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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공공 문고전

이세계에서 구조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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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공공
작품등록일 :
2021.12.25 21:14
최근연재일 :
2022.01.17 03:24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835
추천수 :
57
글자수 :
138,763

작성
22.01.07 20:42
조회
23
추천
3
글자
11쪽

너 진짜 고소장 날아오는 거 보고 싶어?

DUMMY

정체를 알 수 없는 기묘한 공간에 도착한 아랑기스는 영문을 알 수 없는 상황에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분명 처음 보는 공간이었지만 왠지 모를 익숙한 기분이 드는 곳이었다.


“분명 털 끝 하나도 못 건드리게 할 수 있다고 말했지?”


“뭣?!”


“어디 한 번 해봐. 진짜 그럴 수 있나 확인 좀 해보게.”


그러고 보니 빈사 상태가 되어 손 하나 까딱거리기 힘들었던 아랑기스의 몸은 어느새 움직이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는 상태까지 회복되었다. 그 뿐만이 아니라 이세계에서 전이하며 얻은 특성을 포함한 모든 능력이 고스란히 돌아와 있었다.


‘바보 같은 자식!’


다시 힘을 되찾은 아랑기스는 입가를 비릿하게 일그러뜨린 뒤 공기 속에 녹아든 듯 그대로 몸을 감추었다. 그것은 이세계에서 그를 암살의 제왕으로 만들어준 특수 능력인 ‘완전 은신’ 이었다.


이세계에서 쓰던 오리지널과 비교하자면 미흡하기 짝이 없는 능력만으로도 유령처럼 그의 흔적을 가려준 완전 은신은 본래의 힘을 되찾자 간만에 그 위력을 제대로 발휘하게 되었다.


“멍청한 자식, 오만함이 너의 목을 스스로 조르는구나.”


“...”


“오늘 네 놈을 죽이고 네가 돌려준 이 힘으로 더 많은 사람을 죽일 테다! 저승에서 네가 한 실수를 계속 후회해라!”


“...열 받는데 진짜 못 찾겠네.”


아랑기스의 말처럼 그의 뛰어난 은신 능력은 같은 공간에 있는 언수조차 탐지하지 못할 만큼 완벽하게 기척을 지워버렸다. 더구나 사방에서 윙윙대며 들리는 그의 목소리는 언수로 하여금 소리로 위치를 파악하는 것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지구에서 있었던 승기를 확신한 순간에 당한 기억을 떠올린 아랑기스는 이번에는 성급하게 행동하지 않고 조심스레 다가가기로 마음먹었다.


천천히...천천히... 드디어 언수와의 거리를 세 걸음 안 쪽으로 좁힌 순간 아랑기스의 눈에 언수의 탐스러운 목덜미가 들어왔다.


‘잘 가라, 건방진 동양인!’


힘차게 도약해 단번에 언수의 숨을 끊으려는 그 순간, 언수의 손이 움직였다.


“하아, 그래. 네가 이겼다.”


[퍽!]


“커헉!”


[퍼버버버벅-]


허공에서 나타난 수백 개의 망치들이 일제히 움직여 그들이 있는 공간의 전방위를 공격했다. 당연히 아랑기스가 서 있는 곳도 예외는 아니었고 그는 각양각색의 망치에 산 채로 온 몸을 가격당한 뒤 그대로 절명했다.


[털썩-]


“어? 거기에 있었구나.”


죽어서야 비로소 모습을 드러낸 아랑기스를 찾아낸 언수는 보고를 위해 그의 시체를 수습하러 다가갔다. 아랑기스는 언수보다 머리통 반 개 분 작은 왜소한 체구에 인디오의 피가 섞인 평범한 외모의 남자였다.


순박한 외모에 맞지 않게 일평생을 살인에 종사한 그는 죽기 전 엄청난 격통을 겪었는지 잔뜩 겁에 질린 일그러진 얼굴로 눈을 뜬 채 죽었다.


아랑기스의 얼굴에 손을 뻗어 떠진 그의 눈을 감긴 언수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같은 인간 백정 신세에 누가 누굴 지적하겠냐만. 사람이 사람 죽이는 걸 자랑으로 치면 그땐 진짜 같은 사람도 못 되는 거야...”


대답을 할 수 없는 상태에 놓인 아랑기스였지만 그럼에도 언수는 그와 끊임없이 대화를 시도했다. 어쩌면 그 대화는 아랑기스를 향해 이루어진 게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나는.,. 오늘도 사람은 죽이지 않았어...”



***



출장을 마치고 돌아온 언수는 점심시간이 지난 오후에야 뒤늦게 토래비에 출근하게 되었다. 입구의 문을 열고 들어온 그에게 접수처의 직원 영훈이 공손하게 허리를 숙여 인사하였다.


[꾸벅]


“사장님, 오셨습니까?”


