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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파 님의 서재입니다.

해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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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파
작품등록일 :
2012.11.19 13:33
최근연재일 :
2017.12.22 23:56
연재수 :
342 회
조회수 :
787,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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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820,877

작성
17.12.08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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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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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43쪽

해의 그림자 337

DUMMY

"이게 무슨 짓입니까, 자인형님!"


권상하가 평교자 뒤에 있다가 앞으로 나섰다. 윤증을 보는 그 눈이 벌겋게 충혈되었다. 벌건 대낮에, 만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윤증이 스승의 앞길을 가로막았다. 기가 막혔다.


"아, 자네."


윤증은 권상하를 쳐다보고 눈썹을 꿈틀했다. 두모방 무녀촌에서 허목과 함께 있던 걸 권상하한테 딱 걸렸으니, 지금쯤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너무도 뻔했다.


"그만하시죠. 백성들 다 보는 데서, 대체..."

"백성들 다 보는 데서 대비전 밀서密書를 떠받드셨다더군. 꼭 왕지王旨처럼."


권상하는 흠칫 윤증을 돌아보았다. 눈시울이 실룩였다. 자신도 내심 찜찜하긴 했다. 하지만 스승이 하는 일에 다른 뜻을 품을 수는 없었다. 그래서도 안되었다.


"성상의 모후시니 예를 갖추는 것도 당연한..."

"아, 그래서 여중요순女中堯舜이라 하셨나? 죽을 때까지 섭정을 한 그 고태후에 비하시고? 그게 나이 스물의 전하를 두고 할 소린가?"


윤증이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바로 반박했다.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백성들 틈바구니를 헤집어놓았다. 백성들이 두눈을 크게 뜨고 술렁였다.


"전하께서 나이 스물?"

"어휴. 나이 스물이면 애가 둘인데."

"스물인데 왜 섭정을 해?"

"여중요순이 그 말이었어? 죽을 때까지 섭정하는 거?"

"말도 안돼! 죽을 때까지 어떻게 섭정을 해?"

"뭐야? 그동안 섭정 얘긴 못 들었는데?"

"나도."


백성들이 수군댔다. 지금껏 왕대비가 섭정을 했다는 말도 못 들었을 뿐더러, 왕이 나이 스물이나 된 줄도 몰랐다. 흑립을 쓰고 다니는 양반네들이나 좀 주워들은 게 있으려나 싶어서, 초립 쓴 백성들이 양반들을 하나둘씩 끼고 모여들었다.


"나도 들은 게 있는데, 섭정하고 싶어 안달 나셨다지."

"아니 왜요?"

"그냥 좀이 쑤시나."

"그것도 병이야."


권상하는 두눈을 크게 뜨고 사방의 눈치를 보았다. 백성들 틈에 하필이면 궐내사정까지 잘 아는 자가 낀 것 같았다. 물론 윤휴가 했던 말도 있었다. 문정왕후의 환생...그 말을 윤증이 콕 집어 내뱉은 덕분에 백성들이 또 동요하는 참이었다. 저 윤증 때문에.


눈을 부라리는 권상하의 어깨너머로, 윤증은 시열을 쳐다보며 웃어보였다. 콧잔등을 찡그리고, 잔뜩 일그러진 눈웃음으로.


"지금이라도 가마를 돌리시죠. 제자가 회덕까지 모시겠습니다."


시열은 미간을 좁히고 윤증을 내려다 보았다. 윤증도 한치도 꿀리지 않고 눈빛으로 맞섰다. 그 눈을 보니 시열의 왼쪽 눈꼬리가 더욱 일그러졌다. 쌀알 같은 사마귀며 주름으로 온통 게뚜더기가 져서 실룩였다.


"나이 스물?"


시열은 피식 웃으며 곱씹었다. 보령寶齡이니 연치年齒니, 약관弱冠이니, 약령弱齡이니, 조금이라도 어려운 말은 아예 쏙 빼버리고, 이 망할 놈이 일부러 쉬운 말만 골라서 썼다. 나이 스물. 일부러 무지렁이 백성들이 알아듣기 쉽게, 들으란 듯이 말했다. 누구 제자 아니랄까봐, 여론몰이 하는 데엔 도가 텄다.


"가십시다. 괜히 예서 토끼몰이 하지 마시고."


윤증이 보채는 말에, 시열은 홧김에 콧구멍까지 벌름거렸다. 이 빌어먹을 제자 놈이, 하필 자신의 수염을 잡았다. 다 키워놨더니. 똑같이 키워놨더니.


"그럴 수야 있나. 난신적자亂臣賊子의 목을 치러 가는 길인데."


시열은 고개를 꼿꼿이 쳐들고 손짓으로 안롱鞍籠을 든 자에게 재촉했다. 안롱을 든 자의 고갯짓에 가마꾼들이 눈치를 보며 걸음을 떼었다. 제자들도 곁눈질로 윤증의 눈치를 보며 뒤따랐다.


"스승님..."


윤증이 불러도, 시열은 더는 대꾸하지 않았다. 가마 뒤로 남겨지는 윤증의 얼굴을 더는 쳐다보지도 않았다. 곁눈조차 주지 않고, 고개를 더욱 꼿꼿이 세웠다. 귓불이 붉어져선, 눈시울까지 온통 충혈되었다. 실핏줄이 그물처럼 엉킨 눈으로, 시열은 앞만 똑바로 보았다. 가마가 점점 궐에 가까워지는 참이었다. 저 막돼먹은 제자 놈을 뒤로 하고.


스승이 멀어져 갔다. 윤증은 애증이 교차하는 복잡한 눈빛으로 시열의 가마행렬을 지켜보았다. 기분이 너무도 이상했다. 버리고 또 버려지고, 남고 또 남겨지고...커다란 물줄기를 온몸으로, 또 맨몸으로 들이받은 기분이 이런 걸까. 기분이 너무도 묘했다.


그때 두건 쓴 누군가가 윤증의 어깨를 스치고 지나갔다. 하나둘씩 윤증과 어깨를 부대끼며 지나갔다. 윤증이 한두발짝 밀리는데, 또 누군가가 어깨를 툭 치고 지나갔다. 윤증이 비틀대는 순간 민진원이 경멸어린 비웃음을 흘리며 씩 웃었다. 그리고선 뒤에서 천천히 걸어오는 앳된 얼굴을 향해 팔을 뻗었다.


"어이 처남!"

"무슨..."

"아, 종매부從妹夫!"

"아니 아직...아직..."


민진원이 부를 때마다 창립이 연신 손사래를 쳤다. 그럴수록 민진원이 더 손을 뻗어 창립의 팔을 잡아끌었다.


"가자고!"


민진원의 손길에 끌려가듯 걸어가다, 창립이 윤증을 돌아보고 마른 침을 꼴깍 삼켰다. 이미 지나가버린 시열의 가마를 돌아보고, 또 남겨진 윤증을 돌아보고, 그렇게 머뭇대다, 행렬 틈에 묻혀 떠밀리듯 걸어갔다. 한번 더 돌아보고 윤증에게 눈인사를 하고서.


"처남? 종매부?"


윤증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민유중 아니면 민정중...둘 중 하나는 저 김창립을 사윗감으로 점찍은 모양이었다. 생각해 보니 당연했다. 조선에서 손꼽히는 가랑佳郞이었다. 인물, 가문, 재주...무엇 하나 흠잡을 데 없이, 빼어났다. 하지만 민유중의 여식은 이미 다음 중궁으로 점찍혔다는데, 그렇다면...


