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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4136_taerang15 71 님의 서재입니다.

천재 투수가 구속을 숨김

웹소설 > 일반연재 > 스포츠, 판타지

랑맨
작품등록일 :
2023.10.21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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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17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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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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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란 무엇인가 (5)

DUMMY


연습경기는 연습을 위한 경기다.


선수들의 기량을 점검하고, 공식 시합에 내보낼 옥석을 가리기 위한 경기일 뿐이었다.


그렇기에 조창과 전상문의 피칭은 4회로 끝났고, 그 둘로 인해 바짝 날이 서있던 타자들은 투수들을 두들기기 시작했다.


고무줄이 장력을 견디지 못하고 끊어질 때의 그것처럼 팽팽한 투수전에서 치열한 타격전으로 이어졌다.


감독이 마지막 이닝이라고 못 박은 9회 말.


마운드에 선 여대현은 붉게 달아오른 얼굴로 벤치를 바라보고 있었다. 시선의 끝에는 벤치에서 히히덕거리고 있는 조창이 보였다.


입술을 짓씹었다.


‘아니, 쟤한테는 붕붕 휘둘러대더니... 내 공은 왜 쳐맞는거야. 거지같네.’


인생은 운빨이랬던가.


1학년부터 그랬다.


자신은 죽어라 노력했는데도, 조창에는 미치지 못했고, 전상문에게도 치였다.


같은 투수로서 자존심이 너무 상했다.


그럼에도 이를 악물고 노력했다.

투수치고는 다소 작은 175cm라는 키를 극복하기 위해 웨이트 트레이닝을 했고, 극단적으로 구속을 끌어올리는 투구폼을 가져갔다. 지금의 투구폼을 만들기 위해서 밤마다 수건을 얼마나 던졌던가.


그러나 재능이라는 불합리한 장벽은 너무도 높았다.

150km라는 절대적 장벽이 그를 가로막았다.


그의 현재 최고구속은 146km.

평균 140대 초중반이 그의 한계였다.


그럼에도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구속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변화구를 연마했다.

밸런스를 갈고 닦으며 제구에 대해 고민했다.

동기들에게 한탄 할 시간에 웨이트를 했고, 재능이 없는 설움의 눈물을 흘리기를 대신해 달리고 또 달렸다.


그리고 결국 팀에서 세 번째 투수로 완벽히 자리했고, 스카우터들도 관심을 보였다.

박준완마저 그 노력에 감탄해 스카우터들과 대화를 나눌 때면 가장 먼저 추천할 정도였다.


그런 그에게 오늘은 너무도 가혹했다.


조창이 평소대로 160에 가까운 공으로 타자를 때려잡았더라면 이토록 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자신만의 무기를 갈고 닦아서 더 나은 선수가 되겠다고 투지를 불태웠으리라.


그러나 오늘.

조창은 평소와는 정반대에 가까운, 처음 던지는 스타일로 자신이 목표로 삼았던 이상적인 피칭을 선보였다.

무심한 표정으로 타자들을 요리하면서.


전국에서도 손에 꼽는 강타자들이 즐비한 휘암고의 타자들을 말이다.


매일같이 ‘더 빠른 공!’만 노래하며 패스트볼만 주구장창 연습하던 녀석이 갑자기 자신과 비슷한 스타일로, 완성도는 훨씬 뛰어나게 던지는 모습이란.


가슴 속 깊은 곳에 근성과 노력으로 포장해둔 열등감이 봉인을 뚫고 나오게 만드는 것이었다.


가슴 한줄기에 검붉은 열기가 치솟아올랐고, 관자놀이 안쪽이 화끈해져갔다.


‘저건 내가 더 잘해야만 한다고!’


울분에 가득찬 채로 그는 마운드에 올랐고, 공을 던졌고, 1사 만루 위기에 처했다.


현재 스코어는 9:8.


안타 하나면 역전인 상황.


여대현이 조창을 본 이래로, 가장 원망스러운 날이었다.



* * *


백팀의 벤치 안.


평소에 팀원들을 두루두루 잘 챙기던 휘암고 야구부 주장, 김보배가 파이팅을 불어넣기 위해 소리쳤다.


“대혀이! 평소대로! 원아웃, 원아웃!”


그 옆에 있던 열혈 야구소년 전상문도 함께했다.


“병살! 벼어엉살!”


나머지 부원들도 그 목소리들에 힘을 실어줬다.


