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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4136_taerang15 71 님의 서재입니다.

천재 투수가 구속을 숨김

웹소설 > 일반연재 > 스포츠, 판타지

랑맨
작품등록일 :
2023.10.21 14:58
최근연재일 :
2024.03.17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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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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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6쪽

Prologue

DUMMY

-Prologue-


나는 투수다.


여느 팀의 그저 그런 평범한 투수가 아닌,

메이저리그의 가장 높디 높은 자리에서 군림하며,

한 시대를 대표할만한 그런 투수다.


워렌 스판, 화이티 포드, 샌디 코팩스, 밥 깁슨, 톰 시버, 샌디 코팩스, 스티브 칼튼, 게일로드 페리, 짐 파머, 그렉 매덕스, 랜디 존슨, 페드로 마르티네즈, 로이 할러데이, 킹 펠릭스, 클레이튼 커쇼, 저스틴 벌렌더, 맥스 슈어져, 잭 그레인키, 제이콥 디그롬, 게릿 콜.


모두 한 시대를 풍미한 아이콘들이자

자신의 얼굴이 그려진 동판을 쿠퍼스 타운에 올린,

그 당시를 지배했던 투수들의 이름들.


이 이름들 다음에 거론 될 투수는 바로 나였다.


세 번의 사이영 상.

한 번의 시즌 MVP.

월드시리즈 MVP.


이달의 투수 상을 비롯한 그 밖의 무수한 수상들.


그 영광스러운 순간의 달콤함은 어떤 산해진미나 여인의 육체보다도 달콤하고 황홀했다.

매일 반복되는 힘겨운 훈련과 경기들 속에서도 그때의 희열을 떠올리면서 기분 좋은 고통으로 승화시켰다.


가끔은 그 영광을 떠올리며 혼자 몸을 부르르 떨기도 했다.


그런데 왜 지금,

그 모든 순간들이 머릿속에 이토록 선명하면서도,

영광과 환희로 가득한 추억들이 떠오르면서도,

이다지 무덤덤하게 느껴질까.


머릿속으로는 과거의 영광들이 재생되지만,

눈 앞에 점점 커져만 가는 야구공 때문일까?


문득 어린 시절에 야구공을 처음 잡았던 순간이 떠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때부터 삶의 모든 순간들이 필름처럼 지나갔다.


순수하게 기뻐하고 즐거워했던 청소년 야구부 시절.

미국으로 처음 넘어와 버겁기만 했던 순간들.

메이저리그에 처음 발을 디뎠을 때의 설렘과 두려움.

첫 사이영과 MVP 수상.


지금까지 보낸 인생들이 매우 짧은 영화처럼 지나갔다.


기쁨의 순간들과 후회의 순간들.

기쁨으로 온 몸을 떨며 전율하던 추억들.

슬픔에 젖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었던 아픔들.


여지껏 살아온 질곡의 순간들이 형언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과 상념들을 쌓아올리며, 그 어떤 생각도 품을 수 없게 했다.


문득 고등학생 시절에 머리에 공을 맞았던 순간이 떠올랐다.

그 당시엔 공이 빠르게 내게 다가온다는 인상만 받은 채 맞고 쓰러졌었다.

별다른 일이 없이 그 자리에서 엉덩이에 묻은 흙을 툴툴 털고 일어났을 뿐.


그런데 갑자기 왜 이 순간에,

20년도 전에 있던 일이 문득 떠오를까.


점점 커지던 공이 이젠 시야를 가득 채운다.


이것마저 그 시절과 같은데,

왜 그때와는 이다지 다른 느낌일까.


설마, 주마등은 아니겠지.



* * *


메이저리그 한 팀의 경기는 162경기.


162경기를 하다 보면 수 많은 상황이 벌어진다.


텍사스성 안타에 유격수와 우익수가 부딪히거나,

본헤드 플레이로 3루 주자가 포수에게 자동 태그를 당하거나,

콜 플레이 실수로 중견수와 유격수가 박치기를 한다든가.


그 밖에 설명하기도 힘든 여러 상황들이 벌어진다.


투수가 강습 타구를 맞는 경우도 그 수 많은 상황들 중 이따금 벌어지고는 했다.

