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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도로 씹어먹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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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적
작품등록일 :
2020.07.16 22:03
최근연재일 :
2020.09.23 20:00
연재수 :
4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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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56
글자수 :
173,448

작성
20.08.05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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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13화

DUMMY

‘돌아가셨다고요?’


민식이의 표정도 덩달아 굳어졌다.


‘오늘 돌아가셨다고 하는데 빨리도 왔네’


부모와의 사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말을 하지 않아도 어떤 기분인지 알 수 있었다.


‘일단 알려줄 거는 여기 까지고 알고 있는 애들도 혜성이 한 명밖에 없어’


‘너도 말하지 마라’


닫혀 있던 문을 밀며 안으로 먼저 들어갔다. 하고 싶은 말은 산더미처럼 많았지만 입은 굳게 닫혀 있었다.


한동안 잊고 있었던 기억들이 다시 생각나기 시작했다. 그때만 떠올리면 당장이라도 유도를 때려치우고 싶어진다.


‘..’


조용히 말없이 체육관 안으로 들어갔다. 다른 학생들도 어느 정도 분위기는 파악했는지 쥐 죽은 듯 소리도 안 들리기 시작한다.


아직도 바닥을 바라보면 앉아있는 그 눈만 봐도 피폐해졌다는 걸 알 수 있다.


얼굴에 벌레가 붙었지만,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아무 말 없이 운동을 재개하였다. 자신도 그 아픔을 떨쳐버리는데 대략 3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어떻게 할지는 김현민의 몫이다.


‘후우..’


크게 한숨을 쉬었다. 눈에는 생기가 돌기 시작하였고 다들 시선을 그에게 돌리기 시작했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움직일 거 같지 않았던 몸은 어느새 탈의실로 향하였고 무언가 준비하는 듯했다.


‘오늘 너네들 잡아준다. 준비하고 있어라’


뜻밖에 소식, 평소에는 그저 손가락질만 하면서 오늘은 같이 유도 시합을 하겠다니 별로 볼 수 없다. 거기다가 이런 상황에


여기서 코치 다음에 가장 오랜 시간을 같이 보낸 민식이 조차 김현민이 도복을 입고 있는 거조차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드믈다.


안색을 확인하니 아까보다 나아지기는 하였지만, 몸에서 흐르는 식은땀이 눈에 보일 정도로 많았다.


유도장 위에 섰다. 낡아 보이는 청색 도복 그 당시 유명했던 브랜드 헤라 쪽에서 제작된 것이다.


띠는 검은 띠 하지만 앞뒤 면에 심하게 달아있었다. 안에 들어 있는 내용물이 거의 보일 정도였다. 새겨진 한자는 ‘백지훈’이라고 쓰여 있었다.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이름이다. 아마 물려받은 것으로 보인다.


‘형 힘든데 집에서 쉬지’


억지웃음을 지으며 말하였다. 최대한 거슬리지 않게 말하려는 게 눈에 띄게 보였다.


‘그래도 할 건 해야지’


‘안 그러냐’


지금 컨디션이 엉망이라고는 하지만 철저한 자기 관리 덕분에 학생에게 전혀 꿀리지 않는 체력과 힘을 가지고 있다.


‘혜성이 먼저 와라’


제일 먼저 부른 거는 김혜성이었다. 선뜻 말을 걸지 못하겠고 여기 학생 중에선 제일 먼저 알고 있었기에 고른 것 같다.


괜히 말 걸었다가 무안해지기 일쑤다. 이렇게 김현민을 생각해본 적이 없는 거 같다. 좀 가리기는 했지만, 머리에 세세하게 나 있는 흰머리


그전에는 깔끔한 흑발이었는데 생각보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거 같다. 정작 남을 챙겨주면서 밥은 잘 먹고 있는지 생각이 든다.


김혜성에게 기술은 걸지 않고 계속해서 받아주기만 하였다. 딱히 걸 기술도 마땅히 없어 보인다.