“선배! 파이팅!”

“여대리, 할 수 있어!”

“병살 하나면 끝난다! 아자!”


부원들의 파이팅을 들었을까.


마운드 위의 여대현이 깊은 숨을 내쉬고는 조창을 힐끗 바라보았다.


‘그래. 나도 너처럼 할 수 있다. 똑똑히 보라고, 조창.’


곧 비장한 눈빛과 함께 투구를 시작했다.


우람한 허벅지가 접혔다 펴지면서 내질러졌고, 두툼한 몸을 회전시켰다. 짧고 두툼한 팔뚝이 몸통과 어깨의 회전을 따라 솟구쳤고, 이내 공이 손끝에서 떠났다.


타석에 서있던 정의헌은 공을 뚫어져라 보았다.


그와 동시에 오른 다리를 내지르며 구종을 가늠했다.


‘체인지업?’


판단은 애매했지만 스윙에는 망설임이 없어야 한다.

그 지론에 따라 몸을 과감히 돌렸다.

평소보다 반박자 느리게.

그리고 늦게 응축된 힘을 퍼올렸다.


-탁!


공과 배트가 만나며 맑은 소리를 냈다.

손에 걸리는 감각은 아무것도 없었다.


이어 청팀의 벤치에서 괴성이 뿜어졌다.


“““와아아아!!! 넘어간다아아아아!!!!”””


결과는 끝내기 만루홈런이었다.



* * *


연습경기가 모두 끝난 후.


땀과 흙으로 범벅이 된 휘암고 야구부 선수단이 라커룸에 모두 모여있었다.


선수들이 각각 무리를 지어 잡담을 하거나, 경기를 복기하거나, 아쉬움을 토로하며 감독과 코치를 기다렸다.


잠시 후, 감독실의 문이 열리고 박준완과 홍정민이 그들 앞에 나타났다.


먼저 입을 연 것은 홍정민 코치였다.


“모두 주목!”


라커룸이 조용해지고, 이목이 집중되자 말을 이었다.


“오늘 경기, 모두 고생 많았어. 누군가는 흡족했을테고, 누군가는 아쉬웠겠지. 그래도 이번 경기를 통해 각자 느끼는게 많았을 거다. 그리고 연습경기잖아? 연습이라는게 앞으로 더 잘하기 위해 하는 거 잖아. 부족한 부분은 채우고, 잘했던 부분은 더하고! 정식경기에서 더 멋진 모습을 보여주자고. 알았지?”


홍정민 코치의 연습 경기 후의 의례적인 멘트였다.

그럼에도 매번 이 멘트를 쓰는 이유는 하나였다.


모든 연습경기는 연습을 위한 것이었고, 앞에 있는 선수들은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고등학생이었으니까.


선수들의 대답에도 기합이 제법 실려있었다.


““네!””


그 후에도 가벼운 몇 마디의 덕담과 위로의 말을 전했고, 그의 차례가 끝났다.


“그럼 감독님. 피드백 시작하시죠.”


“음, 시작하지.”


그때부터 박준완 감독이 한 선수씩 호명하며 피드백을 진행했다. 첫 순서는 백팀의 선발, 전상문이었다.


“상문이. 오늘 왜 빠른 공만 던졌나?”


전상문은 솔직하지 못한 대답을 했다.

대뜸 ‘조창이 제 공을 보고 달아올라 무언가를 느끼고 각성할 줄 알았습니다.’라고 하기엔 너무 부끄러웠으니까.


중2병도 고3쯤 되면 선택적으로 나타나는 법이었다.


“오늘 포심이 좋았고, 제 공을 믿고 던졌습니다.”


“그래도 슬라이더 몇 개 정도는 던져볼 수도 있는데, 왜 던지지 않았나?”


“평소보다 공이 더 뻗어서, 슬라이더를 던질 필요를 못 느꼈습니다.”


“자신감이 좋군. 투수가 그런 배짱도 있긴 있어야지. 그래도 선택지가 하나로 좁혀지는 건 위험하다. 자신감과 자만을 구분하도록.”


“알겠습니다. 감독님.”


그 다음은 이수만 차례였다.


“수만이. 일단 수비는 나무랄 곳이 딱히 없다. 딱 하나, 공 빼는 속도가 느리다. 그 연습을 좀 더 해보자.”


“네. 감독님.”


“문제는 타격. 배트를 내야 할 때는 왜 참나?”