그 대부분의 경우는 타구를 막기 위해서 투수가 움직이면서 다리나 팔 등에 맞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재수가 없으면 부상은 덤으로 따라왔다.


이런 수 많은 경우 중에서도 가장 재수가 없는 경우가 있었으니, 투수가 타구에 머리를 맞는 경우였다.


다른 부위에 맞는 경우는 기삿거리도 되지 않았지만,

이 경우에는 예외였다.


투수의 목숨과 직결되는 사고였기에.

설령 목숨을 유지한다 해도, 불구가 된 사례도 있기에.


그때마다 투수도 헬멧을 써야 하지 않느냐는 여론이 끓어 오른다.

하지만 그것도 며칠이다.


야구의 시즌은 매우 바쁘고, 하루가 지나기 무섭게 온갖 뉴스들로 가득하기에.


정규 시즌은 162경기.

하루에 20개에서 30개 구단이 10게임에서 15게임을 치른다.

며칠만 지나도 100경기 이상이 쏟아지는 세계였다.


자연스럽게 이슈는 쌓이고 또 쌓였다.


새로운 기록들. 슈퍼 캐치 같은 호수비들.

벤치 클리어링, 사건에 연루된 선수 등.

치열한 지구 순위 싸움에 와일드카드 순위 싸움.

그에 더해 MVP 후보의 홈런 페이스, 사이영 후보의 탈삼진 페이스까지.


또한 투수의 헬멧 이슈가 금세 잠잠해지는 가장 큰 이유는 따로 있었다.

당사자인 투수들이 헬멧 착용에 극단적인 거부 반응을 보여서다.


사무국이 투수의 보호를 위해 의무적으로 헬멧을 씌우려고 하면 ‘그까짓 타구가 무서웠다면 발목 보호대부터 무릎 보호대, 팔꿈치 보호대까지 다 차야겠네요’라는 조롱을 가장 먼저 던지는 것이 투수라는 족속이였기에.


미국의 정신인 ‘자유’는 어디에 갔냐고 비아냥거리는 것은 덤이었다.


투수들 입장에서는 그럴 만도 했다.

투구라는 동작은 인간이 할 수 있는 동작 중에서 가장 섬세하고도 복잡한 동작이었으니까.

발목부터 머리 끝까지 모든 동작들을 퍼즐 짜 맞추듯, 움직임을 세분화하고 더하고 빼가면서 완성하는 것이 투구 동작이었다.


그런 투구 동작에 헬멧을 쓴다?

머리의 움직임에 방해가 된다는 사실은 별 것도 아니었다.

무게 중심을 맞추고, 밸런스를 잡고, 이를 위해 발목부터 모든 관절마다 투구폼과 관련된 동작을 뜯어 고치는 것에 비한다면.


즉, 투수 본인이 그동안 쌓아왔던 모든 노하우를 모두 땅바닥에 패대기 치겠다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이 말이 선수에게 ‘너의 안전을 위해서 커리어와 연봉을 모두 포기하는게 어때?’라고 하는 말과 무슨 차이일까.


언뜻 보기에 사소하지만 큰 문제가 또 있었다.

투수 헬멧에는 반드시 턱끈이 필요하다는 문제가 말이다.

온 몸을 써가며 강한 회전을 동반하는 투구 동작에서, 그 턱끈이 얼굴이 갈아버릴 수도 있었으니까.


아주 사소한 것 같지만 하루에 공을 수십 번에서 백 번 넘게 공을 던지는 입장에선 결코 쉽게 넘어갈 문제가 아니었다.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었다.

메이저리그에 등록된 투수만 수백 명이 넘는데, 그런 사건은 몇 년에 한 번 발생할까 말까 했다.

언제 어떻게 생길지도 모르는 '사고'를 위해 모든 투수가 왜 의무적으로 헬멧을 써야 하는가 하는 물음표가 자연스레 따라붙었다.


나는 아니겠지.

내겐 결코 그런 사고가 없을 것이다.

이 같은 생각들이 모든 투수들의 무의식에 자리했다.


매일 출퇴근을 위해 운전대를 잡을 때 마다 '설마 교통사고를 당하겠어'하며 걱정하지 않는 것처럼.


메이저리그의 아이콘이자 간판인 투수, 조창(38)의 생각도 이와 별 차이는 없었다.


얼마 전의 인터뷰가 대표적이었다.


