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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도로 씹어먹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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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0.07.16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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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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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화

DUMMY

‘후우..’


오늘은 예선 일정이 바뀌어서 예선과 본선을 나누어서 본다고 하였다.


김현민은 입고 입어도 매번 어색한 정장을 입고 있었다. 민식이는 체중을 재고 밖으로 나와 의자에 앉아 있었다.


마치 옛날 시합을 했던 그때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 들었다. 어제는 무리하게 운동을 하지 않았고 가볍게 몸만 풀어 주었다.


일단 각 도에 있는 체육관에서 고등학생끼리 붙는다고 하니 항상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다.


거기다가 인원수도 상당히 많다. 예선전에서 상위권도 아닌 1위를 차지해야 하기에 경쟁이 심할 수밖에 없다.


전에 좋은 기록을 가지고 있는 학생들은 굳이 시합을 참여 안 해도 바로 본선으로 넘어갈 수 있는 특혜가 있다.


그러기에 김혜성과 신재혁은 둘 다 참가하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좋은 소식이기도 하다.


오늘따라 유난히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었다. 아마 이 시합을 지켜보러 온 거겠지 3학년들에게는 마지막이자 유일한 희망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기에 더욱 필살 적일 테고


전국대회 우승은 곧 국가대표 선발전에 나오기 전에 프로들에게 자신의 얼굴을 알릴 좋은 기회이다.


놓치면 아마 평생을 후회할 것이다. 더군다나 예선전은 해당 체급에 1위를 해야지 본선에 진출할 수 있다.


김현민은 민식이의 띠를 손으로 꽉 쥐었다. 본선도 아닌 연습 경기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의 시합임에도 불구하고 이 긴장감은 어디 가시질 않는다.


‘걱정하지 마세요.’


민식이는 차분하게 대답을 했다. 옛날 시합과는 전혀 다른 성숙해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대회를 나가기 위해 준비한 기간은 대략 3달 정도 선수가 준비한 시간이라고 한다면 절대 많은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여기 서 있는 것만으로 버팀이 될 정도로 큰 게 실감이 간다.


‘1번 강민식 앞으로 나와주세요.’


한 남자가 호명하며 민식이를 앞에 세워 두었다. 상대가 누구일까 궁금하는 마음에 머리를 내밀며 얼굴을 확인하였다.


난생 처음 보는 얼굴 조금 웃기게 생겼다고 할 수 있지만 짓고 있는 표정은 절대로 웃기다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진지했다.


김현민은 띠를 건네주며 등 뒤를 강하게 손바닥으로 내려쳤다. 긴장되는 분위기를 조금이나마 풀 수 있었다.


예선전은 기회가 없다. 한번 실패하면 거기서 바로 정지하고 떨어지는 수밖에 없다. 몇 번이고 패배해도 다시 할 기회가 있는 본선과는 다른 어쩌면 밑 부분에 매정한 부분이라고 볼 수 있다.


서로 마주 보았다. 다시 다른 사람들과 진짜 시합에 섰다는 게 드디어 실감이 간다. 가운데 있는 심판은 서로를 마주 보게 하였다.



그저 여기 있다는 거 자체만으로 양손에는 식은땀이 미친 듯이 나기 시작했다.


‘하지메!’


시작을 알렸다. 상대방은 민식이에게 달려왔다. 그대로 밖 다리를 민식이의 두 다리에 꽂아 버렸다.


..


‘절반!’


민식이의 등이 땅에 닿았다는 것은 누구도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좋았어!’


상대편 쪽에 사람들이 소리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경기도 끝나지 않았는데 기뻐하는 목소리가 여기까지 들려온다.


김현민은 자신이 잘못 본 게 아닌가 눈을 몇 번이고 비볐다. 그리고 실망한 듯 바라보고 있었다.


‘그쳐’


누르기까지 가지는 않았고 도중에 멈췄다. 민식이는 김현민의 표정을 보았다. 썩 좋지는 않았다.


‘시작’


‘후읍’


민식이는 갑자기 숨을 들이마셨다. 힘을 최대한 주려는 작정이다. 허리 후리기 제대로 들어가지는 않았다.


하지만 허리힘과 상대방의 힘이 순간적으로 빠지면서 한판이 나버렸다. 상대편 쪽은 아까 와 달리 잠잠해졌다.


하지만 김현민의 표정은 아직도 나아지지 않았다. 돌아갔을 때는 한 소리를 들을 줄 알았는데 예상과는 달랐다.


‘집중해라’


김현민은 수통을 건네며 말을 하였다. 듣고 보니 아무래도 이 체급에서 제일 약하다고 들은 거 같았다.


그런 상대에게 시작한 지 얼마 안 돼서 절반 잘하면 한판까지 내어줄 뻔했던 상황이었다. 잘못했으면 방금 기 밭다리로 시합이 끝났을 수도 있었다.


민식이는 김현민이 인정한 천재이다. 무려 국가대표 은메달리스트가 인정한 천재 그 이름에 먹칠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 찼다.


‘넵 알겠습니다.’


짧고 굵게 대답하였다. 아까 식은땀이 줄줄 흘렀을 때부터 알았어야 한다.


지금 상태가 영 아니다. 일주일 동안 무리하게 운동한 탓인가 허리와 다리가 찢길 판이다.


