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토공공 문고전

이세계에서 구조해드립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토공공
작품등록일 :
2021.12.25 21:14
최근연재일 :
2022.01.17 03:24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818
추천수 :
57
글자수 :
138,763

작성
22.01.05 23:55
조회
34
추천
2
글자
19쪽

이제 집으로...

DUMMY

“잠시만요!”


접수처의 여직원 아이네는 모험가 길드를 막 나서려고 하는 언수 일행을 붙잡았다. 그리고 그녀는 푸른 수정구를 내밀며 말했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선생님의 능력을 측정해봐도 괜찮을까요? 사천왕의 마수를 쓰러뜨리며 데뷔한 역대급 루키의 능력이 궁금해서요.”


호기심 가득한 커다란 눈망울을 반짝이며 자신을 향해 애원하는 아이네에게 언수는 겸언쩍게 뺨을 긁으며 손가락으로 수정구를 가리켰다.


“음, 딱히 실례는 아닌데. 그거, 마력으로 작동하는 거 맞지?”


[끄덕끄덕-]


“그러면 아마 소용없을 거야. 나는 마력이 없는 몸이라.”



***



“아니, 판타지에서 용사가 어떻게 마력이 없을 수가 있어요?”

“그러게.”


연인인 리안의 장례식과 마왕성까지의 여행을 준비하기 위해 에리카가 자리를 비운 사이 희영은 언수의 능력에 대해 물었다.


“내가 간 세계에서 마법을 담당하는 창세신이 제일 아끼는 창조물이 바로 마왕이었거든. 다른 세상에서 자기 애를 죽이러 왔다는데 내가 얼마나 꼴 보기 싫었겠어?”


단순히 토라져서 이세계 전이자 특전을 주지 않은 거였다면 몰라도 언수의 존재 자체를 증오했던 마법의 신은 언수의 신체에서 마법의 존재가 머무는 것 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그 결과, 검과 마법의 세계에서 마법을 박탈당한 언수에게는 길 가의 돌멩이나 있을 법한 마력 0의 신체가 주어졌다. 그러나 마법의 신의 의도와 달리 이는 언수에게 엄청난 버프가 되어 돌아왔는데 그 결과는 바로...



***



‘저게 마법 완전 저항이구나...’


온 몸의 털을 쭈뼛거리게 만드는 강렬한 신성 마도의 기운이 담긴 뇌전을 수 십, 수백 번을 받아내고도 아무렇지 않은 언수를 보며 희영은 그가 말한 이야기가 사실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광경은 희영에게 어릴 적 그녀가 본 만화에 나온 장면을 연상케 했고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우리 사장님 혹시 팔이나 다리가 막 늘어나고 뭐 그러진 않겠지?”


“그게 무슨 소리야?”


“응, 그냥 개소리...”


개인 칠복이도 알아듣기 힘든 개소리를 사람의 성대로 빚어낸 희영은 어깨를 빙빙 돌리며 마지막을 준비하는 언수를 보고 곧 집에 갈 시간이 찾아왔음을 짐작했다.


한편 자신을 향해 휘두르기 위해 손에 든 금속제 손망치를 치켜 올린 언수를 본 동원은 전의를 잃은 나머지 성검도 바닥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달그락-]


“사...살려주세요...”


그동안 언수에게 실컷 예절을 주입당한 동원은 앞으로 다가올 더 큰 예절을 예감하고는 잃어버린 존댓말로 간곡하게 부탁했다. 그러나 체벌이 성행하던 시절 정규교육과정을 보낸 언수는 자신이 직접 보고 배운 방식으로 동원의 잘못을 교정하기로 마음먹었다.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어, 스파X더맨?’


동원도 익히 아는 거미에게 물린 초능력자가 나오는 영화에 나온 명대사를 뱉은 언수는 손망치를 반대편 손에 가볍게 두드리며 감상에 젖었다.


“이 망치 자체에는 공격력이 없어. 대신에 가진 유일한 기능이 그동안 받아낸 마력을 그대로 보관했다 돌려주는 건데...”


[빠직- 빠지지직-]


“아... 안 돼!”


“우리 동원이가 져야할 책임이 얼마나 위중한지는 이제 형이랑 같이 알아보자.”


“으악!”


[번쩍-]


[꽈과과광!]


동원는(은) 눈앞이 깜깜해졌다!



