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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도로 씹어먹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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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0.07.16 22:03
최근연재일 :
2020.09.23 20:00
연재수 :
4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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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73,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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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7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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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20화

DUMMY

토요일에는 체력 훈련을 한다.


장기전으로 가면 갈수록 불리해지니 어떻게 보면 민식이에게는 좋은 훈련이다. 하지만 휴일에는 학생들을 생각해서 운동을 조금만 한다.


전부 끝내고 집에 와서는 딱히 할만한 일이 없다. 체력 훈련도 조금 했으니 기가 차지 않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하다. 그렇게 딱딱한 바닥 위에 누워서는 천장을 바라보았다.


‘여보세요.’


핸드폰을 켜고는 김현민에게 바로 전화했다. 헤어진 지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곧바로 전화를 받았다.


‘그래 민식이 왜’


‘심심하냐’


그렇게 해서 찾아간 게 선수촌


‘근대 코치님 연락은 하시고 가시는 거예요?’


‘..’


‘아니’


‘뭐 전에 여기서 생활했으니까 받아주겠지’


그렇게 웃으면서 차를 타고 선수촌으로 향했다. 교통체증 때문에 길이 계속해서 막혔다. 그전에 택시를 타고 갔을 때 보다 오래 걸리는 거 같았다.


그때 ‘알아서 가라’라고 왜 했는지 알 거 같다.


도착했을 때에는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추운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차갑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그 전이랑 많이 달라졌네’


‘원래 이쪽에 웨이트실 있었는데’


안으로 들어오고 나서는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거의 10년을 여기서 살다시피 했으니, 마치 고향에 돌아온 느낌이 들었을 것이다.


안으로 천천히 들어가자 멀리서 민소매를 입고 있는 남자가 보였다. 민식이가 있는 쪽도 발견했는지 빠른 걸음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아니 형 여기는 왜 왔어?’


‘연락도 없이’


당연한 놀랄 것이다. 아무 말도 소식도 없이 왔으니 그러자 김현민은 웃으며 대답해 주었다.


‘뭐 전화하면 쉬는 날이어서 거절할 게 뻔한데’


어깨에 손을 올렸다.


‘내 제자가 심심하덴다.’


‘좀 가르쳐줘라’


그리 말하고서는 민식이의 등을 밀었다. 겉모습은 그전과 달라진 게 없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각진 몸이 부각되었다.


‘후우..’


크게 한숨을 쉬었다. 잠겨있던 유도장 문을 열고는 들어갔다.


‘목도 아픈데 형까지 그럴 거야?’


김진현은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곧바로 찾아온 거는 헤비급의 김성환 국가대표가 된 지 얼마 안됐지만 당당히 선발전에서 순위권에 들어 현역으로 뛰고 있는 선수이다.


‘안녕하십니까’


김현민에게 깍듯이 인사를 하였다. 부담스러웠는지 웃으면서 손짓을 했다.


‘에이 내가 깡패도 아니고’


‘고개 들어라’


‘일단 안으로 들어가자’


문을 열었다. 안에는 그전에 왔을 때랑 별반 달라진 게 없었다. 김현민은 바닥을 한번 발로 쓸었다.


‘진짜 오랜만이네’


은퇴한 지 대략 9년이 지났다. 그 뒤로부터 한 번도 여기 매트에 발을 올린 적도 없으니 오랜만에 보고 싶은 여인을 만난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뭐부터 할까’


‘뭐야 생각 안 해왔어?’


김진현은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그리고는 가방에서 모래주머니를 꺼내었다. 그전에 봤던 거랑 비슷했지만 무게는 2kg짜리 였다.


‘그래도 성환이가 국대이긴 한데’


‘스피드는 네가 더 빠르다.’


민식이의 양발에 모래주머니를 달아주었다.


‘그걸로 시합해라’


터무니없는 조건 조용히 고개만 끄덕이기만 하였다. 학교에서 했던 체력 훈련이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확실히 발이 무거워졌다.


모래주머니를 단 것도 있는데 그냥 발이 무거웠다. 다리와 허리 중심으로 운동을 진행하였으니


준비운동은 필요 없다. 몸은 풀대로 많이 풀었다.


그저 가지고 온 도복을 갈아입었다. 몸이 불은 느낌은 기분 탓인가 김진현과 몸에 그리 큰 차이는 없었다.


‘시작해라’


작은 목소리로 말했지만 큰 유도 장안에 울려 퍼져 귀에 들어오기에는 충분하였다.


민식이는 자세를 낮췄지만, 김성환은 자세를 낮추지 않고 천천히 다가왔다. 민식이는 저런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왜 똑같이 자세를 낮추지 않는 거지?’


‘이렇게 되는데’


민식이는 안 뒤축을 들어왔다. 낮은 자세를 이용하여 깊이 파고들었다. 발에 달고 있었던 모래주머니 덕분에 묵직하게 들어오는 것이 가능했다.


상대방은 굳건하게 버티고 있었다. 국가를 대표하는 선수 명단에 자신의 이름이 올라간 지 얼마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운동계에서 일류라고 불리는 용인대생에다 당당히 선발전에 순위권 안에 든 사람 중에 하나이다.


왼쪽 다리만으로 버티고 있었다. 되치기하려고 왼쪽으로 몸을 틀었다. 그 덕에 묶여있던 민식이를 떼어낸 게 가능하였다.


그 동시에 등 뒤를 잡혀 버렸다. 이름표 부분을 잡아낼 정도로 긴 팔에다 놓지 않는 악력을 자랑했다.


‘존나 빠르네’


생각하는 게 너무 빠르다. 다음에 들어가는 건 허리기술이나 발기술 버티는 거밖에 생각나지 않았다. 근육이 경직되었다.


‘민식아 빠져나와라!’