"좌상댁이 혼담을 넣은 모양입니다."


윤증의 등뒤로 조지겸이 불쑥 나타나서 한마디 했다. 윤증이 놀라서 조지겸을 쳐다보았다.


"자네?"


조지겸이 대답 대신 씩 웃고선 묘한 눈빛이 되어 허공을 보았다. 한밤중도 아닌데, 허연 입김이 허공에 어렸다. 그 입김이 사그러드는 사이, 송시열의 행렬 꼬리도 점점 멀어졌다. 정어리떼 같은 저 꼬리에서 하나둘씩 주춤주춤 돌아보고, 또 돌아서고, 그렇게 멀어졌다. 송시열의 행렬, 그 꼬리가 이지러지기 시작했다. 야금야금 잠식하는 땅거미에 짓눌려서.



이미 아침이 밝았다. 이젠 아예 정오도 지났다. 대비 김씨는 저승전 내실에 앉은 채로 뜬눈으로 밤을 지샜다. 수라간 나인들이 자리조반을 들이고, 또 조반을 들이는데도, 대비 김씨는 한술도 뜨지 못했다. 이미 아들이 간밤에 잠행을 나간 사실을 들어 알았다. 아들이 요란하게 두광이 놈을 닦달해서 남산으로 간 것도, 또 남산에서 재산루에 불을 지르겠다 겁박하여 밀지 얘기를 들은 것도, 이미 눈귀를 통해 들어 알았다. 진작 달려와서 아들이 여기 저승전을 발칵 뒤집어놓고도 남았다. 헌데 아직도 소식이 없었다. 어디서 무얼 하는 건지.


그녀는 가만히 이마를 짚었다. 자신이 너무했나 잠시 후회도 들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아들을 위한 일이었다. 못된 송아지처럼 송시열을 들이받는 아들을 뜯어말려야만 했다. 그 사지를 결박하여 옴짝달싹 못하도록 만들어야 했다. 그래야만 아들이 아무 것도 안할 거고, 그래야 아들이 무사할 터였다. 이것도 어미가 아들을 위하는 한 방도였다.


"저, 전하?"

"고하거라. 늦게나마 아침문후 올리려 왔노라고."


이제야 문밖에서 아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대비 김씨의 심장이 철렁했다. 밤이 길어 기다림이 길어지는 동안, 이미 각오는 했었다. 어릴 때부터 누가 머리를 빗겨주면 참지 못하고 몸을 비틀다 못해 온갖 난리를 치던 그 더러운 성질머리로, 여태 들이닥치지 않고 참은 게 용했다. 어디서 뭘 하다가 이제야 여기로 자신을 찾아왔는지 몰라도, 가슴속이 온통 불덩이가 되어 들이닥친 걸 생각하니 소름이 끼쳤다.


"예, 전..."


고하라고 해놓고, 막상 그 짧은 말도 기다리기가 싫은지, 아들이 당장 장지문부터 열어젖혔다. 대비 김씨는 눈이 튀어나올 듯 놀라 똑바로 쳐다보았다. 아들이 익선관도 비뚤어지고 곤룡포도 앞섶이 풀어헤쳐져선 비틀비틀 걸어오는 참이었다. 급하게 의관을 갖춘 건지, 아니면 술에 취해 의관이 망가진 건지, 차림새가 너무도 느슨했다. 이기지도 못할 술을 얼마나 마셨는지, 술냄새까지 잔뜩 풍기면서 아들이 갈짓자之로 걸어왔다.


"주상...?"

"맨정신으론 어마마마를 뵙기가 끔찍해서...한잔 걸쳤사옵니다."

"이게 무슨..."

"아, 한잔이 아니라 석잔인가."

"어찌 이런 추태를..."

"벌써 저자거리에 소문이 좍 퍼졌다는데...어마마마께오서 소자를 코찔찔이로 만들어놓으셨다고. 하여 술 좀 마셨습니다. 꼬찔찔이가 술을 마시고 돌아다닐 리가 없다는 걸 보여드리려고. 어마마마께."

"주상!"


대비 김씨는 화가 머리끝까지 뻗쳐서 버럭 소리를 질러댔다. 수라상조차 기미상궁이며 지밀나인들의 기미를 거치고서야 잎사시를 쥐도록 어릴 때부터 누누이 가르쳤다. 헌데 술과 안주를 어디서 잔뜩 집어먹고 와서 자신의 눈앞에 나타난 참이었다. 술에 취하면 자신이 독을 먹는지 뭘 먹는지도 모를 텐데도.


"아, 이거...술을 마시니...귀가 둔...해지니 좋네요. 온갖 잡소리 안 들어도 되고."

"이..."

"송시열이 어마마마를 두고 여중요순女中堯舜이라 했다네요?"


대비 김씨의 표정이 묘해졌다. 밤이 길어도 너무 길었다. 충분히 각오를 했던 탓인지, 생각보다 아들의 반응이 덜 무서웠다. 여중요순 얘기가 나온 것도 그다지 놀랍지 않았다. 어쩌면 이렇게 수가 다 들여다 보이는 반응만...


"백성들이 웃었다죠. 죽을 때까지 섭정을 하고 싶으신 거라고."


숙종의 말에, 대비 김씨는 두눈을 실룩였다. 죽을 때까지 섭정?


"누가 그딴 소리를..."

"나이 스물에 죽은 애가 둘이나 되는 아들을 두고도 섭정을 하시는데, 그런 소리 안 나오게 생겼답니까?"

"주, 주상...이 어미는 그럴 생각은...어디까지나 주상을 도우려..."

"아, 그러세요?"


숙종은 갑자기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 익선관을 벗었다. 대비 김씨는 의아히 아들을 보았다. 갑자기 아들이 눈앞에서 익선관을 매만졌다. 비뚤어진 것을 바로잡나? 하지만 고쳐쓰는 게 아니라 벗어제끼는 참이었다. 더워서 벗는 것도 아니고, 이 추운날에.


"똑바로 좀..."

"한번 써 보시지요."


숙종은 익선관을 그대로 대비 김씨의 머리 위로 씌워버렸다. 대비 김씨는 두눈을 휘둥그레 뜨고 어깻죽지를 들썩였다.


"이, 이게 무슨 짓...!"

"이것도 한번 걸쳐보시죠."


숙종은 거침없이 곤룡포도 벗어 순식간에 대비 김씨의 어깨에 걸쳐놓았다. 검푸른 곤룡포자락이 대비 김씨의 좁은 어깨로 축 늘어졌다. 두눈을 부릅뜨는 대비 김씨의 눈앞에서 아들이 낄낄댔다.


"참 잘 어울리시옵니다, 어마마마! 너무 잘 어울리십니다!"

"이게 무슨 짓...!"

"어디 한번 계속 왕노릇 해 보시지요!"


숙종이 한껏 비아냥거렸다. 대비 김씨는 기가 막혀서 입을 떡 벌리고 아들을 보았다. 망건도 찢어지고, 또 속적삼도 구겨진 채로, 아들이 두눈을 희뜩하게 번뜩이며 웃었다.


"정말 잘 어울리시옵니다!"


