.


밖을 모른다고?

모르면 당장 열어봐서 확인해야지.


한신우는 생각보다 적극적인 면모가 있었다.


이런 미지의 영역을 탐색하는 걸 두려워하면 헌터라고 할 수 없다.


“·····그만둔다고 말했잖아. ····뭐, 이것도 직업병이라고 해야 하려나.”


끼이이익······.


혼잣말로 마음을 진정시킨 뒤 심호흡을 마친 그가 천천히 가게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눈앞에 보이는 건 아무것도 없는 공간이었다.

그리고······.


“저기······! 저기요!! 살···· 살려···· 살려주세요!!”

“····어, 어?!”


무언가에게서 도망치기 위해 죽어라 도망치고 있던 셋과 눈이 마주쳤다.


“·········코볼트?”


한신우는 셋 뒤로 조금씩 모습을 보인 몬스터의 정체를 파악했다.


코볼트.

인간을 닮은 고블린과 비슷한 외형을 가진 하급 몬스터.


“10마리 정도인가. 저 녀석들이 있다는 건. ·····여긴 1층 부근인가?”


한신우는 이쪽으로 향해 달려오는 셋의 모습을 재빨리 확인하였다.


평범한 차림새와 하급 몬스터에게 쫓기는 신세를 보니, 살짝만 봐도 F랭크들이었다.


뭐야, 준비도 없이 던전에 들어온 거야?


“일단! 이 안으로 들어가세요!”

“가, 가·····. 감사합니다···!!”

“흐으윽! 으으으윽!! 고, 고마워요!!”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한 일행을 식당 안으로 들여보낸 그는 조심히 문을 닫으며 곧이어 들이닥친 코볼트 무리와 마주하게 되었다.


[크햐햐햐햑!!]

[키키키킥ㅡ!!]


잔뜩 흥분한 듯 괴성을 지르며 방방 뛰기 시작하는 몬스터들.


“········너희를 상대한 게 언제였더라.”


던전 입장이 어색한 이들이 보기엔 공포의 대상이었겠지만, 녀석들은 상대를 잘못 골랐다.


스윽.


그는 바닥에 굴러다니던 돌조각들을 주웠다.


“미안. 기억 안 나.”

[크랴랴랴랴랴ㅡ!!]

[키끼기기기긱!!]


코볼트 무리가 위협을 느낀 것인지, 본능에 몸을 맡기며 한신우에게 달려들었고, 이것은 녀석들의 큰 실수였다.


그가 힐러라곤 해도 S급 헌터다.

하급 몬스터 따위는 바닥에 굴러다니는 돌조각만으로도 해치울 수 있단 뜻이다.


휘익! 휙! 휙!


마치 장난감 인형을 맞추는 게임을 하듯, 한신우는 쥐고 있던 돌조각을 던져 몬스터들을 가볍게 정리하곤, 식당 안으로 들어간 셋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안으로 들어갔다.


“괜찮으신가요?”


중년을 부축하던 둘은 그나마 걸을 수 있을 정도의 자잘한 부상이었지만, 중년 남성은 다리를 크게 당한 건지 심하게 부어 있었다.


“저, 정말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흐으윽! 흐윽!”

“이제 살았잖아·····. 그만 울어····.”

“고맙다는 인사 받기엔, 아직 제 할 일이 남아있어요.”

“하, 할 일이라뇨···?”


남성이 조심스레 물었고, 한신우는 이들에게 다가가 상태가 심각한 중년 남성의 다리를 살폈다.


“·····우선, 가장 심한 분부터 치료해야겠네요. 이야기는 치료하면서 듣죠.”

“아, 네!!”


한신우는 바닥에 누운 중년 남성의 다리를 세밀하게 확인하곤 눈살을 찡그렸다.


한눈에 보기에도 그의 상처는 깊었고, 자칫하면 잘라내야 할지도 모를 중상이었다.


“저, 저기. 제 다리는 어떤가요·····? 저, 다시 걸을 수 있는 거겠죠·····?”

“·······이대로 밖으로 나갔더라면, 입구에 있을 구조대가 다리가 썩기 전에 잘라냈을 겁니다.”


그는 거짓 없이 자신의 소견을 말해주었다.

환자에게 거짓된 희망은 오히려 독이 된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ㅡ!! 자, 잘라요!? 아, 안 됩니다!!”


중년 남성은 비참한 현실에 심히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조금만 건들어도 쉽게 터질 것 같은 비눗방울 같은 심정을 수없이 본 한신우는 말없이 그의 말을 듣기만 했다.


“서, 선생님····! 정말 안 됩니다·····. 제가 그 모습이 된다면 어떻게 제 아내와 자식을 먹여 살립니까!?”


그는 결국 울음을 터트렸다.

투명한 물방울이 뺨을 타고 바닥을 적셨다.


아내에게, 자식에게 평생 짐이 될 거란 미안함과 사회에서 좋지 않은 시선을 받을 것이라며 두려워하는 것은 당연하다.


한신우는 그의 손을 잡아주며 덤덤히 말했다.


“여기서 절 만난 게 행운이라고 봐야겠네요.”

“·····예, 예?”

“잠시만 가만히 있어 주세요. 금방 끝날 테니 긴장하지 마시고요.”


