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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4136_taerang15 71 님의 서재입니다.

천재 투수가 구속을 숨김

웹소설 > 일반연재 > 스포츠, 판타지

랑맨
작품등록일 :
2023.10.21 14:58
최근연재일 :
2024.03.17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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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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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수상한 행운의 편지 (4)

DUMMY

리스트에는 안산공고의 선수 두 명이 올랐다.

조준이 조창에게 며칠 전에 전해주었던, '지명 예상 순위 상위 30인'이라는 흉악한 물건이었다.


이 두 선수는 안산공고의 핵심이었다.

여대현의 호투 속에서도 각각 3타수 1안타 1볼넷과 3타수 2안타를 뽑아낼 만큼.


이 선수들이 이 시점에 언급 될 만한 이유는 딱히 없었다.

아침에 ‘Dick.Spear.No7’이라는 수상한 아이디로부터 요상한 DM을 받은 사실을 제외하면.


1안타 1볼넷을 받은 선수의 경우.


‘이 편지는··· 어제 경기에서 분석하건대, 스탠스를 지금처럼 클로즈로 가져갈 것이 아니라 스퀘어로 가져간다면 끝까지 공을 볼 수 있어 보다 정확한 타격을 할 수 있을 것··· 7장을··· 꼭 잘보이는 곳에···’


스탠스에 관한 조언이 섞인 미심쩍은 편지를 받았으며,


2안타를 친 선수의 경우.


‘이 편지는··· 톱 핸드(방망이 그립을 잡은 손 중 위쪽 손)의 팔을 히팅포인트까지 L자, 즉 직각으로 가져간다면 히팅 포인트에서 공을 더 강하게 때릴 수 있을··· 7장··· 꼭 붙여야···’


타격에서 팔 동작에 관한 편지를 받았다.


이들은 바로 전날의 패배로 울분을 토해내던 것도 잊은 채, 이 수상한 편지에 골몰했다.


머리를 맞대봐도 뚜렷한 답이 나오지 않자, 감독을 찾았다.


감독은 이 괴상한 DM을 천천히 살펴보고는 눈 앞의 선수들과 DM을 몇 차례 번갈아보다가 답변을 내놓았다.


“편지를 흉내낸 꼴이나, 7장이 어쩌고저쩌고 하는 것을 보니 미치···ㄴ··· 흠흠, 정상은 아니군. 그래도···”


감독은 제정신이 아닌 것처럼 보이는 이 인간이, 그래도 야구만큼은 제대로 된 전문가라는 판단이 들었다. 자신이 미처 생각지 못한 세세한 부분까지 잡아내고, 그에 꼭 맞는 개선방안까지 더한 내용은 아무나 할 수 있는 말이 아니었으니까.


감독은 두 선수에게 지시를 내렸다.


“내용은 일리가 있다. 내가 바빠서 미처 챙기지 못한 부분을 잘 짚어냈어. 이대로 한번 훈련해보자.”


그렇게 두 선수는 편지의 내용대로 연습을 이어나갔고, 확연한 성장세를 보였다.


안산공고의 감독은 그 모습을 보며 뿌듯해 했다.

뿌듯함보다는 날로 먹었다는 기쁨이 더 컸지만.


‘운이 좋군.’


그러나 안산공고 그 어디에서도, 목을 놓아 부르짖던 7장을 붙인 흔적을 찾을 수는 없었다.



***


어디선가 미친놈 혹은 정상이 아니라는 음해를 받고 있는 당사자, 조창은 몹시 바빴다.


다른 학교 선수나 같은 학교의 타자들에게 DM을 보내기 위해서 매일 밤마다 영상을 돌려보고, 이론을 점검하고, 장문의 편지를 써서 보내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었으니까.


그에 더해 전상문을 키운답시고 매일 연습이나 훈련마다 눈에 불을 켜고는 미흡하거나 부족한 점을 찾아내어 ‘은근슬쩍’ 알려줄 방법까지 궁리해야 했다.


대놓고 알려주는 것은 감독에 눈에 띌 경우 큰 문제가 될 수 있었으니까.

또한 선배도 아닌 동갑에게 먼저 조언을 구하지도 않았는데도 알려주겠다고 나서는 것은 큰 무례였다.


