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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혼(草魂) 님의 서재입니다.

월하대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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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혼(草魂)
작품등록일 :
2013.07.13 17:17
최근연재일 :
2013.08.13 18:10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42,726
추천수 :
1,119
글자수 :
50,863

작성
13.07.17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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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93
추천
101
글자
8쪽

2장. 도피 (1)

추천&댓글&선작 부탁드립니다!




DUMMY

2장. 도피



“으윽!”

눈을 뜸과 동시에 정신이 아찔할 정도로 전신을 관통하는 통증에 눈살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몸 전체에 발자국 모양의 피멍이 그림을 그려 넣은 것처럼 몸 이곳저곳에 가득 들어 있었다.

“나는…….”

그리고 그것을 보는 순간 자신이 의식을 잃기 전, 어떠한 일들이 있었는지 기억해 낼 수 있었다.

“청연수…….”

벌레 밟듯 자신을 짓밟던 청연수의 모습이 떠오르자, 선화는 분노가 치미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와 더불어 갑자기 끝도 없이 추락하는 것처럼 초라해지는 자신을 느꼈다.

“고작…….”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하루도 빠짐없이 검을 잡은 수련의 흔적이 손바닥 곳곳에 굳은살과 생채기들로 남아 있었다. 하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펼치던 검초가 청연수가 장난 같이 펼친 단 한수에 제압되어 무기력해지던 순간을 다시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선화는 정신이 아찔했다.

아무리 취중이라 하더라도 청연수와 똑같은 세월 무공을 연마한 자신이었기에 도저히 결과를 승복하기가 힘들었다.

아니. 어쩌면 배반당한 현실을 믿기 싫었는지도 몰랐다.

“고작 이 정도를 이루기 위해 그동안 그렇게 피땀을 흘렸던가…….”

떨칠 수 없는 허탈함만이 선화의 몸과 마음을 지배했다.

“고작…….”

“정신이 들었느냐.”

그때 누군가가 자신을 향해 부르는 음성이 들려왔다.

“사부님.”

고개를 돌려보니 사부가 보였다.

선풍도골한 인상에 정광어린 사부의 눈을 가만히 바라보자면 정녕 전설 속에 나오는 신선의 모습이 이러하진 않을까 생각이 들 정도다.

‘그래. 나는 사부를 부러워했었다.’

어쩌면 자신은 사부가 되고 싶었는지도 몰랐다.

저렇듯 서서 자신을 내려다보는 사부의 모습이 어렸을 적부터 몹시 부러워 그토록 피땀 흘려 무공을 익히고 또 익혔었다.

그것은 동경.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을 것만 같은 존재를 향한 이유 없는 부러움과 욕심 같은 것이었다.

“하하하.”

“?”

“사부. 저 이젠 정말 그만 두겠습니다.”

선화가 모든 것을 내려 놓은 표정으로 사부를 향해 말했다.

비록 겉모습은 웃으며 말하고 있었지만, 속을 쓰리고 아려 주체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근데도 애써 웃으며 마치 대수롭지 않은 상처를 입은 것처럼 말한다.

그리고 그런 선화의 말을 들은 사부가 담담히 대답했다.

“아니다. 너에게는 아직 희망이 있다.”

“!?”

처음 듣는 사부의 긍정적인 대답 때문이었을까.

이십여년의 시간동안 언제나 자신에게는 희망이 없고, 자질이 부족하다며 통탄만을 할뿐이던 사부였다.

헌데 그러했던 사부가 지금와서 자신에게 희망이 있다고 말해주고 있었다.

하필이면 지금 와서…….

때문에 선화는 고개를 흔들며 답했다.

“아니요. 저는 깨달았습니다. 저에게는 무인으로서의 자질이 없습니다. 저는 약한 사람일 뿐입니다. 그것을…이제야 깨달았습니다.”

“아니. 언제나 약했던 것은 너의 마음이었다. 심약한 너의 마음이 강한 육체까지 더불어 약하게 만들었던 것뿐이다.”

“그래도…이제 저는 그만두겠습니다.”

“…….”

세상천지 하나뿐인 제자의 마지막 대답에 사부는 입을 다물었다.

다만 가련한 눈으로 제자를 바라볼 뿐이다.

한동안 그렇게 선화와 사부는 침묵했다.

선화는 땅을 바라보고 있었고, 사부는 그런 선화를 바라보았다.

“내 나이 스물에 강호로 나갔다.”

“?”

한참 시간이 흘러 땅에 그늘이 지기 시작할 때까지 아무 말 없이 침묵하던 사부에게서 땅에 지기 시작한 그늘만큼이나 고즈넉한 이야기가 흘러 나왔다.

그것은 그 옛날 과거의 세상을 살았던 사부. 바로 그 자신에 대한 이야기였다.

“늘 외적에게 침입 받아 사람들이 죽어야만 했다. 평소 알고 지내던 사람이 죽어 나가는 형국이니, 모르는 사람들은 또 얼마나 많이 죽어나갔었겠느냐…….”

한동안 서있던 것이 힘들었는지 사부가 슬쩍 몸을 움직여 선화가 앉아있던 침상 곁에 걸터앉았다.

옛적 생각이 들었는지 깊게 한숨을 내쉬던 사부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말을 이어나갔다.

