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임경배 님의 서재입니다.

권왕전생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임경배
작품등록일 :
2012.10.31 18:24
최근연재일 :
2012.10.31 18:24
연재수 :
44 회
조회수 :
1,269,814
추천수 :
4,710
글자수 :
106,196

작성
11.02.13 09:22
조회
35,169
추천
144
글자
8쪽

권왕전생 - 22

DUMMY

떨어져 있던 촌민들이 허겁지겁 노인을 부축한다. 그 소란에, 회관 안에서 잘 생긴 20대 후반의 청년 한 명이 걸어 나왔다.

“무슨 일입니까, 에드워드 경?”

“아, 별 것 아닙니다. 스테반 공자님.”

청년이 나오자 에드워드 경이 흠칫 놀라며 정중히 고개를 조아렸다.

알티온 후작가의 차남이자 레판토 자작의 작위를 지닌 이 청년, 스테반 폰 레판토 알티온은 귀족으로서도 그가 섬겨야 할 이였고 기사로서도 그의 상관이었다. 젊은 나이임에도 놀라운 검술을 지녀 ‘단호(斷乎)의 기사’란 칭호마저 얻은 이 청년은 이미 바실리 왕국 내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강자였다.

에드워드가 고개를 숙인 채 정중하게 고했다.

“아니, 천한 것들에게 금전을 좀 하사했더니 모자라다고 난리지 않습니까?”

“얼마나 주었기에?”

스테반은 의아해했다. 그가 아는 에드워드 경은 호탕한 기사여서 결코 사례금을 인색하게 주지 않았을 것이다.

“내 산골에서 힘들게 사는 이들이 가여워 금화 한 닢을 내려주었습니다.”

“응? 그 정도면 충분하지 않은가?”

현명한 스테반은 곧 상황을 파악했다. 듣고 보니 실로 괘씸했다. 청년의 얼굴에도 분노한 기색이 떠올랐다.

“허, 우리가 취한 분량이면 금화 한 닢으로도 남음이 있을 것인데. 참으로 비열한 것들이로다.”

스테반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리고 자비를 베풀고도 감사를 받지 못한 수하 기사를 위로했다.

“이래서 천한 것들에게 함부로 자비를 베풀면 안 되는 법이오. 주제도 모르고 기어오르려 하니까.”

“공자님 말씀이 옳습니다. 제가 큰 실수를 했군요.”

태연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두 기사를 보며 노인은 눈물을 흘렸다.

아니! 운송비랑 인건비는 계산 안 하냐? 니들이 사는 도시에서야 이 정도가 금화 한 닢으로 충분했겠지만 여기서 식량값은 그 스무 배도 넘는단 말이다! 게다가 한겨울이라 식량 구입하려면 목숨 걸고 눈보라를 뚫고 지나가야 한다고!

하지만 촌장은 항변할 수 없었다. 두꺼운 강철 건틀렛에 강타당해 그나마 몇 안 남은 이빨이 몽창 나가 피를 줄줄 흘리고 있는데 어찌 말을 할 수 있겠는가?

결국 실신한 촌장을 마을 촌민들이 울며 데리고 갔다. 무심한 눈으로 그 뒷모습을 보다가 스테반은 다시 회관 안으로 들어갔다.

통나무로 대충 지어진, 휑하기만 한 회관 안에 놓인 가구는 볼품없는 침대와 테이블, 의자가 전부였다. 전부 이 마을에서 공수한 것이라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스테반은 눈살을 찌푸렸다. 왕도에 있는 그의 침실과 비교하면 이건 창고나 다름없다.

‘하지만 진정한 기사라면 흙탕물 속에서도 잠들 수 있는 법이지.’

아, 이런 쓰레기더미 속에서도 잠을 잘 수 있게 되다니! 스테반은 뿌듯해했다. 진정한 기사가 되어 가고 있는 자신이 대견스러웠다. 이 마을 사람들은 항시 이런 곳에서 산다는 점은 싹 무시했다.

회관 안쪽에 로브를 걸친 30대 중반의 사내가 명상에 잠겨 있었다. 스테반이 그를 불렀다.

“마법사 토드여.”

사내가 눈을 뜨고 잽싸게 고개를 조아렸다.