리포터가 조창에게 물었다.


-투수도 안전을 위해 헬멧을 써야 한다는 여론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조창이 피식 웃으며 농담을 던지듯 말했다.


-헬멧을 쓴 투수요? 구려도 너무 구리죠. 상상해봐요. 완전 찐따 같잖아요.

투수란 말이죠. 응? 삼진 하나 따악 잡아주고 무심한 척 시크하게 모자를 양손으로 꾹꾹 눌러주고, 챙에 로진 가루도 좀 묻혀주고, 그런 멋이 있어야 하지 않나요?


리포터가 '그래도 안전이 중요하지 않은가요?'라고 되묻자, 그는 거침없이 바로 대답했다.


-안전이요? 뭐, 좋은 말이긴 하죠. 근데 제가 그 깡통을 쓰고 마운드에 선다고 상상하면··· 웃음밖에 나질 않네요. 그건 투수가 아니라, 다른 무언가죠.’


한나는 멋쩍게 웃으며 마지막으로 질문했다.


“만약 당신에게 그런 사고가 일어난다고 생각하면요?”


그는 피식 웃으며 곧장 대답했다.


“그냥 맞고 살아나길 빌어야죠. 별 수 있나.”



* * *


203x년.


날씨가 화창한 5월 어느 날.


뉴욕의 한 야구장.


내셔널리그의 27번째 정규시즌 경기가 한창이었고, 5회가 끝나고 클리닝 타임이었다.


야구장의 한 곳에서는 중계진이 해설을 빙자한 농담을 즐기고 있었다.


“오늘도 조의 피칭은 우리의 마음을 아주 편안하고 푸근하게 하네요. 5회까지 3피안타 무실점입니다. 프란시스코, 오늘 경기내용은 어떻게 보시나요?”


“늘 보던 모습이라 별 감흥이 없네요. 매일 아침마다 베이컨과 스크램블을 먹으면서 감탄하지는 않잖아요? 제임스, 혹시 자고 일어나서 매일 뜨는 해를 보며 감탄하는 감성은 아니죠?”


“그러면 중계는 때려치우고 시인을 하고 있지 않을까요? 그런데 저기 마운드에 서있는 투수를 계속 보면 시인이 될 지도 모르겠어요.”


“조를 보면 예술적이긴 하죠. 피네스 피처로 변신하고도 벌써 네 시즌이 지났는데요. 오른손으로 던지는 글래빈이 저런 모습이 아닐까요. 그런데 제임스, 시보다는 힙합이 좋지 않을까요?”


“아, 시인이냐 래퍼냐 진지하게 고민할 시간이 필요했는데, 조가 마운드에 오르는군요. 고민은 나중에 해야겠습니다.”


동시에 조창이 마운드 위에 올라섰다.

​매일 똑같은 시간에 똑같은 일을 하는 직장인의 표정처럼 무심한 표정과 함께.


연습투구로 포심과 체인지업, 슬라이더를 하나씩 던져보고는 심판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포수도 공을 다시 투수에게 돌려주면서, 자리에 앉으며 생각했다.

미트를 대는 곳마다 그대로 공이 파고드는 것이 오늘 경기도 무난히 끝나겠다고.


조창이 5이닝 동안 허락한 점수는 단 하나도 없었고, 산발적으로 얻어맞은 안타 3개와 볼넷 하나 뿐이었다.

거기에 6점이라는 타자들의 시원한 득점 지원까지 있었다.


자신이 타석에서 안타를 하나도 치지 못한 것은 별 흠이 되지 않았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승리니까.


흐름이 몹시 좋았다.

공격적으로 피칭하기에 아주 좋을 정도로.

한두 점 정도는 내준다 해도 경기에는 아무 영향이 없었다.


계산을 마치자 상대 타자가 타석에 들어섰다.


6회초 선두로 나선 상대는 2번 타자. 로날드 수아레즈.


매 시즌 30홈런을 꾸준히 치고, 커리어 통산 슬래시라인이 3/4/5를 유지하며, 도루도 20개쯤 해주는, 팀의 득점을 책임지는 리그 수위급 올스타 타자였다.


그러나 그가 올스타급 타자라면 조창은 이미 리그에서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는 투수였다.

