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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도로 씹어먹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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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0.07.16 22:03
최근연재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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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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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화

DUMMY

민식이의 이름을 부른 거는 다름 아닌 신경식


안경을 쓰고 모자를 둘러썼지만, 특유의 넓은 어깨와 걸걸한 목소리 먼저 말 걸어 오는 거부터 신경식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손에 쥐고 있었던 우유 팩을 내려놓고 인사를 하였다.


‘마트는 왜 온 거야’


‘장 보러 왔습니다.’


딱히 할 말도 없고 평범하게 이야기를 진행해 나갔다. 내려두었던 물건들을 다시 집었다.


‘그래서 운동은 잘 돼가?’


계산대 앞에 물건을 올려 두며 말을 했다.


‘네?’


빗소리 때문에 목소리가 묻혀 버렸다. 민식이는 되물었다.


‘잘하고 있냐고 운동’


카드를 긁으며 더욱더 큰 소리로 말을 해주었다.


‘뭐 내가 신경 쓸 일은 아니지만’


‘시키는 거만 잘해라’


‘그럼 우리 재혁이도 이길 수 있을지도 모르겠으니까’


‘넵 알겠습니다.’


그리 말을 하고는 밖으로 나가 우산을 폈다. 자신의 몸에 대략 2배 정도 되는 장우산이었다.


‘그럼 가볼 게 운동 열심히 해라’


느긋한 듯 천천히 시장 밖으로 걸어갔다. 그전에도 그랬지만 언제봐도 느긋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다.


김현민과 있을 때와 같이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잇따라 민식이도 우산을 피고는 집으로 향하였다.


슬리퍼를 신은 탓인지 발은 이미 온통 젖었고 바람이 강하게 부는 바람에 상의를 제외한 모든 부위가 전부 축축해졌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샤워를 하였고 비 때문에 젖은 바닥을 다시 한번 닦아 주었다.


씻고 나오니 피곤함이 한 번에 몰려오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피곤하였고 때로는 쓰러질 것 같았다.


운동을 시작하고 나서 상태가 이만저만이 아닌 거 같았다. 이불과 배게 하나밖에 없어 결국 맨바닥에서 다시 잠을 청했다.


습한 공기 때문에 더운 날씨는 더욱더 덥게 느껴졌다.


일어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아무리 생각하기에 잠보다 더 나은 휴식은 없는 거 같다.


딱히 베고 잘 것은 없었지만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옆에 틀어둔 선풍기 바람이 더운 날씨를 조금이나마 막아주었다.



..



일어났을 때는 평소보다 상쾌한 기분으로 아침을 맞이할 수 있었다.


풀리지 않을 거 같던 날씨도 기다렸다는 듯 눈이 아플 정도로 강한 햇볕이 찾아왔다. 마르지 않을 거 같던 이불도 마르기 시작했다.


현관 맞은편에 있는 옷걸이 걸어두었던 교복을 확인하고 나서야 아침을 먹을 수 있었다.


어제 사 온 사과 2개를 씻고 하나를 입에 넣으며 핸드폰으로 시간과 운동 일정을 확인하였다.


일어나고 대충 10분 뒤 김현민은 ‘오늘은 못 나온다. 안 볼 때도 제대로 해라’라며 문자를 남겨 주었다.



나머지 하나는 가방에 넣어 학교에 가지고 갔다. 잠은 대략 20시간 이상 피곤함에 찌들던 몸도 본래 힘을 되찾았다고 볼 수 있다.


갑자기 문뜩 생각이 들었다.


나이를 먹고서는 철저한 몸과 식단을 관리하고 있고 현역에도 밀리지 않을 근 밀도를 가지고 있는 김현민


그러기에 아프다는 말이 어색할 정도로 건강한 사람이 무슨 일이 있기에 못 나온다고 하는 것인가 궁금했다.


문자로 물어보기에는 너무 단답형으로 말을 하였다. 만약 병원이라도 있으니 전화하면 민폐라고 생각했다.


결국 전화하는 건 그만뒀다.


멍 때리며 걷고 있을 때쯤 학교에 도착하였다. 아무도 없어 너무 이른 시간에 온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가방에 항상 넣고 다니는 도복을 만지며 멍을 때렸다. 시간이 지나자 선생님 그리고 친구들도 서서히 오기 시작했다.


그 뒤로는 평범하게 수업을 진행하였다. 뭐라 하지 못 알아 듣지만 ‘필기라도 해두면 좋다.’ 말을 들은 적이 있어 그 뒤로부터 열심히 볼펜으로 교과서를 끄적였다.


깨어있는 것도 힘든데 필기까지 하다니 상상 이상으로 힘들었다.


시간이 지나자 3교시가 찾아왔다. 늘 일상처럼 가방을 메고 남들보다 먼저 밖으로 나와 체육관으로 향했다.


‘민식이 왔냐’


도착했을 때는 모두 도착하고 몇몇은 몸을 풀고 있었다. 맨날 지각하던 김혜성도 요즘에는 일찍 나와 미리 운동한다고 한다.


불만이 있던 코치들도 나아진 모습을 보고는 만족하는 걸 볼 수 있었다.


주장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가운데에 서서 준비 운동을 시작하였다.


다음 주에 갑자기 생긴 예선전에 정작 대회는 시작하지 않았지만 긴장한 모습이 종종 보였다.