중년 남성이 질문을 하기 전, 그는 심하게 부은 다리에 손을 가져다 대며 신경을 집중하였다.


손에서 흘러나오기 시작한 은은한 마력이 상처를 감싸고, 썩어가던 그의 다리는 살이 차오르기 시작하더니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아갔다.


“서, 선생님···! 이건····!”

“········그, 그거 설마!”

“히, 힐이다!! 오, 오빠! 힐이야!”

“다, 당신이. 그럼! 한신우···· 헌터님?”


중년 남성을 치료해주자, 셋은 그제야 한신우의 정체를 알게 되었고 고개를 숙였다.


이들이 그의 이름을 알고 있던 건, 이미 협회 내에서 한신우의 존재가 넓게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왜, 헌터님께서 1층 던전에 있는 건지·····.”

“그게, 저도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지금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가 묻고 싶은 건, 어째서 코볼트 무리에게 쫓기고 있었는지 알고 싶은데····.”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은 듯한 어리숙한 이들을 본 한신우가 말하니, 남성이 이 상황을 설명해주었다.


셋은 한신우의 예상대로, 이제 막 헌터가 되어 처음으로 던전에 온 F랭크 헌터였다.

더군다나, 입구에서 즉석으로 만든 파티였다니.

한숨이 절로 나오는 조합이었다.


“처음 계획은 1층에 주변만 둘러보기로 했는데, 가끔 튀어나오는 몬스터와 싸우면서 나온 마석에······.”

“······다, 제 욕심입니다. 면목 없습니다.”


이 파티에 리더였던 중년 남성의 욕심으로 더 깊숙이 들어간 탓에 코볼트 무리와 마주쳤고, 지금에 이르게 된 것이었다.


“처음 마석을 얻게 되면 누구나 판단이 흐려지죠. 흔한 일입니다만, 다음부턴 주의해야 합니다.”


최하급 마석 하나는 적어도 50만은 벌 수 있으니, 한신우는 이들의 실수를 이해하였다.


“그나마 몬스터라 다행이네요. 저 때는 마석 하나로도 칼부림도 나고 그랬거든요. 어찌나 살벌하던지····. 저도 몇 번 당해 봤어요.”

“예? 한신우 헌터님 정도나 되시는 분이요?”


나 정도?

의미가 여러 곳으로 분산될 수 있는 남성의 물음에 어떨떨한 미소를 보인 그가 말을 이어갔다.


“·····누구나 약한 시절은 있습니다. 처음부터 강한 힘을 타고나 높은 랭크를 얻고 시작하는 이들도 있지만, 그들 대부분은 던전에서 생을 마감하죠. 타인에게 이득을 취하다 뒤를 찔리는 형태로. ·····강한 힘을 타고난 오만함, 그것이 몬스터보다 더 큰 위협인 헌터의 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한신우는 중년 남성을 일으켜 앉힌 뒤, 그에게 말하듯 입을 열었다.


“던전에선 홀로 나서는 사람이 먼저 죽습니다. 파티를 이끄는 자리에 서려면 항상 돌아갈 때를 알아야 합니다.”


그러질 못해서 소중한 목숨이 사라지는 순간을 너무 많이 봐왔지····.

이 사람들만큼은 그런 실수가 없었으면 좋겠어.


“·········정말, 미안하네. 내가 정말 큰 실수를 해버렸어.”

“아저씨 탓만은 아니에요. ····우리도 뭐 돈 때문에 혹해서 들어간 건데요, 그렇지?”

“·····으, 응. 맞아요! 그러니까 너무 미안해하지 마세요.”


중년 남성이 고개 숙여 진심으로 용서를 빌자, 둘은 볼을 긁거나 뒷머리를 긁으며 신경 쓰지 말라는 듯 웃어 보였다.


그렇게 작은 소동이 잠잠해지고, 셋은 한신우에게 고개를 숙이며 식당 밖으로 나가려 하였다.


“·····구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선생님····.”


이들의 인사에 작게 손사래 친 한신우가 둘의 상태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괜찮겠어요? 두 분의 상태도 좋은 건 아닌데.”


그 말에 둘은 고개를 저었다.

“이건, 저희가 잘못해서 받은 상처라서요·····. 아저씨를 치료해준 것만으로도 만족해요.”

“·········.”


이대로 돌려보내야 하나?

심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환자를 그냥 보내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아!”


고민을 이어가던 그가 조용히 식당 내부를 둘러보고는 셋에게 말했다.


“저···· 그럼, 뭐 좀 먹고 가실래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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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물 힐러가 식당을 차림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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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10화. 퀘스트를 풀다. 23.09.22 35 1 13쪽
9 9화. 사건 해결 +2 23.09.21 50 4 14쪽
8 8화. 실종자 찾기 (2) +2 23.09.20 60 4 13쪽
7 7화. 실종자 찾기 (1) 23.09.19 67 2 11쪽
6 6화. 휴식 23.09.18 77 3 11쪽
5 5화. 목표 23.09.15 91 3 14쪽
4 4화. 중대 발표 23.09.14 97 1 12쪽
3 3화. 신규 스킬이 생성되었습니다. +2 23.09.13 110 3 13쪽
» 2화. 해줄 수 있는 것 23.09.12 118 2 13쪽
1 1화. 뭘 하라고? 23.09.11 145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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