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정창영태권

변신오징어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로맨스

정창영태권
작품등록일 :
2023.01.31 23:13
최근연재일 :
2023.02.11 23:41
연재수 :
10 회
조회수 :
248
추천수 :
4
글자수 :
44,052

작성
23.01.31 23:22
조회
66
추천
0
글자
10쪽

멸치

DUMMY

“낚시? 갑자기?”

“어. 주꾸미가 요새 제철이래. 그게 그렇게 정력에 좋다네? 너도 알잖아. 규진이가 그런 거라면 환장하는 거. 그 새끼 요새 여자 따먹으러 다닌다고 아예 클럽에서 살아.”


정력에 좋다는 건 낙지 아니었어?


라고 반문하려던 정영융이 찔끔 놀라 말을 삼켰다.


...괜히 자극할 필요는 없겠지.


“나... 는 좀 바쁜데? 레포트 안 낸 것도 있고, 중간고사 기간이라 시험공부도 해야 돼.”


중간고사가 끝난 지는 좀 됐지만 그래도 반사적으로 거짓말이 튀어나왔다.


“야. 너 대학생인 거 누가 몰라? 나도 아는데... 원규진이 너도 오라고 했다고. 이용완도 온다고 했고.”


정영융은 수화기에서 얼굴을 떼고 입 모양만 가지고 욕을 했다.


아오 이런 시발!


원규진 그 개새끼 한 마리만 온다고 해도 족 같은데 이용완까지 온다고?


“아니 그래도 이게... 학점 관리는 잘 해줘야 되니까...”


정영융이 계속 내뺄 궁리를 하자 주찬범이 갑자기 폭발했다.


“야이 씹새끼야! 좋게 좋게 말하려고 하니까 미쳤냐? 시발 그럼 운전은 누가 하고 시다바리는 누가 하냐고? 나 혼자 그 새끼들 따라가서 독박 쓰라는 거야 지금? 아 이 개새끼가 진짜! 대학교 들어갔다고 다 끝난 것 같냐? 한번 그래 봐라 시발새끼야. 원규진 이 미친새끼가 차 몰고 니네 학교 찾아가서 정문 앞에 죽치고 앉아있을 테니까! 왜 시발 일을 이렇게 족같이 만들어?!”


졸업하고 나면 평생 듣지 않아도 될 거라 생각했던 욕지거리들이었다. 정영융은 당황해 말을 더듬었다.


“...아니 그게 아니고... 알았어. 왜 화를 내고 그래?”

“병신새끼야 지금 내가 화 안 내게 생겼어? 너만 살겠다는 거잖아 지금!?”


전화기를 붙들고 버럭 소리를 지른 주찬범도, 살벌한 쌍욕에 찔끔한 정영융도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야. 나 지금 공장 기숙사에서 나와 가지고 그 새끼랑 같이 산다.”

“어? 왜? 기숙사는 방값 싸지 않나? 아니 그것보다 왜 그런 새끼랑 같이 살아?”

“왜겠냐. 그 거머리 새끼가 와서 들러붙었으니까 그런 거지.”

“아 시발... 진짜 족 같겠다.”


같이 살게 됐다는 주찬범이 무슨 일을 당하고 있을지 상상만 해도 끔찍했다.


“야 그냥 경찰에 신고할까...? 이제 그 새끼도 소년범 아니잖아.”

“내가 안 알아봤겠냐 그걸? 근데 그러면 그 개새끼 애비랑 형이 가만히 있겠냐고? 그리고 지금 그 새끼 다른 전과 없어서 초범이야. 집행유예 받을 거 뻔하잖아. 진짜 운 좋아서 실형 떨어져봤자 꼴랑 몇 개월 살고 나올 거고. 그때 뒷감당 어떻게 할 건데?”


그럼 그냥 이렇게 당하고만 있자고?


그러나 정영융은 목까지 치밀어 오른 그 말을 입 밖에 낼 수 없었다.