***



그동안 자신이 쏟아 부은 뇌전 마법을 복리로 돌려받고 정신을 잃어버린 동원은 어깨 부근에 묘한 개운함을 느끼며 서서히 깨어났다. 정신을 차린 동원은 누군가 자신에게 치유 마법을 시전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동원아, 이제 정신이 들어?”


“네? 누구세요?”


처음 보는 여인의 목소리에 당황한 동원은 화들짝 놀라며 뒤로 몇 걸음 물러섰다. 조금씩 정신을 차린 동원은 곧 그녀가 언수의 옆에 서있던 자신 또래의 여자라는 걸 깨달았다.


“우리는 네 어머니 의뢰로 널 데리러 왔어. 어머니가 많이 걱정하시더라.”


“어... 엄마...”


강렬한 뇌전에 이세계에서 활동하며 쌓인 광기가 씻겨 내려간 것일까? 희영이 전한 어머니의 소식에 동원은 그제야 제 나이 또래에 맞는 얼굴로 돌아와 눈물을 흘렸다.


용사라는 막중한 책임감에 그동안 애써 의젓한 척 해왔지만 동원은 아직 한국 나이로 이제 열여덟인 청소년에 불과했다. 책임에서 해방된 용사 키리토는 이제 다시 세화고등학교 2학년 3반 함동원으로 돌아왔다.


“흐흐흑... 엄마아...”


한바탕 울음을 쏟아낸 뒤 진정된 동원에게 언수가 다가와 다정하게 어깨동무를 하며 물었다.


“자, 그럼 이제 슬슬 집으로 돌아갈까?”


“네...”


“가기 전에 친구들이랑 인사는 하고 가야지. 어이~ 거기 네 명. 잠깐 이리로 와봐.”


수풀 속에 숨어서 동태를 살피던 용사 없는 용사 파티는 언수의 손짓에 거역하지 못하고 쭈뼛대며 걸어왔다. 그렇게 동원과 마주선 네 명의 파티원들은 어색한 분위기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그저 발밑만 바라보았다.


긴장감 있는 대치에 느슨함을 주기 위해 언수는 동원에게 가벼운 등짝 스매싱을 날렸고 이에 강제로 떠밀린 동원이 먼저 말을 꺼내게 되었다.


“저어, 페리스.”


“네... 용사님.”


“탱 제대로 못한다고 매번 갈궈서 미안해. 그런데 탱커가 그런 식으로 쫄면 다른 파티에 가서도 대접 못 받을 거야.”


“...”


“베라코, 그리고 세리아스.”


“네.”


“용사님...”


“둘이 정말 잘 어울리는 것 같아. 그런데 눈꼴 시려서 잘 되라고는 응원 못 하겠다. 아마 둘 다 집안에서 반대해서 잘 안 될 거야.”


“...”


“아주 악담을 해라...”


언수의 배려로 준비된 용사 파티의 마지막 작별인사는 ‘찐’ 특유의 숨 막히는 화법으로 진행되었다. 이에 언수를 포함한 토래비 사무소 직원들의 머릿속엔 ‘그냥 기절해 있을 때 끌고 갈 걸’ 이란 공통적인 생각이 떠올랐다.


“마지막으로 제크롬...”


“저는 됐으니까 그냥 가...”


“...미안해.”


“시죠... 네? 지금 뭐라고?”


탱커인 페리스를 대신해 용사의 샌드백을 맡았던 제크롬은 용사가 건넨 사과에 순간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정말 미안해. 체구도 조그만데다 아닌 척하면서 매번 내 눈치를 보는 널 보면 예전의 못난 내 모습이 떠올랐어. 그래서 괜히 너에게 더 화풀이 했던 거 같아. 정말... 흑... 미안해...”


“아니... 왜... 흑.. 갑자기 왜 울고 그래요. 흑흑... 사람 무안해지게...”


그동안 자신을 괴롭혀온 용사의 눈물을 동반한 진심 어린 사과에 후련함과 동시에 미움이 녹아내린 복합적인 감정에 휩싸인 제크롬 또한 동원처럼 눈물을 흘리게 되었다.


아르셀에서의 모든 용무를 마친 동원에게 언수는 헤드락을 걸며 말했다.


“그만 울어, 짜식아. 그렇게 팅팅 부은 눈으로 엄마 보러 가려고? 이별은 원래 환하게 웃으면서 하는 거야. 그래야 마지막이 아름답지.”


“네... 다들 미안하고 또 고마웠어!”


“네.. 저희도 용사님과 함께한 시간을 잊지 못할 거예요!”