숙종은 하얗게 웃었다. 그 눈시울이 홧김에 벌개진 채로, 눈동자가 헤까닥 뒤집혀서, 어미를 매섭게 쏘아보며 웃었다. 대비 김씨는 이젠 기가 질려서 할 말을 잃었다. 잘 어울린다고? 아들은 지금 익선관도 그녀 머리에 씌우고, 또 곤룡포도 어깨에 걸쳐놓은 참이었다.


"여봐라! 문을 열거라!"

"예? 예, 전하!"


대비 김씨는 귀를 의심했다. 문을 열라고? 그녀가 고개를 홱 돌려서 대청쪽 장지문을 보니, 활짝 열렸다. 나머지 장지문들도 열렸다. 대비 김씨는 화들짝 놀라 어쩔 줄을 몰랐다. 동서남북 사방의 장지문이 모조리 열리고, 심지어 분합문까지 들렸다. 아무리 한낮이라지만, 사방이 탁 트이고 바람이 온통 휘몰아쳤다. 저승전을 오가는 궁인이며 내관들이 모두 깜짝 놀라 이쪽을 쳐다보는 참이었다. 아들의 익선관이며 곤룡포까지 쓰고 걸친 그녀를.


"에그머니."

"세상에..."

"마마께서 저, 저..."

"저기 전하가..."


처음엔 대비전이 왜 왕의 의관을 걸쳤나 이상했는데, 계속 보니 왕이 씌운 거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느낌이 싸했다. 장난치곤 왕의 눈초리가 너무도 살벌했다. 더구나 대비 김씨도 당황해서 어쩔 줄을 모르고 쩔쩔매는 참이었다.


"주, 주상...정말 왜 이러시는..."

"어우, 너무 잘 어울리셔서 말이옵니다."


숙종은 입꼬리를 실룩였다. 대비 김씨가 화가 나서 벌떡 일어서려는데, 두손을 뻗어 그녀의 어깨까지 찍어눌렀다. 엉덩이를 드는 것도 주저앉혔다. 대비 김씨는 치가 떨려 목소리도 제대로 나오질 않았다.


"주, 주..."

"송시열이 남문으로 들어오며 그러더군요. 난신적자亂臣賊子의 목을 치러 간다고. 난신. 난신亂臣(나라를 어지럽히는 신하) 주제에 누굴 치겠다는 건지. 난신은 오시순데, 적자賊子(부모를 대적하는 아들)는 누구려나."

"이..."


대비 김씨가 얼굴이 벌개져서 숙종을 쏘아보는데, 숙종이 그녀의 귓가에 고개를 기울여 나직이 속삭였다.


"하여 소자가 그 적자賊子가 되어볼까 합니다. 어마마마께오서 제 보위를 탐하시는 한은."

"이 무슨..."

"허니 저를 적자賊子 만들지 않으려거든, 앞으론 끼여들지 마시지요."


숙종의 경고는 냉혹했다. 대비 김씨는 겁에 질려 주위를 살폈다. 누가 들을까 무서운 말들 뿐이었다. 헌데 아들은 사방의 장지문은 물론 분합문까지 모조리 걷어놓고 이 광경을 모두에게 목도시킨 참이었다. 그녀의 귀에만 들리도록 속삭이긴 했지만, 또 누구 귀에 들릴지 겁날 정도로.


"아셨지요?"


숙종은 시뻘겋게 충혈된 눈으로 그녀를 쏘아보며, 발길질로 서안 옆을 탕탕 걷어차기까지 했다. 대비 김씨가 화들짝 고개를 움츠리고, 사방의 궁인과 내관들이 깜짝 놀라 비명을 질러댔다. 숙종은 핏빛으로 돌아버린 눈빛으로 또 한마디 쐐기를 박았다.


"끝까지 가 봅시다, 상감마마."


어미를 두고 상감마마라 불렀다. 그 목소리는 저승전의 귀는 모두 들을 수 있을 정도로 분명했다. 대비 김씨는 아연실색해서 아들을 보았다. 아들의 동공이 새까맣게 번뜩였다. 어미라도 잡아먹을 기세였다. 그 맹렬한 살기에 짓눌려서, 대비 김씨는 숨이 턱 막혔다. 침이 뚝뚝 떨어질 듯한 입꼬리로 아들이 웃었다. 하지만 눈은 웃지 않았다.




"누이께서 여긴 어인 일로..."


석주는 눈앞의 대비 김씨를 보고 두눈을 의심했다.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누이동생이 재산루를 들이닥쳤다. 뭐가 그리 답답하고 갑갑했는지, 재산루의 모든 분합문을 들어올리게 하고도 모자라서 난간을 있는 힘껏 그러쥐고 숨가쁘게 심호흡을 해대는 참이었다.


"숨 좀 쉬러요."


대비 김씨는 사방의 전망을 돌아보며, 또 호흡을 골랐다. 흐리터분한 오후의 햇살에 재산루의 기암괴석에 쌓인 눈이 스르르 녹아들어 은빛으로 반짝이는 풍광이 너무도 좋았다. 눈으로 보든 코로 맡든, 온몸이 깨끗이 씻기는 기분이었다.


"이제야 살 것 같네요. 이 좋은 델 왜 잊고 지냈는지."


대비 김씨의 말에, 석주는 피식 웃었다.


"자주 놀러오셔야지요. 그 답답한 데서 어떻게 참고 지내셨습니까."

"그러게요. 어떻게 살았지...맨날 보는 그 풍경, 그 얼굴..."

"어우, 움직이는 거 싫어하는 저도 지겨워서 못 참습니다. 어떻게 참고 사십니까. 벌써 삼십년을 나가지도 못하고.."

"사람을 바꾸는 게지요. 갈아치우고, 또 갈아치우고."


대비 김씨는 쓴웃음을 지었다. 석주가 고개를 숙이고 똑같이 쓴웃음을 지었다.


"중궁도 치우시고."

"아들을 치울 수는 없잖습니까."


대비 김씨의 대꾸에 석주는 눈썹을 꿈틀했다.


"주상께 좀 서운하신가 봅니다? 듣자니, 주상께서 누이께 상감마마라 비꼬셨다는데."


대비 김씨는 흠칫 놀라 난간을 고쳐쥐었다.


"역시...오라버니 귀엔 안 들어가는 말이 없네요?"

"어유...전하께서 워낙 큰사고를 치셔서...지금쯤 웬만한 집엔 소문이 좍 퍼졌을 겁니다."


석주가 웃으며 몸서리를 쳤다. 아무리 겹겹이 담과 문이 에워싸고 꽉 막힌 구중궁궐이라 해도, 이미 왕이 도를 넘었다. 대비 김씨의 머리에 익선관에 곤룡포까지 씌워놓고 '상감마마'라 부르면서 어미의 섭정을 비아냥거렸다. 모자간의 살벌한 장면이 대궐을 넘어 여항으로 흘러들고도 남았다.


"이 무슨 망신인지..."


대비 김씨는 너무도 낯뜨거워 두 손으로 얼굴을 꾹꾹 문질렀다. 계속 난간을 붙들었던 탓에 손끝이 얼어붙었다. 달뜬 뺨도 식히고, 또 얼어붙은 손도 녹이고, 그렇게 그녀는 두 손으로 계속해서 두뺨을 눌러댔다.


"이만 돌아가셔야지요. 여염의 아낙도 아니고 명색이 대궐의 웃어른이신데 궐을 비우셔야 쓰겠습니까."