“...나는 시발 지금... 돈 뜯기는 식모야 완전히. 공장에서 2교대 돌다가 집에 와서는 집안일 한다? 이 개새끼는 잘 먹고 잘 살아 지금도. 내가 차려준 밥 쳐 먹고, 내가 벌어놓은 돈으로 쓸데없이 평수 넓은 집 얻어서 집세 나가게 하고, 외제차 사서 쳐 굴리고, 여자 따먹고... 잘 살다고. 아주 상판대기에 개기름이 반질반질해.”

“...”

“시발 졸업하면 끝날 줄 알았더니 뜯기는 돈만 더 많아졌네? 너는 그래도 고향에서 먼 대학교로 도망가기나 했지. 나는 이게 뭐냐?”

“그 새끼 음식에다가 뭘 타서 죽이거나 병신 만들 방법 없을까?”

“그게 가능했으면 내가 왜 진작 안 했겠냐. 근데 완전범죄 가능해? 요즘 세상에선 죽이는 게 문제가 아니야. 어떻게 처리할 건데? 길바닥에 깔린 CCTV가 시발 도대체 몇 대냐고?”

“...알았어. 알았어, 갈게. 시발... 현금 얼마나 가지고 가야 될까?”

“뭘 물어? 그 새끼 마음이지 내 마음이냐? 주말에 시간 비워놔라. 망할 멸치새끼야.”


멸치새끼야.


정영융이 제일 듣기 싫어하는 말이었지만, 지금까지 그 누구도 정영융 앞에서 그 말을 하는 걸 망설이거나 조심한 적이 없었다.


174에 57킬로그램. 어떻게든 체중을 불려보려고 애를 썼는데도 늘 그 모양이었다. 잠시나마 60킬로그램을 넘긴 적이 있기는 했지만, 며칠 지나면 다시 원래 몸무게로 돌아와있었다.


원래 살이 찌지 않는 체질이었기 때문일 가능성도 있었지만, 학창 시절 내내 일진들에게 시달리는 동안 마음에 병이 들어서일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언제나 공황장애나 신경쇠약에 걸릴 것 같은 심리상태였지만, 누구도 도움을 주지 않았다. 도와달라고 말할 수도 없었다. 자살을 하거나 정신병에 걸리지 않은 것만도 다행이었다.


난데없이 걸려온 전화를 끊고 난 뒤 잠시 시간이 지난 뒤에야 분이 치밀어 올랐다.


이 개새끼 또 멸치라고 하네 시발... 창귀 같은 새끼가.


옛날이야기에서, 호랑이한테 잡아먹힌 뒤에도 계속 호랑이꽁무니에 붙어다니며 호랑이는 놔두고 다른 희생자들을 끌어들이는 창귀와, 주찬범은 같은 배역 같았다.


더 화가 나는 건, 정영융의 서열이 그 창귀보다 낮았다는 것. 같은 셔틀이었어도 정영융은 최하위였다.


주찬범이 원규진에게 더 귀여움(?)을 받았던 이유는, 희한하게 타격감이 좋다는 이유에서였다. 자기보다 작고 마른 애들만 괴롭히면서 평생을 살아온 원규진이었다. 주찬범에게 고무인간이라는 이상한 별명을 붙이고 놀리다가, 팔다리가 원하는 길이까지 늘어나지 않는다고 주먹으로 때리고 발로 차곤 했다.


그리스신화에 나온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는 현재 진행형이었다. 모두의 뇌에 똑같은 걸 집어 처넣는 학교라는 곳이 그랬고, 약자를 보호해주지 않는 교실이 그러했다.


주찬범은 그나마 개중에 나은 놈이었다. 때리는 시어미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지만, 정영융은 주찬범을 미워하고 원망해본 적이 별로 없었다. 스스로도 스톡홀름 신드롬 아닌가 싶어질 때도 있기는 했지만, 주찬범까지는 그래도 참을만했다.


알고 보면 그동안 정영융을 괴롭혔던 것도 원규진과 이용완이 시켜서 했던 거였고, 때릴 때도 눈치 살살 봐가며 연기 비슷하게 넘어갈 때도 있었다. 그리고 자기도 돈을 뺏기고 있는 처지였기 때문에 서열이 더 낮은 정영융의 지갑을 털어 맞추곤 했던 거였다. 용서까지는 못해도 이해할 수는 있는 일이었다.