[슉-]


완연하게 흐드러진 미소로 서로를 보내며 그렇게 동원과 용사 파티는 다시는 볼 수 없는 영원한 이별을 맞이했다.



***


볼 일이 남았다며 잠시 아르셀로 돌아간 언수 때문에 이공간에 갇힌 희영과 동원은 수다를 통해 시간을 보냈다.


“동원아, 집에 가면 뭐부터 먹고 싶어? 엄마표 된장찌개? 아님 김치찌개?”


“엽떡이요.”


“엽떡 맛있지...”


집밥의 그리움을 이겨낸 대기업 프랜차이즈의 위력에 감탄한 것도 잠시, 희영은 철딱서니 없는 대답을 한 동원의 머리를 한 대 쥐어박았다.


“야, 아무리 엽떡이 맛있어도 그렇지. 세 달 만에 집에 가는 놈이 배달 음식을 시켜 먹는 게 말이 돼?”


“아앗! 제 마음이죠. 그리고 세 달 아니고 열 달 만이거든요?”


“에에에엥?”



***



[쉬리릭-]


“히히힝!”


“워-워-.”


갑자기 허공에서 나타난 남자의 출현에 크게 놀란 말들이 날뛰는 바람에 시카와 근위대원들은 흥분한 말들을 진정시키려 애를 먹었다. 대장답게 가장 먼저 말을 진정시킨 시카는 언수를 노려보았다.


“...돌아간 것이 아니었나?”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는 바로 떠나간 자리가 아름다운 깔끔한 뒤처리 솜씨거든.”


조금 떨어진 곳에서 용사와 남자의 대결을 본 시카이기에 그는 언수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조심성 있는 화법을 택했다.


“원하는 게 무엇인가?”


“인간과 마족 사이의 딱 지금 정도의 밸런스 유지. 서로가 서로를 함부로 침범할 수 없는 상태.”


“철군하라는 소리군.”


“맞아. 덤으로 사이좋게 옆에 있는 사람의 어깨를 힘껏 갈겨서 골절시키는 것도 잊지 말고.”


“뭐?”


자신들의 자해를 원하는 언수의 정신 나간 요구에 시카가 놀라 되물었다. 그러나 빈말이 아니라는 듯 언수는 한없이 진지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내가 사라지면 분명히 너희들, 이대로 마왕성으로 향할 거잖아. 지금 저쪽 친구들이 나 때문에 많이 힘들어진 상황이라 도의상 내가 책임을 져야 하거든.”


“지금 이 기회에 마족의 뿌리를 뽑지 않으면 인간은 언제고 그들의 침공과 학살의 두려움에 떨어야 한다. 우리에게는 가족과 고향을 잃은 사람들의 슬픔을 위로할 필요가 있다!”


진정성 있는 목소리로 자신들의 행위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시카의 말에도 언수의 태도는 전혀 달라질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지금 너희가 하려는 건 침공과 학살이 아니고? 외계인인 나한테 있어서는 너희나 마족이나 다 똑같은 외계인들이야. 그러니까 정 용기가 안 나면 말해. 내가 도와줄 테니까.”


[스르륵]


허공에 뻗은 언수의 손에 새로운 형태의 망치가 들렸다. 어떻게든 전투를 회피하려하는 시카의 모습에 마탑의 탑주, 보라스가 혀를 차며 비난했다.


“에잉, 평소에는 온갖 사내다운 척은 다 하더니 정작 결단을 내려야하는 상황에선 영락없이 계집애가 따로 없군요.”


“보라스!”


여인처럼 길게 길러 찰랑거리는 머릿결의 보라스는 겁에 질려 무기력한 모습을 보인 시카를 비웃은 뒤 손에 든 오브로 언수를 가리키며 말했다.


“당신, 아까 보니 마력을 흡수하는 신기한 무기를 쓰더군요. 하지만 지금까지 관찰한 결과, 한 번 꺼냈던 무기는 다시 꺼내지 않아. 혹시 꺼내지 않는 게 아니라 못 하는 것 아닙니까?”


“보기와 다르게 눈썰미가 좋네. 맞아, 한 번 소환한 망치는 만으로 하루가 지나기 전까진 다시 꺼내지 못해. 마력을 흡수하는 것도 아까 그것 하나 뿐 이었고.”


마력을 흡수하는 망치를 사용하지 못할 뿐 언수의 신체 자체가 마법에 면역인 것을 알지 못한 보라스는 승리를 확신한 미소를 띠우며 소리쳤다.