확실히 입었던 유도복이 어색할 정도로 힘들었지만 전 국가대표와 수많이 봐온 유도 경기가 현 선수를 하는 고등학생과는 문제없을 정도의 체력을 가지고 있었다.


몇 번이고 걸었지만, 그 자리에서 버텨냈다. 오직 하체 힘만 써서 버티고 있다.


그전에 시합을 진행했던 김성진과 붙으면 어떤 모습으로 나올지 궁금하다.


‘빨리 넘겨봐라’


딱히 기술을 걸지 않으니 체력 면에서도 문제가 없다. 시합에 나가기 전 체력을 단련시키는데 이 자유 연습은 좋은 대련 방식이다.


대부분 높은 체급이나 선배들이 받아주는데 코치가 받아주는 경우는 드물다.


‘빨리 걸어라. 빨리’


계속해서 재촉한다.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계속해서 기술을 받아내고 있다. 엎드리면 팔을 잡아 일으켜 세우며 기술을 걸지 않으면 더욱더 큰 목소리로 호통을 친다.


좋게 말하면 괜찮은 체력 훈련이지만 다른 의미로는 거의 생지옥이다.


쉴 시간도 없이 넘어지지 않은 상대를 계속해서 기술을 거는 것이다. 조금이라도 복싱에서 샌드백을 친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당장이라도 쓰러질 거 같지만 쓰러지지 않고 넘어진다 한들 일으켜 세운다.


옛날부터 김현민이 추구했던 방식이기도 하다.


‘후읍!’


안뒤축 감아치기로 드디어 넘겼다. 아니 넘겼다 보기에는 넘어가 줬다. 헐떡거리는 김혜성의 등을 두드리며 말을 하였다.


‘넘어갔으니까 다음은 민식이 와라’


차례가 왔다. 앞에 마주어 보았다. 저리 녹초가 될 정도니 얼마나 굴릴지 상상이 가지 않는다.


‘시작’


짧게 말을 하면서 빠르게 다가왔다. 기술은 안 건다고 한들 엄청난 압박감이 느껴진다.


빠른 잡기 싸움 뒤 깃을 잡으려고 하면 목을 뒤로 빼고 소매 깃을 잡아냈다. 강한 악력 덕분에 떼어내기는커녕 힘에 휩쓸려 버린다.


겨우겨우 가슴 깃을 잡아냈다. 당장이라도 떼어내려고 하면 떼어낼 수 있을 정도로 아슬아슬하게 잡고 있다.


결국 그 부위를 말아버렸다. 처음에 봤을 때는 낡은 도복이었지만 하다 보니 잡기 매우 껄끄러운 도복이었다.


민식이는 그 상태로 오른쪽으로 돌았다. 하지만 중심을 흩트리는 데 큰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 그러면서 자신의 왼발로 모두걸기를 이용해 쓸어버렸다.


그전에 50kg 인형으로 했던 연습이 확실히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마치 무거운 추를 달고 있는 듯한 김현민도 살짝 휘청거리기는 하였지만 바로 자세를 다시 잡았다.


회복이 너무 빨라 다음 기술까지는 걸지 못하였다. 김현민은 잡고 있던 소매 깃을 쭉 아래로 내리기 시작했다.


팔을 들어 올리지 못할 정도로


‘이거도 못 빠져 나오는데 대회는 어떻게 하게’


‘신재혁은 지금쯤이면 빠져나왔겠다’


계속해서 이간질하였다. 몸을 뒤로 빼면서 양손을 풀어냈다.


소매 깃을 떼어낼 때 김현민의 손을 보았다. 확실히 유도를 하면 손에 굳은살이 생긴다.


하지만 방금 본 손은 설령 사람의 손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선수 그만두고도 생각보다 엄청난 미련이 남은 거 같았다.


뜯긴 자국 손 전체를 뒤엎고 있는 듯한 굳은살 얼마나 악력을 키우고 도복을 잡아야 저런 손이 될지 모르겠다.


‘빨리빨리 와라. 쉬지 말고’


‘안 오면 내가 기술 건다.’


작은 목소리로 말하였다. 가까이 있어 더욱더 강조하는 듯 들려왔다. 바로 안다리 건 다음 업어치기를 들어왔다.