경기를 운영하는 노하우는 이미 도가 텄고, 올스타급 타자를 상대해본 경험은 셀 수 조차 없었다.

​​

조창은 타석에 선 구릿빛 거한을 무심하게 바라보며 생각했다.


‘안타 하나쯤, 설령 그 안타가 홈런이라도 뭐 딱히 상관 없고.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은?’


‘벌써 원정 13연전. 야수들이 모처럼 점수를 뽑아줬다.’


‘그렇다면 최대한 빠르게 경기를 끝내는게 좋겠지.’


‘최선은 존 안에 공격적으로 찔러 넣으며 아웃카운트를 빠르게 늘려나가는 것.’


이런 조창의 생각들을 읽은 것 마냥 포수가 그에 걸맞은 사인을 냈다.


[빠른 공, 어느 코스든 존 안으로만]


무표정하던 얼굴에 입꼬리가 살짝 올라섰다.


‘역시 좋은 포수야’


포수가 그와 같은 판단을 내린 것은 불꽃같은 강속구를 믿어서는 아니었다.


지금 조창의 포심은 평균 91마일(146.5km).


리그 평균이 94마일(151.3km)이 넘는 광속구 시대에서 평균보다도 꽤 처지는 구속이다.


구속으로만 보면 모닥불 같은 저속구랄까.


하지만 포수는 조창을 믿었다.


비록 구속은 느릴지라도 자신이 원하는 위치에 공을 정확히 던질 줄 알고, 상대 타자 뿐만 아니라 타선을 상대할 줄 아는, 타자의 타이밍을 뺏는데는 도가 튼 저 야구귀신을.


조창이 투구판에 발을 올렸다.


학처럼 부드럽게 올라가는 왼발이 투구의 시작을 알렸고, 자연스럽게 몸을 꼬아가며 어깨를 뒤로 젖히는 테이크 백이 이어졌다.

물이 흐르듯이 파워포지션이 완성되며 코어에 힘이 응축된다.


그 힘을 분출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왼발을 내지르고, 수축한 코어를 팽창시키며, 오른팔을 던지고는 꽉 눌러잡은 공을 마지막에 때려줬다.


스트라이크 존으로 완벽히 꽂히는 패스트볼이었다.


한 가운데에 꽂히는.


타자는 눈을 의심했다.


‘한가운데? 이거 스플리터인가?’


그러고는 한번 더 생각했다.


‘그래봤자 스트라이크 하나. 힘껏 휘둘러보지 뭐.’


타자의 가벼운 마음과는 달리, 스윙은 빠르고 묵직했다.

그가 휘두른 방망이는 홈플레이트 앞쪽에서 공을 만났다.


-딱!


발사각만 좋았더라면 담장 밖으로, 어쩌면 경기장을 넘길 수도 있는, 불을 뿜는 듯한 타구가 뿜어졌다.


타구속도 118.2마일(190km)의 배럴타구였다.


발사각이 13도만 되었어도 외야 3층을 때릴만한 그 공은 아쉽게도 1도가 채 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 아쉬움이 모두의 탄식이 되기까지는 0.3초도 필요하지 않았다.


-퍽!


평소의 야구장에서는 듣기 힘든 소리가 울려퍼졌고.


조창은 쓰러졌기에.



* * *


꿈을 꾼 기분이었다.


평소처럼 공을 던졌을 뿐인데, 갑자기 하얗고 빨간 것이 내게 날아왔다.

회전하는 실밥은 한올한올 선명하게 보였다.

그와 함께 기억이 존재하는 어린 시절부터, 전날 밤에 제시와 뜨거운 밤을 보낸 순간까지 모든 순간들이 필름처럼 차르르륵 함께 떠올랐다.


이게 꿈이 아니라면 뭐라고 해야 되나.


마지막으로 기억나는 것은 고통이었다.

관자놀이 부근이 뻐근해지다가, 불에 데인 것처럼 뜨거운 통증이 느껴지다가, 날카로운 무언가가 머릿속을 헤집는 듯한 예리하고도 섬뜩한 고통.


그 눈 앞에 필름처럼 스쳐 지나간 건 대체 무엇일까.

한참 곰곰이 생각해보다 한 단어가 슬쩍 떠오른다.


주마등?


그건 죽기 전에나 보는 거라던데...


