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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운슬러 님의 서재입니다.

다시 한번, 사냥꾼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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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운슬러
작품등록일 :
2023.05.31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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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07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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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0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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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화 – 흡혈귀가 된 신부

DUMMY

"흐음...“


오후 5시. 저녁이 다가오지만, 아직 태양은 그 빛을 대지를 향해 흩뿌리고 있다. 그리고 그 시각에 회색 머리카락의 정장을 입은 채 잠들었던 흡혈귀는 자신의 거처의 소파 위에서 몸을 일으켜 세운 후 소파에 장치해 둔 스위치를 눌러 형광등의 불을 켠다.


"일광에 대한 저항력의 실험은... 아니, 아직 확신이 없으니 자제할까...“


암막커튼으로 차광을 유지하고 있는 베란다 방향으로 시선을 돌리며 짧은 시간 동안 생각에 잠겼던 남성은 이내 고개를 내저으며 자신이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자주 사용하는 방 쪽으로 걸음을 옮긴다. 이 주택은 거실을 포함해 4개의 방이 있지만, 그가 사용하는 방은 오직 하나 뿐으로 그 외의 방은 별로 사용하지도 않고 있다.


"...“


PC의 전원을 누른 후, 그 앞에 놓아 둔 게이밍 체어 위에 앉은 남성의 이름은 실비. 한때는 가톨릭의 신부였으나, 흡혈귀에게 물린 것을 기점으로 흡혈귀가 되어버린 자이다. 그리고 그 덕분에 신부로서의 가치관은 그대로 유지한 채 흡혈귀의 사냥에 앞장서는, 그러나 본인부터가 흡혈귀라는 모순된 위치에 놓여있기도 하다.


"별다르게 시선을 끄는 사건은 없는 모양이군...“


인외 사냥꾼 커뮤니티의 최신 게시글의 제목을 훑어본 후, 실비는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시선을 돌린다. 해가 뜬 시간 동안에는 어지간하면 숙면을 취하는 그였기에, 그 시간 동안 새로 수신된 메시지가 있는지 확인하는 것도 그의 일과 중 하나다.


"흠... 정유진의 부탁을 수락하고, 그 과정에서 악마 20여 명 가량을 처치했다. ... 여성 웨어 헤어와 접촉했다. 음...“


스마트폰에 수신되어있는 아퀼리스의 메시지를 정독한 실비는 곧 '내가 관여할 일은 아닌 것 같군.'이라고 판단한다. 알아두어서 나쁠 것은 없지만, 이미 마무리된 일인데다가 웨어 헤어와 강서준이 만났다는 정도의 일은 굳이 자신에게 중요한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강서준에게 차량을 구입시켜 주었다는 것은 의외지만, 인외 사냥꾼에게 차량은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지. ... 중고라는 것이 조금 불안하지만, 그건 나중에 자금이 더 모인 후에 바꿔도 될 일이고...“


다른 메시지를 정독하던 실비는 메시지의 내용을 통해 강서준이 중고 아반떼를 구입했음을 파악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35년 후의 미래에서 넘어온 강서준에게 있어 지금에서야 차량을 구입한 것은 늦어도 너무 늦었다고 생각하지만, 지금에라도 구입하게 된 것은 매우 다행이라는 판단을 내린다.


#


태양이 완전히 져버린 후, 실비는 자신의 총기인 M200을 자신의 차량에 싣고 운전석에 탑승한다. 오늘 몰기로 한 차량은 남색으로 도색한 카니발 KA4. 저격소총을 싣기 위해서는 공간이 넓은 차가 필수이기에 중형 차량을 몰고 나가기로 결정한 것이다.


지하 차고에서 준비를 마친 실비가 카니발 KA4의 액셀러레이터를 밟아 지면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곧장 자신의 거처를 벗어난 그가 향하는 방향은 도심의 서쪽 외곽도로로 목적지는 외곽도로의 중간에 위치한 폐기물 매립지다. 그 장소에서 중규모의 흡혈귀 클랜이 집합해 있다는 정보를 커뮤니티를 통해 전달받았기 때문이다.


"자. 기다려라. 죄많은 산제물들아.“


스스로의 말에 대해 모순을 느끼지 못한 채로, 실비는 액셀러레이터를 더 밟아서 자신의 애차를 가속시킨다. 말에게 채찍을 휘두를 때마다 더 빠르게 달리듯, 액셀러레이터를 밟을수록 카니발 KA4는 그 속도를 가속해 나아간다.