대회라고 한들 전국에 얼굴을 알릴 선수들이니 사실상 나가는 선수는 여기 고등학교에서는 많지 않다.


원래 쉬는 날이라고 지정해 두었던 일요일도 이번 주 만큼은 나가기로 되어 있다.


‘어휴 더럽게 힘들겠네’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신재혁에게 넘어갔을 때 정도는 아니지만, 코치들도 기합이 들어갔으니 조심하며 행동해야 한다.


아까부터 김혜성의 시선이 느껴졌다. 아마 그전에 집으로 찾아와서 나눈 말들은 진심인 거 같았다.


예선전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장난기 많던 평소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저 왔습니다.’


김현민이 왔다. 진짜 몸이라도 아픈 듯 안색이 정말 좋지 않았다. 가슴에 칼이라도 찔린 듯한 얼굴이었다.


‘형 오늘 쉰다며 왜 왔어’


여러 코치가 김현민을 챙겨주기 시작했다. 문 바로 옆에 있는 기둥을 등지고 앉았다.


‘하던 거 해라 좀 쉬고 봐줄 테니까’


학생들에게 작게 말을 하였다. 바로 옆에 있었던 코치들은 목에 힘을 주어 더욱더 크게 말하였다.


‘빨리빨리 해라 새끼들아!’


다시 운동을 재개 하였다.


요즘 대회 때문에 사람들이 예민한 것인지 아니면 진짜 상태가 좋지 않은 건지 모르겠다.


어제 신경식이 말했던 ‘시키는 거만 잘해’ 라는 말이 생각났다. 일단 지금 하고 있는 것에 집중해야겠다.


항상 그런 거처럼 김혜성과 민식이를 붙여두었다.


‘너 코치님 왜 저런 거 알고있냐?’


그 말을 듣고는 표정이 굳어졌다. 한숨을 크게 쉬고는 부딪치기를 계속해서 진행했다.


‘좀 그런 거다’


‘물어보지는 마라. 진짜로 친하다고 해도 하지 마’


‘아..’


무슨 일이지는 아직도 짐작이 가지 않았다. 하지만 ‘물어보면 안된다.’ 라는 것쯤을 알 수 있었다.


그 뒤로 입을 꾹 다물고 운동에 임했다. 몸을 어느 정도 풀었다고 생각했는지 곧바로 자유연습을 진행하였다.


각자 다른 체급의 학생을 잡고 연습을 하였다. 체급이 낮으면 높은 학생과 시합을, 높은 학생들은 낮은 학생들과 진행하는 대신 몇몇 기술을 제한하고 시합을 하였다.


‘후읍!’


민식이는 허벅다리를 차올렸다. 잠시 동안 무중력이라도 된 듯 30kg 라는 차이를 무시하고 한 바퀴를 돌려 버렸다.


김현민은 상태는 안 좋았지만 민식이의 시합을 계속해서 지켜봤다.


다음은 김혜성과의 시합 서로 수 많은 시합을 해왔다. 무슨 기술이 들어올지 어떻게 방어하면 되는지 알았기에 양쪽 넘기지 못하는 상황이 나왔다.


마지막 10초가 남았을 때 김혜성은 있는 힘을 다해 무릎 꿇어 업어치기를 들어왔다. 도복에 살이 쓸렸지만 상관하지 않고 계속해서 들어왔다.


하지만 알고 있다는 듯 공중에서 돌아버렸다. 그렇게 해서 시합이 끝나버렸다.


둘이 서 있지도 못하고 엎드려 숨을 고르고 있었다.


‘더럽게.. 안 넘어가네..’


헐떡 거리며 김혜성을 말을 하였다. 민식이는 살짝 웃음을 지으며 일어났다.


잠시동안 이어지는 쉬는 시간 김현민의 표정은 아직도 마음에 걸린다. 와서 지금까지 시합을 진행할 때 빼고는 바닥을 바라보고 있다.


솔직히 말하면 민식이는 분위기를 읽지 못하는 편이고 눈치가 없는 편이다. 좋았던 분위기도 깨는 경우가 없지 않아 있다.


자신을 누구보다 더욱더 잘 알기에 말을 걸지 못하겠다. 그래도 옆에 같이 앉는 건 괜찮다고 생각했는지 천천히 김현민 곁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민식아 이리 와 봐라’


한결 같이 빨간 점퍼를 입고 있던 코치가 민식이를 불렀다.


‘저기서 이야기하자 할 말이 있다.’


뜨거운 햇볕이 눈앞을 가렸지만 그보다 더욱더 뜨거운 주먹이 민식이는 기다리고 있었다.


‘에이 눈치 없는 놈’


‘서먹서먹한 분위기 보면 모르겠냐 전부 조용히 있는 거 보이잖아 너도’


민식이는 쥐어박힌 머리를 한 손으로 만지며 코치에게 물어봤다. 그전에 차를 타고 있는 상태에서 만날 때도 어딘가 급한 듯 보였던 게 생각났다.


‘도대체 무슨 일인데.. 혜성이도 말을 안 해서 뭐가 뭔지 모르죠 저는’


표정이 굳어졌다. 더운 날씨도 차갑게 변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여의셨다.’


‘그게 무슨 말이죠’


한심한 눈으로 민식이를 쳐다보았다. 말을 풀어서 다시 한번 말해주었다.


‘돌아가셨다. 현민이 형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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