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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운슬러 님의 서재입니다.

다시 한번, 사냥꾼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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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운슬러
작품등록일 :
2023.05.31 10:23
최근연재일 :
2023.08.07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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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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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1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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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화 - 신혈의 흡혈귀 - 終

DUMMY

"아저씨.“

"응? 시아. 일어났어?“


아르퀴뇨 냉동창고. 업무시간이 한창인 9시 40분경. 언제나처럼 체력 단련에 열중하고 있던 강서준은 문을 열고 들어온 낯익은 어린 소녀의 모습에 잠시 체력 단련을 중단하며 묻는다.


"응!“

"가까이 오지는 마. 땀 많이 나서 냄새가 심할 거야.“

"우웅...“


시아의 정체는 신혈의 흡혈귀. 하지만, 외모는 그저 어린 소녀일 뿐이기에 강서준은 딱히 경계심을 품지는 않는다. 지금의 말 역시 시아의 기분이 상할 것을 감안해서 접근을 제지하는 말일 뿐이다.


"사장님께서 나한테 뭔가 전달하라는 말, 없었어?“

"... 아주머니, 아무 말, 없었어.“


오도카니 선 채 자신을 보며 다소 어색하게 대답하는 시아의 모습에 강서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체력 단련을 재개한다. 팔굽혀펴기를 시작하는 강서준을 빤히 바라보던 시아는 천천히 고개를 갸웃거린다.


"오늘, 신분, 만든대.“

"아, 그래?“


'신분'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자신이 알고 있는 내용을 발설하는 시아의 말에 강서준은 '그럴 때도 됐지.'라고 생각하면서도 계속 체력 단련을 이어나간다. 신혈의 흡혈귀로 변이하기 전의 시아의 신분도 애초에 부모 한 명 없는 천애고아였던 만큼, 제대로 된 신분을 만들어 줘야 할 것 같다는 것이 아퀼리스와 실비의 공통된 판단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갈 거야. 아주머니하고 같이.“

"그래. 만나봐야 할 사람이 꽤 많을 테니까...“


외출을 할 것이라는 시아의 말에도 강서준은 딱히 우려를 품지 않는다. 시아는 흡혈귀이기는 하지만, 평범한 흡혈귀가 아닌 신혈의 흡혈귀인 덕분에 여느 인간이나 악마, 라이칸스로프가 그렇듯 자연스럽게 태양 아래를 걸을 수 있다는 것을 자신의 두 눈으로 확인한 덕분에 의심을 할 필요가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아저씨, 같이, 안 가?“

"난 굳이... 안 가도 될 거야.“

"... 응.“


함께 가고 싶다는 소망을 담아 말을 꺼내는 시아에게 강서준은 그다지 탐탁치 않다는 투로 대답한다. 그 대답에 시아는 짧게 대답하고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종료한다.


"시아. 이제 출발하자.“

"응!“


열려 있는 문을 통해 들려오는 목소리. 그것이 아리스의 것임을 파악한 시아가 곧바로 뒤로 돌아서서 문을 지나쳐간다. 그리고 그 문을 통해 금발의 정장 차림의 여성이 체력단련실 안을 들여다본다.


"강서준 씨. 혹시 함께 가실 건가요?“

"아닙니다. 굳이 제가 같이 가지 않아도 될 것 같군요.“

"예. 하긴, 당장 출발해야 하는 이상, 지금의 강서준 씨의 상황을 보면 권하기도 곤란한 상황이긴 하네요.“


자신의 의견에 수긍하는 대답을 마친 후 문을 닫는 아리스의 행동에 강서준은 피식 웃으면서 상체를 들어 올려 바닥에 앉는다. 전신에 흐르고 있는 땀을 느끼고 있는 그의 마음속으로는 '이 정도는 해야 체력이 늘어나지.'라는 생각이 드는 것과 동시에 만족감이 한가득 들어차기 시작한다.