해오던 방식을 바꾸는 것 자체가 큰 리스크를 동반했고, 결과가 좋지 않다면 그 책임은 당사자가 짊어져야만 했으니까.


그래서 ‘네가 뭔데?’라거나 ‘너나 걱정해라’같은 반발부터 심한 경우엔 싸움까지 날 수도 있는 민감한 사안이었다.


다행히도 전상문에겐 해당 사항이 없었다.


지금처럼.


“상문아, 왼쪽 어깨를 조금 더 닫아봐.”


지나가면서 이렇게 한마디를 툭 던지면,


“그래? 신경 써보지 뭐.”


쿨하게 듣고는 무심하게 넘어갔으니까.


이런 무신경함은 결코 전상문이 원숭이 같은 순진함과 순진무구한 뇌를 지녀서는 아니었다.


결코 아니었다.


‘그런가?’


매번 넙죽넙죽 받아만 먹고는, 그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는 전상문에 간혹 의심이 들긴 했지만···


어찌 되었든 다른 선수와는 다르게 딕세븐의 마수를 직접 받고있는 전상문은 날이 갈수록 좋아졌다.


전상문과 조창의 공통된 목표의식은 시너지를 발휘했다.


‘반드시 전체 1번으로 지명된다!’


‘일단 이 녀석부터 전체 1번을 만든다!’


전상문이 하루하루 강해지게 된 속사정이었다.



***


서울고등학교는 전통의 야구 명문 고등학교였다.


그렇기에 매해 우수한 선수들이 입학했으며, 그 우수한 선수들 중 경쟁에서 승리한 선수만이 경기에서 뛸 수 있었다.


공격과 수비, 타자와 투수, 모든 측면에서 강력한 팀인 만큼 매번 우승후보로 꼽혔다.


그 우승 후보와 또 다른 우승 후보인 휘암고가 만났다.


청룡기 16강전에서.


양측 선수들이 인사를 나눌 때였다.

어느 두 선수가 입맛을 다신 것은.


한 명은 전상문이다.


‘드디어 던진다. 비밀병기의 등장이시다. 후후후.’


왼팔에 봉인해둔 흑염룡, 아니 불꽃 같은 강속구를 선보일 수 있다는 마음에 입맛이 싹 돌았다.


또 다른 한 명은 조창이었다.


‘제대로 된 먹잇감들이 나타났군. 후후후.’


우승후보로 꼽히는 팀답게, 리스트에 올라있는 이름이 4명이나 있었으며 개중에는 조준이 1라운더로 예측한 선수가 무려 2명이나 있었다.


그렇게 인사를 마친 후, 벤치에서 선수들은 준비하고, 두 사람은 입맛을 다시고 있던 그때.


하늘의 먹구름은 짙어졌고, 한두 방울씩 빗방울을 툭툭 던지다가 이내 장대비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 결과는 우천취소였다.



***


고교야구의 꽃이라 불리는 전국대회.


그 전국대회의 대부분은 드래프트를 두어달 정도 남긴 시점에 열렸고, 그 기간은 7월부터 9월까지다.


비가 심심하면 내리는 여름철이었다.


그렇기에 잦은 우천취소가 있었고, 아마추어 야구부터 프로야구까지 비라는 변수 때문에 일정이 꼬이는 것은 매년 연례행사였다.


오죽하면 허씨 성을 쓰는 어느 해설자가 돔구장 노래를 부르며 밈까지 될 정도였을까.


뜨겁게 달아오르는 여름의 야구.

달궈진 그라운드 만큼 뜨겁게 타오르는 선수들의 열정.


이 모든 것들은 하늘의 뜻과 함께 차갑게 식기도 한다.


그러나 주룩주룩 내리는 비도 전상문의 이글거리는 열정을 식히지는 못했다.


작은 불꽃은 양동이 한 바가지의 물에도 꺼질 수 있지만, 거대한 불길에 뿌리는 물은 오히려 그 불길을 키우기만 하는 것처럼.


이틀 간의 장대비는 공을 던지고 싶다는 전상문의 뜨겁디뜨거운 열정에 기름을 붓기만 했다.