“지친 몸으로 100 명이 넘는 기사를 상대하며 나와 50 명의 마법사를 동시에 감당할 수 있다면 당신의 요구를 기꺼이 들어드리지요. 허나 그렇지 않다면 너는 오늘, 여기에서 살아나가지 못한다!”


말을 마친 보라스의 머리 위로 주먹만 한 불덩이 수십 개가 떠올랐다. 그리고 그것을 신호로 마탑이 자랑하는 상급 마법사들의 마법이 같이 준비되었다.


더는 대결을 피할 수 없는 상황에 한숨을 길게 내쉰 시카는 자신의 애병인 마법창 ‘실버스틱’에 강한 화염의 마법을 불어 넣은 뒤 우렁찬 함성과 함께 100 명에 달하는 기사들과 함께 일제히 돌격했다.


기어이 벌주(罰酒)를 택한 이들에게 언수는 망치를 위로 들어 올리며 혼잣말을 되뇌었다.


“내가 왜 ‘통솔 대장’을 꺼냈겠냐고...”


[슝-]


[슝-]


[슈슈슈슈슝-]


높게 올린 언수의 손을 따라 베아닌 왕국의 정예들의 머리 위로 각양각색의 망치들이 하나씩 나타났다. 그리고 언수가 손에 쥔 망치를 허공에 힘껏 내리치자 그것들 또한 일제히 아래로 휘둘러졌다.


[퍽- 퍽-]


[우지끈-]


[콰직-]


“끄으으윽.”


“크아악!”


언수의 공격 단 한번에 150여 명에 달하는 인원들이 모두 자리에 누워 부서진 한 쪽 어깨를 잡고 바닥에 나뒹굴었다. 여기저기서 울려 퍼지는 고통에 가득 찬 비명이 난무하는 이곳은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다.


보라스의 자랑거리인 찰랑거리는 머릿결은 고통으로 인해 식은 땀으로 흠뻑 젖었고 그런 그의 앞으로 언수가 나타났다. 그의 손에는 또 아까와는 다른 처음 보는 망치가 들려 있었다.


“마력은 분명 느껴지지 않았다! 대체 어디서 나온 마력으로 이런 광역 소환을...”


“마력이 필요 없는 노 코스트(No Cost) 기술이거든. 대신에 쿨 타임이 하루짜리인.”


“완전 개사기...”


[뻐억-]


“그러게.”


기술의 형평성에 이의를 제기한 보라스는 그렇게 두개골 깊숙이 전해진 강한 충격으로 의식을 잃었다. 그리고 그것을 지켜보던 시카는 본능적으로 다음 목표물은 자신이 될 것이라는 것을 깨닫고는 체념하며 눈을 질끈 감았다.



***



“이건 사기에요!”


특별 출장 명세서를 확인한 희영은 언수에게 목청 높여 항의했다. 이세계에 삼 주일을 체류한 그녀의 명세서에 적힌 특별 출장 근무일수는 고작 일주일 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얼굴을 붉히며 항의하는 그녀에게 언수는 자신의 스마트폰 잠금 화면을 내보이며 말했다.


“달력을 봐. 네가 이세계에 출장 간 지 아직 일주일 밖에 안 지났잖아.”


“입사 공고에 지구와 이세계가 시차가 있을 수 있을 수도 있다고 안 써놨잖아요! 이거 취업 사기에요.”


“잘 생각해봐. 아르셀의 시간이 지구보다 3 배나 더 빨리 움직인다는 건 또 다른 세계에선 지구의 시간이 더 빠르게 움직일 수도 있는 거잖아?”


“어라?”


발상의 전환. 역배 or 정배. 10 배율의 세계에 갔다 오면 하루에 열흘 치! 더구나 이세계 출장 적용 시 3배율을 곱해 무려 하루에 한 달 치 월급을 손에 넣을 수도 있다는 소리다.


‘물론 여태까지 시차가 반대로 적용된 이세계는 딱 한 번 밖에 없었지만... 굳이 내 입으로 말할 필요는 없지.’


불리한 정보에 대해서는 입을 싹 다문 언수의 마음을 모르는 희영은 재수 시절에도 몇 번 해 본 적 없는 두뇌 풀가동 모드로 돌입했다.


계산의 영역이 아닌 불확실한 확률게임을 애써 계산하던 희영은 명세서에 적힌 삼 주일 치의 최저 시급을 다시 한 번 쳐다보고는 생각을 멈추었다.


‘현실 시간으로는 일주일 만에 삼 주일 치 돈을 번 거니까... 괜찮은 걸지도?’