김현민에게는 말하지 않았지만, 왼쪽 새끼손가락에 작은 고름이 생겼다. 놔두면 없어질 거 같았기에 내버려 두었는데 없어지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었다.


‘민식과 긴장 풀어라’


‘또 아까처럼 된다.’


수통에 다시 물을 채워 넣으며 말을 하였다. 확실히 옛날에 민식이와는 다르게 오늘 무척 긴장하고 있다.


‘뭐 떨어지면.. 안되기는 하는데’


‘할 수 있는 곳까지 해라’


예선전은 사람이 적다. 한판만 이겼지만 바로 4강에 올라갔다. 커다란 바위가 여기서 막으면 절대 안 된다. 있어서는 안 된다.


속으로는 크게 한숨을 쉬고 있지만, 김현민은 겉으로는 계속해서 웃고 있었다. 몇 분간 계속해서 서로의 몸을 집어 던지려고 하는 사이에서 제일 중요한 건 정신력이다.



민식이의 그런 정신적으로 또는 육체적으로 최대한 안정감을 주기 위해서 계속해서 웃으며 페이스 조절을 해줘야 한다.


비교 적으로 사람들이 적다 보니 하루하루 진행하는 전국대회와는 달리 한판을 하고 몇 분 뒤에 바로 시작을 한다.


‘강민식이 여기로 스라’


이번에는 다른 사람이 호명하기 시작했다. 경상도 사투리가 조금 섞인 말투로 말하였다.


이제는 상대는 시합이 시작하기 전에는 바라보지 않기로 시작했다. 이상한 생각은 버리고 자기 자신도 페이스 조절에 집중하는 것이다.


몸이 따라오지 못했으면 절대 불가능했을 김현민이 짜준 계획표 그걸 완벽히 수행하고 거기다가 부가적으로 자기 혼자 집에서나 체육관에 혼자 남아 운동을 진행하였다.


그 정신력 그리고 그 덕분에 키웠던 몸이 둘이면 예선전은 쉽게 가능할 것이다.


다시 섰다. 다시 올라왔다. 아까 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마음먹고 다시 한번 마음먹었다. 머리에 핏줄이 설 거 같은 느낌이 들었다.


‘시작’


민식이는 기술을 걸지 않았다. 아까와 같이 상대방이 먼저 들어왔다. 이번에는 안다리


보고 있는 관객석에 사람들은 아무 말 없이 바라만 보고 있었다.


민식이는 오른발을 뒤로 빼내어 오는 공격을 방어해냈다. 들어왔던 다리는 갈 곳을 잃고 중심을 잡지 못하였을 때


이번에는 오른발이 앞으로 왼발이 뒤로 향하게 하였다. 오른손잡이인 민식이에게는 안성맞춤인 자세


하지만 들어간 것은 왼발 밭다리 멀리 있었기에 오른 밭다리보다는 위력이 약했다. 손에 위치도 한번에 바꿔버렸다. 하지만 상대방을 넘어지게 하는 것에는 어려움 없이 넘겼다.


중심을 잃고 쓰러졌다. 놓치지 않고 가슴 깃을 잡고 있었던 왼손을 더욱더 올려 상대방의 목을 휘감았다. 오른발은 자신의 겨드랑이 부분으로 쪼여 빠져나가지 못하게 잡고 있었다.


‘으읍..’


그렇게 계속해서 돌면서 상대의 다리가 자신에게 오지 못하게 하였다.


쉬지 않고 압박해오는 시간 엄청난 지옥일 것이다. 숨조차 제대로 고르지 못하였다. 상대방은 결국 탭을 치면서 포기 의사를 밝혔다.


정말로 군더더기 없는 플레이였다. 하지만 갑자기 다리와 손 위치를 바꾼다는 것에서 문제점이 있었지만 성공하였으니 엄청난 그림이 나왔다.


관객들은 조용히 박수만 쳤고 민식이도 아무 말 없이 밖으로 나왔다. 첫 번째 시합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 온 거 같았다.


다른 의미로 어색하였다. 받은 수건으로 땀을 닦으면서 벽을 잡고 허리를 풀어주었다. 시합이 끝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벌써 다음 경기를 준비하고 있었다.


김현민은 웃었다. 그제야 미소가 돌아왔다.


‘열심히 해라’


한마디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식이는 짧은 대답도 없이 계속해서 허리, 다리, 어깨, 팔

등 거의 모든 부위를 풀어주었다.


움직일 때마다 소리가 난다. 아마 근육이 아직도 굳어있다는 소리지


몸이 풀리지 않은 상태로 진행했다니 시합을 하기 전에 김현민이 부딪치기를 도와줬다지만 아마 그걸로는 영 부족했다는 걸 알 수 있다.


‘저 전화 좀 받고 올게요.’


‘누군데’


‘친굽니다.’


‘나가봐라. 빨리 와야 한다.’


민식이는 윗옷을 벗고 밖으로 나갔다. 이 느낌 어디서인가 많이 느껴본 거 같았다.


맞다. 엄마가 죽은 날이다.


피투성이가 된 엄마 앞에서 얼마나 큰 눈물을 흘린 지 모르겠다. 떠져 있는 눈은 이미 민식이를 보기에 세상과 너무 동떨어져 있었다.


‘지랄 하지 말고 들어가자’


그저 차가운 바람만 맞고서는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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