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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부자

사이보그 딸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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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별부자
작품등록일 :
2024.06.16 16:58
최근연재일 :
2024.06.28 01:00
연재수 :
9 회
조회수 :
258
추천수 :
1
글자수 :
58,005

작성
24.06.25 01:00
조회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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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
11쪽

#6. 사이보그 딸이 생겼다!

DUMMY

“야 야!

너 똑바로 말 안 하냐?

한국말은 하나도 못한다면서···

밥 달라는 말은 이렇게 잘하냐?

너 여기 뭐 밥 먹으러 왔어?”


“이거 범죄자 인권 너무 침해하는 거 아님까?”


“아 놔···

아는 단어가 ‘밥’ 하고 ‘범죄자 인권’ 딱 이거 두 개냐?”


하루만에 다시 찾은 영등포경찰서 강력3팀 사무실은···

그 특유의 퀴퀴한 향기만 유지한 체 생 난장판으로 바뀌어 있다.

강력범죄 발생률 전국 탑자리를 경쟁하는 영등포경찰서지만···

열악한 이곳 근무환경은 이렇게 비좁은 컨테이너 사무실에서 복작대는 게 현실이다.


“아니! 반장님!

이제야 오시면 어떻 해요?

어? 면 사장은 또 어떻게?”


지금껏 조선족 퍽치기 놈들이랑 조서 앞에 두고 씨름하던 박우람 형사가 나를 반겨주다가···

몇 년 만에 이곳에 다시 끌려온 면 사장을 보더니 의아해 한다.


“아! 경찰서 들어오는데···

오랜만에 보이길래 내가 연행 좀 해 왔어.

면 사장!

일단 저기!

저 유치장에 들어가 있어!”


“넵!”


내가 손가락으로 가리키자···

면 사장이 오랜만에 고향으로 돌아온 것 마냥 스스로 유유히 유치장에 걸어 들어간다.


비좁은 유치장 안엔···

지금은 조사를 받지 않고 있는 퍽치기 일당 두 놈이 들어 있는 게 보인다.


“짝짝!”


“이보게 형사님들!

벌써 저녁시간도 다 지나가는데···

오랜만에 고기나 좀 먹고 올까?”


도떼기시장처럼 그야말로 아수라장이던 사무실이···

내 입밖으로 튀어나온 ‘고기’ 란 단어 한 마디에···

순식간 고요해 진다.


“에이~~~반장님!

갑자기 왜 이러세요?

지금 수사활동비 다 떨어졌어요!”


박우람이 나에게 다가오며 손을 절레절레 흔들어 말린다.


그렇다!

나는 경력 11년차 베테랑 형사지만...

이미 어머니 병원비 때문에 이 곳 동료들에겐 신용불량자로 낙인 찍혀 있던 몸.


이런 내가 고기를 사주겠다니까···

모두들 저렇게 이상한 눈으로 쳐다 본다.


그래도···

일단 ‘고기’ 란 단어가 튀어나오자···

‘파블로프의 ㄱ새끼들’ 처럼···

한동안 이성이 마비되면서 군침을 흘리기 시작한다.


“내가 오랜만에 돈이란 게 좀 생겼거든?

그래서 네 놈들에게 고기 좀 사줄라 그런다!

왜?

내 돈은 싫으냐?

싫으면 말고···”


“지, 진짜요?”


“자, 잠깐만!

나 지금 퍽치기 당한 거 아니지?

탁 반장님이 쏘는 고기라니···

이게 이게 진짜 현실이란 말인가?”


이렇게 내 돈으로 동료들 회식을 쏘는 것도···

거의 5년만인가?

하도 까마득해서 언제쯤이 였는지 기억조차 희미하다.


“일단 이 놈들 모두 유치장에 넣어 놓고···

고기나 실컷 먹고 오자.”


“꺄오~!

내가 죽기 전에 탁 반장님이 쏘는 고기를 먹게 될 줄이야!

어디 식당으로 갈까요?

싼마이대패 집으로 갈까요?”


“야! 야!

뭔 싼마이는···

낙원갈비 가서 너희들 먼저 맘껏 먹고 있어.

나는 과장님 잠깐 뵙고 바로 갈 테니까···”


“네엨??

낙원갈비요?

반장님 설마 진짜 로또 되신 거?”


덩치는 곰 만한 놈들이 크리스마스 선물 받은 개구장이들 마냥···

흥분을 주체하지 못한다.

