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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영태권

변신오징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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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영태권
작품등록일 :
2023.01.31 23:13
최근연재일 :
2023.02.11 23:41
연재수 :
10 회
조회수 :
251
추천수 :
4
글자수 :
44,052

작성
23.02.02 22:51
조회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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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일진 죽이기

DUMMY

집단보복이 가해졌다. 30킬로그램 넘게 체중차가 나는 유단자들이 어디선가 나타나더니 대련을 하자고 덤볐다. 대련을 빙자해 망신을 주거나 일부러 무릎으로 갈비뼈를 들이받아 부상을 입혔다.


거기에서마저 도망치면 아무것도 못하는 사람이 될 것 같아서 악착같이 싸웠지만, 적은 너무 많았다. 도저히 이길 수 없었다.


트라이앵글 초크를 걸면, 번쩍 들어서 슬램을 쳐버렸다. 체중차가 너무 커서 확 뽑아서 매트에 머리를 내리꽂기 좋았다. 그리고는 뇌진탕이 올 뻔한 사람 앞에서 같잖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


관장은 보고도 제지하지 않았다. 정영융이 이를 악물고 암바를 뽑아낼 각을 만들어내면 뭘 가르쳐주는 척 일부러 말을 걸면서 흐름을 끊었다. 그러면서 정영융의 모든 공격을 다 무위로 만들어버렸다.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학교와 다르지 않은 곳이었다. 아니 그보다 더 심했다.


이 세상 모든 곳에 다 룰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애초에 법과 규칙이 없는 곳에서는 살아갈 수 없는 약자로 태어난 것이 잘못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었다.


군대 가기 전까지만. 진짜 그때까지만 참자. 군대 가면서 연락 끊으면 그 이후에는 어떻게 되겠지. 찬범이 저놈도 그때쯤에는 놓여날 거야.


그러나 동반입대, 라는 단어를 볼 때마다 섬뜩해지는 순간이 있기는 했다.


시발! 그래 간다. 가준다고 이 개새끼들아. 이번만. 이번만!


*


“야 시발 차 존나 좋은 걸로 뽑았네? 깔쌈하다 야.”

“이거 몰고 클럽 가면 썅년들이 알아서 문 열고 타더라고. 먼저 번호 물어보고.”


원규진의 외제차에서는 새 차에서만 나는 냄새가 났다. 그마저도 어쩐지 역겹기만 해 멀미가 날 것 같았다. 하지만 아무리 속이 메슥거려도 쉬거나 멈출 순 없었다. 운전대를 잡은 건 정영융이었다.


뒷좌석 오른쪽에는 원규진, 왼쪽에는 이용완, 조수석에는 주찬범이 앉았다.


원규진은 졸업 전보다 상체가 더 커진 것 같았다. 그걸 과시하려고 일부러 민소매티를 입고 나온 듯싶었다. 이용완 역시 전체적으로 살집이 더 불어나 있었다.


“시발롬아 운전 똑바로 안 하냐? 대가리에 구멍 뚫어줘?”

“개새끼들 표정 존나 썩었네? 관리 안 하지? 개처럼 쳐맞고 싶냐?”


원규진이 갑자기 손을 뻗어 정영융의 뒤통수를 소리 나게 때렸다. 정영융은 이를 악물고 운전대를 꽉 잡았다. 조금이라도 차가 흔들렸다간 더 개 같은 짓을 벌일 터였다.


이용완은 원규진에게 잘 보이려고 그랬는지 정영융의 뒤통수에 발길질을 하려다 발이 미끄러졌다. 그래서 앞좌석 머리받침대의 포장 비닐을 찢고 말았다.


당장 쌍욕이 터져 나왔다.


“야이 씹새끼야! 발목 인대 잘리고 싶냐? 개새끼가 진짜 뒤질려고!”

“아 이 개새끼가 운전을 족 같이 하잖아. 사고 날 것 같아서 그런 거지...”


비닐 찢어진 거 가지고도 욕지거리가 오갔다. 승패는 예전과 같았다. 같은 학교 일진이어도 원규진이 갑이었다. 셔틀들 보는 앞에서 체면이 깎인 이용완이 앞좌석의 둘을 향해 눈을 치켜뜨고 씨근거렸다.