김현민은 소리쳤다. 확실히 저 상태에서는 상대방의 기술을 받아내는 거밖에 되지 않는다. 왼쪽 손으로 상대방의 소매깃을 아래로 온 힘을 다해 짓눌렀다.


결국 잡았던 뒤 깃을 놓아주었다.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던 모래주머니는 계속하다 보니 엄청난 짐이 되었다.


자신의 몸무게에 어림잡아 20분의 1 정도 되는 무게를 달고 있는 거뿐인데 이리 힘들 줄 몰랐다.


‘천천히 천천히’


‘많이 했잖아 무거운 애들이랑’


‘급하게 하지 말고’


민식이는 도복을 고쳐 입었다. 확실히 헤비급이랑 경기를 많이 진행했다.


아까 생각해 보면 아무 생각 없이 자세만 보고 그저 안 뒤 축을 들어갔다. 당연히 버틸 것을 예상했으면서


짧은 시간이지만 많은 걸 알아냈다.


등은 굽어 있었고 엉덩이는 빠져 있음과 동시에 팔에는 힘이 들어가 있었다. 힘으로 진행하겠다는 사람들의 흔한 자세이다.


국대여도 바뀌지 않은 거 같다.


‘갑니다.’


민식이는 뭔가 생각해냈는지 다시 바로 입자마다 들어갔다. 이번에는 기술을 먼저 걸려고 하지 않고 멀리서 지켜보고 있었다.


아까와 같은 상황이 만들어지기 쉬웠다.


먼저 선제권을 잡아낸 것은 이상하게도 민식이, 양쪽 소매를 잡아냈다. 모든 헤비급을 상대할 때 당연한 거지만 소매를 못 잡게 죽여놓았다.


예상대로 엉덩이를 빼고 있었다. 다리와 팔에는 힘을 꽉 준 채 이 상황일 때 들어가기 딱 좋은 기술이 하나 있다.


민식이는 두 손으로 소매를 잡고 있는 상태로 오른 다리를 바닥에 찍으면서 훼이크를 주었다. 더욱더 경직된 이 상황


‘흐읍’


소매 업어치기


민식이는 두 발에 모래주머니가 달리지 않는 거와 같은 스피드를 내며 들어갔다. 제정비 할 시간도 없었다.


중심을 잡지 못하는 상황에서 민식이에게 결국 다리를 내어 주었다.


“탕”


경쾌한 소리였다. 마치 3층에서 쌀 포대를 밖으로 던지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한판..’


김현민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웃으면서 손가락 하나를 위로 올렸다. 김진현도 놀랐는지 눈을 떼지 못 하였다.


같은 체급인 신재혁과 김혜성에게 그게 먹힐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헤비급에는 먹힌다는 게 증명되었다.


‘이야 민식이 언제 그리 연습했어.’


민식이에게 다가가 머리를 만졌다. 정말 기뻐하는 거 같았다. 저절로 미소가 번졌다. 반대로 김성환은 쉽게 얼굴을 피지 못하였다.


‘내가 잘못 본 게 아니라니까’


‘연습 많이 했나 보네’


‘타이밍이랑 힘 거기다가 모래주머니..’


‘잘했네 방금은’


‘넌 연습이나 해라 밥 좀 그만 먹고’


민식이를 칭찬했다. 고등학생이 용인대생 거기다가 국가대표를 저리 넘겼으니 칭찬을 아끼지 않으면 안 되지


대회를 하기 전에 가장 큰 쾌거라고 하면 말할 만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김진현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리를 가볍게 털고는 발을 굴렀다.


‘너 다쳤다며 빨리 앉아라. 그냥’


‘거의 다 나았어.’


‘그리고 쟤처럼 넘어가지는 않아’


김성환은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기분이 나쁠 수도 있겠지만 사실이니 뭐라고 반박해야 할지 모르겠다.


‘좀 쉬고 할 거냐’


민식이는 모래주머니를 풀었다. 그러고서는 발목을 돌리며 입을 열었다.


‘바로 하죠’


김현민은 한숨을 쉬었다. 자리에 등을 기대며 앉으며 시합을 지켜보기로 했다.


‘알아서 해라’


서로 자세를 낮추었다. 비슷한 몸무게여서 그런지 재밌는 시합이 될 거 같다.


김진현이 입고 있는 아디다스 도복 두꺼우면서도 상대방이 잡기 힘든 좋은 도복이다. 단점이 있다면 조금 비싸다.


‘오랴!’


파고들었다. 공격적인 스타일 하지만 기술 하나하나에 힘이 담겨 있었다. 거기다가 스피드까지 탑재되어 있으니 약점이 없는 거 처럼 보였다.


아까 김성환과는 달리 공격적이면서도 틈을 보여주지 않았다. 얼마 전 다쳐서 몸을 앓아누운 사람이 맞나 싶기도 하다.


시합 중에 계속해서 웃는 거는 즐거워서인지 모르겠다. 장난치는 것처럼 느껴졌다.


밭다리를 들어가려고 했지만 반대로 되치기 허벅다리를 들어가려고 했지만, 뒤로 쭉 빼고 있었다.

그러다가 타이밍을 봐서 한 번에 들어온다.


‘전부 예상하고 있네’


유도를 많이 해본 사람은 대충 예상이 간다. 다리의 위치와 잡고 있는 손 위치에 따라서 무슨 기술을 걸지


그러다가 자신의 유리한 위치와 정확하게 넘길 수 있는 타이밍이 오면 그때 들어온다.


어떻게 보면 야비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 것 또한 유도를 하는 방법의 하나다.


김진현은 밭다리를 걸었다. 예상외로 민식이는 힘으로 버텨냈다.


‘민식이 잘 막네’


얼굴에 미소가 활짝 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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