#


"흠, 그래서... 시아의 신분은 사장님의 딸이라는 것으로 된 거군요.“

"고아를 데려다가 가족으로 삼는 것은 인간 사이에서도 드물지 않은 일이니까요.“


오후 2시 30분 경. 외출을 마치고 돌아온 아퀼리스의 지시에 따라 아퀼리스의 사무실에 들어선 강서준은 아퀼리스에게서 새로이 만들어 준 시아의 신분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수긍한다.


"엄마.“

"응~ 우리 딸~“

"...“


두 팔을 넓게 벌린 채 다가오는 시아를 보며 자신 역시 두 팔을 벌린 채 안아주는 아퀼리스의 모습을 미소지으며 바라보던 강서준은 문득 '악마 엄마와 흡혈귀 딸이라...'라는 생각을 품는다.


"무슨 생각 하고 있나요?“

"아... 그게, 뭐어 문제는 없겠다고 생각합니다만... 엄마는 악마인데 딸은 흡혈귀라는 것이 조금, 언밸런스하달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후훗. 뭐, 실제로 피가 이어진 사이는 아니니 괜찮을 거예요. 그리고 제가 시아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이 정도의 신분을 주는 것이 편리할 것 같고요.“


아퀼리스의 대답을 듣고 '아퀼리스 씨가 시아를 관리할 의지가 상당하군.'라고 생각한 강서준은 '그런 의지가 있다면야, 이 언밸런스함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되겠지.'라는 판단을 내린다.


"그러면, 아저씨, 아빠?“

"응? 아니, 그건 아니야."

"음... 시아의 아빠라...“


자신을 빤히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리며 묻는 시아에게 강서준은 곧바로 고개를 내젓는다. 아퀼리스 역시 강서준에게는 그런 역할을 맡길 마음이 없는 듯, 골똘히 생각에 잠긴다.


"시아의 아빠의 위치에는 차라리 저보다는 실비 씨가 더 어울릴 것 같군요.“

"음~ 그렇네요. 다만, 실비가 그런 역할을 스스로 받아들일지는 모를 일이지만요.“


자신의 의견에 대한 아퀼리스의 대답에 강서준의 고개는 거의 반사적으로 끄덕여진다. 분명, 지금 아퀼리스가 꺼낸 의견에는 반박의 여지가 없었으니까.


"뭐, 요즘은 편모 가정도 그다지 이상하게 받아들여지지는 않는 추세니까, 실비 씨가 굳이 아빠의 역할을 맡아 주지는 않아도 괜찮을 거예요.“


'어차피 부탁해 봐야 들어주지도 않을 테니, 대외적으로는 편모 가정이라고 해 두는 것이 여러모로 편할 것 같아.'라고 생각하며 꺼내는 강서준의 의견에 아퀼리스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한다. 그러나 둘의 행동과는 무관하게 시아는 강서준을 빤히 바라본다. '아빠.'라는 단 두 글자만을 생각하면서.


#


"이봐. 강서준. 거짓말하지 마. 이미 정보원에게서 들었다고.“

"...“


오후 4시를 약간 넘은 시각. 체력단련실로 돌아와서 윗몸일으키기를 하고 있던 강서준의 스마트폰으로 남성이 추궁하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신혈의 흡혈귀의 행방을 묻는 남성의 말에 강서준은 '사실대로 말을... 아니다. 한 번 더 잡아떼자.'라고 생각하며 행동을 정한다.


"글쎄요. 하지만 저는 아는 바가 없는데...“

"얼씨구? 이미 유카리에게 다 들었거든? 계속 잡아뗄 거야?“

"윽... 하아...“


모르쇠로 일관하려던 강서준은 '시죠 유카리... 이 멍청이가...'라고 생각하며 이를 악문다. 할 말과 하면 안 될 말에 대한 분간을 전혀 하지 못하고 떠벌렸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한숨이 푹 쉬어져 나온다.


"그 녀석이 그런 말을 했다면야... 더 잡아떼도 소용없겠군요...“

"그래. 내가 다 알고 전화한 거야. 그래서, 그 흡혈귀는 얼마에 팔 건가?“


'이제야 실토하는구만.'이라는 투로 말하는 정유진에게 고개를 끄덕이던 강서준은 그 뒤에 들려오는 말에 표정을 찡그린다.