몇십 초 뒤, 도심을 완전히 벗어나 외곽도로에 다다른 실비는 권장속도인 시속 80Km의 1.5배인 시속 120Km의 속도로 목적지를 향해 이동한다.


"... 시끄럽군."


네비게이션에서 들려오는 경고음에 실비는 흘겨보는 시선을 보낸다. 한국에 자리잡은 후 이 속도로 주행하는 것은 그에게 있어 일상이었기에 벌금 고지서를 받은 횟수만 100번을 넘어 200번에 다다르고 있음에도 그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인외의 혈액을 한 번만 팔아도 몇백만원이 굴러들어오니 사소한 벌금이 눈에 찰 리가 없는 것이다.


"어차피 필요도 없지.“


그리고 실비는 결국 네비게이션을 아예 꺼버렸다. 그러고서야 조용해진 카니발 KA4 안에서 그는 계속 운전해 나아간다. 자신이 태양 아래에서 움직일 수 있게 해 줄 산제물이 모여있는 폐기물 매립지를 향해.


#


폐기물 매립지가 자리잡은 길목. 갈고리를 활용해서 길목 내의 가장 높은 건물의 옥상으로 기어 올라온 실비는 곧바로 길목 여기저기에서 위치한 흡혈귀들을 주시하며 자신의 등에 매고 온 애총 M200의 총구를 흡혈귀에게 향한 후 신중히 조준한다. 그들이 어떤 목적으로 이곳에 모여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것은 실비에게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흠... 별 수 없지.“


또한 강서준을 기다리기로 했던 약속마저도, 그에게 있어서는 무시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마냥 기다리고 있다간 이 흡혈귀들이 어디로 이동할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으니까.


그렇게 결론을 내리고 몇 초가 지난 후, 타앙! 하는 굉음과 함께 M200이 불을 뿜으며 탄약을 쏘아낸다. M200의 전용 탄약인 .408 CheyTac은 순식간에 조준한 방향으로 날아가 흡혈귀의 머리를 관통한다.


"누구냐!“

"어디지!?“

"사냥꾼이-“


쓰러진 흡혈귀와 함께 있던 또 한 명의 흡혈귀는 자신의 외마디 비명을 마무리 짓지 못한 채 쓰러진다. 두 명의 흡혈귀를 쓰러트린 실비의 시선은 이내 다른 곳에서 우왕좌왕하고 있는 세 명의 흡혈귀에게로 총구를 돌린다.


"흠... M200은 아무래도 반동이 상당히 거슬린단 말이지... 뭐, 화력이 좋으니 묵인하고 쓰고 있기는 하지만...“


중얼거리며 세 번 연속으로 방아쇠를 당긴 실비의 시야는 다시 다른 위치에서 혼란을 겪고 있는 흡혈귀를 향한다. 자신들을 습격한 사냥꾼이 건물의 옥상에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전혀 못한 듯 이곳저곳을 쏘다니고 있는 흡혈귀들을 보는 실비의 표정에는 어떠한 감정도 드러나지 않는다.


"이런 저급한 흡혈귀들을 대상으로 흡혈한들 의미가 있을까 싶긴 하다마는... 그래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낫겠지.“


자신이 숨어있는 위치를 예측조차 못하는 흡혈귀들의 행동에 실비는 한심하다는 시선을 보낸다. 그러나 어쩌랴. 흡혈귀라는 운명을 거스르기 위해서는 수많은 흡혈귀의 피를 받아들여 자신의 피를 강화시킬 필요가 있는 것을. 그렇기에 그는 마음속으로 속삭인다. '태양을 받아들이기 위한 죄라면 기꺼이 받아들이리라. 그리고 다시금 태양 아래 서게 되었을 때 속죄하리라.'


물론 그 속죄 역시 인외를 사냥하는 것이기에, 실비의 역할은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겠지만.


