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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혼(草魂) 님의 서재입니다.

월하대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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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혼(草魂)
작품등록일 :
2013.07.13 17:17
최근연재일 :
2013.08.13 18:10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42,742
추천수 :
1,119
글자수 :
50,863

작성
13.07.20 18:10
조회
2,542
추천
65
글자
12쪽

3장. 중원으로 (1)

추천&댓글&선작 부탁드립니다!




DUMMY

“허억! 허억!”

선화는 무작정 북으로 길을 달렸다.

일단 고구려와 이민족간의 접경지역만 넘을 수 있다면 추격군을 어느 정도는 따돌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뛰면서도 생각나는 것은 오로지 자신을 걱정하며 죽어갔을 가족들과 죽었는지 살아있는지 생사여부조차도 알 수 없는 사부에 대한 미안함뿐이었다.

‘꼭! 나만은 꼭 살아야 한다!’

삐끗

“크아악!”

생각에 치중한 것이 실수였을까. 발을 헛디딘 선화가 몸을 휘청거리더니 산길 아래로 굴러 떨어지기 시작했다.

“으윽! 큭!”

여기저기 부딪치고 굴러다닌 통해 여기저기 옷이 찢기고 온몸에 상처가 났으나, 신음을 하며 몸을 추스를 시간조차 없었다.

엄청난 충격에 몸을 벌떡 일으켜 길을 달릴 순 없었지만, 대충이라도 몸을 추스르자 기어가기라도 해야 했다.

“으으…….”

처절했다.

두 손과 두 발로 땅을 엉금엉금 기어서라도 북으로 가는 선화의 모습은 누가 보아도 절박하고 처절 그 자체였다.

선화가 땅을 기어가는 모습이 위에서 보기에도 너무나 처량하고 가련해 보였기 때문이었을까.

후두둑!

하늘마저 검게 변하는가 싶더니 이내 억수 같이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우욱! 젠장…….”

하지만 그런 하늘의 동정조차 선화로서는 거부하고 싶었다.

비록 비가 내림으로 하여 선화가 걸어온 길들에 남았던 발자국들이 훼손되긴 할 테지만, 더불어 질척한 땅은 그렇잖아도 빠른 기마병과 자신의 거리를 더욱 줄일 수 있는 요소가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허억! 허억!”

하지만 정말 선화를 절망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는 것은 하늘에서 내리는 비도, 자신을 바짝 추격해오는 추격군의 존재도 아니었다.

꼬르륵

배고픔.

정말 우습게도 그것은 정말 참기 힘들 정도의 아찔한 배고픔이었다.

몇 날 며칠을 아무것도 먹지 못한 채 추격군을 피해 북으로 달리기만 했기 때문에 선하의 체력은 한계에 달해 있었다.

잠시라도 시간을 지체하면 곧바로 추격군에게 따라잡힐 것만 같다는 생각에 잠시도 옳게 쉬어 본 기억조차 없는 선화였다.

“허억…허억…….”

때문에 그것이 결국 화가 되어 서서히 선화의 전신을 갉아먹으며 잠식해 들어오고 있었다.

“여, 여기서…….”

다그닥! 다그닥!

“쓰러지면 안 되는데…….”

털썩




3장. 중원으로



[선화야. 선화야…….]

[사부님!]

[너만은 꼭 살아야 한다. 너만은 꼭…….]

푸슉!



“으아악!”

사부의 배에서 붉은 선혈과 함께 칼날이 튀어나오는 것을 끝으로 선화는 오랜 잠에서 깨어났다.

“누이. 깨어났는데?”

“응. 그렇구나. 상당히 좋지 않은 꿈을 꾸었었나봐. 비명까지 지르며 깨어난 것을 보면 말이야. 이것 봐. 식은땀까지 흘리고 있어. 이봐요, 정신이 들어요? 이봐요?”

눈을 떠보니 눈앞에는 부유한 듯 고급스런 옷을 입은 남성과 여성이 고구려 말이 아닌 중원의 언어로 대화를 하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봐요! 누이. 좀 이상해 보이지 않아?”