"팔 생각 없습니다.“

"응? ... 안 판다고?“

"예. 왜 팔 거라고 생각하시죠? 그냥 옆에 두고 함께 지낼 수도 있잖아요?“


전혀 의외라는 투로 되묻는 정유진에게 강서준은 지극히 당연하다는 투로 대답한다. 하지만 그 대답에 정유진은 잠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침묵을 유지한다.


"지금 시아는 아퀼리스 씨와 함께 있습니다. 그리고 아퀼리스 씨가 이미 손을 다 쓰셔서 시아에게 딸이라는 신분도 만들어 주셨고요.“

"에... 정말인가? 이거 의외로군... 그녀가 신혈의 흡혈귀를 딸로서 키우기로 하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는데...“

"안 될 거 없잖습니까. 뭐, 엄마는 악마고 딸은 흡혈귀인 것은 조금 언밸런스하기는 해도, 엄연히 어린 소녀인데 물건마냥 사고 파는 것이 훨씬 더 이상하죠.“


어리둥절함이 확연하게 드러나는 정유진의 반응에 강서준은 '절대 시아를 파는 일은 없다.'라는 의미 담은 말을 전달한다. '인외 사냥꾼의 입장에서는 쉽게 할 수 없는 말이긴 하지만.'이라고 생각하면서도, '현재 내 입장 상 가장 우선시해야 하는 것은 아퀼리스의 의중이다.'라는 논리로 스스로를 납득시킨 채.


"흠... 보통 인외 사냥꾼이라면 곧바로 팔 생각부터 했을 텐데...“

"제가 인외 사냥꾼이긴 하지만, 아퀼리스 씨에게 받은 빚이 꽤 많아서요. 아퀼리스 씨의 의견을 우선시한다고 생각해 주세요.“

"음... 그래. 알았네. 팔 생각이 없다면야, 내가 뭐라 할 말도 없지...“


아쉬움이 가득 담겨있는 정유진의 말에 강서준은 '생각도 없지만, 권리도 없습니다.'라고 생각하며 입을 꾹 다문다.


"그럼 그 흡혈귀는 프로스트 클랜의 일원이 되는 것이라고 정리해 두면 되는 건가?“

"... 그렇게 정리해서 사냥꾼들에게 전달하려고요?“


'정리해 둔다.'라는 말에 강서준은 심기가 매우 불편해지는 것을 느끼며 묻는 말을 전한다. 시아가 아퀼리스와 함께 지낸다는 것이 알려진다면, 곧바로 인외 사냥꾼 및 수많은 인외의 존재들의 표적이 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아... 안 되나...?“

"될 리가 없잖습니까... 그렇게 되면 전세계의 인외 사냥꾼들 및 인외가 아퀼리스 씨와 시아를 노릴 것이 뻔하다는 것쯤은 아시지 않나요?“

"엇... 그건... 그렇긴 하군....“


적대감이 선명한 강서준의 질문에 정유진은 잊고 있었던 것을 떠올리는 것 마냥 말을 더듬은 채 지금의 정보가 인외 및 인외 사냥꾼들에게 알려지게 되면 자신과 좋은 관계를 맺고 있는 거래자가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을 떠올린다.


"당연히 비밀로 해 주셔야 합니다. 다른 누구도 알지 못하게.“

"으음... 그렇군. 알았네. 내 철저하게 입단속하도록 하지.“

"... 부탁드립니다.“


스스로의 입을 단속하겠다는 정유진의 말에 강서준은 '믿어도 될지 모르겠는데...'라고 생각하면서도 더 이상의 불만을 꺼내지는 않는다. '일단 믿어보자.'라는 이유가 아닌 '계속 투덜대면 이 분도 악의가 생기게 되겠지.'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혹시나 해서 질문드립니다만, 유카리, 거기에 있나요?“

"음? ... 아니, 없네.“

"... 뭐... 좋습니다. 더 묻지 않기로 하죠.“


자신의 질문에 대한 정유진의 대답에 짧은 공백이 있는 것을 통해 유카리가 정유진과 함께 있다는 것을 파악한 강서준이지만, 그녀를 바꿔달라는 말을 하는 대신, 전화를 끊는 것으로 대응한다. 그리고 곧바로 시죠 유카리의 전화번호를 자신의 스마트폰에 입력한 후, 통화를 시작한다.


