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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흠나양 님의 서재입니다.

퇴역병의 무림보은행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공모전참가작 새글

유한세상
작품등록일 :
2024.05.08 22:07
최근연재일 :
2024.06.15 18:16
연재수 :
40 회
조회수 :
19,421
추천수 :
310
글자수 :
252,297

작성
24.05.15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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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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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6쪽

잠악채 -1

DUMMY

중원의 젖줄, 장강을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하나같이 수려하기 짝이 없는 절경들을 마주친다.

수목으로 푸르게 물든 산이 병풍처럼 늘어서 있고, 천신장이 수직으로 내리친 것 같은 절벽이 웅장함을 뽐내며, 풍랑이 지나갈 때마다 슬쩍슬쩍 모습을 드러내는 작은 암초들이 탄성을 자아낸다.

은은하게 안개라도 끼는 날이면 이곳이 삼도천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스산하면서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절경 구경도 하루 이틀이지 보급을 위해 간간이 들리는 항구를 제외하고 보름 내내 배를 타고 있으면 온몸이 뒤틀릴 정도로 지루하다.

특히 첫 강호행에 들떴던 남궁 세 가의 두 후기지수는 더욱 그랬다.


“으. 언제 도착한다냐?”


선미 난간에 늘어지다시피 몸을 기대고 있는 남궁무진이 옆에 있는 동갑내기 사촌, 남궁수에게 물었다.

대답이 없어 귀찮음을 무릅쓰고 고개를 돌리자 혼이 거의 빠져나간 반 시체 하나를 볼 수 있었다.

뭔가 시간을 잘 보내는 것 같아 심술이 난 남궁무진은 남궁수의 어깨를 마구 흔들었다.


“야! 언제 도착하냐니까?”

“아 씨. 그걸 왜 나한테 물어.”


남궁수가 손을 뿌리치며 짜증을 냈다.

지루함을 더하고 더해 겨우 무념무상에 도달했건만.

불현듯 찾아온 깨달음이 방해받으면 이런 기분이 아닐까 싶다.

남궁수는 푹 한숨을 쉬며 흐릿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아주 약간 기울어진 태양을 보자 갑자기 화가 치밀어 남궁무진를 때렸다.


“아! 갑자기 왜 때려?”

“이 인생에 도움이 안 되는 놈!”


남궁수가 멈추지 않고 주먹을 휘두르자 남궁무진도 마주 주먹을 날렸다.

물론 태어났을 때부터 붙어 자란 죽마고우이기에 힘이 실리지 않은 투닥거림이었다.

잠시 후,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주먹을 멈춘 두 후기지수는 동시에 갑판에 널브러졌다.

남궁무진이 옅은 안개구름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야.”

“왜?”

“우리 다음 항구에 정박하면 도망갈래?”

“네가 정말 정신이 나갔구나. 붙잡히면 최소 일 년은 폐관수련으로 썩어야 할 거다.”

“일 년이 뭐야? 우리 아버지면 이 년은 시키겠지.”


하아.

두 사람은 동시에 한숨을 쉬었다.

지루하다. 심심해 죽을 것 같다. 제발 무슨 일이라도 생겼으면 좋겠다!

그때, 하늘이 둘의 바람을 들어주었다.


“잠악채(潛鰐寨)다! 잠악채가 온다!”


선수에서 들려온 고함에 남궁무진과 남궁수가 벌떡 몸을 일으켰다.

서로를 바라보는 두 사람의 얼굴에 화색이 깃들었다.


* * *


창천표국이 내어준 선실 안에서 운기조식에 매진하던 북궁백은 갑작스러운 소란을 느끼고 운기조식을 멈췄다.

때마침 바깥에서 급한 발소리가 가까워지더니 문을 두들겼다.


“북궁 대협. 잠시 나와보셔야겠습니다.”


이제는 익숙해진 목소리다.

방문을 열자 조금 다급해 보이는 고석삼이 서 있었다.


“무슨 일이오?”

“수적이 나타났습니다. 북궁 대협도 갑판으로 나가셔야 합니다.”


북궁백은 전투를 도와달라는 뜻으로 이해했다.

아직 내상이 완치된 건 아니나 남궁기정도 고수가 아니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로 호전된 상태다.


“잠시만 기다리시오. 갑주를 입고 나가겠소.”

“아니, 그럴 필요 없습니다.”