이수만이 머리를 긁으며 답했다.


“볼넷이랑 안타랑 별 차이가 없다 생각해서··· 카운트를 만들다 보니 그런가봐요.”


“그러다 카운트가 몰리면?”


“커트로 버티고··· 그 다음엔 어떻게든 되겠죠?”


나름 나쁘지 않은 접근방법이었다.

만약 이수만이 힘이 없는 타자였다면.


박 감독이 탐탁치 않은 눈빛으로 이수만을 쏘아보았다.


“네 장점을 살려야지, 왜 자꾸 좋아보이는 것만 따라하나? 그 좋은 파워는 어디다 쓰려고? 아웃을 두려워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휘둘러야지.”


“노력해볼게요. 감독님.”


그렇게 이수만 차례가 끝나고, 계속해서 피드백이 이어졌다.



***


그 후로도 한시간 가량 박준완의 감독이 이어졌다.


김보배, 이충만, 강대빈, 정의헌 등 3학년 주전선수들 뿐만 아니라 경기를 뛴 모든 선수들을 하나하나 짚어주면서.


그의 피드백은 섬세했고 객관적이었으며, 잘한 선수들에겐 당근과 채찍을, 못한 선수에겐 채찍보단 당근을 주며 독려했다.


가장 긴 피드백은 여대현의 차례였다.


평정심을 왜 잃었는지, 공 하나하나를 던질 때 무슨 생각을 했는지 물어가며 심리상담과 코칭을 동시에 진행했다.


피드백이 끝날 즈음, 여대현의 얼굴은 거의 울상이었다.


그런 그에게 박준완은 평소 그가 얼마나 열심히 노력했는지 칭찬하고, 결과에 대해선 묻지 않은 채 위로의 말만 전했다.


그에 여대현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대답했다.


“감독님. 진짜, 진짜로, 다음 경기에선 실망시키지 않겠습니다.”


감독의 대답은 간결했다.


“실망한 적 없으니 지금처럼만 하도록.”


여대현의 눈물이 닭똥같이 굵어졌다.


그 후로 모든 피드백을 마친 박준완은 짙은 피로감을 느꼈다.


마지막 차례로 조창이 남아있었으니까.


‘도대체 무슨 피드백을 해야하지?’


만약 조창이 평소에도 오늘같은 모습을 보였다면 ‘잘했다. 조창. 오늘처럼만 하도록.’이란 말을 남기고 끝냈을 거다.

그러나 평소와는 너무 다른 피칭스타일, 처음 보는 체인지업, 거기에 의심했던 입스까지.


헝클어진 자신의 장발만큼이나 머릿속이 어지러운 그였다.


그러나 100개에 가까운 눈동자가 감독과 조창을 번갈아가며 보고있었다.


결국 무슨 말이라도 꺼내야 하기에, 그는 마지막 피드백을 진행했다.


“오늘 던진 체인지업. 평소에 몰래 연습해왔나?”


질문이 떨어지기 무섭게 조창은 대답했다.


“네. 올해 초부터 꾸준히 연습했습니다!”


속으로 생각한 바는 달랐지만.


‘거진 20년을 연습했는데요 뭐.’


물론 그가 전성기 시절에 보여주었던 서클체인지업에 비하면 모자람이 많은 공이었다.

그 시절에는 좌타자 바깥쪽으로 흘러가는 끝내주는 무브먼트는 찾아 볼 수 없는, 단순히 포심과 비교해 낙차가 있는 그냥 체인지업이었으니.


아직 덜 익숙해진 손목 감각과 마지막에 공을 쓸어내는 손가락의 느낌이 부족했다.


그럼에도 그 체인지업은 꽤나 위력적이었기에, 박준완의 판단으로는 아마추어가 공략하기엔 너무 어려운 공이었다.


그렇기에 나올 대답은 하나였다.


“훌륭하군.”


그 뒤로 잠깐의 침묵이 흘렀다.

일단 무슨 말이라도 해야했기에 했을 뿐, 어지러운 머릿속을 정리하기엔 시간이 부족했으니까.


그래도 결국 매듭은 지어야 법.


“그럼 패스트볼을 몸쪽으로 던진 이유는 결정구를 체인지업으로 가져가려고 던진건가?”


박준완은 스스로 자괴감을 느꼈다.


‘밥 먹으면 똥나온다는 소리도 아니고··· 거참···’


너무도 뻔한 소리였기에.