석주의 말에 대비 김씨는 시큰둥한 표정이 되었다. 궁에 돌아가고 싶지가 않았다. 송시열이 자꾸 도성 밖으로 나오는 기분을 알 것 같았다. 자신도 이대로 궐밖에서 며칠이고 있다 보면, 왕도 여기저기 눈치도 보이고, 또 이리저리 치일 터였다.


"뭐 간만에 예서 하루 묵어가죠. 공극당拱極堂이었나? 저기 군불 좀 때우고."


대비 김씨가 친정에 온 기분을 내려고 하자, 석주는 묘한 표정이 되었다. 물론 남산은 대비 김씨의 친정이나 다름 없었다. 장충방에 흩어진 집들이며, 남산에 모인 집들이며, 죄다 청풍김씨 천지였다. 동래 정씨와 함께 남산을 양분하다시피 해서 점유하는 참이니. 하지만 대비 김씨가 남산에서 하루 묵겠다고 나서는 건 그다지 달갑지가 않았다.


"계속 예 계시면, 궁엔 만수전만 계시는데. 그래도 되겠습니까? 자꾸 만수전께서 계집 하나 전하께 갖다붙이려고 난리도 아니라는데."


대비 김씨는 흠칫 김석주를 보았다.


"계집...이요?"

"아시잖습니까."


만수전의 대왕대비 조씨나, 저승전의 대비 김씨나, 피차 상대방 지밀나인이 누군지 손금 들여다 보듯 파악했다. 어떻게든 왕의 곁에 자기 측근을 붙여놓으려고 안달이었다. 그간 왕이 중궁의 치마폭에 싸여 한눈을 팔기는 커녕 곁눈도 주지 않은 탓에, 측근인 지밀나인들이 독수공방을 하는 걸 안타까워하면서.


"그 옥정이 말이옵니까?"

"예. 요즘 자꾸 그 아이를 대전에 밀어넣는다지요."


석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대비 김씨의 눈빛이 차갑게 식었다. 옥정이? 그러고 보니 지금 자신이 궁을 비웠다. 궐을 나왔다. 대왕대비 조씨라면, 때는 이때다 싶어서 얼른 그 옥정이란 년을 아들에게 들이밀고도 남았다. 그래도 아들이라면...


"흥, 언감생심..."

"뭐 듣기로 미색이 보통이 아니라는데...그보다..."

"미색이든 뭐든 주상 눈에 들어오기나 하겠습니까? 송시열 때문에 눈이 벌개졌는데."

"그러니 하는 말이지요. 나 같으면 허목하고 손을 잡을텐데...그 허목한테 먼 친척뻘이란 소문이..."

"허목?"

"모르셨습니까? 뭐 소문일 뿐이라...저도 아직 확인은 못했습니다만...제가 허목이라면 저 아이를 주상께 들이밀겠습니다. 저 아이 재력이면 송시열도 팔아치울 수 있다고 꼬드겨서."


대비 김씨의 눈빛이 점점 식었다. 가슴이 서늘해진 참이었다. 재력?


"가봐야겠습니다."


대비 김씨는 황망히 돌아섰다. 목소리가 바람맞은 문풍지처럼 떨렸다. 너무 오래 궁을 비웠다. 이러다가 빈집을 털리게 생겼다. 아들이 시할미 꾐에 넘어가서 그 옥정이란 년에게 눈길이든 손길이든 주면 큰일이었다.


"예, 얼른 가보세요...빈집 털리시면 아니 되십니다."


석주가 계단 쪽을 손짓으로 가리켜 보였다. 대비 김씨는 어쩐지 서운한 기분이 되어 석주를 흘겨보곤 계단으로 갔다. 난간을 움켜쥐고, 그녀는 또 한번 뒤를 돌아보았다. 그래도 친정인데, 하룻밤만 묵어가고 싶었다. 친정 냄새...좀더 맡고 싶었다. 하지만 정말로 불안해졌다. 그 큰 대궐이, 자신이 없는 빈집이, 쥐새끼 같은 대왕대비 조씨와 그 시녀한테 털릴까봐서. 계단을 내려가는 그 발걸음이 점점 급해졌다.




"또 너로구나."


어두운 밤중에 동온돌로 주안상을 가져온 궁녀를 숙종은 심드렁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치렁치렁한 치맛자락이 서안 앞을 온통 뒤덮은 참이었다. 누가 지밀나인 아니랄까봐, 치맛자락이 넓고도 길었다.


지겨웠다. 이 아이. 할미가 또 밀어넣었다. 어린 아들이 며느리와의 꽃잠에 행여 서투른 모습을 보일까 걱정되어 어미가 대비전 시녀들을 밀어넣었던 것처럼. 지금은 또 할미가 증손주가 적적할까 염려되어 또 대왕대비전 시녀들을 밀어넣었다. 걱정은 핑계고, 두 자전慈殿이 서로 아들손주 곁에 자기 사람을 심어놓으려고 서로 아귀다툼을 벌일 뿐이었다.


"술 생각이 간절하실 거라고..."

"그래..."


숙종이 두눈을 붉혔다. 술생각이 간절하긴 했다. 잘 먹지도 못하는 술, 미치도록 마시고 싶긴 했다. 어미가 자신을 아이로 만들었다. 둘도 없는 여인도 떼어내고, 또 불구대천의 난신을 명분을 줘서 도성으로 불러들였다. 그렇게, 숙종 자신의 심장을 떼어내고 사지를 꽁꽁 묶었다. 숙종은 눈시울을 찡그리고 눈앞의 옥정을 쳐다보았다.


"내 위기가 네겐 기회가 되었구나."


숙종은 쓴웃음을 지었다. 어미는 아들에게 조금이라도 흙이 묻었다 싶으면 모조리 털어내고 털어내고 떼내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게 생뗏장인 줄도 모르고, 다 떼어내고 또 떼어내어 뿌리까지 끊어버렸다. 덕분에 숙종 자신은 시들시들 야위고, 또 시름시름 앓는 참이었다. 헌데 지금 눈앞에 이 계집이 있었다. 숙종은 묘한 눈초리로 옥정을 보았다. 자신의 말에 정곡을 찔리고도, 이 계집은 맹랑하게도 외려 웃음을 짓는 참이었다.


"기회요?"

"기회 맞지. 내가 누구랑 손을 잡아야 되거든."

"속상하옵니다. 제겐 기회가 전하께 위기가 되는 것이."

"그래."


숙종은 입꼬리를 비틀었다. 눈앞의 옥정이란 계집이 어떤 눈을 하고 쳐다보는지, 본인은 모르는 모양이었다. 동백기름이라도 바른 듯이 번들거렸다. 징그러운 기분까지 들었다. 할미와 허목이 들이댄 계집이, 뱀 같은 욕심으로 두눈을 반짝이는 참이었다.


"네가 역관 장현의 종질녀라지?"


알고도 물었다. 그러자 알고도 대답했다.


"예, 전하. 친가는 인동장씨, 외가는 그 사돈이 우봉변씨...이 조선의 부富를 양분한 두 가문이옵니다."

"흠...내 장현의 전재산을 몰수하고 내쫓은 걸로 아는데, 그래도 힘이 남아도나?"

"인동 장씨거든요."