고석삼이 손사래를 치며 보충 설명을 했다.


“싸우는 게 아닙니다. 관례대로 통행세를 내고 넘어갈 겁니다.”

“통행세? 창천표국처럼 거대 표국도 통행세를 내야 하오?”


양민들이 산을 지나거나 강을 건널 때, 해당 지역에서 활동하는 산적이나 수적들에게 통행세를 내는 건 흔히 있는 일이다.

그러나 그건 힘없는 양민이기에 벌어지는 일인 줄 알았지, 창천표국처럼 힘 있는 집단도 이럴 줄은 몰랐다.


“싸워 이길 수 있지만, 그냥 통행세를 내는 게 훨씬 낫습니다.”


창천표국의 표사들은 전부 남궁세가의 무력대다.

이번 표행은 상선 두 척에 창천대 오십 명을 표사로 삼고 창천대주 남궁영까지 파견한 상당한 규모였다.

거기에 남궁가주를 꺾은 북궁백까지.

아무리 장강수로십팔채(長江水路十八寨) 중 하나인 잠악채라고 해도 능히 이겨낼 전력이다.

하지만 물은 전적으로 수적의 영역.

아무리 무력에서 우월하다 해도 한평생 장강에서 살아온 수적들을 상대하려면 인적으로나 물적으로나 엄청난 피해를 각오해야 한다.


“싸우지 않는다면 왜 나가야 하오?”

“수적 놈들이 의심이 많습니다. 탑승자 전원이 갑판에 나와 있지 않으면 어떤 꿍꿍이가 있는 거 아니냐고 꼬투리를 잡고 귀찮게 굽니다.”

“이해했소. 그럼 무기도 놔둬도 되겠군.”

“도는 챙기십시오. 무인들 수가 많다고 느끼면 더 빠르게 물러날 겁니다.”


그 말에 언월도의 머리 부분만 떼어 허리춤에 차고 갑판으로 나갔다.

갑판에는 이미 탑승자들이 전부 모여 있었다.

쟁자수와 선원들은 안쪽에 서 있었고, 표사들은 그들을 보호하듯 바깥쪽을 둘러싸고 있었다.

다들 조금 긴장한 기색이 보이긴 했으나 크게 걱정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오직 단둘, 남궁영 뒤에 서 있는 남궁세가의 후기지수들만이 불만스럽게 입을 삐죽 내밀고 있었다.


“가만히 서 계시면 됩니다. 일이 끝나면 돌아오겠습니다.”

“알겠소.”


고석삼은 사람들을 헤치고 선수로 나아갔다.

홀로 남은 북궁백은 난간 쪽에 붙어 앞쪽을 바라보았다.

안개 속에서 돛 위에 악어 모양의 깃발을 단 다섯 척의 배가 포말을 일으키며 다가오고 있었다.

크기가 작고 날렵한 모양새에 바람을 타고 양옆으로 삐죽 내민 노를 저으니 그 속도가 감탄이 나올 만큼 빨랐다.

선두의 배에는 상의를 탈의하고 밤송이 같은 수염이 가득한 사내가 팔짱을 끼고 활짝 웃고 있었다.

삽시간에 접근한 수적들은 능숙하게 돛을 접고 노를 회수하더니, 상선 위로 갈고리가 달린 줄을 던져 배를 고정했다.


“자. 영업 시작하자!”


밤송이 사내가 우렁차게 외쳤다.

한 목소리로 대답한 수적들이 줄을 타고 배 위로 오르기 시작했다.

갑판 위로 올라온 수적이 스물이 넘자 밤송이 사내가 기합을 터트리더니 이장 높이를 단번에 뛰어올라 선수 난간에 내려섰다.


“하하하. 남궁 형. 오랜만이오!”

“쌍악도 추안. 부채주나 되는 당신이 직접 올 줄은 몰랐소.”


호탕하게 웃으며 반가운 척하는 추안과 달리 남궁영은 거리감이 물씬 풍기는 차가운 얼굴이었다.


“이번 표행이 크다는 소릴 들어서 말이오. 우리 애들이 겁먹고 제값 못 받을까 봐 걱정돼서 말이지.”

“그동안 섭섭지 않게 챙겨주었소만.”

“예전에 그랬다고 앞으로도 그러란 법은 없지 않소?”


추안이 능글맞게 웃었으며 말을 받았다.


“창천표국은 신용을 저버리지 않소.”

