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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공공 문고전

이세계에서 구조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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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공공
작품등록일 :
2021.12.25 21:14
최근연재일 :
2022.01.17 03:24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832
추천수 :
57
글자수 :
138,763

작성
21.12.25 21:43
조회
103
추천
2
글자
7쪽

프롤로그

DUMMY

“우우욱-.”


낙원의 땅 ‘케토피아’에 지옥의 문을 연 마왕 ‘델론’. 신들조차 두려움에 떨게 한 세계의 재앙이 온 몸을 피로 물들인 채 발밑에 놓여있다.


단 한 번.


많지도 적지도 않은 횟수의 망치질이면 지난 5년이란 세월의 길고도 고단했던 나의 이세계 여정은 끝날 수 있었지만 어째서인지 손이 쉽사리 움직이지 않았다.


내 손 끝에 맺힌 망설임을 눈치 챈 델론은 숨을 헐떡이며 피를 토하는 죽음의 문턱에서도 나의 유약함을 조롱하는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축하한다, 용사 ‘가넌스’. 드디어 네 놈의 승리다. 어서 그 망치를 휘둘러 대미를 장식하지 않고 무얼 하고 있는 게냐?”


“...”


“뭘 그렇게 망설이고 있지? 오호라, 이제와 내 숨통을 끊는다 하여도 돌아오지 않을 네 놈의 동료들을 생각하고 있는 게로구나.”


놈의 말이 모두 틀린 것은 아니었다.


창세신이란 얼빠진 놈의 수호 맹약이 깃든 델론의 배리어를 소멸시키기 위해 희생된 성녀 ‘카리아’, 즉사의 위력이 담긴 델론의 공격을 나를 대신하여 받아낸 뒤 죽어간 대전사 ‘바리앙’ 등.


긴 세월을 함께한 동료들을 전부 잃은 뒤에야 비로소 얻게 된 승리에는 성취감보다 공허함이 더 크게 묻어 있었다.


“크크큭. 어쭙잖은 싸구려 감상에 빠져있나 보군. 네 놈들이 죽인 나의 동포...”


싸구려 감상이라... 놈의 말이 맞다.


푼돈조차 되지 않는 이 감상이란 놈은 델론의 목숨을 사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더욱이 마왕 토벌이란 이름 아래 사그라진 동료들의 목숨 값을 생각하면 말이다.


[꽈지끈!]


“...발릴 때는 한 마디도 못하던 게 그새 기가 살아가지고는.”


모든 일을 마친 나는 델론의 머리가 있던 곳에 묘비처럼 길게 세워진 망치 자루 끝에 이마를 기대어 잠시 눈을 감았다.


낯선 세계에 이방인으로 내던져진 날로부터 약 5년, 모험을 통해 동료들을 만났고 그들과 함께 역경을 이겨나갔다.


그리고 주어진 사명을 끝낸 지금, 5년 전 처음 그날처럼 나는 다시 혼자가 되었다. 아니, 그때는 몰랐던 사랑하는 이들을 잃은 상실감을 배운 지금의 나는 전에 없이 절절한 고독에 괴로워했다.


그 때였다. 감은 두 눈꺼풀 위로 시릴 듯 눈부신 광채가 느껴졌고 나는 황급히 고개를 위로 들어 올렸다.


광채의 주인은 나를 이곳에 데려온 장본인, 여신 엘라였고 그녀는 자애로운 미소로 내게 말을 건넸다


“결국 해냈군요. 용사 ‘강언수’, 당신이 델론을 쓰러트림으로써 드디어 케토피아에 평안이 찾아왔어요. 일곱 주신을 대표해 정말 감사드립니다.”


아, 일곱 주신. 그런 게 있었지. 창세신이라는 위명을 거들먹거리며 믿음만 받아 처먹고 정작 케토피아가 델론에게 유린당하던 때에는 뒷전에서 축복이란 이름의 방치 플레이를 한 양심 없는 것들.


뭐, 이제는 나와 아무런 상관도 없는 얘기다. 이세계에 오게 된 지 어언 5년... 드디어 나는 집으로 돌아간다!



***



“...세요. ...님.”


“으으으...”


희미하게 들려오는 귀에 익은 목소리. 그러나 그 목소리는 잠든 언수를 깨우지 못했고 그는 안 좋은 꿈에 시달리는지 낮은 신음을 낼 뿐이었다.


그러나 목소리의 주인은 포기하지 않았고 아까보다 조금 더 단단하고 확실한 발음으로 언수의 귓가에 대고 또박또박 말했다.


“깨.어.나.세.요. 용.사.님.”


“!!”


누군가의 기상을 바라는 간절한 염원이 담긴 목소리는 확실하게 언수의 귓가에 닿았고 그는 비명과 함께 눈을 부릅뜬 채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러나 눈을 크게 떴음에도 불구하고 언수의 눈앞에는 그 어떤 것도 보이지 않았다. 칠흑같이 깜깜한 어둠에 몸이 잠긴 이 느낌. 언수는 이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이세계 소환!’