옥정은 다부진 미소로 답하다가 흠칫했다. 왕이 두눈에 이채를 띠고 쳐다보는 참이었다. 옥정 자신의 뱃속을 긁어내는 듯한 기분이 들 정도로, 갈퀴 같은 눈초리였다.


"인동장씨, 우봉변씨가 그리 대단하더냐?"


숙종의 신랄한 반문에 옥정은 눈웃음으로 답했다. 대답할 필요가 없는 질문이었다. 묻는 왕도 이미 알 터였다. 적어도 뒤에서 뭔짓을 할 수 있는 힘은 있다는 걸. 앞에선 못해도.


옥정은 무릎맡의 주안상을 내려다 보았다. 곶감과 육포, 자초주로 간단히 차린 소반이었다. 이대로 주안상만 내려놓고 물러가긴 싫었다. 오늘밤은 두눈 시퍼렇게 뜨고 아들 처소를 감시하는 대비 김씨도 없었다. 하늘이 준 기회였다. 이 좋은 기회를 놓치고 싶지가 않았다. 어떻게든 어심을 치마폭으로 휘어잡고 싶었다. 옥정은 치맛자락을 꼭 비틀어쥐었다. 그녀는 치맛자락을 모짝 들어올려 왕의 눈앞에서 활짝 펼쳐 보였다.


"열두폭은 되옵니다."

"열두폭이라?"

"병풍이 되라 하시면 병풍이 되어드리고, 부채가 되라 하시면 부채도 되어드리고...바람을 막고, 부치고...열두폭은 되지요."


워낙 한껏 들어올려 펼치다 보니 열두폭 치맛자락 아래로 희디흰 버선 회목까지 비쳤다. 배추빛 자미사 치마 속에 입은 오색빛 무지기無竹伊 치마가 그 날렵한 다리 곡선을 타고 무릎 위까지 비쳤다.


"그래? 허면 부채질 좀 해보거라."


숙종은 왼쪽 입꼬리를 치켜올리고 웃어보였다. 옥정은 놀라서 두눈을 치떴다. 관심을 보였다? 그저 작은 반응이라도 좋았다. 옥정은 가슴이 설레어 두눈을 내리깔고 치맛자락을 고쳐쥐었다. 부채질을 해보라니. 백번 천번도 더 할 수 있었다. 어심을 뒤흔들 수만 있다면. 옥정은 고혹스런 미소를 입가에 띠고서, 그 자리에서 치마 뱃대끈 하나를 스르르 풀었다.


"너...?"

"부채질 해드리지요."


옥정이 나머지 뱃대끈도 천천히 잡아당겨 풀었다. 감히 뱃대끈을 끌러내어 자미사 치마를 풀어헤치는 그 맹랑한 모습에 숙종은 눈을 의심했다.


확실히 이 계집은 오늘만 기다렸다. 거침없이 자미사치마를 풀어헤치는 걸 보니 정말로 작정한 느낌이었다. 어느새 오합 무지기치마 차림이 되어 옥정은 숙종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물레걸음으로 한발한발 물러났다.


그런 옥정을 보고 숙종은 인상을 썼다. 뭐가 그리 못마땅한지, 숙종은 옥정을 노려보기까지 했다. 왕의 날카로운 눈초리 앞에서 옥정은 주눅들기는 커녕 똑바로 쳐다보며 치맛자락을 펄럭이기 시작했다. 하나, 둘, 셋, 넷...


"시원치가 않구나."


왕이 시큰둥히 말했다. 옥정은 흠칫 눈을 굴렸다. 자신만만하던 기세가 한풀 꺾였다. 옥정은 긴장한 눈빛으로 숙종을 쏘아보며 또 뱃대끈에 손끝을 갖다댔다. 이젠 무지기치마도 벗어던질 기세였다.


"네년 시원하라고 벗진 말고."


왕이 또 냉소했다. 뱃대끈을 푸는 옥정의 손끝이 떨리기 시작했다. 벗지 말라니. 당혹스러웠다. 옥정은 수라상을 흘끗 내려다 보았다. 차라리 왕이 술 한잔 들어간 뒤였다면, 지금쯤 가슴이 진탕되고 흔들렸을 터였다. 옥정은 아랫입술을 깨물며 뱃대끈을 놓고선 치맛자락을 한껏 들추었다. 치마를 벗지 않고 그대로 부채질을 하기 시작했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좀더 세게."


왕의 옥음은 잔인했다. 아녀자가 가녀린 손목으로 부채질을 해대는데 피도 눈물도 없었다. 계속해서 보채고 또 보챘다.


옥정은 난감한 기분에 왕의 눈치를 보고선 치맛자락을 한껏 비틀어쥐었다. 허연 속살까지 은근히 비쳤다. 사내라면 눈이 뒤집히고, 하복부의 양물이 뒤틀리고도 남았다. 헌데도 왕은 눈도 꿈쩍 않고 아까부터 부채질만 탓하는 참이었다.


"치마에 풀이 아니라 물을 먹였나...왜 이리 흐물흐물이냐?"


옥정은 할 말을 잃었다. 왕의 눈엔 뭐가 씌여서 옥정 자신을 똑바로 봐주질 않는 건지. 아직도 중궁의 환영에 씌여선지. 팔꿈치가 저리도록 치마로 부쳤는데도 소용이 없었다. 차라리 앞으로 가까이 다가가서 치맛자락으로 살랑살랑 부치면서 혼을 쏙 빼놓기나 할 걸 그랬다. 아니, 너른바지 무릎단 아래로 비치는 속살로 호리기나 할 걸 그랬다. 약이 올라 숙종을 노려보며 옥정은 무지기치마도 풀어헤쳤다.


"벗지 말래도."


왕의 나른한 말투엔 나긋한 구석이라곤 조금도 없었다. 산 사람이 아니라 죽은 사람처럼, 무른 보늬가 아니라 굳은 보굿처럼, 딱딱하기만 했다. 하지만 옥정은 다시 없을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오히려 이를 악물고 그녀는 손목을 돌려 무지기치마 양쪽 끈을 한삼처럼 친친 감고서 속살이 비치는 대슘치마 차림으로 팔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기러기의 날갯짓처럼 구붓하게 손목이며 팔꿈치가 물결쳤다.


"뭐 하는 짓이냐!"


숨가쁘게 다그치는 대비 김씨의 목소리에, 옥정은 움찔해서 왕을 보았다. 이미 왕도 옥정 자신의 어깨너머로 장지문을 쳐다보는 참이었다. 옥정이 황망히 뒤돌아보고선 대비 김씨의 노한 눈초리에 놀라 어깻죽지를 움츠렸다.


"도둑년 같은 게..."


대비 김씨가 단숨에 옥정의 옷깃을 잡아비틀었다. 닭의 모가지도 얼마든지 비틀 수 있을 듯한 기세였다. 옥정은 숨이 턱 막혀서 공포에 질렸다. 아귀 힘이 너무 셌다. 말을 내뱉기는 커녕 숨도 내쉬기가 힘들었다. 입술만 달싹이며 옥정은 대비 김씨를 보았다.


도둑년?