#


"벌써 처치를 마치신 겁니까...“

"우와...“


20여 분의 시간이 흐른 후. 길목 내의 모든 흡혈귀의 처치를 마친 후, 그들의 시신을 대상으로 흡혈을 진행하고 있는 실비에게 각자 K-2 소총으로 무장한 한 명의 회색의 면 티셔츠와 츄리닝을 입은 남성과 M16A1 소총으로 무장한 하얀 티셔츠와 붉은 롱 스커트를 입은 한 명의 여성이 다가온다. 강서준과 시죠 유카리라는 이름의 두 남녀는 실비의 행동을 보며 경악하는 표정을 짓는다.


"상당히 늦었군. 중고 아반떼로 여기까지 도착하기에는 역시 꽤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던 모양이지?“

"그것도 있지만, 이 아가씨가 계속 기다려 달라는 통에 출발 자체가 늦어버린 것도 있어요.“

"우... 어쩌라고! 퇴근길이라서 버스가 도무지 나아가지를 않았는데!“


길게 세운 오른쪽 중지 손가락을 통해 흡혈귀의 피를 빨아들이던 실비는 턱짓으로 바닥에 쓰러져있는 흡혈귀들을 가리킨다. 그 행동에 강서준은 채혈기를 가지러 가기 위해 걸어온 길을 다시 되돌아간다.


"저기... 그 총, 무지 무겁지 않나요?“

"... 강서준이나 돕지 그러나?“

"에... 예. 알겠습니다.“


등에 메고 있는 M200을 보며 묻는 유카리에게 실비는 '신경 쓸 것 없다'라는 의미를 담아 무감정하게 대답한다. 그 대답에 유카리는 '엄청 무시무시해 보이는 아저씨야...'라고 생각하면서 강서준이 걸어가는 방향을 따라 달려간다.


"보아하니 강서준과 아퀼리스가 도움을 주었다는 웨어 헤어 아가씨인 모양이군. 웨어 헤어라면 초식종이긴 한데... 그래도 혹시 모르니, 경고 정도는 해 둘까..."


더 이상 흡혈할 혈액이 남지 않아 풍화되어버리는 흡혈귀의 시신을 무감정하게 바라보던 실비는 강서준에게 가리킨 방향 외의 다른 방향으로 걸음을 옮긴다. 지금의 상황에서는 먼저 흡혈 혹은 채혈하는 쪽이 임자인 상황이기에, 주저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하면서.


#


"여기요. 실비 씨.“


1시간에 걸쳐 길목 전체를 탐색한 강서준은 더 이상 남은 흡혈귀의 시체가 없음을 파악하고 자신이 등에 메고 있는 가방을 실비에게 내민다.


"..."


그 가방 안에 자신과 강서준이 함께 수집한 채혈팩이 들어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유카리는 표정을 찡그리며 반대 의사를 표하지만 강서준은 조금도 신경 쓰지 않는다.


"자네가 채혈한 것은 자네가 가져가게.“

"하지만 이건 전부 실비 씨가 처치하신 거잖아요? 저와 유카리는 아무것도-“

"발품 팔았잖나? 그리고 흡혈을 해 보니, 그다지 순도도 높지 않을 것이네. 자네하고 그 아가씨의 용돈벌이나 하게나.“


자신의 선의에 대한 실비의 대답에 강서준은 '정말 가져가도 되려나...'라고 생각하지만, 그 옆에서 유카리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강서준을 바라본다.


"그리고 웨어 헤어 아가씨.“

"네?“

"경고하나 해 두지. 자네가 어떤 이유로 강서준과 함께 행동하는 것인지는 몰라도, 웨어 헤어는 살아있는 자의 영혼을 먹고 산다더군. 부디, 그의 영혼을 먹을 생각은 하지 말도록. 만일 자네의 소행이 강서준에 위해가 되는 일이 발생한다면, 자네의 목이 꿰뚫려 버릴 테니.“


다소 길게 이어지는 실비의 경고에 유카리는 뚱한 표정으로 실비를 바라본다. 그러더니 강서준에게로 시선을 돌리며 오른손으로 실비를 가리킨 채 입을 열기 시작한다.


"강서준. 이 아저씨에게 뭐라고 좀 해 줘. 내가 뭐라고 대답해 봐야 무시할 것 같아.“


자신에게 예의라고는 지키지 않는 투로 말하는 유카리지만, 강서준은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자신이 정유진에게서 차 키를 받던 그 날, 유카리에게 서로 편하게 말하자고 합의를 마쳐 두었기 때문이다.