‘바로바로 들어와야지’


라고 말하며 민식이의 허벅다리를 차올려 넘기지는 않고 들어 올리기만 하였다.


기술을 걸자 다리에 힘이 바로 풀렸다. 당장이라도 쓰러질 거 같았지만 그런 민식이를 잡아 올렸다.


‘끝내기에는 멀었지!’


‘계속 걸어!’


마치 아마추어와 프로 선수의 대결을 보는 거 같았다. 전혀 상대가 안 된다. 선수 시절에는 이보다 더 했다는 강했다는 말이 아닌가


오랜 세월을 지내면서 기술의 조잡함 그리고 정확성 등을 길러주었다.


하지만 이렇게 몸을 맞대고 시합을 하는 것은 처음이다. 시합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부족하지만 일단 이렇게 잡고 기술을 주고받고 할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하고 있다.


‘그래! 그렇지!’


안다리를 하는 것과 동시에 무릎을 꿇지 않고 벌리 다리 안에 들어와 뽑아 들어 올리려고 했다. 하지만 실패하고 그 뒤에 연결하여 안 뒤축 넘어지게 하는 거까지는 성공했다.


‘고등학생 잡아주는 거 여간 힘든 게 아니네’


몸을 별로 풀지 않고 바로 시합을 재게 하였고 여러 명의 학생을 상대로 하니 힘든 건 당연할 터


‘오늘은 여기 까지 만 하자’


결국 포기를 선언한 건 김현민 다리가 떨릴 정도로 힘이 들었다. 바닥에 있는 쓰레기를 주우며 인사를 하고 끝냈다.


‘요즘 애들이 힘만 좋아’


‘오늘 준비운동은 적당히 시켜라. 애들아’


코치들은 그 말을 듣고는 고개만 끄떡였다. 아픈 소식에도 불구하고 저리 운동을 하고 가르친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그가 말한 대로 마지막 마무리 운동은 배밀기 20개 이걸로 끝을 냈다. 김현민은 다시 사복으로 갈아입은 다음에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민식이는 도복을 입은 채로 뒤따라 밖으로 나갔다. 코치들은 생각 외로 나가는 말리지 않았다.


체육관 벤치 바로 옆에 있었다. 아무 생각 없이 그저 운동장만 바라보고 있었다.


‘괜찮아요? 코치님’


말을 먼저 꺼낸 것은 민식이 그러자 고개를 돌려 쳐다보기 시작했다.


‘괜찮다.’


‘너도 이랬었냐’


‘그때 뛰쳐 나갈 만 하네’


쓴웃음을 지었다. 뭐라고 설명할 수가 없었다. 극도로 예민해지고 모든 게 거슬렸다.


‘유도하면 잊어버릴 줄 알았는데’


‘말처럼 안되네’


눈물이 보였다. 항상 강하기만 했던 그가 눈물이 흘리기 시작했다.


‘좆같네’


..


‘코치님 제가 열심히 할게요.’


‘시발 이렇게 챙겨주는데’


옆에 쪼그려 앉았다.


‘우승 정도는 해야죠’


민식이는 도복의 자신의 이름표를 가리키며 말을 하였다. 예전과 다른 민식이의 모습이 보였다.


‘그래 새꺄’


눈물을 닦고 일어났다. 서로 묘한 분위기만 흘러가는 가운데 체육관에서 코치가 민식이를 불러냈다.


‘야 옷 갈아입고 빨리빨리 가라 좀 있으면 시합이니까 내일부터 빡시게 할거여’


쪼그려 앉았던 다리를 풀고는 일어났다.


‘그럼 내일 만나요.’


‘오늘 일은 잊어버리고’


민식이는 손짓을 하면서 체육관 안으로 들어갔다. 담배 하나를 꺼내면서 입에다가 물었다.


금연 구역인 건 알고 있지만, 지금은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경비원도 저 멀리 있기에 들킬 울려는 없는 거 같다.


‘..’


‘그래 버티자’


담배에 불을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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