조선팔도에서 가장 재력이 막강한 집안이었다. 당숙 장현이 남인들과 역모로 엮어 유배를 떠났어도, 아직도 인동장씨 문중엔 재물이 차고 넘쳤다. 특히 오라비 장희재의 재력은 무시무시했다. 육의전 면포전에서 외숙 윤정석의 장사를 도우며 잔뼈가 굵어진데다 당숙 장현의 뒤치다꺼리를 하면서 축재한 재물도 무지막지했다. 장현이 유배를 떠나기 전에 몰래 재산을 빼돌려 오라비 손에 쥐여주기까지 했으니. 그리 가진 게 많고, 잃을 게 많은 자신이...도둑년 소리 들을 줄은 몰랐다.


"누가 도...?"


숨만 제대로 쉴 수 있다면, 두마디, 세마디, 아니 열마디라도 반박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대비 김씨가 옷깃을 워낙 우악스럽게 잡아비트는 통에 목이 졸렸다. 당장 죽을 것만 같았다. 그런 옥정의 귓가로 왕의 웃음소리가 터져나왔다.


"아, 이거...생각보다 쓸모가 있네?"


흥분해서 어쩔 줄 모르던 대비 김씨의 귓결에도 아들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손목이 갑자기 뒤틀렸다.


"뭐?"


쓸모? 이게 무슨 소린가 싶었다. 어쩐지 가슴이 섬뜩해져서, 대비 김씨는 두눈을 뚜렷거리며 아들을 쳐다보곤 또 옥정을 쳐다보았다. 조금 숨통이 놓였는지, 계집이 안색을 되찾고 숨을 크게 내쉬는 참이었다. 계집도 쓸모 소리에 놀랐는지 두눈을 굴리며 아들을 돌아보았다. 감히 왕의 용안을.


"어딜...!"


대비 김씨가 사납게 옥정의 어깻죽지를 붙잡아 내팽개쳤다. 옥정이 짚단처럼 풀석 엎어졌다. 하지만 왕도 대비도 누구 하나 그녀를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아니, 왕은 흘낏 곁눈으로 보기는 했다.


"적어도 불난집에 부채질은 좀 하네요?"

"뭐, 뭐라구요?"

"활활 불타시니...시원하네요."


숙종이 옥정을 보며 입꼬리를 치켰다. 대비 김씨는 귀를 의심하고 아들을 보았다. 불난집? 부채질? 아들이 자신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


"이...!"

"많이 약해지셨사옵니다? 중궁한텐 뺨까지 때리시더니."


아들의 비아냥에 대비 김씨는 두눈을 실룩였다.


"내가 언..."


언제 그랬냐고 따지려는데 입이 굳어졌다. 기억이 났다. 그땐 왜 그랬더라. 할 수 있는 게 그것 밖에 없었다. 국상 중에 왕이 여막에서 중궁과 밤을 지샌 것 만으로도 신료들에게 책 잡힐 일이었다. 무슨 일이 있었든 없었든, 그건 중요치 않았다. 거기 둘이 함께 있었다는 사실만 중요했다. 아들도 당연히 알면서도 중궁과 함께 있었다. 그 정도로 며느리가 좋았다는 얘기였다. 그래서 더 화가 머리끝까지 뻗쳤다. 헌데도 며느리를 어쩌지 못했다. 광산김문을 건드릴 수는 없었다. 그러니 그 자리에서 따귀로 경고만 했다. 그 일을 떠올리며, 대비 김씨의 눈동자에 더 표독하게 날이 섰다.


"그땐 그것 밖에 할 수 없었지요."

"뭐라구요?"


숙종은 기가 막혀 눈살을 확 찌푸렸다. 그 어린 며느리의 뺨을 무지막지하게 휘갈기고도 그땐 그것 밖에 할 수 없었다고 대답하는 어미가, 뻔뻔해 보였다.


"중궁은 광산김문 사람이니까요."


뻔뻔해도 너무 뻔뻔했다. 숙종은 헛웃음으로 어깻죽지를 들썩였다. 웃음이 하도 나와서 눈꺼풀이고 속눈썹이고 마구 경련했다.


"그럼 저는요?"


갑자기 발치에서 계집의 악에 받친 목소리가 기어올랐다. 그는 그제야 옥정이 볼썽사납게 고꾸라진 것을 떠올리고 곁눈을 주었다. 중궁은 귀한 사대부가의 광산김문 사람이라 어미가 손찌검 밖에 못했다면, 여기 있는 이 계집은 천한 역상가譯商家의 인동장씨 사람이었다.


"몰라서 묻느냐?"


대비 김씨가 비웃었다. 옥정을 보는 그 눈빛이 번들거렸다. 중궁이 있을 때는 사실 신경도 안 쓰이던 계집이었다. 눈에 거슬리고 자시고 할 것도 없었다. 그냥 중궁만이 눈엣가시였다. 하지만 지금은 안주인이 없는 사이 빈집을 털려고 하는 도둑년이 보였다.


"저희 인동장씨의 재력이...우스워 보이시옵니까?"

"재력? 천한 역상 따위..."


대비 김씨가 입꼬리를 실룩이며 비웃었다. 옥정은 분한 나머지 따지고 들었다.


"천한 뭐...? 저희 집안도 본디 사대부가였사옵니다. 제 5대조까진..."

"여봐라! 이 도둑년을 당장 궐 밖으로 끌어내라!"


대비 김씨는 옥정의 말을 끝까지 듣지도 않고 차갑게 장지문을 보고 소리쳤다. 장지문 너머에서 대비전 궁인들이 대답했다.


"예, 마마."


당장에 대비전 궁인들이 짓쳐들어왔다. 숙종은 눈앞에서 어미가 궁인들을 시켜 옥정을 끌어내는 것을 차갑게 뒷짐지고 방관했다. 조상궁의 감독 하에 나인들이 옥정의 팔다리를 하나씩 붙잡고 문틈으로 끌고 나가는 것을 보는데도, 그냥 웃음이 나오는 참이었다.


"안 말리십니까?"


재미있게 구경하는 아들의 눈빛이 어이가 없어서 대비 김씨가 떠보았다. 분명히 아들이 옥정이란 계집에게 관심을 보였다. 중궁의 체온이 식은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왜요? 재밌는데."

"뭐, 뭐요? 재미?"

"어마마마께오서 저 아이를 끌어내시는 걸 보니...정말로 저 계집이 재미있어졌습니다."

"주상...무슨...생각을 하시는 겁니까?"


대비 김씨는 뜨악한 눈길로 아들을 쳐다보았다. 느낌이 좋지 않았다. 아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속을 알 수가 없었다. 속이 들여다 보이는데, 읽을 수가 없었다. 그 속이 너무도 변화무쌍해서 문제였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이 계집이 치맛자락으로 부채질을 하는데도 심드렁하더니, 지금은 또 흥미를 보였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그저 느낌이 싸했다.


"주상?"


옥정이 대청에서 발버둥을 치는데도 숙종은 잠자코 지켜보기만 했다. 대청 툇마루에서 어찌나 가동거리는지, 옥정의 발악에 이어 궁인들의 신음까지 요란하게 어우러지는 참이었다. 헌데도 아들은 눈도 꿈쩍 않고, 그러고도 흥미롭게 지켜보는 참이었다. 열린 장지문 틈새로 눈길을 거두지도 않았다. 대비 김씨는 아들의 종잡을 수 없는 태도에 눈빛이 불안하게 흔들렸다.


"이게 진짜!"

"놔라 이것들아! 놔!"

"야 다리 좀 묶어."

"놔!"

"조상궁마마! 얘 좀..."

"좀 어떻게..."