그렇게 다음날의 목동야구장.


전상문은 거대한 산불처럼 타오르는 내면의 열정을 불태우며 왼팔의 흑염룡을 꺼냈다.


‘역시 주인공은 마지막의 마지막에 등장하는 거지.’


대회는 아직 16강일 뿐이고 경기는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지만, 그런 사소한 것들은 전상문의 머릿속엔 이미 없었다.


열혈이란 속성은 그 주인에게 ‘자신이 이 세상의 주인공’이라는 개념을 심기 마련이었고, 전상문은 자신의 활약을 매우 당연하게 여기고 있었으니까.


그렇게 1회 초.


근거 없는 확신에 가득 찬 전상문이 경기의 시작을 알렸다.


다소 느린 듯한 키킹동작으로 무게중심을 뒤쪽에 실어주며 코어에 힘을 응축시킨 후, 재빠르게 오른다리를 내지르며 스트라이드를 이어가고, 유연한 고관절이 회전하며 하반신의 힘을 상반신으로 옮겨준다.


그 완벽한 힘의 전달에 이어 몸통을 세워주고 어깨를 회전시키다가 마지막엔 흑염룡의 봉인을 해제했다.


-156km.


지옥에서라도 구해 와야 한다는 좌완 파이어볼러.

그 전형적인 모습에 모든 이들이 감탄했다.


서울고의 선두타자도 놀랬다.


‘이런 걸 어떻게 쳐?’


그리고 마운드에서 로진백을 만지는 척하며 전광판에 찍힌 구속을 확인한 전상문은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오늘. 빠른 공으로. 모조리. 도륙을 내버리겠다.’


자신감과 확신에 가득 찬 전상문은 그 후로도 세 번 연속으로 빠른 공을 포수의 미트에 쑤셔박았다.


-153km.

-157km.

-154km.


서울고의 선두타자는 좌완에다가 150대 중반의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 때문에 정신을 차리기 힘들었다.


포수의 미트에 박힐 때마다 대포알이 터지는 소리가 가뜩이나 혼란한 그의 마음을 더 어지럽게 했다.


그렇기에 감히 배트를 휘두를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절레절레 고개를 저은 타자는 힘없이 터벅터벅 걸어갔다.


1루 쪽으로.


주심의 판정이 터벅터벅한 걸음에 박자를 맞췄다.


“볼 넷.”


전상문이 던진 4개의 공은 모두 볼이었다.



***


강속구 투수가 가장 신나는 날은 자신이 던진 패스트볼이 최고라는 확신이 들 때다.


구질구질하게 변화구를 섞을 필요도 없이, 강속구로 시원시원하게 다 때려잡는 뽕맛은 마약과 다름없었으니까.


저 맛을 10년 간 씹고 뜯으며 맛을 봤는데 내가 왜 모르겠는가.


이런 날은 타자가 투수의 공을 공격하는 날이 아니다.

투수가 타자를 공격하며 때려잡는 날이지.


하지만...

저 멍청이의 어깨에 잔뜩 힘이 들어갔다.


바짝 들어가서 공이 날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던지는 강속구의 쾌감에 취해서 더 빠른 공을 던지고 싶다는 욕구에 무의식적으로 힘이 들어가기에 존을 벗어나는 경우였지만···


역시 귀신 같은 감독님의 눈을 피할 수는 없었나보다.

그 귀신이 마운드에 올랐다.


“상문이.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힘 빼고 던져라.”


아마 이런 말을 하지 않으셨을까.


물론 이런 조언 한마디를 듣는다고 바로 고쳐진다면 이 세상에는 볼질하는 투수는 없을 것이고, 슬럼프를 겪는 타자도 없을 것이다.


뭐, 어쨌든 경기 자체는 흥미로웠다.


볼넷. 삼진. 볼넷. 볼넷. 삼진. 삼진.


1회에만 삼진 세 개와 볼넷 세 개였으니까.


뱀을 닮은 어느 메이저리그 투수가 떠올랐다.

블레이크 스넬이라는 아저씨였지.


물론 상문이의 제구력이 그 아저씨보단 훨씬 낫다.

아마 그랬다면 미국으로 건너오지도 못했겠지.