선화를 바라보던 남성에게서 먼저 말이 나왔다.

아마도 남매지간인 듯 보였다.

“아마도 상황이 낯설어 그런 거겠지.”

여성의 말에 정신을 차린 선화는 즉시 상황파악에 나섰다.

어디까지나 자신은 반역자의 아들로서 참형을 당해야만 하는 입장이었고, 기절하기 전까지 추격군은 지척에서 자신을 쫓고 있던 상황이었다.

“얼굴이 곱상한데. 남자라니 너무 안타까워.”

“흥. 너는 무조건 사람을 보면 얼굴밖에 안 보이지?”

“몸매도 본다, 뭐…….”

“으이구! 죽어라! 죽어!”

서로 장난을 치는 남매를 향해 선화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이곳이 어딥니까? 그리고 당신들은 누구신지…….”

“누, 누이! 이 사람 말을 했어! 방금 나한테 말을 걸었다고!”

“알았으니까. 일단은 좀 맞자. 사랑스런 나의 동생아. 뭐? 몸매를 봐? 누나 앞에서 아주 못 하는 말이 없어. 이 변태 자식!”

선화는 신경조차 쓰이지 않는 것인지, 누이라 불린 여인은 동생으로 보이는 남자를 일방적으로 마구 때려댔다.

조금은 참을 만 했지만, 점차 그 시간이 길어지며 남매가 계속해서 치고받자 더 이상 참을 수 없게 된 선화가 강경한 어조로 다시 물었다.

“죄송합니다만. 이곳이 어딘지, 그리고 당신들이 누군지 가르쳐주실 수 있겠습니까?”

비로소 선화의 강경한 어조를 듣고 나서야 멈춰지는 남매들 간의 장난.

“호호호. 죄송해요, 소협. 초면에 이런 실례를 범하다니 사과드리겠습니다.”

“이게 다 누이 때문이잖아. 아이고. 아파. 진짜로 때리다니 너무해.”

“넌 가만히 있어.”

무안해하는 남매의 얼굴표정을 보며 자신이 조금 심했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선화가 얼굴을 붉혔고, 누이라 불린 여인은 잠시 동생과의 장난으로 헝클어진 옷매무새를 정리한 후에 미소를 지어보이며 말했다.

“다시 한 번 사과 들리겠습니다. 저희가 원래 장난이 조금 심한 편이라서요.”

“후우…사과라니요. 저를 구해주신 은인에게 당치 않습니다. 일단 이곳의 위치와 저를 구해주신 은인들의 성함을 알려 주실 수 있겠습니까?”

상황으로 미루어 볼 때 아마도 배고파 쓰러진 자신을 이곳까지 데려온 당사자들이 이들일 듯 싶었다.

입고 있는 옷이 아무나 입을 수 있는 것이 아닌 고급스런 것이었고, 몸에서부터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귀티를 보아서도 범상치 않은 집안의 자제들임을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었다.

“저희는 낙양 금룡전장의 주연화와 주연경입니다. 제가 주연화고, 저기 있는 철 덜 들어 보이는 사내가 동생인 주연경이지요. 저희는 고구려의 특산품들을 구입하기 위해 먼 길을 왔다 가는 중이랍니다. 그럼 이제 소협의 성함을 여쭈어 봐도 될까요?”

자신을 주연화라 소개한 여인의 대답과 이어진 자신에 물음에 선화는 망설여야 했다.

아무래도 고구려를 벗어났는지 벗어나지 못했는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나라의 역적으로 몰린 자신의 신분을 떳떳하게 밝히기에는 꺼림칙한 면이 없지 않아 있었던 것이다.

“저, 저는…….”

당황하며 말을 더듬자 무언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챈 듯 주연화와 주연경이라 불린 남자의 얼굴표정이 미묘한 변화를 일으켰고, 그를 눈치 챈 선화가 잠시 고민을 하는 듯 하더니 이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후우…솔직히 말하겠습니다. 저는 선화라고 합니다. 그리고 부탁을 드리고자 합니다. 낙양에서 오셨다고 하셨는데, 저를 그곳까지 데려가주시지 않으시겠습니까? 사실 저는 나라에서 쫓기고 있는 몸입니다.”