새파랗게 젊은 궁인들이 옥정 하나를 당해내지 못하고 낑낑대다가 결국 조상궁한테 도움을 청했다. 조상궁이 대청 문틈으로 숙종과 대비 김씨를 힐끗 쳐다보고 바로 걸음을 내치더니, 옥정의 뒷목을 꽉 움켜쥐었다.


"이...!"


옥정이 소스라쳐 헛숨을 삼키는 순간 조상궁이 그대로 뒷목을 들어 옥정을 월대로 내팽개쳤다. 인정사정 없었다. 옥정이 더욱 자지러져 월대에 나뒹굴었다. 비명까지 질러댔다. 하지만 누구 하나 보살펴 주는 사람이 없었다.


대전의 지밀나인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그저 조상궁의 눈치를 보았다. 눈이 의심스러웠다. 사람의 뒷목만 잡고도 들어올렸다가, 또 내던졌다가...사람이, 여자가 할 수 있는 일인지 의심스러웠다.


"궐밖으로 치우라는 명이시다."

"예, 마마님."


저승전 지밀나인들이 냉큼 답하더니, 옥정의 팔다리를 한꺼번에 잡아들어 월대 아래 답도로 굴렸다. 옥정이 힘없이 밑으로 굴러떨어졌다.


"이 무슨 짓입니까, 주상!"


갑자기 들리는 대왕대비 조씨의 고함에 숙종은 흠칫 곁눈을 돌렸다. 만수전에서 대왕대비가 직접 달려나온 모양이었다. 자기 수족인 옥정이 동온돌에서 질질 끌려나가 월대까지 내동댕이쳐졌으니 기가 막힐 터였다.


"주상!"


숙종은 얄궂은 눈빛으로 대비 김씨를 돌아보고 냉큼 대청마루로 달려나갔다.


"하, 할마마마!"


누가 봐도 황망히 달려나간 꼴이었다. 일부러 말까지 더듬었다. 대비 김씨는 어이없는 얼굴로 아들의 뒷모습을 보고 천천히 걸어나갔다. 대청은 이미 붉은 석양이 잔뜩 깔렸다. 보나마나 저 대청 앞에 시할미가 있을 터였다. 지긋지긋하던 시어미가 죽고 나서 뒷방늙은이로 호시탐탐 자신의 자리, 아니 권리를 넘보는.


"할마마마께오서 여긴 어찌..."

"내 아이가 하도 함흥차사라서...걱정되어 와봤지요."


대왕대비 조씨의 말에 숙종이 묘한 표정이 되었다. 함흥차사라서 걱정되어 온 건 아닐 터였다. 보나마나 대비 김씨가 재산루에서 부랴부랴 돌아오자, 궐문에서부터 연통을 받았거나, 아니면 여기 동온돌의 사정을 염탐하던 누군가가 달려가서 알렸거나...뭔가 일이 틀어졌다 싶으니, 저 계집을 구하려고 한달음에 달려왔을 터였다.


"미령하신 분이 여긴 어찌 한달음에 달려나오셨나이까?"


등뒤로 어미의 치맛자락이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어미가 비웃듯이 대왕대비 조씨에게 건네는 말도 들렸다. 숙종은 눈썹을 꿈틀했다.


"그러는 대비야 말로 편찮으신 몸이 어찌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십니까?"


대왕대비 조씨도 맞받았다.


"도둑이 들었지 뭡니까?"


어미의 대꾸를 들으며 숙종은 피식 웃었다. 두 뒷방늙은이들이 서로 마주보고 무섭게 쏘아보는 참이었다. 이러다 서로 머리채도 휘어잡게 생겼다.


"도둑요? 누가 도둑요? 뭐 없어진 거라도 있답니까?"

"꼭 없어져야 도둑이 든 거랍니까?"


대비 김씨는 조씨를 향해 두눈을 부라렸다. 하마터면 아들을 도둑맞을 뻔 했다. 두눈에 흙이 들어가도 아니 될 말이었다. 그게 죽은 시어미든, 산 시할미든, 아들 만큼은 절대로 양보 못했다.


"없어지지도 않았는데, 감히 내 아해를 도둑년 취급을 해?"


대왕대비 조씨는 눈에 쌍심지를 돋우고 대비 김씨를 노려보았다. 궁중 법도란 게 있어서, 각 웃전끼리 함부로 아랫사람을 범할 수 없었다. 헌데 지금 대비 김씨는 모두가 보는 앞에서 대왕대비 조씨 자신의 시녀를 도둑년 취급하며 끌어내렸다. 자미사치마에 무지기치마까지 풀어헤치고, 속살이 훤히 비치는 대슘치마차림으로...누가 봐도 왕과 은밀한 일이 있었던 이 아이를 모두가 보는 앞에서.


"이 아이가 뭐가 아쉬워서 도둑질을 한답니까? 이 아이 집안 재물이면 육의전을, 아니 이미 샀고, 거기다 재산루까지 사고도 남는데."

"재산루? 우리 재산루가 그리 우습습니까?"


대비 김씨가 코웃음을 쳤다. 조씨의 말이 너무도 기가 찼다. 재산루를 우습게 봐도 너무 우습게 봤다. 재산루까지 사고 남는다니.


"그러는 대비는 육의전이 그리 우습소?"


대왕대비 조씨도 신랄하게 받아쳤다. 어떻게 육의전을 가진 집안의 여식을 도둑년 취급하며 끌어낼 수가 있는 건지, 기가 막힐 따름이었다. 그것도 왕실 웃어른을 상대로, 그 아랫사람을 건드리다니.


"아니, 그 전에 내가 그리 우습소? 어디 감히 날 건드려?"


대왕대비 조씨가 독이 오른 눈초리로 쏘아보며 점점 언성을 높였다. 모두 똑똑히 들으란 듯이 일부러 쏘아부치는 참이었다. 대비전이 감히 웃어른의 시녀를 건드렸다, 그 사실을 주지시키려는 참이었다. 하지만 대비 김씨는 때린다고 맞을 위인이 아니었다. 오히려 뱀같은 혓바닥을 놀렸다.


"이 아이를 싸고 도실 때가 아닐 텐데요?"

"뭐, 뭐라?"


대왕대비 조씨는 대비 김씨를 향해 눈을 흘겼다. 또 무슨 궤변을 늘어놓으려고 연기를 피우나 미심쩍었다.


"허목이 두모방에 몇달을 죽친다는데...지금껏 그 자금을 누가 댔겠습니까?"

"뭐, 뭐라?"

"얼마전 송공宋公(송시열)께서 쓰러져서 급하게 어의를 찾았는데, 하필 할마마마께오서도 딱 쓰러지셔서 어의들이 모두 입궐하는 바람에...송공이 어의의 진료를 받지 못한 것도 사실 너무 공교로워서...아무래도 할마마마께오서 역당의 수괴 허목과 끈이 닿아 있는 게 아니냐...그런 의심을 사게 될까...참으로 심려가 되옵니다."

"뭐, 뭐라?"


대왕대비 조씨는 낯빛이 창백해져서 대비 김씨를 쏘아보곤 이내 눈길을 돌려 숙종의 눈치를 보았다. 왕의 입김 탓이었다. 왕이 하라고 해서 칭병을 했을 뿐이었다. 헌데 이 간교한 대비 김씨가 교묘하게 말 몇마디로 자신을 허목과 엮는 참이었다. 물론 허목과 내통하긴 했지만, 하필 칭병 문제를 근거로 걸고 넘어지다니. 억울했다.