“다음에는 국물도 없어요!”


입가를 샐룩거리며 총총걸음으로 사무소를 퇴근하는 희영을 보며 접수처의 영훈은 이렇게 생각했다.


‘쟤 사기 잘 당하는 타입이구나.’



***



[따악-]


“야, 함뚱. 되게 오랜만이다? 그 동안 어디 갔었냐?”


부모님이나 학교 측에서도 굳이 나오지 않아도 된다는 여름 보충학습이었지만 동원은 모자란 학습 진도를 빨리 따라잡고 싶다며 자진해서 등교하였다.


공교롭게도 2 학년으로 진학하고는 동원과 같은 반이 된 준환은 몸소 동원의 자리로 찾아가 뒤통수를 때리는 방식으로 반가움을 전했다. 그리고는 이전과 다른 타격감에 자신의 손바닥과 동원의 뒤통수를 번갈아 보며 탄성을 내뱉었다.


“어? 내 마쉬멜로우 엠보싱 다 어디 갔어? 탄력 대체 다 어디 간 거냐고!”


높은 톤의 목소리와 과장된 행동으로 호들갑을 떠는 준환에게 동원은 아무런 대꾸조차 하지 않았다. 그러자 그 모습이 못마땅해보였는지 목소리를 가라앉힌 준환이 동원에게 말했다.


“야, 나 누구랑 말 하냐? 이러면 누가 너 괴롭히는 줄 알겠다.”


“괴롭히는 거 맞잖아.”


“뭐?”


등을 돌린 채로 일관하던 동원은 그제야 비로소 고개를 돌려 준환을 마주보았다. 몰라보게 살이 빠진 동원의 모습에 깜짝 놀란 표정을 보인 준환에게 동원은 한없이 차가운 눈빛을 하고 있었다.


“머리가 나쁘면 자기가 하면서도 뭘 하고 있는 건지 모르냐? 너 지금 나 괴롭히는 거 아니냐고. 계속 그랬던 것처럼.”


“하... 나 이 새끼가 어디서 살 빼고 자신감을 벌크업 해왔나?”


[덥썩-]


“돌았냐?”


사납고 흉폭한 눈빛, 지난 겨울 원인도 모르는 상태에서 불쑥 자신을 찾아와 일방적으로 구타하던 그 눈빛. 예전의 자신이라면 이 눈빛에 또 다시 잔뜩 겁에 질렸겠지만 이제는 달랐다.


진심으로 자신을 죽이기 위해 칼과 날카로운 이빨을 들이대던 아르셀의 마물들과 비교하니 준환의 눈빛에서는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는 넌 재밌냐?”


“뭐?”


“너보다 약한 애들만 골라서 센 척하면 재밌냐고. 정작 짱인 최재원한테는 아무 말 못하고 살살 기면서 자괴감 안 드냐?


“이 새끼가!”


동원은 자신의 멱살을 쥐고 주먹을 휘두르려는 준환의 손목 안쪽을 강하게 틀어쥐었다. 갑자기 전해오는 강한 통증에 준환은 저절로 동원의 옷깃에서 손을 풀었고 인상을 쓰며 뒤로 물러났다.


호들갑스러운 준환과 반대로 동원은 침착한 얼굴로 준환 때문에 구겨진 옷깃을 툭툭 털며 아무렇지도 않아 보였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당황도 하고 자존심이 크게 상한 준환은 욕설을 내뱉으며 분노를 터트렸다.


“어디서 운동 좀 배웠냐? 씨발놈아!”


낮고 강하게 들어오는 로우킥! 그러나 이세계에서 용사까지 하고 돌아온 동원의 동체시력에 그것은 한없이 느리게 보였고 가볍게 발을 뻗어 정강이를 밀어내는 것으로 방어할 수 있었다.


“어?”


[빙글빙글-]


[꽈당!]


동원의 반격에 무게 중심을 잃은 준환은 그대로 팽이처럼 빙글 돌며 비틀거린 뒤 교실 뒷 쪽에 배치된 청소도구함에 그대로 쑤셔박혔다.


[웅성웅성-]


“뭐야? 쟤네 싸운다!”


“박준환이랑 함동원이랑?”


시끄러운 소리에 주변의 이목이 집중되었고 덕분에 많은 급우들에게 꼴사나운 모습을 보인 준환은 이성을 잃고 괴성을 지르며 동원에게 달려들었다.


“씨이발!!”


‘나도 이랬었나?’