“으하하. 남궁세가가 우리와 신용을 논하다니. 이래서 당신들이 좋소. 저 산 위에 사는 고고한 인간들은 외골수라 도통 말이 통하지 않거든.”


추안이 웃음을 터트리자 다른 수적들도 박수를 쳐대며 낄낄거렸다.

그러자 기분이 상한 창천대의 표정이 험악하게 일그러졌다.

그 모습을 본 추안은 입술 한쪽을 말아 올리며 탑승객 전체를 훑었다.


“자. 이렇게 합시다. 평소 통행료에 은 이백 냥만 더 얹어주면 조용히 물러가리다.”

“이백 냥은 좀 과하군. 하루 이틀 볼 사이도 아닌데 백 냥으로 합시다.”

“어허. 하루 이틀 볼 사이가 아니라니, 누가 들으면 내 마누란 줄 알겠소.”


모욕적인 언사에 남궁영이 아닌 후기지수들이 분을 참지 못하고 나섰다.


“혀를 잘라버리기 전에 닥쳐라!”

“도적놈이 분수를 모르고 나불대는구나!”


검까지 뽑으며 몸을 날리려는 그때,


“함부로 나서지 말라 했다.”


남궁영의 싸늘한 경고를 받은 후기지수들은 그만 멈출 수밖에 없었다.

추안은 능글맞게 웃으며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말했다.


“젊은 공자들이 세상 나들이라도 나왔나 보구려. 남궁 형도 이제 보니 참 바쁜 사람이군. 일하랴, 애들 돌보랴. 몸이 두 개라도 부족하겠소.”

“부채주도 바쁜 몸 아니오? 관군을 눈치 보느라 눈이 세 개는 필요할 터인데.”

“역시 남궁 형이요! 내가 필요한 걸 어찌 그리 잘 아실꼬?”


계속된 비웃음에 남궁영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하지만 곧바로 분노를 토해내진 않았다.

추안의 표정이 진지했기 때문이다.


“남궁 형도 들었을 거요. 얼마 전, 장성 너머로 원정을 떠났던 명군이 돌아왔다는 걸.”

“그게 무슨 상관이오? 여전히 하북에 주둔하고 있다 들었소만.”

“사냥을 나갔던 개가 돌아왔으면 그동안 집을 지키던 개가 이쁨받으려고 날뛸 거 아니오. 개한테 물릴 걸 각오하고 나왔으면 뭔가 더 얻어가는 게 있어야지.”


그러면서 북궁백이 있는 곳으로 삿대질을 해댔다.


“그리고 평소 얌전하던 이들이 날뛰는 개를 데려와 물라고 시킬 줄 누가 알겠소? 저기 저놈처럼 관군이 숨어있을 지도 모르는 거고···.”


혼자 흥분해서 열변을 토하던 추안은 갑자기 멈칫하더니 천천히 북궁백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이윽고,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꼼꼼하게 훑어보더니 잔뜩 인상을 쓰며 쌍도를 꺼내 들었다.


“남궁영! 이 간사한 놈. 신용 어쩌고저쩌고 떠들어대더니만 관군을 데려와?”


그 말에 수적들이 인상을 쓰며 무기를 겨눴다.

창천대 역시 당장이라도 달려들 듯 몸을 낮췄다.

남궁영이 화들짝 놀라 저도 모르게 고개를 휘휘 저었다.


“그는 관군이 아니오. 내가 보증할 수 있소.”

“필요할 땐 손을 비비고, 필요 없을 땐 주먹을 쥐는 것들의 보증이 뭐가 그리 무겁다고. 황실의 개는 내 눈을 피할 수 없어.”

“정 못 믿겠다면 다른 관군이 있는지 선실을 확인해보면 알 것 아니오.”

“숨어있다가 기습하려는 걸 내가 모를 줄 알아? 피 좀 흘려봐야 정신이 들겠지? 엉?”

“아니라고 말하지 않소!”


남궁영이 아무리 아니라고 항변해도 추안은 전혀 믿지 않았다.

당장이라도 칼부림이 벌어질 것처럼 분위기가 흉흉해지자 쟁자수와 선원들은 겁에 질려 안색이 창백해졌다.


‘제대로 싸울 생각도 없으면서 허장성세가 심하군.’


갑자기 소란의 원흉이 된 북궁백은 가만히 지켜보다가 속으로 혀를 찼다.