그의 기억이 틀리지 않다면 이 어둠에 눈이 익숙해질 무렵 환한 광채와 함께 틀림없이 누군가 나타날 것이다.


[화아아악]


“으윽!”


곧이어 강렬한 빛이 언수의 눈을 덮쳤고 그는 손을 들어 빛에 저항하며 외쳤다.


“으헉! 아니 어떻게! 분명 나는...”


‘이게 어떻게 된 거지? 델론이 부활이라도 한 건가? 그럴 리가 없어. 분명히 내가...’


“그래, 분명히 너는 나와 같이 말번초 근무자가 맞아. 이 씨발 후임 새끼야.”


여신의 것이라기엔 품위가 떨어지는 욕지거리와 걸걸한 목소리. 시야가 조금 회복된 언수는 빛 너머에 위치한 상대를 파악하기 시작했다.


손가락만한 LED 손전등을 들고 자신을 죽일 듯이 노려보는 남자. 언수는 그가 누구인지 잘 알고 있다.


“아...”


“아아? 아아? 씨발럼이 여기가 카페냐. 아아?”


언수의 탄식은 그와 같은 시간대 근무자인 병장 최종석의 심기를 크게 건드렸고 분노한 그가 취한 행동은 언수 개인을 향한 린치에서 멈추지 않았다.


[딸칵-]


오전 04시 20분. 3생활관의 아침이 예정보다 조금 일찍 찾아왔다.


“우우웅- 기상 나팔 언제 울렸나?”


“아... 씨바. 이게 또 뭔 일이야.”


갑작스런 점등에 강제로 눈을 뜬 3생활관은 성인 장정 십여 명의 웅얼대는 잠투정으로 채워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혼란스러운 공기를 가라앉힌 건 한 남자, 최종석의 목소리였다.


“3생활관 용사님들 주목-.”


“아 최뱀, 또 무슨 일임까? 아무리 그래도 잠은 재워야지.”


생활관 무소불위의 권력을 지닌 최종석이기에 볼멘소리를 낼 수 있는 건 그와 한 달 차이 나는 전양원이 유일했다.


그러나 전양원의 항의에도 최종석은 아무런 대꾸 없이 언수를 향해 말했다.


“야 틀딱, 상황은 네가 설명하고 환복하고 내려와. 근무자 신고 5분 남았으니까 서둘러라.”


용건을 마친 최종석은 다시 생활관의 불을 소등한 뒤 홀로 유유히 생활관 밖으로 걸어나갔다. 또각대는 최종석의 전투화 소리는 그의 발걸음에 따라 점점 작아져갔다.


일이 어떻게 돌아간 건지 대강 파악한 전양원은 ‘에효, 나는 모르겠다.’ 소리를 내며 다시 모포를 머리 위까지 덮은 뒤 등을 돌렸다.


그러나 전양원와 달리 생활관의 다른 인원들은 그처럼 생각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어느새 어둠에 익은 언수의 눈에 그를 향한 수십 개의 안광이 들어왔다.


막막해진 언수는 수년 전 자신이 케토피아를 구한 것처럼 지금 이 순간 자신을 구해줄 누군가를 그저 간절하게 바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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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성공의 세계에 온 것을 환영하네 22.01.13 16 2 12쪽
19 미안해요, 선배... 이렇게까지는 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22.01.12 17 2 14쪽
18 슈퍼스타 장시한 22.01.11 17 2 13쪽
17 사람 사는데 다 똑같네. 22.01.10 18 3 11쪽
16 반드시 위로 올라간다. 그곳이 어디까지든! 22.01.09 22 3 14쪽
15 너 진짜 고소장 날아오는 거 보고 싶어? 22.01.07 23 3 11쪽
14 죽는 사람 소원 들어주기 22.01.06 27 3 13쪽
13 이제 집으로... 22.01.05 36 2 19쪽
12 진짜 주인공 보정 X같네... 22.01.04 33 2 13쪽
11 용사인 내가 왜 저런 마을 사람 A에게... 22.01.03 30 3 13쪽
10 동원아 엄마가 밥 먹으러 오래 22.01.02 42 3 11쪽
9 사장님, 대체 뭐하시는 사람이에요? 22.01.01 37 3 13쪽
8 혹시 용사가 돌아가기 싫다면 어떡하지? 21.12.31 37 2 17쪽
7 돈이 없으면 몸으로 갚아야지 21.12.30 37 2 12쪽
6 모험자 길드에 처음 오신 걸 환영합니다 21.12.29 42 3 13쪽
5 환영합니다. 용사님. 21.12.27 55 2 14쪽
4 아무래도 저희 아이가 이세계에 간 것 같아요 21.12.26 52 3 13쪽
3 이세계 구조 상담 전문 사무소 -토래비- 직원 모집 중 21.12.25 56 2 14쪽
2 재수 없는 여자 21.12.25 62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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