언수와 싸우던 자신을 연상케 하는 준환의 모습에 동원은 이세계에서 돌아온 날 이공간에서 언수와 나눈 대화가 떠올랐다.



***



‘당연한 소리지만 지구에 돌아가면 이세계에서 얻은 능력은 전부 없어질 거야. 너에게 남는 건 네가 운동으로 노력해서 뺀 살이랑 체력밖에 없어.’


‘네, 그런 위험한 힘은 차라리 없는 게 나아요.’


‘그래도 완전한 일반인 수준은 아니야. 그러니까 수틀린다고 사람 치고 그러면 또 형 만나게 된다?’


‘네... 알아요.’


‘... 형도 너랑 비슷한 경험 해본 사람으로 하나 말해주는 데 내가 이세계 다녀와서 안 해본 거중에 가장 후회하는 게 뭔지 알아?’


‘?’


‘나 괴롭혔던 그 새끼 죽빵에 제대로 진심 펀치 한 번 날리는 거. 해봤으면 얼마나 기분이 째졌을까 아직도 궁금해.’


‘왜 안 하셨어요?’


‘...형이 이세계를 좀 오래 다녀왔거든. 다녀오니까 그 자식은 이미 졸업하고 사회인인데 만나서 뭐 해? 아무튼 뭐 이런 얘기했지만 넌 절대 사람 치고 그러지 마라?’


‘네.’



***



“씨이발!!”


[뻐어억-]


[꽈당-]


“야... 쟤 왜 안 움직여? 죽은 거 아냐?”


“그냥 기절한 거야. 빨리 양호실로 옮기자!”


절반만 담긴 진심. 그러나 동원에게는 그 절반으로도 충분했다. 아직도 묵직한 감촉이 남은 자신의 주먹을 바라보며 동원은 음침하게 웃음 짓는 언수의 얼굴이 떠올랐다.


‘형... 이거 진짜 기분 개 째지네요.’


작가의말

첫 번째 에피소드 함동원 편이 이렇게 마무리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함께 해주셔서 정말 감사하고 저는 더 재밌는 두 번째 에피소드로 내일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이세계에서 구조해드립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리메이크를 통해 작품 체질 개선을 하려고 합니다. 22.01.22 10 0 -
공지 오늘 쉬고 주말에 25화까지 스트레이트로 연재하겠습니다 22.01.14 9 0 -
공지 하루만 쉴게요... 22.01.08 20 0 -
24 달콤한 꿈과 피폐한 현실 22.01.17 14 1 11쪽
23 더듬이 헤어. 저 놈이 바로 용사다! 22.01.16 14 2 13쪽
22 졸라 고독하구만... 22.01.15 16 2 11쪽
21 청강석... 잘랐다고... 22.01.15 20 2 12쪽
20 성공의 세계에 온 것을 환영하네 22.01.13 16 2 12쪽
19 미안해요, 선배... 이렇게까지는 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22.01.12 17 2 14쪽
18 슈퍼스타 장시한 22.01.11 17 2 13쪽
17 사람 사는데 다 똑같네. 22.01.10 17 3 11쪽
16 반드시 위로 올라간다. 그곳이 어디까지든! 22.01.09 22 3 14쪽
15 너 진짜 고소장 날아오는 거 보고 싶어? 22.01.07 23 3 11쪽
14 죽는 사람 소원 들어주기 22.01.06 27 3 13쪽
» 이제 집으로... 22.01.05 35 2 19쪽
12 진짜 주인공 보정 X같네... 22.01.04 32 2 13쪽
11 용사인 내가 왜 저런 마을 사람 A에게... 22.01.03 30 3 13쪽
10 동원아 엄마가 밥 먹으러 오래 22.01.02 40 3 11쪽
9 사장님, 대체 뭐하시는 사람이에요? 22.01.01 35 3 13쪽
8 혹시 용사가 돌아가기 싫다면 어떡하지? 21.12.31 37 2 17쪽
7 돈이 없으면 몸으로 갚아야지 21.12.30 37 2 12쪽
6 모험자 길드에 처음 오신 걸 환영합니다 21.12.29 42 3 13쪽
5 환영합니다. 용사님. 21.12.27 55 2 14쪽
4 아무래도 저희 아이가 이세계에 간 것 같아요 21.12.26 52 3 13쪽
3 이세계 구조 상담 전문 사무소 -토래비- 직원 모집 중 21.12.25 55 2 14쪽
2 재수 없는 여자 21.12.25 62 3 11쪽
1 프롤로그 21.12.25 101 2 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