하루 종일 족 같이 굴겠구나. 시발.


그렇지만 정영융에게는 믿는 구석이 하나 있었다. 넓은 혁대를 이용해 허리 뒤에 숨긴 칼 한 자루였다.


*


휴게소 매점에는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또 셔틀 짓을 하게 된 주찬범이 이를 갈았다.


“처먹고 싶은 것도 많네. 이 개새끼들...!”


사오라는 것들도 다양했다. 버터구이감자 떡볶이 핫바 소떡... 돼지처럼 먹성이 좋은 놈들이었다.


주찬범이 분노를 숨기지 않자, 정영융은 뒤를 한 번 돌아보고 짧게 치고 들어갔다.


“칼이 두 자루 있어. 하나는 도마 코펠 버너 접시 넣어둔 박스에 있고, 하나는 지금 내가 들고 다니는 중.”


느닷없이 시작한 이야기였지만, 칼이라는 소리에 분위기를 파악한 주찬범의 눈이 크게 홉떠졌다.


정영융은 짧고 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연습했던 대로


“시장에서 현금 주고 샀어. 추적 못할 거야. 생선 손질하는 칼인데, 일부러 똑같이 생긴 걸로 구했거든.”


주찬범은 무슨 소리인지 못 알아듣고 눈동자만 굴리다가 발작적으로 물었다.


“왜?”

“범행도구를 미리 준비해놓고 있다가 계획적으로 사람 찌르면 형량이 개빡세게 나온대. 그런데 두들겨 맞다가 우발적으로 찌른 거면 많이 깎인다고 하더라고.”


주찬범은 여전히 감을 못 잡고 눈을 희번덕거리기만 했다. 정영융은 정영융대로, 애써 세워놓은 계획이 전달되지 않자 가슴이 답답해졌다.


“오늘 바다 날씨 흐릴 거라고 했잖아. 그러면 사람 안 다니는 구석이 생길 거라고. 보는 눈 없는 데서 없애버리면 되는 거 아니야. 제일 좋은 건 죽이자마자 바로 물속에 처넣는 거겠지만, 거기서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모르잖아. 혹시 현장에서 시체 처리하기가 어려워지면, 술 취해서 뻗은 놈인 것처럼 차 태워서 숙소로 가는 거지. 어차피 칼 모양은 똑같으니까, 숙소에서 괴롭힘 당하다가 우발적으로 찌른 것처럼 조작해도 표시 안 날 거 아니야? 그러면 만약 시체가 발견돼서 잡혀도 형량이 깎일 거고.”


정영융의 계획은 이랬다.


칼 한 자루는 숙소에 놔두고, 한 자루는 들고 간다.

기회를 봐서 원규진 칼로 찔러 죽인 다음,

칼과 사체를 바다에 버린다.

그렇지만 혹시 시체 같이 커다란 물건을 유기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숙소로 시체를 가져와서 남아있는 칼로 우발적인 사고였던 것처럼 위장한 뒤에,

적당한 방법을 찾아 증거를 인멸하는 것.


조작이 성공한다면, 혹시 완전범죄에 실패한다고 해도 형량은 줄어들게 되니까.


주찬범은 입을 떡 벌린 채로 돌이 된 것처럼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정영융의 계획에 감탄하는 것 같아 보이기도 했고, 속으로 뭔가 다른 계산을 하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정영융은 주찬범이 절대로 거절하지 못할 것이라 확신하고 있었다. 그러나 주찬범은 아무 말이 없었다.


어? 이 새끼가 이러면 계획이...


정영융은 입이 바짝 말랐다.


“계속 이렇게 살 수는 없잖아. 요즘 동반입대도 많다는데 군대까지 따라가면 어떡하려고?”


주찬범은 아예 고개를 푹 숙여 시선을 땅으로 떨어뜨렸다. 눈빛과 표정을 살필 수가 없었다.


“야. 찬범아. 오늘 끝내자, 여기서. 고생 끝내자고.”

“오징어 핫바 소떡 나왔습니다!!!”