“나라에서 쫓기고 있다고요?”

나라에서 쫓기고 있다는 선화의 말에 주연화와 주연경이 놀라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확실히 선화가 자신의 소개를 꺼려할 때부터 무언가 사연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했으나, 그것이 설마 나라에서 쫓길 정도로 엄청난 것인지는 미쳐 생각이 닿지 못했던 것이다.

물론 관과 군에서 쫓기는 경우라면 아무래도 죄를 짓는 행위와 관련이 있을 것이 분명했기 때문일 것이라는 생각도 이들 남매가 놀란 표정을 짓는 이유 중 하나가 되고 있었다.

“무슨 일인지 여쭤 봐도 되겠습니까?”

“맞아요. 어차피 부탁이라 하여도 연유를 모르고 무작정 들어줄 수는 없답니다. 말씀드렸다시피 저희는 나라와 나라를 오가는 상인이기 때문에 사소한 행실 하나에도 세밀한 신경을 써야 해서요.”

확실히 조금은 경박해 보이는 겉모습과 다르게 진지하면서도 차분한 내면이 존재하는 이들이었다.

그러나 진지해진 주연화와 주연경을 바라보며 선화는 만약 진실을 말했다가 눈앞에 있는 이들이 자신을 관에 넘기지는 않을까 하는 불안한 생각을 떨칠 수 없는 것도 사실.

하지만 외적과의 전쟁이 다분한 고구려의 국경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고, 쉽게 마음대로 통과할 수 있는 곳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이들이 아니라면 딱히 뾰족한 방도가 있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한참을 망설이던 선화가 겨우 입을 열어 주씨 남매에게 사실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역적의 누명을 쓰고 일가가 몰살당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볼 수 있었던 아버님의 서찰에는 귀곡자라는 인물에 의하여 누명을 썼다는 말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도피 중에 저를 위하여 추격군의 길을 막으시던 사부님께서는 귀곡자를 찾으려면 중원으로 가라 말씀하셨습니다.”



“귀곡자? 혹시 소협께서 말씀하시는 귀곡자가 설마 신출귀몰 귀곡자를 말하시는 건가요?”

“아! 생각나는군. 돈이라면 가짜 옥새라도 만들어 준다는 그 희대의 사기꾼을 말하는 거야? 귀곡자라. 이야~! 설마 그 인간이 여기까지 와서 한 건 한 거야?”

주씨 남매의 대답에 선화는 눈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남매들간의 대화를 들어보니 뜻하지 않게 자신이 찾아야 하는 귀곡자에 대한 정보를 조금이라도 알 수도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호, 혹시 그 자를 아십니까?”

“알다 뿐이겠어요. 강호에 몸담은 사람들이라면 요즘 귀곡자란 이름을 모를 수가 없지요. 아주 희대의 사기꾼 중에 사기꾼이니 말예요. 그 자에게 사기를 당한 문파와 금액은 이루 헤아릴 수가 없고, 오죽하면 앙숙인 무림맹과 마교에서도 암묵적으로 손을 잡고 무림공적으로 지명해서 귀곡자 그 자를 죽이려 했을 정도니까요.”

“하하하. 그뿐이면 다행이게? 황실에서도 귀곡자가 만든 가짜 옥쇄 덕에 한바탕 난리가 일어나서 고생 좀 했었잖아. 귀곡자가 그 일로 인해 역적이 되었지? 그러고 보면 그 사람 지치지도 않고 도망치면서 끊임없이 사기를 치는 것 보면 놀랍긴 하단 말이야. 존경스럽다고나 할까.”

“존경? 말을 가려 하라고 몇 번이나 말해!”

“아얏! 근데 왜 또 때리고 난리야!?”

“말을 가르쳤는데도 안 들으면 때려서라도 가르쳐야지! 가문의 하나뿐인 장자가 이렇게도 말을 안 듣는데 누이로서 가만히 있을 수 있겠니?”

“그렇다고 이렇게까지 쌔게 때릴 것은 없잖아! 말 알아듣기 전에 맞아 죽겠다! 맞아 죽겠어!”