어쨌든 이후에도 경기는 참... 쫄깃쫄깃했다.


2회에는 안타,볼넷,병살,삼진.

3회에는 삼진,삼진,볼넷,안타,땅볼.


4회부터 5회마저도 별 차이는 없었으니까.


매 이닝 타자가 출루하면서 득점의 기대감에 부풀어 오를 만하면, 제발 막아달라는 우리 팀 야수들의 애원에 힘입어 병살과 삼진을 해냈다.


득점권 찬스 만 다섯 번에 만루는 두 차례.

대환장 파티 그 자체였다.

결과는 재밌게도 매 이닝 기적의 무실점으로, 쫄깃쫄깃한 게 아주 개꿀맛이었다.


물론 다른 사람들에겐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기묘한 내용이었겠지만.


아마 나를 제외하고는 모두 발암물질을 한가득 먹다가 정신이 혼미해져서 ‘암세포도 생명인가?‘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


전상문의 바람과 같은 투구인지 발암과 같은 투구인지 헷갈릴 피칭은 모두의 손에 땀을 쥐게 할 정도였지만, 이와 별개로 내게는 집중해야 할 일이 따로 있었다.


그 일이란, 서울고의 저 맛있는 먹잇감들에 대한 분석이다.


4명 중 3명은 타자였고, 그 세 명에 대한 기록은 모두 마쳐두었다. 수준급의 타자라면 몇 타석은 관찰해야겠지만, 지금 관찰하는 녀석들은 모두 아마추어 수준이었고, 그 수준 만큼 한 타석이면 파악하기엔 충분했다.


한 녀석은 스탠스의 크기를 너무 크게 잡아 불안정한 스트라이드 때문에 앞발의 위치가 열렸다 닫혔다 제멋대로, 타이밍도 당연히 제멋대로.


한 녀석은 무게중심을 잘못 잡아 뒤쪽 엉덩이가 너무 뒤에 있어서 타격에서 힘이 전혀 실리지 않는 문제.


마지막 한 녀석은 제법 완성도를 갖췄지만, 몸통 회전에 이은 팔의 각도가 열려서 스윙이 다소 퍼져나오는 흠집.


이 모든 것을 차곡차곡 메모어플에 정리해두었다.


이 셋은 에피타이저에 불과했고, 메인디쉬는 따로 있었다.


김정현이라는 군침이 싹 도는 녀석이다.

우리 팀 녀석들을 디저트 해치우듯이 가볍게 해치우는 저 모습을 보라.


아주 스카우터가 환장할 만한 녀석이다.


140대 후반의 묵직한 패스트볼.

완전히 똑같은 폼으로 나오는 체인지업.

각이 큰 슬라이더까지.


무엇보다도 자신이 던져야 하는 공을 던질 줄 아는, 진짜배기였다.


마운드에서 잡생각을 지우고는 몸을 온전히 쓰며, 던져야 하는 공을 정확하게 던질 줄 아는 투수.


기본 중에 기본이라 할만 했지만, 이 기본도 하지 못해서 망가지는 투수들은 셀 수도 없이 많았다.


그렇기에 좋은 투수였고, 크게 될 선수였다.


형의 리포트에도 무조건 1라운더.

전체 3번 이내도 노려봄직하다 했었지.


이 녀석을 끌어내려야만 한다.

어디 감히 나보다 뒷번호로 지명 당하려고.


이 녀석을 끌어내려서 당당하게 약속의 그날인 드래프트 데이에 나보다 먼저 지명 당하게 하리라.


강렬한 다짐과 함께 김정현을 세포 단위로 분해하듯 분석했다.

이 눈알이 빠질 것 같은 고통은 다른 녀석들보다 훨씬 더 상세한 분석과 몇 배쯤 되는 분량의 메모로 이어지리라.

그것이야 말로 나의 사명이자, 구원이니.


이런 나의 각오와 집념을 무시하고는 애들이 들러붙었다.


“창창아, 쟨 뭐 없어?”

“오늘 적은 거 우리도 좀 보자.”

“이대로 가다간 한 점도 못 낸다고!”


54강전부터 32강전까지 투수의 버릇들을 알려줬더니, 방망이를 돌리는 재미가 붙어서, 나를 못살게 군다.