그럼 죽은건가?

죽었는데 생각은 어찌한대? 와 개신기하네.


아니, 신기한 게 아니라 이게 뭔가뭔가 싶다.


유언도 남긴 적도 없고,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한마디 전한 것도 없는데 이토록 허망한 죽음이라니?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


진짜 죽었다고?


너무 억울하다.


벌어둔 돈은 은퇴하고 펑펑 쓰려고 잔뜩 모아놨는데 쓰지도 못하고, 3년 정도 더 뛰고 은퇴하면 쿠퍼스타운 문짝 부수고 연설도 하고, 마음 잡고 떡두꺼비 같은 여자 만나서 섹시한 아들도 낳고 싶었는데···


가장 억울한 것은 쿠퍼스타운이다.


야구선수로서 마지막 꿈···

얼마 남지 않았는데···


아! 할러데이 형님도 명전 가셨지.

그럼 나도 특별 전형으로 낭낭하게 가겠네.


그럼 뭐하나···

그 형님이나 나나 골로 갔는데.


고인 능욕하지 말라고?

내가 고인이 됐는데 뭐 어쩌라고.


그나저나 죽었다면 뇌가 정지하고, 이런 잡생각은 하지도 못할 텐데···


왜 의식은 왜 멈추지 않고 계속 생각이 이어지는 것일까.


만약 죽는다면 난 천국으로 가겠지.


아니, 벌써 내 육신은 죽었고 정신만이 천국으로 향하는 중일지도 모른다.


지옥은 염두에도 두지 않았다.

내가 그동안 해온 자선행사와 어린이를 위한 봉사활동, 온갖 기부들이 얼만데.

아마 염라대왕님도 내 이러한 사정을 읍소하면 바로 천국으로 돌려 보내실 거다.


천국에 벌써 도착한 것인가?

자꾸 날 부르는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온다.


이래서 어르신들이 착하게 살라고 한 것인가.


“···창아”

“···조창이!”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점점 고막을 울린다.

천국에 벌써 도착한 건가.

완벽한 천국보단 이승의 개똥 밭이 낫다던데···


물론 내겐 이승이 개똥밭 보다는 꽃밭에 가까웠지만

그 차이는 아주 사소한 문제일 뿐이다.


그래도 이왕 천국에 와버린 것을 어쩌겠나.

이 한 몸 불살라서 이전의 인생처럼 천생도 열심히 불살라봐야지.


이제 날 부르는 목소리가 완전 또렷하다.

그런데 말하는 투가 몹시나 건방지게 들린다.

천국의 노래 소리라기엔 너무 현실적이기도 하고.


“창아! 정신차려!”

“조창! 빌려준 돈은 갚고 가야지!”

“선배! 이대로 죽으면 안돼요!”

“죽긴 누가 죽어? 너 나한테 죽어볼래?”


이딴 게 천국이라고?

이런 존중도 없는 천박한 말투들이?

천국의 꼬라지가 심상치 않다.


​​나사가 빠져도 아주 단단히 빠진 모양이다.

기강을 아주 단단히 잡아야겠어.


이런 의식의 흐름을 마치고, 조창이 눈을 떴다.

​​

그리고 조창이 눈을 뜨고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십수개의 빡빡이들과 수십 개의 눈알 뿐이었다.


조창은 생각했다.


‘기강··· 잡히는 쪽은··· 나였나?’​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랑맨입니다.


열심히 써보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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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스코어 컨트롤러 (2) +4 24.03.03 1,202 19 14쪽
32 스코어 컨트롤러 (1) +2 24.03.02 1,318 24 15쪽
31 운수 좋은 날 (7) +2 24.03.01 1,307 19 14쪽
30 운수 좋은 날 (6) +3 24.02.29 1,276 24 15쪽
29 운수 좋은 날 (5) +4 24.02.28 1,299 23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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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운수 좋은 날 (2) +1 24.02.25 1,497 20 14쪽
25 운수 좋은 날 (1) 24.02.24 1,599 26 15쪽
24 퍼펙트의 5단계 (2) +1 24.02.23 1,625 23 14쪽
23 퍼펙트의 5단계 (1) +1 24.02.22 1,696 26 14쪽
22 수상한 행운의 편지 (6) +2 24.02.21 1,705 29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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