"그건..."


대왕대비 조씨는 말문이 막혀서 숙종에게 눈짓했다. 하지만 숙종은 굳이 나설 필요를 못 느끼는 모양이었다. 오히려 시침을 뚝 떼고 소맷부리를 매만지며 딴청을 부렸다. 어차피 대왕대비 조씨가 허목과 손을 잡은 건 맞으니, 억울할 것도 없었다.


"주상..."


딱하게도 대왕대비 조씨가 숙종을 불렀다. 그래도 숙종은 나서줄 생각이 없었다. 억울할 게 없는데 왜 해명을, 아니 변명을 해줘야 하는 건지. 물론 어미의 말투가 김석주를 닮아서 조금 언짢기는 했다.


"허목이야 원래 제자도 많고 친인척도 많으니...뭐 누가 알아서 댔겠지요."


숙종은 마지 못해 한마디 했다. 대비 김씨의 눈빛이 야릇하게 반짝였다.


"친인척요?"

"뭐 사대부끼리는 다 사돈査頓에 팔촌八寸이라는데...허목인들 친인척이 없겠습니까?"


숙종의 반문에 대비 김씨가 미간을 찡그렸다.


"사돈에 팔촌요?"

"알아봤더니, 그 사돈에 팔촌에...민씨들이 있던데...본디 허목을 천거했던 위인도 민정중이었다지요."


대비 김씨는 흠칫해서 아들을 보았다. 민씨들? 민정중? 이미 다음 중궁으로 내정된 아이는 저 민정중 형제가 속한 여흥민씨 사람이었다. 아들은 떡하니 그 민정중부터 허목과 엮어버렸다. 허목을 핑계로 저 계집을 내쫓으면, 아들도 민유중의 여식을 문제삼을 기세였다. 아들을 보는 대비 김씨의 눈초리가 금세 뾰족해졌다.


"주상이 모르는 게 있는데...최석정도 그 계조모가 양천 허씨라지요."

"갑자기...최석정의 이름이 왜 나옵니까?"


숙종은 눈동자가 굳어져서 어미를 보았다. 최명길의 후처가 양천 허씨였다. 하지만 최석정은 그 핏줄은 아니었다. 아니, 최명길이 대가 끊겨 조카를 양자로 들였다가 후처한테 친자를 얻고, 또 그 친자가 대가 끊겨 조카의 아들을 양자로 들이고, 그렇게 해서 빼도 박도 못하게 최명길의 손자가 되어버렸을 뿐, 그렇게 양천 허씨 문중과도 연이 닿긴 했지만, 피 한방울 안 섞이고 줄 한오리 안 엮인 인연일 뿐이었다.


"뭐 주상이 나보다 더 잘 알겠지만...최석정이 얼마전 두모방에서 쓰러져 치료 받는다는 얘기도 있고...누가 더 의심을 살까요? 민정중, 최석정?"

"최석정은 빼죠?"


숙종은 낮게 으르렁거렸다. 그럴수록 대비 김씨의 얼굴이 묘하게 실룩였다. 역시 아들은 한번 정을 주면 끝까지 집착하는 기질이 문제였다. 이 와중에도 최석정 얘기에 정신을 못 차리는 걸 보면.


"아, 그리고 더 알아봤더니...이 아이 사돈의 팔촌도 양천 허씨라네요? 민정중, 최석정에 이어 이 아이...주상이라면, 누굴 더 의심하겠습니까?"


대비 김씨가 암상진 눈초리로 옥정을 가리켜 보였다. 웃전들 대화에 끼지 못하고 가만히 듣고만 있던 옥정이 흠칫 놀라 두눈을 크게 부릅떴다. 민정중, 최석정의 얘기가 나올 때 알아봤어야 했다. 대비 김씨가 자신도 뒷조사를 했으리란 사실을.


"전..."


옥정은 할 말을 잇지 못했다. 사돈의 팔촌...본디 사대부가라서 양천 허씨와 연이 닿았을 수는 있었다. 하지만 자신은 모르는 얘기였다. 파평 윤씨인 외가 쪽으로 허목과 연이 닿았을 수도 있었다. 말 그대로 사돈의 팔촌으로.


무서웠다. 어미나 아들이나, 이미 허목을 중심으로 신료들의 계보를 사돈팔촌査頓八寸 이 잡듯이 뒤진 사실이 끔찍했다. 당사자들은 허목이 먼 친척뻘이란 사실도 새까맣게 잊었거나, 아니면 몰랐을 터였다. 옥정 자신처럼. 겁에 질려 입술을 달싹이는 옥정의 귓가로 왕의 차가운 대답이 스쳤다.


"이 아이...겠네요. 저라면."


작가의말

 

인경왕후 훙서 이후 숙종의 행보를 보면, 로맨스군주로는 설명이 안되는 부분이 많습니다. 철저히 자기중심적이고 또 권력지향적이었습니다. 송시열을 찍어내는 데에 희빈 장씨를 이용하고, 또 왕실을 건드린 남인들을 징벌하는 데에 숙빈 최씨를 이용하고...아무리 봐도 로맨티스트가 아니라서, 나쁜 남자로 그리게 되네요. 거기다 흑화까지 되어서 더 나쁜 남자로.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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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해의 그림자 전편으로 끊고, 속편 준비 중입니다. 17.12.24 319 0 -
공지 등장인물의 변辯 +6 12.11.14 10,139 1 -
342 해의 그림자 341 - 終 +3 17.12.22 469 11 43쪽
341 해의 그림자 340 17.12.20 201 3 43쪽
340 해의 그림자 339 17.12.17 182 3 44쪽
339 해의 그림자 338 17.12.12 203 4 43쪽
» 해의 그림자 337 17.12.08 215 5 43쪽
337 해의 그림자 336 17.11.30 217 7 43쪽
336 해의 그림자 335 17.11.26 169 4 43쪽
335 해의 그림자 334 17.11.20 257 4 43쪽
334 해의 그림자 333 +1 17.11.12 215 5 43쪽
333 해의 그림자 332 17.11.04 242 4 43쪽
332 해의 그림자 331 17.10.28 204 3 43쪽
331 해의 그림자 330 17.10.22 248 6 43쪽
330 해의 그림자 329 +1 17.10.17 419 4 43쪽
329 해의 그림자 328 17.10.13 218 5 43쪽
328 해의 그림자 327 17.10.07 251 6 43쪽
327 해의 그림자 326 +1 17.10.03 307 4 43쪽
326 해의 그림자 325 17.09.29 228 6 43쪽
325 해의 그림자 324 +1 17.09.24 252 4 43쪽
324 해의 그림자 323 17.09.16 233 5 41쪽
323 해의 그림자 322 17.09.07 219 6 41쪽
322 해의 그림자 321 17.08.27 235 3 43쪽
321 해의 그림자 320 +1 17.08.20 308 4 43쪽
320 해의 그림자 319 +1 17.08.15 253 6 43쪽
319 해의 그림자 318 17.08.13 214 5 43쪽
318 해의 그림자 317 17.08.08 262 4 43쪽
317 해의 그림자 316 17.08.01 281 6 42쪽
316 해의 그림자 315 17.07.24 305 5 43쪽
315 해의 그림자 314 17.07.19 283 8 4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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