나올 대답도 뻔했다.


“네. 빠른 공으로 카운트를 잡은 뒤에 타자가 타석에서 물러서면, 바깥쪽 코스에 체인지업을 던지면 충분하다 생각했습니다.”


박준완은 이 이상 길게 끌어봐야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다. 계속해서 뻔한 소리만 내뱉기엔 낯짝이 그리 두껍지 못했기에.


거기에 가늠하기 어려운 이 녀석을 가지고 질질 끌어봐야 자괴감만 잔뜩 쌓일 것 같았다.


‘결국 선수는 결과로 말하는 법이지.’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을 이해하려면 시간이 필요한 법.’

‘일단 계속 던지는 모습을 관찰해 봐야겠군.’


말을 고르던 박준완은 마무리를 지었다.


“오늘 좋았다. 그래도 너무 자만하지는 말도록.”


아침에는 해가 뜬다는 만큼 뻔한 소리로.



* * *


미팅이 끝난 후.


모두 라커룸에서 샤워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거나 학교에 남아 훈련을 준비할 무렵, 사건이 터졌다.


사건의 발단은 열혈야구소년 전상문이 상심한 듯한 친구를 위로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전상문이 여대현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


“대리, 뭔일 있었어? 너답지 않게. 원래 차분하게 잘 던졌잖아?”


차분··· 차분이라···


여대현은 방금 전까지 자기가 차분해진 줄 알았었다.


감독님의 위로에 눈물을 흘리면서 한 번.

샤워기의 찬물을 맞아가며 자신의 추태를 곱씹으며 두 번.


그러나 어깨를 툭툭 건드는 손길이 오늘따라 재수없었다.

마치 승자가 패자에게 내리는 아량처럼 느껴졌으니까.


그래도 3년 가까이 함께 땀 흘리고 동고동락한 친구들이다.

이 친구들에게 열등감과 시기심을 느낄 때마다 인간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자신에게 자괴감을 느끼며 미안한 마음도 있었다.


그러나 오늘 만큼은 견디기가 힘들었다.


손을 거칠게 쳐내면서도 마지막 이성의 끈을 붙잡았다.


“됐다. 오늘은 나 좀 내버려두라.”


그러나 열혈이라는 속성에는 눈치 없음이 패시브처럼 붙어오는 법이었고, 전상문은 그 편견에 완벽히 부합했다.


내버려두라는 말은 귓 등으로 넘기고 어깨동무를 해오며, 평소에는 쓰지도 않던 어색한 사투리를 더해가며 말을 붙였다.


“친구 좋다는기 뭐꼬? 이럴때 속풀이 하믄서 씨원~하게 탈탈 털고, 후련해지는기 아이가? 우리 친구 아이가?”


친구··· 친구라···

함께 운동하고 밥먹고 놀러다니고, 기쁘거나 힘들거나 한 순간들도 함께하고, 웃고 떠드는 날들도 셀 수 없이 많았으니 분명 친구가 맞긴 했다.


그렇지만 그 친구들한테 치여서 누군가는 프로로 갈 수 있을까 전전긍긍하고, 야구를 그만둬야하나 고민해본 적도 없는 녀석이 뭘 안다고 이렇게 입을 놀릴까.


이런 상념들과 분노가 목구멍 끝까지 차올랐다.


그럼에도 마지막 인내심을 발휘해서 목 뒤를 감은 팔을 거두고는 한자씩 또박또박하게 대답했다.


“상문아, 오늘은 진짜. 제발. 그냥 혼.자.좀. 둬라.”


그럼에도 이 눈새는 마이웨이였다.

치워진 팔과 한 팔을 더해 양 어깨에 얹으면서.


“아니, 친구가 위로 해준다는데 쫌! 뭐가 그리 힘들다고. 이야기 좀 하자고, 응?”


마지막까지 붙잡았던 이성의 끈이 뚝 끊어지며 어깨 위에 걸친 양 손을 거칠게 뿌리치며 내뱉었다.


“아, 존나 귀찮게 구네. 그냥 좀 내버려 두라고!!”


힘들어하는 친구의 마음을 풀어주기 위해 애쓰던 한 야구소년의 마음이 땅바닥에 내팽겨쳐졌다.


귀를 의심하며 다시 물었다.


“뭐라했냐?”