“예, 공자님.”

“유적의 위치는 아직이오?”

“조금만 기다려주십시오. 산세가 험하고 겨울이다 보니 마나 기류가 고르지 못하여…….”

난처해하는 토드를 보며 스테반은 한숨을 쉬었다.

“빨리 좀 찾아주시오.”

“예, 공자님.”

마법사를 한 차례 더 닦달한 뒤 그는 창가로 걸음을 옮겼다. 창틀에 몸을 기대 눈 덮인 산야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분명 이곳이 맞겠지?”

“확실합니다, 공자님.”

어느새 곁에 다가온 에드워드 경이 확신에 찬 어조로 대꾸했다.

“이곳이 바로 위대한 검사, 클로드 폰 레오타스 알티온 경께서 묻힌 곳입니다.


&



크롬 시를 출발한 지 사흘 째, 레펜하르트는 등에 작은 배낭 하나를 짊어진 채 중앙가도를 따라 걷고 있었다.

좌우로 펼쳐진 눈 덮인 들판, 간간히 보이는 나무들도 가지가 앙상하다. 바실리 왕국을 십자 형태로 횡, 종단하는 이 중앙 가도는 한겨울이라 그런지 다른 이들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아무리 경험 많은 행상들이라도 겨울에 자칫 눈보라를 만나면 길 위에서 객사하는 경우가 허다하니 감히 이 계절에 길을 걷는 여행자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레펜하르트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

“이 미친 몸뚱이야 체력 하나는 끝내주니까.”

하지만 신경 쓰지 않는 것치고는 꽤나 복장이 충실하다. 그는 두꺼운 털가죽 코트에 목도리까지 두른, 겨울 길을 걷는 모범적인 여행객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사실 현재 그의 육체라면 이 정도 추위쯤은 산들바람이나 다름없으니 굳이 이렇게 방한에 대비한 복장을 입을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한겨울에 셔츠 바람으로 돌아다니면 얼마나 눈길을 끌 것인가? 뭐, 역대 권왕들이야 근육미도 자랑할 겸 한겨울에도 웃통 벗고 싸돌아다녔다곤 하지만, 인간미가 남아 있다고 자부하는 레펜하르트는 되도록 튀고 싶지 않았다.

“그래도 코트 값은 조금 아깝군.”

이 옷값으로 다시 은화 열 닢을 내고, 이것저것 여행에 필요한 물품들을 사고 났더니 이제 제라드에게 받은 여비는 절반 이하로 떨어져 있었다.

“그래도 이제 돈이야 금방 벌 수 있을 테니까.”

레펜하르트는 실실 웃었다. 전생의 그는 젊은 시절, 대륙 각지를 떠돌며 유적 탐사자로 이름을 드높였다. 그리고 그 정보는 고스란히 기억 속에 저장되어 있다.

즉, 그는 향후 30년 이내에 새롭게 발견되는 모든 유적의 정보를 다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그 유적에서 어떤 물품이 나오는지도 다 알고 있다! 한 마디로 돈 되는 유적만 골라 다니며 쏙쏙 알맹이만 빼먹을 수 있는 것이다!

‘그나저나 이것 참 우연이구만.’

뺨을 긁으며 레펜하르트는 과거의 기억을 떠올렸다.

델피아의 마탑에서 한창 마법을 익히던 어린 시절의 일이었다. 마탑에 소속되어 있던, 유적 탐사를 전문으로 하는 토드란 마법사가 있었다. 어린 레펜하르트를 상당히 귀여워 한 그는 마탑에 돌아올 때마다 자신의 무용담을 그에게 이야기해주었고, 그 속에는 알티온 후작가와 함께 탐사한 하탄 산맥 근처의 유적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다.

‘그 날짜가 하필 내 하산 날짜랑 딱 겹친단 말이야.’

지금의 빙풍좌의 달 14일이니 토드라면 하탄 산맥 근처 산촌에 머물고 있을 시기였다. 하도 옛날 일이다보니 정확한 날짜까지 기억하는 건 무리였지만, 희대의 비기 ‘인공 주마등’이 있는 한 레펜하르트는 언제든지 과거의 일을 정확히 끄집어 내 확인할 수 있다.