꽥꽥 소리를 질러대는 놈이 당장이라도 물로 뛰어들 것처럼 무게 중심이 뒤로 가 있다.

겁에 질린 개가 뒷걸음질 치며 짖는 것처럼 말이다.

대화가 통하지 않자 답답했는지 남궁영이 북궁백에게 소리쳤다.


“북궁 무인! 가만히 있지 말고 무슨 말 좀 해보시오.”

“관군이 자기가 관군이라고 순순히 실토하겠어? 내가 그리 무식한 놈 같아?”

“관군이 아니래도! 좋소. 내 이백 냥을 더 줄 테니 그만 떠나시오.”

“염병. 일단 물러났다가 수군을 데려오겠지.”


추안이 이죽거리며 수적들에게 눈치를 주자 하나둘 난간에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때 북궁백이 말했다.


“난 관군이 아니오. 내가 당신들을 토벌하러 온 관군이었으면 당신들은 이미 시체가 되어 있을 거요.”

“...”


그 순간, 장내의 이목이 북궁백에게 집중됐다.

황당한 표정을 짓고 있던 추안이 어이가 없다는 듯 실소를 흘린다.


“저놈이 뚫린 입이라고 함부로 지껄이는군. 그렇게 대단한 고수면 별호가 있겠지?”

“없소.”

“그럴 줄 알았어. 관에만 있었으니 당연히 별호가 없지. 혹시 불혹을 넘은 나이에 처음 출도한 신진고수라고 우길 생각은 아니겠지?”


북궁백은 비웃음에 대답하는 대신 도를 꺼내 들었다.

날붙이를 잡자마자 분위기가 급변하며 갑판 위로 살기가 뭉글뭉글 깔려 나갔다.


“허억. 허억.”


창백했던 쟁자수와 선원들의 얼굴이 퍼렇게 질려간다.

기가 약한 선원은 넋이 나가 삼도천에 현의옹(懸衣翁)이 나타났다며 연신 중얼거렸다.

수적들은 저도 모르게 칼을 휘둘렀으며, 이미 한 번 겪어본 창천대도 흠칫 몸을 떨었다.


“너, 너는···. 당신은 누구요?”


얼굴이 바짝 굳은 추안이 더듬거렸다.

더위가 찾아오는 초여름임에도 불구하고 닭살이 돋아나왔다.


“북궁백.”

“북궁...백?”

“무림초출이라 들어본 적 없을 거요. 이만 물러나시오.”


북궁백의 말에 추안이 입술을 깨물었다.

그가 좀처럼 결정을 내리지 못하자, 북궁백은 왼손을 들어 바로 옆에 있는 수적을 가리키더니 천천히 추안쪽으로 움직이며 말했다.


“싸우겠다면 어쩔 수 없지. 이건 알아두시오. 전투가 벌어지면 저기부터 당신까지 내 손에 죽을 거요. 반대쪽은 표사들이 막을 테고.”

“올라오지 않은 내 부하들이 배에 구멍을 낼 거다! 그건 남궁천이 직접 오지 않는 이상 막을 수 없어!”

“인정하오. 내 힘으론 배에 구멍이 나는 것까진 막을 수 없소. 그러니 표물은 깔끔하게 포기하겠소.”

“북궁 무인! 그건 안되오!”

“모든 걸 해낼 능력이 부족하다면 하나라도 제대로 해낼 수 있게 집중하는 편이 낫소.”


머뭇거리던 남궁영이 작게 한숨을 쉬었다.

북궁백의 말에 따르겠다는 표시였다.

그걸 본 추안은 맹렬히 머리를 굴렸다.


‘오뢰검 남궁영이 저리 쉽게 남의 말을 들어? 진짜 남궁영보다 고수인 건가?’


도적질도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상대를 파악할 줄 아는 안목과 물어뜯겨도 함께 물어뜯을 수 있는 독기가 필요하다.

잠악채 최고의 안목을 보유하고 있다고 자부하는 자신이 보건데 일단 보통 놈이 아니다.

그리고 관군임이 틀림없다.


‘더 이상 앞으로 보내면 안 돼.’


장강이 넓고 길다 한들, 수채가 아무리 은밀한 곳에 있다 한들, 계속 쑤셔대면 찾지 못할 것도 없다.

잠악채의 안전을 위해 어떻게든 여기서 막아야 한다.