“나는 약하기만 했던 조국이 너무 싫었다. 내가 나서서 수십. 수백을 죽이며 혈귀가 되어도 항상 사람들이 죽어야만 했으니까. 그래서 나는 결국 약한 조국을 버려두고 혼자만의 길을 떠났다. 미련이 없었기에 후회조차 남지 않았다면 믿겠느냐? 조국을 떠나 내가 찾아간 곳은 중원의 무림. 오직 강한 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약육강식의 땅이었지. 그것은 내가 정녕으로 원하고 찾았던 지상낙원이었다. 그곳에서 나는 금월검법을 완성하여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무적지존. ‘최강’이라는 칭호를 얻을 수 있었다.”

반쯤 감겨져 있는 사부의 두 눈을 선화는 볼 수 있었다.

그것은 마치 노인들이 옛날의 추억을 되돌릴 때 엿보던 모습이었다. 그리고 웬일인지 사부의 은발이 오늘따라 유난히 더욱 희어보였다.

“허나. 일장춘몽. 최강이란 칭호도 잠시뿐. 무림은 고구려 출신인 나의 출생을 빌미 삼아 무림공적으로 나를 지명하였다. 하루 아침에 영웅이라 불리던 사람이 악귀라 불려지는데, 힘이 있어도 아무런 소용이 없더구나. 그렇게 수 백, 수 천의 무림인들에게 둘러싸였을 때 나는 또 다시 조국을 원망 했었지. 나는 조국을 버렸건만, 그럼에도 이 조국은. 고구려인이라는 꼬리표는 사라지지 않고 끈질기게 계속 나를 따라다녔음에 말이야.”

“…….”

“결국 그렇게 끝까지 도망치고 밀려 도착한 곳이 다시 고구려 땅이었다. 수 없이 겪었던 천라지망을 마지막으로 뚫고 이제는 살았다고 생각했을 때, 내 눈에 보인 것은 적과 싸우고 있던 고구려군의 용맹무쌍한 모습이었어. 정말 대단했지. 적은 수배가 넘음에도 용기백배하여 파죽지세로 적을 몰아치는 그 장관이 말이다. 특히나 한 장수가 무척 눈에 띄었다. 마치 한 마리의 푸른 용을 보는 듯 했다면 믿겠느냐. 하지만 결국 그 용과 같은 장수와 병사들도 중과부족의 형세를 이겨낼 순 없더구나. 정말 열심히 싸웠으나, 고구려군은 그곳을 사지로 정해야 할 듯 보였어.”

“…….”

“그 순간 나는 더 이상 숨어서 참지 않았다. 검 한자루를 들고 몸을 던진 나는 고구려군을 도왔지. 그제야 깨달았던 것이야. 내 몸이. 그리고 내 안에 흐르는 피가 고구려의 것이라는 것을. 내 조국이 바로 이 나라. 이 땅 고구려라는 것을 말이다.”

사부의 음성이 조금은 격해 있었다. 그리고 아무런 말없이 사부의 이야기를 곰곰이 듣고 있던 선화도 조금은 그 마음을 알 것 같았다.

사부의 말 속에 고스란히 담긴 격한 감정이 고스란히 선화에게도 전달되었던 것이다.

“혈혈단신으로 수백의 적을 도륙했다면 믿겠느냐? 온몸을 적의 피로 적신 나를 내가 도왔던 고구려 병사들조차도 두려워하며 보았을 정도라면 믿겠느냐? 근데 그때 내가 용과 같다고 느꼈던 장수가 다가오더니 나에게 고구려로 올 것을 제안하더구나. 더 이상은 딱히 갈 곳도 없고, 조국이 그리웠던 나는 그 자리에서 장수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고구려로 돌아왔다. 그렇게 조국으로 되돌아온 것이 벌써 세월이 흘러서 지금이 되었구나.”

말을 마친 사부가 눈을 감으며 다시 침묵했다.

선화 역시 침묵으로 대답하며 말을 하지 않았다. 사부의 과거사를 들으니 가슴 깊은 곳에서 무언가 정체를 알 수 없는 뜨거운 기운이 치솟아 오르는 것을 느꼈지만, 무공을 그만두고 싶은 마음에 애써 그것들을 무시해버렸다는 말이 옳았다.

그리고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을까.

스윽

가만히 침묵하던 사부는 결국 선화를 곁에 두고 일어서더니 밖으로 나갔다.

이제는 정말 선화의 선택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이대로 남아 계속 사부에게 무공을 전수받느냐. 아니면 이 길로 무공의 길을 가지 않고 집으로 되돌아가느냐.

‘어찌 한다…….’

사부가 떠난 방안에 홀로 남은 선화는 밤이 새도록 답을 구하며 잠을 이루지 못했다.




감사합니다. 추천 잊으신 것은 아니죠!?^^ 요 아래 추천 꾹!!!


작가의말

선화의 후회와 사부의 후회가 겹쳐지는 부분입니다.

사부가 천하제일인일 수도 있어도 자신이 천하제일인이 될 순 없다는 사실을 알고 사부를 떠나려 하는 유일한 제자 선화. 그리고 뒤늦게 자신의 속마음을 밝히며 진심으로 안타까워 하는 사부의 모습이 나옵니다.

요즘 수정으로 바쁜 나날들을 보내고 있는데, 제가 점점 어려지는 것을 느낍니다.

오년 전에 썼던 글을 보니 그런가 봅니다.신기합니다.

하지만...다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오년 전에 좋지 못했던 일들도 같이 떠오르니까요...^^;;

 

 

오늘 하루도 행복하시고, 하시는 모든 일들 다 잘 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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