짜증이 불쑥 솟았다.


보따리 내놨더니 목숨 건져 달라는 것도 아니고.


집중력이 극에 달하는 순간, 무언가를 발견할 것 같은 순간에 방해를 받으며 그 집중이 깨지면서 뿌리는 파편이 머리를 쑤시는 듯한 고통-.


강한 집중력은 외부 자극에 둔감하게 했지만, 그 집중력을 깰 만한 큰 자극은 나를 더할 수 없이 예민하게 만들었다.


이 새끼들이...


내 분노가 얼마나 무서운지 본때를 보여줘서 기강을 바로 잡아야 한다.


“아 이새끼들아 그것도 몰라? 빠른 공일 때는 로진백을 세 번 두들기고, 변화구일 때는 한번만 두들기잖아! 거기다가 슬라이더 던지기 전에는 고개를 한번 흔들고, 체인지업엔 한번 끄덕거리고! 너네도 다 아는 걸 왜 나한테 와서 귀찮게 하고 지랄들이야! 꺼져 이새끼들아!”


그러나 애들의 반응은 기대한 그것이 아니었다.


잘못을 뉘우치며 시무룩해야 할 녀석들은 오히려 눈을 위로 뜨며 생각에 잠기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심지어 활짝 핀 미소들에 소름마저 돋았다.


날 더 소름 돋게 만든 건 이수만, 이충만, 강대빈이었다.


“봐봐. 창창이는 모든 걸 알고있다니까?”

이수만이 이 말과 함께 내 어깨를 감싸쥐었고,


“다시 생각해보니까 진짜 그러네? 와 개신기.”

이충만은 내게 쌍따봉을 보내며 춤을 추었고,


“조창! 존나 사랑한다!”

강대빈이는 지 덩치랑 힘도 잊고서는, 날 으스러져라 껴안았다.


뭐지. 욕먹고도 신난 이 또라이들은.

근데 숨이 너무 막혔다.

강대빈 이 자식아··· 네 몸뚱이를··· 생각해···


현란하면서도 혼란스러운 전상문의 피칭에도 끄떡없던 정신줄이 점점 혼미해졌다.


***



드래곤의 브레스는 몹시 무섭고도 가혹하다.


아군과 적군을 가리지 않고 모두를 구워버리니까.


전상문이 드래곤의 브레스처럼 불을 뿜는 피칭으로 아군과 적군의 심장을 모조리 쫄깃하게 구워가면서 자신의 투구수도 불태워갔다.


그렇게 5회 초.

고교야구의 하루 한계투구수인 105개에 조금 미치지 못하는 99개의 공으로 어찌저찌 이닝을 끝냈다.


5이닝 2피안타 8볼넷 8탈삼진 무실점.


볼넷과 탈삼진 개수가 같은, 암세포도 암에 걸릴 것 같은 투구 내용으로도 어찌저찌 선발로서 임무를 겨우 마쳤다.


어찌 되었든 무실점으로 경기 중반까지 무실점으로 막으며, 다음 투수에게 편하게 던질 여건을 만들어줬으니까.


그러나 다음 투수는 없었다.


결국 완봉으로 끝났기에.


조창의 불을 뿜는 짜증으로 인해 휘암고의 타자들이 각성하며 김정현을 탈탈 털어먹고, 그보다 수준이 한참 떨어지는 두 번째 투수를 영혼까지 탈곡하며 12점이란 점수를 5회 말에 뽑아냈으니까.


그 결과, 스코어는 12:0.


청룡기 16강전은 5회 콜드게임으로 끝이 나버렸다.


작가의말

'보따리 내놨더니 목숨 건져 달라는 것도 아니고.'

농담이 쓸 만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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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스코어 컨트롤러 (1) +2 24.03.02 1,306 24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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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운수 좋은 날 (2) +1 24.02.25 1,486 20 14쪽
25 운수 좋은 날 (1) 24.02.24 1,588 26 15쪽
24 퍼펙트의 5단계 (2) +1 24.02.23 1,614 23 14쪽
23 퍼펙트의 5단계 (1) +1 24.02.22 1,685 26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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