‘분명 토드 이야기 듣고 나이 먹은 다음 나도 직접 탐사 가봤었지. 음.’



*************************************

좋은 주말 되시길~


P.S 리플 중에 식량이 아무리 오지라도 도시의 20배나 된다는 건 이해가 안 간다는 말씀이 있어서 살짝 첨언합니다^^

현 시대의 운송 능력 개념으로야 당연히 20배가 말도 안 되는 폭리로 보일지 모르겠지만, 근현대를 제외하고 가장 운송이 발달했다는 고대 로마조차도 폼페이나 로마 등의 밀 가격과 누비아 갈리아 쪽 흉년 든 지방의 식량 가격은 몇 십배 차이가 났습니다.

무협지에서도 소금이 금값이란 이야기 많이 나오지요? 중세 향신료가 얼마나 값비싼 보물인지도 잘 아시리라 믿습니다.

소금이나 향신료가 산지에서 비싼 물건이라 그렇게 높은 가치를 지니는 것이 아닙니다. 전부 운송에 따른 것이죠.

겨울이고 기계 동력이 없으며 인력으로 식량을 날라야 한다면 폭설 몇 번에 식량 값 수십배로 뛰는 것은 예사입니다.

당장 멀리 갈 것도 없이 제주도 한라산 꼭대기 콜라값은 무려 한 캔에 3000원.... 시세의 5배.... 이것도 운송의 한 영향이라 볼 수 있....


그럼 좋은 하루되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0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권왕전생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4 권왕전생 14권, 10월 30일 출간되었습니다. +8 12.10.31 3,199 9 1쪽
43 권왕전생 13권, 9월 27일 출간됩니다. +8 12.09.22 2,064 4 2쪽
42 권왕전생 12권이 출간되었습니다. +11 12.06.22 2,028 10 1쪽
41 권왕전생 11권 출간되었습니다. +11 12.05.23 1,824 5 1쪽
40 권왕전생 10권이 출간되었습니다. +7 12.04.30 1,911 7 1쪽
39 권왕전생 9권이 출간되었습니다. +17 12.03.05 2,364 6 1쪽
38 권왕전생 8권이 출간되었습니다. +14 11.12.01 2,487 5 1쪽
37 권왕전생 7권 출간되었습니다. +13 11.10.26 2,449 4 1쪽
36 권왕전생 6권 출간되었습니다. +17 11.09.23 2,704 10 1쪽
35 권왕전생 5권 출간된 것... 같습니다.... +22 11.08.26 3,764 9 2쪽
34 권왕전생 3권 출간되었습니다. +31 11.04.26 5,337 9 1쪽
33 권왕전생 1,2권 출간되었습니다. +105 11.03.24 13,017 32 1쪽
32 권왕전생 - 32 +138 11.03.11 34,599 186 7쪽
31 권왕전생 - 31 +89 11.03.05 30,494 155 7쪽
30 권왕전생 - 30 +129 11.03.02 32,008 170 7쪽
29 권왕전생 - 29 +104 11.02.28 30,534 170 7쪽
28 권왕전생 - 28 +117 11.02.25 32,373 180 8쪽
27 권왕전생 - 27 +98 11.02.23 32,016 169 7쪽
26 권왕전생 - 26 +102 11.02.21 32,606 168 7쪽
25 권왕전생 - 25 +79 11.02.19 32,290 152 7쪽
24 권왕전생 - 24 +115 11.02.17 34,717 154 7쪽
23 권왕전생 - 23 +90 11.02.15 34,249 155 8쪽
» 권왕전생 - 22 +102 11.02.13 35,170 144 8쪽
21 권왕전생 - 21 +92 11.02.12 34,814 158 8쪽
20 권왕전생 - 20 +111 11.02.11 36,031 155 7쪽
19 권왕전생 - 19 +92 11.02.09 37,877 177 7쪽
18 권왕전생 - 18 +82 11.02.07 37,238 165 7쪽
17 권왕전생 - 17 +70 11.02.06 38,128 152 8쪽
16 권왕전생 - 16 +70 11.02.05 36,477 149 7쪽
15 권왕전생 - 15 +62 11.02.04 36,485 133 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