"걱정하시는 것은 감사합니다만, 이미 확실하게 말해 두었습니다. 제 영혼을 노릴 생각은 하지도 말라고요. 그러니-“

"짐승새끼가 사람의 말을 진심으로 알아들을 거라고 생각하나?“


지극히 모욕적인 실비의 말에 유카리가 잔뜩 화가 난 표정을 짓는다. 머리 위로 토끼의 귀가 돋아나는 모습을 보며 강서준은 유카리의 머리를 쓰다듬는 것으로 진정시키려는 시도를 펼친다.


"말이 너무 심하잖아요! 짐승새끼라니!“

"자, 자. 진정해. 원래 실비 씨가 과격한 말을 서슴없이 하는 분이셔.“


유카리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진정시키는 시도를 이어가면서도, 강서준은 실비에게 시선을 돌린다. 그리고 옅은 미소를 띈 채 자신의 의견을 꺼내기 시작한다.


"그러나 실비 씨. 저는 이 짐승새끼가 적어도 약속은 지킬 거라고 생각합니다. 비록 아직 말괄량이처럼 행동하고, 앞뒤 안 가리고 말을 꺼내기도 하지만, 그래도 조금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육식종의 라이칸스로프라면 자신의 야성에 못 이겨 문젯거리를 만들어 내기도 하지만, 유카리는 초식종의 라이칸스로프이기에 스스로를 제어하지 못할 일도 없을 테니까요."

"... 그 믿음에 부응했으면 좋겠군. 그럼 난 이만 철수하지. 둘도 이곳에서 불필요하게 시간 보내지 말고 이만 철수하도록.“


자신은 유카리를 믿는다는 대답을 꺼내는 강서준을 보며 '일단 경고는 해 두었으니, 혹시나 복상사와 같은 불상사가 생기지는 않겠지.'라고 생각을 마친 실비는 곧바로 뒤돌아선다. 등에 멘 M200의 무게를 조금도 신경 쓰지 않은 채 유유히 걸어가는 그의 모습을 강서준과 유카리 모두 '네.'라는 대답을 한 후 실비의 뒤를 따라 걸음을 옮기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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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36화 - 휴가 - 2 23.07.31 12 1 11쪽
35 35화 – 휴가 - 1 23.07.28 13 0 12쪽
34 34화 - 속내 23.07.27 16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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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32화 – 어린 악마 - 3 23.07.25 17 0 12쪽
31 31화 – 어린 악마 - 2 23.07.24 21 0 11쪽
30 30화 – 어린 악마 - 1 23.06.14 25 0 11쪽
29 29화 - 악마, 그리고 살인자 - 3 23.06.13 22 0 11쪽
28 28화 - 악마, 그리고 살인자 - 2 23.06.13 22 0 12쪽
27 27화 – 악마, 그리고 살인자 - 1 23.06.11 24 0 12쪽
26 26화 - 신혈의 흡혈귀 - 終 23.06.11 27 0 12쪽
25 25화 – 신혈의 흡혈귀 - 4 23.06.10 24 0 12쪽
24 24화 – 신혈의 흡혈귀 - 3 23.06.10 26 0 13쪽
23 23화 – 신혈의 흡혈귀 - 2 23.06.09 30 0 12쪽
22 22화 – 신혈의 흡혈귀 - 1 23.06.09 29 0 12쪽
21 21화 – 일을 벌였으면 걸리지 마라 23.06.08 33 0 12쪽
20 20화 – 라이칸스로프가 되어버린 소년의 말로 - 終 23.06.08 31 0 14쪽
19 19화 – 라이칸스로프가 되어버린 소년의 말로 - 3 23.06.07 36 0 12쪽
18 18화 – 라이칸스로프가 되어버린 소년의 말로 - 2 23.06.07 36 0 11쪽
17 17화 – 라이칸스로프가 되어버린 소년의 말로 - 1 +2 23.06.06 40 1 11쪽
16 16화 – 무기상 다레스 김 23.06.06 36 0 12쪽
» 15화 – 흡혈귀가 된 신부 23.06.05 46 0 13쪽
14 14화 – 웨어 헤어 아가씨 - 3 23.06.05 41 0 13쪽
13 13화 – 웨어 헤어 아가씨 - 2 23.06.04 43 0 11쪽
12 12화 – 웨어 헤어 아가씨 - 1 23.06.04 50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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