“왜 이래, 어색하게?”


평소답지 않은 영훈의 태도에 언수가 낯설어하자 영훈은 소리를 내지 않고 입술과 눈을 움직여 신호를 보냈다.


‘손님! 손님!’


“어.. 크흠. 그래, 좋은 아침.”


아침을 맞이하기엔 조금 늦은 감이 느껴지는 인사로 답한 언수가 코너를 돌아 사무소 안쪽으로 들어오자 마주친 희영이 깍듯하게 인사했다.


“사장님, 오셨습니까?”


“희영 씨도 좋은 아침...”


어디 드라마나 영화에 나오는 비서에서 모티브를 따온 기계 같은 말투에 언수는 자신도 모르게 희영에게 존칭을 붙여 답하게 되었다. 대체 어떤 손님이 왔기에 직원들이 이 난리를 피우는 건지 의아해하며 언수는 손님이 기다리고 있는 사장실로 들어갔다.


[끼익-]


“사장님이신가요?”


“토래비 사무소장 강언수입니다.”


여름에도 불구하고 더워 보이는 가죽 재킷을 걸친 190은 되어보이는 거대한 체구의 남자가 일어나 언수를 맞이했다. 남자는 대뜸 재킷의 안주머니를 뒤져 덩치에 비하면 앙증맞아 보이는 얇은 명함지갑을 꺼냈다.


그리고 그곳에서 꺼낸 빳빳한 명함을 언수에게 내밀며 자신을 소개했다.


“BnI 엔터에서 아이돌 2팀 팀장을 맡은 차희준이라고 합니다.”


“네, 그러시군요. 그런데 연예인 매니저 하시는 분이 왜 저희 사무소에?”


“저, 실은 그게...”



***



[쾅!]


“아니, 시팔 그게 무슨 말이야! 어제까지 촬영 잘 마치고 집에 간 애가 왜 갑자기 연락이 안 돼?”


BnI 엔터테인먼트의 대표 이사 임강석은 부하 직원에게 전해진 갑작스런 소속 연예인, ‘장시한’ 의 실종 소식에 이성을 잃은 나머지 책상을 힘차게 내리쳤다. 실종 소식을 올린 부하 직원은 임 대표의 기분을 최대한 거스르지 않는 선에서 조심스레 나머지 보고를 계속했다.


“아침에 컨디션 체크하러 간 로드 매니저가 전화를 하고 문을 두드려도 답이 없어서 비밀번호를 치고 들어갔더니 집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고 합니다.”


“그러면 자는 척하고 몰래 야반도주라도 했단 소리야? 걔 요즘 여자 생겼어?”


“자택 앞에 주차해 놓은 차량 블랙박스 확인 결과 분명히 퇴근한 이후로는 집에서 나온 사람은 아무도 없었답니다.”


[쾅! 쾅!]

“들어간 사람은 있는데 나온 사람은 없고, 그런데 사람은 없어졌다는 게 말이 돼?! 너희 지금 나랑 장난해?”


“...”


책상을 부술 기세로 두드리며 분노를 토하는 임 대표의 앞에서 직원은 아무런 답도 하지 못했다. 그저 장작의 불길이 가라 앉아 숯이 되기를 기다릴 뿐이었다.


“후우... ‘슈퍼 얼라이브’ 촬영은 어떻게 했어?”


“박 PD한테는 시한이가 갑자기 몸이 안 좋아졌다고 말하고 대신에 기호가 급하게 대신 들어가는 걸로 얘기 끝냈습니다.”


“박 PD 어머니가 굴 좋아한다고 했나? 대충 넘어가지 말고 어머니 편으로 선물 보내. 박 PD 그거 성격 꽁해서 이걸로 트집 잡히면 나중까지 두고두고 귀찮아져.”


같은 그룹 멤버의 대타 출연으로 급한 불을 끈 임 대표는 마음의 안정을 취하기 위해 입에 문 담배에 불을 붙였다. 건물 내 흡연이 금지된 사옥이었지만 왕국의 법도는 왕에게는 통용되지 않는 법이었다.


매캐한 담배 연기가 사장실을 가득 채우는 동안 비흡연자인 김 실장의 기관지는 몹시 불편해졌지만 반대로 그의 마음은 한결 나아졌다. 담배가 타들어가는 동안은 임 대표의 불같은 성질머리가 누그러진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치이익-]


“후우, 그래.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할 거야? 계획 있어?”


“아침에 부서에서 긴급회의를 가지고 결론을 냈습니다만. 이것 좀 보시겠습니까?”


김 실장이 내민 스마트폰의 화면을 확인한 임 대표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이세계 구조 상담... 크크큭. 지랄이 났구만, 지랄이 났어.”