하긴 뭐···

맨날 순대국밥에 소주 한잔이 유일한 낙이던 이놈들에게···

갑자기 한우 회식이라니···

이런 반응도 어느정도 이해할 순 있지만···


점점 더 기피직종으로 추락하고 있는···

이 형사라는 직업의 열악함에···

새삼 씁쓸한 미소가 지어진다.


“우리들도 따라가면 안 되겠슴꽈?”


“야이! 새끼들이 한국말 못한다던 놈들이···

우리 말 다 알아듣고 있었네!

네놈들 데려가서 같이 고기 먹다가 퍽치기 당할 일 있냐?”


“내가 소고기 냄새 잔뜩 옷에 베어 가지고 와서···

다시 조서 쓸 때 괴롭혀 주마!”


자신들은 한국말 하나도 못한다면서···

무제한 묵비권 행사하던 조선족 퍽치기 놈들이···

유치장 안에서 군침을 질질 흘린다.


지금 이렇게 경찰서에 끌려와 취조를 당하고는 있지만···

저 조선족 놈들 하나하나가 모두 여간 내기들이 아니다.


영화 ‘범행도시’ 에서는 ‘진실의 방’ 으로 끌고 가···

속 시원하게 아작을 내버리는 장면이 있지만···

그건 그저 영화일 뿐···

실제는 끊임없이 깐족대는 저 놈들에게 울화통이 터져 화병 나기 일수다.


게다가 어찌나 교활한지···

취조하다 보면 내가 취조를 하고 있는 건지···

저 놈들에게 당하고 있는 건지 헷갈리기 십상이고 말이다.


더 열 받는 건···

범죄자 인권을 더 걱정하고 있는 이 나라의 이상한 법률에 빠싹 하다는 사실이다.


나는 진짜 형사가 되면···

범인 잡는데 100퍼센트의 에너지가 소모될 줄 알았는데···

실상은 저런 교활한 놈들에게서 자백 받아내는데···

내 형사 생활의 절반이 넘게 녹아 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당직 순경에게 유치장을 부탁하고···

형사들은 신나게 갈비집으로, 나는 형사과장실로 향한다.


“야! 지금 집중단속 기간 막바지인데···

실적도 꼴등인 주제에, 어디서 농땡이 피우다가 이제 들어오냐? 앙?”


역시나 내 얼굴 보자마자 방방 뛰기 시작하는 우리 방순흠 형사 1 과장님!

원래 성격도 다혈질이었는데···

지금 같은 집중단속 기간엔 그 짜증을 세 배정도 내는 것 같다.


“저 경찰 그만두겠습니다.”


“이런···뭐?

너 지금 뭐 라 그랬냐?

뭘 그만 둔다고?”


“쾅!”


“아이쿠!!”


방순흠 과장도 어지간히 놀란 건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다가···

책상 모서리에 자기 허벅지를 쾅 하고 찍는다.


“과장님!

괜찮으세요?”


나도 놀라 달려갔는데···

어찌나 세게 찍었는지 방 과장 눈가에 눈물이 핑 돌고 있는 게 보인다.


“야이! 놈아!

너 때문에 아이고···”


“아! 이런···

죄송합니다.”


하긴···

평소에 아무리 갈궈도 군소리 한번 없던 내가···

갑자기 ‘그만두겠다’고 하니, 방 과장도 놀랄 수 밖에···


“끄응···

내 자리가 오늘 내일 하고 있는데···

네가 내 다리까지 이렇게 작살을 내주는 구나···

그, 그래···

왜 그만두겠다는 건데?”


소파에 앉는 그의 이마에 진땀이 송글송글 보인다.


“과장님!

이거 정말 죄송하게 되었지만···

지금부터 진짜 진솔하게 말씀드릴 게요.”


언제나 나에게 왕왕 짖어대던 방 과장의 저 아픔이···

다소 고소하긴 하지만···

그의 고래 힘줄 같은 승진에 대한 열망을 알고 있기에···


나는 최대한 진중하게···

어젯밤부터 나에게 일어났던 일들을 얘기해 준다.


“뭐? 유산상속? 딸?

그게 지금 말이야 ㅂ구냐?”


어이가 없다.


차마 사이보그라고는 말할 수 없어서···

나연이를 입양 딸이라고 얘기해줬다지만···


우리 방 과장님께서는···

유산상속 얘기 때부터 팔짱을 끼기 시작하더니···

결국엔 하나도 믿지 못하겠다는 눈치다.


“그래서...

원하는 게 뭐야?

지금 팀장도 쓰러졌겠다.

사표가지고 이렇게 뗑깡 피우면···

뭐 라도 들어줄 줄 아는 거야? 앙?”


“아니! 과장님!

