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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도로 씹어먹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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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0.07.16 22:03
최근연재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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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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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2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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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화

DUMMY

그 후로 3일이 지났다.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왔다. 코치들은 매번 하이텐션, 지도할 때 제외하고는 잠만 잔다고 들었다.


바쁜 일상에 좋은 휴식이 되기도 하고 아이들 한명 한명을 제대로 가르칠 수 있기에 좋은 방법이다.


웨이트 같은 무거운 운동은 당분간 하지 않는다고 말을 하였다. 며칠 남지 않은 지금은 기술 위주로 진행하겠다고 말을 하였다.


‘너 오른발은 쓰지 마라’


김현민이 민식이를 가리켰다. 그전에 봤던 상처가 아마 신경 쓰이는 거 같다. 바로 전날에 봉합이 풀려 병원을 다시 한번 더 갔었다.


그래서 붕대를 차고 왔다. 사람마다 보기 나름이지만 그전보다 상처가 더 커져 보이는 느낌이 들었다.


오른발잡이인 민식이에게는 기술을 봉인 당한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왼발만 쓰기에는 힘이 제대로 실리지 않아 리스크가 생긴다.


부딪치기 즉 유도 연습을 하다가 도중에 체력 운동까지 같이 진행하였다.


넓은 체육관 3바퀴를 돈 다음 부딪치기를 진행하였다. 깃을 잡고 있을 때 폐가 터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민식아 무리는 하지 마라’


코치들도 이미 알고 있다는 듯 말해주었다. 원래 예정대로 라면 한 달 정도는 쉬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들었다.


‘알겠습니다.’


대답은 일단 했지만 아마 지켜지지 않을 거 같다.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쉬고 있는 거조차 버거울 지경이다.


이 다리가 어디까지 버텨주냐에 따라서 결과가 달라질 거 같다. 최대한 쓰지는 않겠지만 그게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저기..’


문을 열고 누군가 들어왔다. 작은 키에 꼽슬머리에 백발 누가 봐도 할머니였다.


민식이는 모른 채 했다. 애초에 자신을 이리 만들어 둔 장본인인데 누가 만나고 싶어 하겠는가


하지만 손을 흔들며 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왔다.


‘민식아.. 어디 있었어.. 할미가 걱정했는데..’


다들 운동을 하다 말고 시선이 집중되었다. 그 작은 두 손으로 민식이의 도복을 잡았다.


‘아니 시발 할머니 왜 오신 거에요? 도대체 왜?’


크게 소리쳤다. 딱히 화낼 일은 아니었지만 갑자기 올라오는 감정에 주체를 못 하고 폭언을 내뱉었다.


치매다. 그것도 매우 심하게 얼굴을 못 알아볼 뿐만 아니라 자신의 이름 그리고 죽은 할아버지의 얼굴까지 잊어버린다.


‘이럴 줄 알았으면 뭐 멀리 있는 요양원에 처박아두는 건데’


한마디로 말해 짜증이 났다. 유도장까지 와서 행패를 부린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했다.


‘도대체 얼마나 뺏어 가야 속이 훤할 거 같아요?’


밖으로 밀어냈다. 신발을 신지도 않은 채로, 발에 뭐가 묻던 상관하지 않고 그저 앞으로 밀어냈다.


위에 입고 있던 도복을 안에 집어 던지고는 주머니에 만 원짜리 지폐 한 장을 쑤셔 박았다. 이제는 지쳤다. 너무나도 힘들었다.


체육관과 멀리 떨어진 곳에서 좁디좁은 두 어깨를 손으로 움켜쥐었다. 얼굴에 대고 크게 소리쳤다. 근처에 있으면 고막이 찢어질 거 같았다.


‘제발 제발 제발 제발..’


‘제발!’


‘시발 그만 하세요.. 제발..’


얼굴에는 당황한 기색이 보였다. 할 말은 산더미처럼 있지만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알았다.. 할미는 가본다..’


‘빨리 가세요.’


뒷짐을 지고는 학교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정말 초라해 보였다. 흥분해 있는 민식이 눈에는 그저 악마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후우..’


크게 한숨을 쉬었다. 다시 체육관으로 들어갔을 때는 조용한 분위기가 흐르고 있었고 서로 이도 저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너희 뭘 보고 있냐’


‘운동해라 너희는’


‘민식이는 이리 와보고’


김현민은 손짓을 했다. 던졌던 도복은 구석에 박혀 있었다.


따라 들어간 곳은 운동 기구들이 가득한 창고 먼지가 수북하게 쌓인 걸 보면 아마 한동안 누구도 들어오지 않은 거 같았다.


‘죄송합니다.’


고개를 숙였다. 이런 상황을 만든 것에 당연히 사죄하는 건 당연한 일


‘아니 뭐 사과할 거는 아니고’


‘쌓인 게 많은 거 같던데’


‘내가 말하고 싶은 거는’


앉아 있던 민식이의 다리를 들어 올리며 도복을 걷어냈다. 봉합된 부위는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상황


‘으응..’


앓는 소리 아프다는 뜻이겠지


김현민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다리’


‘대회까지 버틸 수는 있겠냐’


얼굴을 쳐다봤다. 불가능하다고 말하기는 힘들지만, 평소보다 힘이 몇 배정도 필요할 것이다. 유도는 잠시 동안 하지 않고 웨이트 위주로 운동을 해야겠지


대회가 일주일 남은 보디빌더에게 계속해서 케이크를 입에 쑤셔 박는 거나 다름없다.