만약 창천표국의 배가 하나였다면 피해를 각오하고 반드시 배를 침몰시켰을 거다.

하지만 참 불운하게도 두 척이다.


‘어떡하지?’


부하들이 계속 곁눈질하며 빨리 결정을 내리라고 눈치를 준다.

한참을 고민하던 추안은 쌍도를 집어넣고 호탕한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 내 강호의 신성을 몰라봤구려. 하도 진중한 분위기를 풍기기에 관원인 줄 알았소.”

“...”

“괜히 험악하게 만들어 미안하오. 내 사죄의 표시로 오십 냥 깎아드리리다. 통행료와 백오십 냥.”


추안이 누런 이빨을 드러내며 씩 웃었다.

남궁영은 그의 철면피가 참 대단하다고 생각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럽시다.”


* * *


잠악채가 떠났다.

북궁백과 남궁백은 선수에서 나란히 그들의 뒷모습을 지켜보았다.

잠시 후, 잠악채가 안개 속으로 사라지자 긴장을 푼 남궁영이 미묘한 표정으로 북궁백을 흘겨보았다.

그로 인해 시비가 생겼고, 그로 인해 원만히 해결됐다.

원망해야 하는지, 고마워해야 하는지 무엇하나 선택하기 어려웠다.

그때, 북궁백이 입을 열었다.


“잠악채 채주는 어떤 사람이오?”


남궁영은 질문의 의도가 무엇인지 알 수 없었지만, 순순히 대답했다.


“무공은 뛰어나되 의심이 많고 성급하며 탐욕스럽소. 그놈이 전 채주를 베고 잠악채를 장악하자마자 통행료가 두 배로 올랐지.”

“본 적 있소?”

“딱 한 번. 그 성격 때문에 전투가 벌어질 뻔했소. 부하들이 아무리 말려도 듣지 않더군. 친동생인 추안이 다리를 붙잡고 애걸복걸하지 않았으면 필시 검을 섞었을 거요.”

“그렇다면 저들은 다시 올 것이오.”

“뭐요?”


깜짝 놀란 남궁영이 소리쳤다가 급히 목소리를 낮췄다.


“이미 통행료를 냈소. 통행료를 받고도 다시 길을 막는다면 그들은 이곳을 지나는 배마다 혈전을 치러야 하오. 사실상 제 손으로 적암채를 해산하는 것인데 그들이 왜 그런 짓을 하겠소?”

“보통은 그러하겠지. 하지만 채주가 문제요. 그런 성격의 지휘관은 남의 말을 잘 듣지 않소.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해야만 직성이 풀리지.”


장성 너머에서 몸소 겪어보았다.

야인대의 많은 전우가 죽었고, 자신을 포함한 대부분이 부상을 입고 고생했다.

남궁영도 마음 한쪽에 불안감은 남아 있었다.

그래도 잠악채가 오지 않는다고 생각한 이유는 통행료를 넉넉히 챙겨간 추안이 있기 때문이다.


“추안이 그대로 말하겠소?”

“의심이 많은 자는 눈치도 빠르오. 뭔가 이상하다 싶으면 캐묻고 캐물어서 알아내겠지. 성질이 급하다 했으니 곧바로 확인하려 할 것이오.”


말도 그럴듯하고 너무 확신에 찬 얼굴이라 뭐라 반박할 말이 없었다.

결국, 남궁영은 결정을 내렸다.


“세가로 돌아가야겠소. 현 전력으로 적암채와의 수전을 벌이면 너무 손해가 막심하오.”

“그러지 않아도 되오. 내게 방법이 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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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형산혈사-1 +2 24.05.29 422 5 13쪽
22 형산-4 24.05.28 418 5 14쪽
21 형산-3 +1 24.05.27 435 7 14쪽
20 형산-2 24.05.26 437 5 13쪽
19 형산-1 24.05.25 465 7 15쪽
18 피의 첫걸음 -3 24.05.24 476 5 16쪽
17 피의 첫걸음 -2 24.05.23 479 6 14쪽
16 피의 첫걸음 -1 24.05.22 526 6 14쪽
15 악연과 인연 -4 24.05.21 516 8 15쪽
14 악연과 인연 -3 24.05.20 512 8 13쪽
13 악연과 인연 -2 24.05.19 512 7 13쪽
12 악연과 인연 -1 24.05.18 535 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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