“그자에게 저를 데려다주십시오!”

다급한 마음 탓이었는지 선화가 자신도 모르게 주연경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던 주연화의 손을 잡으며 애원하다시피 소리쳤다.

그러자 그 절박함이 통해서였을까. 한동안 선화에게 손이 잡힌 상태로 가만히 있던 주연화가 조용히 말했다.

“우선 이 손을 좀 놓아주시겠어요?”

“아! 이, 이거. 저도 모르게 그만…죄송합니다.”

자신의 실수를 깨달은 선화가 얼굴을 붉히며 주연화에게 사과를 했다.

여자의 손을 함부로 잡는 것은 굉장히 큰 결례인 것이다.

잠시 동안 새침한 표정으로 일관하던 주연화가 가만히 선화의 얼굴을 바라보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아요. 귀곡자를 찾는다고 하니 믿음이 가긴 하네요. 이제까지 귀곡자에게 속아 패가 망신한 사람도 적잖지만,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목숨을 잃은 사람들 또한 적지 않으니 말예요. 장사꾼의 직감으로 볼 때에 당신은 결코 역모 같은 일을 할 인물은 아닌 것 같거든요. 어떻게 보면 투자 가치가 있어 보이기도 하고 말이죠.”

“감사합니다.”

무슨 말인지는 잘 몰랐지만, 어찌되었던 자신을 데려가겠다는 주연화의 말에 선화가 몇 번씩이나 허리를 굽혀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드넓은 중원 땅에서 귀곡자라 불리는 사람을 찾는 것도 문제가 될 테지만, 일단은 고구려 땅을 먼저 벗어나는 것이 급선무였기 때문이었다.

고구려 어디를 간다 해도 선화는 반역으로 몰려 태제의 명을 받은 추격군에게 언제라도 참수를 당할지 모르는 역도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누이. 하지만 국경을 통과한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잖아.”

주연화에게 연신 고개를 숙이며 감사하는 선화의 모습을 본 주연경이 잔뜩 굳은 얼굴로 말했다.

이민족과의 전투가 잦은 고구려였기 때문에 고구려의 국경은 언제나 적의 첩자를 색출하기 위해 삼엄한 철통경계체제가 구축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자 주연경의 말을 들은 주연화가 살포시 웃으며 대답했다.

“다 방법이 있지.”




감사합니다. 추천 잊으신 것은 아니죠!?^^ 요 아래 추천 꾹!!!


작가의말

선화와 참으로 많은 인연을 맺게 되는 주연화 주연경 남매가 등장합니다.

과연 주연화가 생각하고 있는 국경을 넘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다음 화를 기대해 주시길 바랍니다^^

 

오늘 하루도 행복하시고, 하시는 일들 모두 다 잘 되시기를 바랍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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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4장. 고구려의 검(3) +2 13.08.13 2,016 63 7쪽
14 4장. 고구려의 검(2) +6 13.08.12 1,907 54 9쪽
13 4장. 고구려의 검(1) +2 13.08.11 2,365 75 8쪽
12 3장. 중원으로(6) +5 13.08.03 2,466 65 10쪽
11 3장. 중원으로 (5) +2 13.07.30 3,633 67 6쪽
10 3장. 중원으로(4) +2 13.07.26 1,730 61 7쪽
9 3장. 중원으로 (3) +2 13.07.25 1,875 70 8쪽
8 3장. 중원으로 (2) +2 13.07.21 2,239 64 7쪽
» 3장. 중원으로 (1) +4 13.07.20 2,543 65 12쪽
6 2장. 도피 (3) +3 13.07.19 2,375 74 6쪽
5 2장. 도피 (2) +3 13.07.18 3,084 99 10쪽
4 2장. 도피 (1) +2 13.07.17 3,995 101 8쪽
3 1장. 금월을 이루지 못하다(2) +2 13.07.16 3,333 89 8쪽
2 1장. 금월을 이루지 못하다(1) +3 13.07.15 4,430 77 7쪽
1 1권. 서장. +4 13.07.15 4,752 95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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