그러나 눈깔이 뒤집힌 여대현에겐 보이는게 없었고, 돌아오는 대답은 더욱 거칠어졌다.


“개새끼야. 니 공좀 던진다고 내가 만만하게 보이냐? 사람이 말을 쳐하면 들어 쳐먹어야 할 거 아냐!”


지금까지 기껏 지 마음 풀어주려고 애쓴 내 마음은?

열혈야구소년의 마음엔 길고도 뚜렷하게 긁힌 자국이 생겼고, 거기서 흐른 피가 머리를 뜨겁게했다.


전상문의 눈빛도 점점 붉어져 갔다.


“씹새가 말 한번 좆같이 이쁘게 하네. 기껏 지 생각 해서 말 걸어줬더니, 뭐?”


“그럼 니 어깨 위에 달린 걸로 생각 좀 더 해보지 그랬냐. 혹시 장식으로 달고 다니냐? 아니면 귓구멍에 좆방망이라도 쳐박고 있냐?”


“야이 개새끼야. 진짜 뒤지고 싶냐?”


“응. 뒤지고 싶네. 근데 니 멸치같은 몸뚱이로 할 수는 있냐? 한 주먹이면 뻗을 새끼가.”


전상문의 마지막 경고와 여대현의 그래서 니가 뭘 어쩔건데의 시전은 양쪽의 아드렌날린을 최대치까지 급격히 끌어올렸다.


“이 씹새끼가!”


전상문이 오른 팔을 들어올려 주먹질을 하려는 찰나, 야구부 주장 김보배가 겨드랑이 사이로 한 팔씩 집어넣고는 어깨를 꽉 붙잡으며 뒤로 물렀다.


그 사이에 반대 쪽에서는 조창이 여대현을 뒤에서 꼭 앉으면서 팔꿈치부터 몸통을 꼼짝 못하게 만든 후에 뒤로 질질 끌었다.


그러나 눈깔이 뒤집힌 싸움의 장본인들은 한방이라도 먹이고자 열심히 다리를 놀리며 앞으로 가고자 했다.

그 의지는 다른 사람들이 앞에서 껴안고, 팔을 잡으며 뒤로 끄는 바람에 부질없었지만.


그 의지는 갈 곳을 몰라 성대로 향했다.

결국 높아지는 건 목청 뿐이었다.


“저 개새끼, 오늘 죽여버릴꺼야. 야! 안놔! 안놓으면 너부터 뒤진다!”


“한주먹거리도 안되는 멸치새끼가. 뒤질려고 허세는! 야! 놔봐! 놔보라고!”


조창은 여대현을 뒤로 끌며 한숨을 내쉬었다.


‘어휴, 다 늙어서 이게 뭔 고생이람. 호르몬이 도대체 뭐라고. 에이, 이 녀석들아. 철좀 들어라 철좀.’


정작 여대현의 자격지심을 건드린 장본인인 조창(18)은 어른된 도리로서 이들을 잘 타이르려했다.


그때, 놓으라면서 온 몸을 비트는 여대현의 눈에는 전상문의 얼굴만 보였다.

반드시 한 방을 먹여 콧대를 꾸깃하게 해주겠다는 집념에 꽂힌 채로 발악하면서.


그 버둥거림은 의도치 않게 팔꿈치로 조창의 갈비뼈를 찍고, 어깨로 턱을 올려치게 만들었다.


생각지도 못한 통증.

처음에는 얼얼했고 황당했으며,

그 다음으로는 대동맥을 타고 아드렌날린이 솟구쳤다.


그리고 이어지는 분노.


‘이 새끼가?’


역시 인성··· 아니 인생이란 일단 한 대 맞기 전까지는 알 수 없는 법이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D


설 연휴의 시작이네요.

맛있는 것 잔뜩 드시고, 푹 쉬십쇼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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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운수 좋은 날 (1) 24.02.24 1,588 26 15쪽
24 퍼펙트의 5단계 (2) +1 24.02.23 1,614 23 14쪽
23 퍼펙트의 5단계 (1) +1 24.02.22 1,685 26 14쪽
22 수상한 행운의 편지 (6) +2 24.02.21 1,693 29 17쪽
21 수상한 행운의 편지 (5) +3 24.02.21 1,644 27 15쪽
20 수상한 행운의 편지 (4) +2 24.02.20 1,679 29 16쪽
19 수상한 행운의 편지 (3) +3 24.02.19 1,727 27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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