“지금으로서는 가장 유력한 이야기입니다. 업체 쪽도 조사해보니 딱히 사기꾼인 것 같지도 않더군요.”


담배를 한 개비 더 꺼내 입에 문 임 대표는 담배에 불을 붙이며 김 실장에게 지시를 내렸다.


“괜히 어중되게 로드들 보내지 말고 팀장급으로 보내. 그리고 장시한 부모님한테는 미리 전화해서 입단속 철저히 시켜. 이거 새나가면 회사 박살난다 생각하고... 잘 하자.”



***



[타닥타닥]


‘대박 사건! 나 일하는 데에 BnI 매니저 왔음.’


‘헐... 진짜? 근데 매니저만 옴?’


‘ㄴㄴ. 대낮에 선글라스랑 마스크 낀 사람이랑 같이 옴. 말 걸어도 대꾸도 안하고 졸 싸가지 없어 보이는 게 연예인 확실함.’


희영은 사무소에 방문한 고객의 프라이버시를 실시간으로 친구들과의 단톡방에 보고했다. 입증이 불가능한 이세계 방문기 보다 희영 또래에겐 실존하는 연예인 목격담이 더 핫한 이슈였다.


‘저거 백퍼 구라임. 인증 없이 말하는 거면 우리 엄마 식당에 어제 백보아 왔다 갔음.’


‘딱 기다려라. 인증샷 찍어서 내가 정세히 주둥이 틀어막음.’


‘야, 근데 너 어디서 일한다고 했더라?’


허언증 환자로 취급받은 것에 오기가 발동한 희영은 사장실의 열린 문 틈 사이로 스마트폰의 렌즈를 슬며시 밀어 넣었다. 푸석거리는 단발 머리의 언수만 나오던 희영의 카메라 화면은 조금씩 각도를 틀자 연예인으로 추정되는 남자의 모습이 담겼다.


그대로 버튼만 누르면 되는 순간 희영의 머릿속에 불안한 가능성이 스쳤다.


‘내가... 카메라를 무음으로 했던가?’


촬영 직전이었던 스마트폰을 들어서 확인한 희영은 소리가 켜진 상태인 것을 보고 자신의 뛰어난 조심성에 대해 스스로 별점 다섯 개를 주었다.


빈틈없이 준비를 마친 뒤 다시 사장실 안의 연예인을 찍으려던 희영은 카메라 화면을 확인하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꺅!”


“사진. 곤란.”



***



[스르륵- 스르륵-]


“진짜 찍은 거 없어요?”


“네, 딱 한 장만 찍으려는데 걸린 거예요. 그러니까 이제 그만 보시면 안 돼요?”


자취방과 사무실에서 다양한 각도로 찍은 셀카 사진을 삼십대 후반의 남성에게 낱낱이 검열당한 희영은 얼굴이 터지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처음엔 속옷을 입고 찍은 사진도 있다고 거짓말하며 한사코 공개를 거절했지만 그렇다면 경찰서에 가서 확인하자는 매니저의 말에 희영은 순순히 사진첩을 공개할 수밖에 없었다.


“여자 분이니까 몰카가 얼마나 무례한 행위인지 아시면서 왜 이러신 거예요? 연예인도 사람이에요, 사람.”


“... 죄송합니다.”


[꾸욱-]


“죄송합니다, 일한 지 얼마 안 되는 신입이라. 교육 단단히 시키겠습니다.”


45도로 낮게 숙인 얼굴로 우물거리며 사과하는 희영의 뒤에 선 언수는 그녀의 머리를 눌러 허리를 90도로 꺾어 진심어린 사죄를 표시했다.


성의를 보이는 모습에 조금은 분이 풀렸는지 BnI의 차희준 팀장은 그녀에게 스마트폰을 돌려주고는 다음부터는 그러지 말라는 훈계를 남기고 소속 연예인과 토래비를 떠났다.


[따악!]


“아얏!”


“너 진짜 기획사 명의로 고소장 날아오는 거 보고 싶어서 그래? 대체 뭔 생각으로 그런 거야?”


“으으... 죄송해요. 다신 안 그럴게요.”


자칫 법적 문제로 불거질 수 있는 대형 사고를 친 희영이었기에 그녀는 차마 직장내 폭력행위이니 뭐니 떠들 염치가 없었다. 다만 그녀는 머리 위에 생긴 자그마한 혹과 맞바꾸어 오늘 사무소에 방문한 연예인의 정체에 대해 눈치 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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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환영합니다. 용사님. 21.12.27 55 2 14쪽
4 아무래도 저희 아이가 이세계에 간 것 같아요 21.12.26 52 3 13쪽
3 이세계 구조 상담 전문 사무소 -토래비- 직원 모집 중 21.12.25 56 2 14쪽
2 재수 없는 여자 21.12.25 62 3 11쪽
1 프롤로그 21.12.25 104 2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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