"... 여, 여보세-“

"야이 멍청아!!! 입이 그렇게 가벼우면 어떻게 하냐!!?“


그 후 시죠 유카리가 전화를 받자마자 강서준의 사자후가 체력단련실 내부에 울려 퍼진다. 그 사자후에 잠시, 강서준의 스마트폰에서는 어떤 말도 들려오지 않는다.


"마, 말하면 안 된다고 한 적은 없잖아...“

"그걸 꼭 말해야 아냐!? 신혈의 흡혈귀를 포획했다는 것이 알려지면 인외 사냥꾼들하고 인외의 시선이 쏠린다는 것 정도는 스스로 떠올릴 수 있는 거 아니냐!?“

"아우... 귀따가워. 알았어. 내가 잘못했으니까, 그만해.“


재차 울려 퍼지는 강서준의 외침에 시죠 유카리는 이해했다는 투로 대답한다. 하지만 그 대답은 강서준에게 있어서는 그다지 미덥지가 않다. 그렇기에 그녀에게 한가지 제한을 걸어두기로 한다.


"정말이지... 앞으로는 정유진 씨에게 뭔가 말하기 전에 나에게 물어봐. 아니면 아퀼리스 씨에게 묻던지.“

"알았다구!“


빽 소리치는 시죠 유카리의 반응에 강서준은 이를 악문 채 잠시 침묵을 유지한다. 잔소리를 더 할 생각이 한가득이지만, 정유진이 듣고 있는 이 상황에서는 할 말이 아니라는 이성적인 판단을 내리며 지금의 잔소리는 이쯤에서 마치기로 결정을 내린다.


어차피 시죠 유카리와 둘이서 대화하는 시간은 얼마든지 만들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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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35화 – 휴가 - 1 23.07.28 13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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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32화 – 어린 악마 - 3 23.07.25 14 0 12쪽
31 31화 – 어린 악마 - 2 23.07.24 20 0 11쪽
30 30화 – 어린 악마 - 1 23.06.14 24 0 11쪽
29 29화 - 악마, 그리고 살인자 - 3 23.06.13 22 0 11쪽
28 28화 - 악마, 그리고 살인자 - 2 23.06.13 21 0 12쪽
27 27화 – 악마, 그리고 살인자 - 1 23.06.11 24 0 12쪽
» 26화 - 신혈의 흡혈귀 - 終 23.06.11 25 0 12쪽
25 25화 – 신혈의 흡혈귀 - 4 23.06.10 23 0 12쪽
24 24화 – 신혈의 흡혈귀 - 3 23.06.10 26 0 13쪽
23 23화 – 신혈의 흡혈귀 - 2 23.06.09 27 0 12쪽
22 22화 – 신혈의 흡혈귀 - 1 23.06.09 28 0 12쪽
21 21화 – 일을 벌였으면 걸리지 마라 23.06.08 33 0 12쪽
20 20화 – 라이칸스로프가 되어버린 소년의 말로 - 終 23.06.08 30 0 14쪽
19 19화 – 라이칸스로프가 되어버린 소년의 말로 - 3 23.06.07 35 0 12쪽
18 18화 – 라이칸스로프가 되어버린 소년의 말로 - 2 23.06.07 34 0 11쪽
17 17화 – 라이칸스로프가 되어버린 소년의 말로 - 1 +2 23.06.06 39 1 11쪽
16 16화 – 무기상 다레스 김 23.06.06 36 0 12쪽
15 15화 – 흡혈귀가 된 신부 23.06.05 43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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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3화 – 웨어 헤어 아가씨 - 2 23.06.04 42 0 11쪽
12 12화 – 웨어 헤어 아가씨 - 1 23.06.04 50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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