지금까지 제 얘기를 모두 거짓말이라고 들으신 거예요?

뗑깡이라뇨···

제가 과장님한테 뗑깡 피울 짬밥임미꽈?”


열불이 터져 오른다.

나도 모르게 앉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솔직히 ‘사이보그’ 얘기만 안 한 거 빼곤···

100% 진실만 말해줬는데···

이걸 몽땅 뗑깡으로 매도하다니···


평소 방 과장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그야말로 신랄하게 보여주는 답변이다.


하지만···

내가 이렇게 처음으로 자신에게 버럭 하자···


방 과장의 두 눈이 휘둥그래지면서···

마치 내가 어젯밤 그 ‘사이보그 인증쇼’를 처음 볼 때처럼···

벙 찐 표정으로 바뀐다.


원래 이 방 과장의 예상에는···


“죄송합니다.

저희 어머니 병세가 예상보다 더 안 좋아져 서요.

대신 오늘부터 풀 야근으로 메꾸겠습니다.

충성!”


내 대답이 당근 이거 였는데···


내가 벌떡 일어나 바락바락 열불을 내버리니···

저렇게 놀랄 수 밖에···


“하여간 저는···

드릴 말씀 다 드렸으니까···

사직서 결제 올릴 게요.

그동안···”


“자, 잠깐만···

너 이거 진짜구나?”


“감사했습니다.”


“진짜야? 찐짜?

자, 잠깐만···

야 이 놈아!

네가 지금 한 말이···

너는 너무 황당하다고 생각 안 하냐? 엉?

네가 밖에 나가서 아무나 붙잡고···

그 얘기 들려줘봐라.

누가 그걸 믿겠냐? 응?”


마치 떠나는 연인을 잡는 것처럼···

방을 나서려는 내 뒤에서 나를 끌어안고 생 난리다.


“진정 좀 해!

일단 진정 좀 하고···응?

근데 너 뭐 이렇게 힘이 쎄냐? 응?

뭐 벌써 좋은 거 많이 먹은 거야?”


다시 돌아서 보니···

방 과장이 진땀을 뻘뻘 흘리고 있다.

진정은 본인이 먼저 해야 할 것 같은데···


언제나 나에겐···

불같이 화만 내던 그 방 과장이···

끝까지 내 진심을 묵살해버리니까 나도 모르게 폭발했는데···


그러고 보니까···

이런 나도 나의 이런 변화가 신기하긴 하다.


이것도 결국···

돈의 힘인 것일까?


일단은···

내일까지 고민 좀 더 해보고···

다시 얘기하는 걸로 마무리했다.


뭐 그래봐야···

크게 달라질 건 없지만···


왜 그 자리에서 깔끔하게 마무리 짓지 않았냐구?


사실은 지금이···

우리 경찰들 세계에서는···

아주 중요한 ‘특별단속기간’ 중이기 때문이다.


이제···

2주정도 남았는데···

이 기간 동안의 단속실적으로···

올해 승진 여부가 사실상 판가름 난다.


경찰도 엄연한 계급사회···

특히나 경감 이상 간부급에서는···

한 계급 차이가 그야말로 천양지차다!


지금까지···

서울 경찰서 전체 실적 상황은···

강남 경찰서가 1위, 영등포경찰서는 3위다.


여기서 1위를 해야···

그나마 서장의 1계급 진급을 바라볼 수 있다.


경찰에서 서장의 1계급 진급은···

군대에서 별을 다는 것···

즉 장성이 되느냐, 마느냐의 기로다.


그러면 방 과장도 서장이 될 수도 있는 거고···


그래서 모두가 눈에 불을 켜고···

실적 쌓기에 혈안이 되는 것.


심지어···

몰래 범인들을 어디 숨겨뒀다가···

‘특별단속기간’에 슬쩍 꺼내 오는 경찰도 부지기수다.


이런 중차대한 시기에···

강력3팀에서 무려 반장인 내가 지금 이렇게 사직서를 던지는 건···


마치···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시즌이 시작되기 직전···

전격 은퇴를 선언하는 선발투수랄까?


만약에 내가 사직서를 결제 올리면···

그걸 바라보는 간부들의 눈에는 딱 그렇게 보일 것이다.


하필이면···

이런 시기에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 게 신기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어쩌겠는가?

내가 지금 경찰서에 사직서를 내는 건···


갑자기 내 수중에 쏟아진 돈보다는···

그야말로 전혀 예측조차 할 수 없는 저 사이보그 딸 때문인 것을 말이다.


어쨌든···

나는 그렇게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며 사의를 밝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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