점원이 내지른 소리에도 두 셔틀은 화들짝 놀랐다. 주찬범은 사서 들고 있던 감자버터구이 컵까지 바닥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그런데 무슨 조짐처럼, 감자 컵은 엎어지지 않고 똑바로 떨어져 땅바닥 위에 섰다. 감자 여러 알이 튀어나오며 바닥에 떨어져 구르기는 했지만.


“아 시발... 다시 사야겠다 이거.”


다시 감자를 주문하러 돌아서는 정영융의 어깨에


턱!


소리가 날 정도로 힘이 들어간 손이 올라왔다. 소스라치게 놀란 정영융은 하마터면 주먹을 날릴 뻔했다.


정영융을 멈춰 세운 주찬범이 조용히 말했다.


“뭘 또 주문해? 됐어. 그냥 흘린 거 주워 먹이는 걸로 하자고. 이 돼지 새끼들...”


주찬범이 송곳니를 드러내며 씨익 웃었다.


*


뭘 하느라 차 밖으로 나오지도 않고 있었나 궁금했는데, 군것질거리를 사들고 차로 돌아와 보니 원규진은 이용완에게 돈을 뜯고 있었다. 발길질에 찢어진 포장비닐 값을 물어내라는 거였다. 입에서 나오는 쌍욕들이 너무나 너저분했다.


평소 같았으면 늦었다고 지랄난리를 피웠을 텐데 그런 소리도 없었다. 그냥 말없이 받아들고 처먹기만 할 뿐이었다. 보기 드문 일이었다. 감자가 바닥에 떨어졌던 것은 물론이고, 떡볶이에 침을 뱉은 것도 모르고 있었다.


좋은 징조 같았다.


이용완은 포장비닐이 벗겨진 건 수리를 맡길 수 없으니까 돈을 물어줄 수도 없다면서 버티고 있었지만, 정영융과 주찬범은 이미 승패를 알고 있었다. 결국 돈을 뜯기게 될 각이었다.


물론 무작정 고소해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었다. 이용완이 자기 손해를 메꾸기 위해 또 정영융과 주찬범에게 삥을 뜯을 것이 불을 보듯 뻔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주찬범의 입꼬리가 슬슬 밀려올라가고 있었다. 비로소 정영융은 눈동자에 희망이라는 것을 담은 사람의 눈이 어떤 빛을 내는지 알게 되었다.


그 얼굴이 뒷좌석에서 보였을 리 없는데도, 짐승들은 바로 변화를 감지했다.


“뭐 이 씨발련들아. 좋은 일 있었냐? 쪼개고 지랄이야 재수없게 개새끼들이.”

“아 시발 닥치라고. 아까는 표정 썩었다고 뭐라고 하더니 왜 웃는다고 지랄해? 아까 네가 그렇게 개소리 해대다가 비닐 찢은 거 아니야? 아 됐고! 비닐 값 오십만 원 송금해라. 알았냐?”


*


그러나 생각과는 모든 것이 달랐다. 계획은 처음부터 빗나가기만 했다.


날이 흐렸는데도 주꾸미낚시를 온 사람들이 많았다. 원규진은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면 주꾸미가 남아날 리가 있겠나며 사람 없는 구석을 찾아서 차를 대라고 발광을 해댔다. 원규진의 성화에 마지못해 하는 척 이곳저곳을 다 찾아봤지만 그래도 너무 사람이 많았다.


그나마 사람이 적은 곳을 찾아 낚시를 시작한 뒤에야, 하필 그날 그 자치단체에서 주최한 꽃박람회 때문에 인파가 몰려들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원규진은 그럼 저게 다 낚시하러 온 사람들은 아닐 거라며 쾌재를 불렀지만, 정영융과 주찬범은 낙심천만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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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질투 23.02.11 21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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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살인 마려워 23.02.09 19 1 10쪽
7 이상한 분위기 23.02.08 16 1 10쪽
6 전쟁 같은 문학 23.02.07 21 0 9쪽
5 잠시의 평화 23.02.06 18 0 10쪽
4 나이라 23.02.05 21 0 11쪽
3 주꾸미 낚시 23.02.04 20 0 10쪽
» 일진 죽이기 23.02.02 29 0 10쪽
1 멸치 23.01.31 67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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