‘뭐 어쩔 수 없죠’


보여주었던 다리에 붕대를 감고는 일어났다. 욱신거리기 시작했지만, 창고의 문을 열고 다시 나갔다.


‘그러면 이야기 다 끝난 거죠?’


‘마저 하러 갈게요.’


웃었다. 곤란한 상황을 피하기에 아주 좋은 수단 김현민은 그대로 누워버렸다. 그리고는 자신의 팔을 걷었다.


용 문신이 어깨를 타고 내려온 것이 보였다. 자세히 보면 짧은 선이 보였다. 흉터이다. 문신으로 어느 정도 가리려고는 한 거 같지만 명백한 흉터이다.


‘민식아 너도냐’


스포츠에서 다리는 심장이라고 할 수 있다. 팔이면 몰라도 하체 부분에 상처가 생기면 선수로써 그보다 더한 고통은 없다.


민식이는 양손에 덤벨을 들고 앉았다.


한 손에 30kg 들고 서 있기만 해도 버거울 정도의 무게, 그걸 누운 상태로 들어 올렸다.


‘힘은 좋네’


헛웃음이 나왔다. 그래도 저리 버텨준다는 거만으로 든든하다. 옛날부터 지켜봐 왔지만 옛날 모습 그대로 바뀌지 않은 거 같았다.


‘열심히 해라’


듣지도 못했는지 계속해서 운동을 하고 있다. 복근은 따로 하지 않았다. 유도하는데 중심이 되는 운동 허리를 위주로 진행하였다.


지칠 법도 한 데 저리 열심히 하고 있다. 마음은 꽤 독하게 먹은 듯하다. 저 정도면 아마 괜찮을 거 같다.


바닥에 굴러다니는 쓰레기나 줍고 다녔다. 청소부도 있지만 운동하다가 생기는 먼지나 쓰레기들이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운동하고 나면 대략 10분 정도의 쉬는 시간이 주어진다. 빡세게 굴렸으니 그에 맞는 보상이라도 해줘야 불평불만이 나오지 않는다.


땀이 미친 듯이 나는 건 기본이고 팔이 부들부들 떨리는 지경까지 온 학생도 있다.


칭찬해주면 안된다. 물론 잘한 건 맞다. 하지만 계속해서 칭찬하다 보면 풀어지고 어느새 건성으로 임하는 모습까지 보여주기도 한다.


신학고등학교에서 좋은 선수들이 배출되는 것도 다 이유가 있다.


남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방식도 있지만, 학생들의 마인드 컨트롤 심적으로 가장 힘들 때인 지금 10대


몸을 키워 근육을 커지게 하는 것이 아닌 자신의 멘탈이 어디까지 버텨주냐에 따라 운동의 질이 달라진다.


민식이 또한 그렇다. 힘, 스피드, 반사신경 모든 면에서 달린다.


하지만 지금 보면 어떤가 운동을 시작한 지 몇 달밖에 지나지 않았다. 천재라고도 할 수 있지만, 근처 코치들의 지극히 보살펴준 정성


김현민의 관심 그리고 도움 겨우 이런 거로 예선전 1위를 차지하였다. 처음에 들어왔을 때는 다들 무리라고 말하였다.


운동을 안 한 지 3년 집에서 혼자 몸을 만들었다고 메꿀 수 있는 차이가 아니다.


민식이가 코치들을 어떻게 생각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김현민은 그가 사라졌을 때 3년이나 찾아다녔다. 아무런 소식도 정보도 없었다. 그렇기에 더욱더 고단했을 터


단지 한 곳만 보고 찾아다녔다. 아마 애절했겠지 눈앞에 보물이 있는데 한순간에 사라졌다니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고


‘잠시 나가볼게’


김현민은 코치들에게 손사래를 쳤다. 조용히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이 달아오른 분위기 놓치고 싶지 않으니까



주머니에 손을 넣고는 뭔가 까먹은 듯 혼잣말을 하였다.


‘말레 다 떨어졌나?’


‘아 맞다 그전에 끊는다고 버렸지..’


그저 한숨만 내뱉었다. 근처 편의점을 들르다가 마주친 민식이. 손가락에는 담배 한 개비를 끼고 있었다.


거기에서 담뱃갑을 꺼내어 다 찢어버렸다. 물론 김현민 자신의 것을 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중요한 시기에 피는 건 용납할 수 없었다.


‘나도 안 할 테니까 너도 찢어버려라’


그 자리에서 그 한마디 하고는 자리를 떴다. 지금 피고 있는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 한번 믿어보겠다 하였다.


널브러져 있는 죄 없는 작은 조약돌만 발로 걷어차면서 운동장의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언제 지칠지 모르는 체력들 부럽다고 하면 부럽다고 할 수 있다.


모두 운동 중이고 딱히 알려줄 것도 없다. 많은 코치가 안에 들어서 있으니 이미 그 수는 넘쳐흐르고 있었다.


‘바람 좀 쐬고 들어가야겠다.’


‘그래도 말은 해야겠지’


‘말좀 이쁘게 하라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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