주찬범은 그래도 서열 최하위 멸치를 원규진 이용완 모르게 빼내주거나 할 때가 있었다. 이렇게 대뜸 전화해서 욕질까지 해댄 건, 필시 본인도 그 이상으로 시달림을 당해서일 터였다.


그놈이랑 같이 산다고 했었으니... 안 봐도 비디오지 뭐. 수틀리면 두들겨 맞으면서 살고 있을 게 뻔해. 강간당한 적이나 없으면 다행이고.


불행 중 다행으로 원규진 이용완은 낫 놓고 기역자 정도를 아는 꼴통들이었다. 도저히 대학이라는 곳에 들어갈 수 있는 놈들이 아니어서, 명문대에 합격하면 영영 떼어놓을 수 있을 것 같기도 했다.


원규진은 정영융에게도 공부를 할 시간을 주지 않았지만, 그래도 다른 데 재능이 있었다. 몰래 공모전 준비를 해가며 수시전형을 노렸다.


그런데 그것조차도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각고의 노력 끝에 전국대회 문학공모전에서 상을 타기는 했지만, 상장이 나오는 날짜는 수시전형 일정이 다 끝난 뒤였다. 결국 수능을 보고 정시로 대학을 가야 했다. 결국 소원하던 명문대에는 합격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타지에 있는 대학으로 도망은 갈 수 있었다.


그렇지만 주찬범은 공부도 별로였고 집안 형편도 썩 좋지 않았다. 그마저도 사정이 나빠져서 졸업하자마자 공장에 들어가 돈을 벌어야 했다. 그렇게 2교대까지 해가며 어렵게 버는 돈에 원규진은 빨대를 꽂은 모양이었다.


이 미친 개새끼. 그런 게 사람일 리 없어.


그 돈으로 외제차를 사고 문신을 늘리고 클럽 죽돌이짓을 하고 다닌다니 상상만 해도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았다.


그러게 찬범이 그놈도 공부를 완전히 놓질 말았어야 되는 건데.


원룸 바닥에 쓰러지듯 누워있던 정영융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 개새끼야! 네가 사람이야? 죽여 버린다!”


거울을 죽일 듯이 노려보며 욕을 해봤지만, 초등학생도 겁을 내지 않을 것 같았다.


싸워서 이길 수 있을까? 그 개새끼들... 찬범이가 도와준다고 하면 2대2가 되니까 좀 나을 텐데...


마지막 동아줄을 붙잡는 사람처럼 애타는 눈으로 벽에 걸려 있는 주짓수 도복을 바라봤지만, 띠 색깔은 그랄도 없는 화이트였다.


방학 때 몰래 주짓수를 배웠다. 원규진과 이용완에게 들킬까봐 마음 푹 놓고 매일 체육관에 다닐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악착같이.


그렇지만 학교에서 멸치였던 정영융은 체육관에서도 멸치 취급을 받았다. 동갑이면서도 형 행세를 하던 놈 욕을 했던 게 문제가 되어 관원들에게 집단따돌림을 당하다가 그만둬버렸다.


대학에 온 뒤로는 공부도 뒷전으로 하고 유도관에 등록을 했다. 강해져서 원규진을 쓰러뜨리고 싶었던 것뿐인데, 그마저도 좋지 않게 흘러갔다.


이번에는 대련을 할 때 주짓수 체육관에서 배운 기술로 유도유단자들에게서 항복을 받았던 게 문제가 됐다.


관원들은 정영융 앞에서는 말을 걸지 않고, 자기들끼리 모여서 뒷담화를 했다. 싸가지가 없다, 고 누군가가 말하는 소리를 층계에서 들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변신오징어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0 질투 23.02.11 21 1 10쪽
9 범죄천재 찬범 23.02.10 20 1 10쪽
8 살인 마려워 23.02.09 19 1 10쪽
7 이상한 분위기 23.02.08 15 1 10쪽
6 전쟁 같은 문학 23.02.07 21 0 9쪽
5 잠시의 평화 23.02.06 18 0 10쪽
4 나이라 23.02.05 21 0 11쪽
3 주꾸미 낚시 23.02.04 19 0 10쪽
2 일진 죽이기 23.02.02 28 0 10쪽
» 멸치 23.01.31 67 0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