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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궁금 님의 서재입니다.

가난뱅이 귀족의 성공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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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박궁금
작품등록일 :
2023.05.10 10:17
최근연재일 :
2023.07.16 21:01
연재수 :
69 회
조회수 :
85,632
추천수 :
1,752
글자수 :
387,789

작성
23.05.10 10:33
조회
3,130
추천
68
글자
12쪽

수습기사 라울2

DUMMY

"라울, 로버트 경의 고기만 유독 커 보이는 거 같은데?"


"그럴···. 죄송합니다..."


그동안의 경험상 괜히 심통을 부리는 기사들에게는 바로 사과하는 편이 뒤탈이 없었다.



"쯧쯧 쯧, 이 사람아 일 잘하고 있는 아이에게 생트집은..."


"이번에 보고 온 녀석들 중 쓸만한 아이는 좀 찾았나?"


"에효.. 찾았으면, 벌써 데리고 돌아왔지. 생각보다 쓸만한 아이 구하기가 쉽지 않군."


"내 한 몸도 돌보기도 귀찮은데 무슨 수습 기사를 들여? 그냥 나처럼 편하게 노예를 구해서 일을 맡겨."


"아님, 나처럼 장가를 일찍 가서 아들놈을 빨리 키우던가. 하하하..."


기사들은 여느 때처럼 시시껄렁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라울은 모자란 음식들을 보충하기 위해서 빈 그릇들을 들고 주방으로 향했다.



"라울, 그래서 어때?"


"다른 분들은 만족해하시는 거 같은데, 기사님들은 아직 부족하신 거 같아요."


네드리아성의 주방장 또한 영주의 핵심 가신 중 한 명이었다.


그 때문에 위치상 수습 기사인 라울보다 윗사람이었다.



혹시라도 주방에서 음식에 위험한 장난질을 한다면, 영주와 혈족들 그리고 핵심 가신들까지 모두가 독으로 인하여 떼죽음을 당할 수도 있다.


그래서 보통 귀족 가문의 주방장은 대를 이어 주인 가문을 모시는 핵심 가신 중 한 명이었다.



"그렇군, 그러면 음식들을 조금 더 추가로 만들어야 하겠어! 다들 들었지? 빨리빨리 움직여!!"


"아직 우리 일은 끝나지 않았다! 창고에서 훈연한 돼지 다리 큰놈으로 하나 들고 와!"


"묽은 포도주도 더 필요한 거 같으니 다시 만들고!"


주방장은 주방 하인들을 닦달했다.


성격이 불같아서 그런지 항상 아랫사람들을 거칠게 다루는 편이다.



"라울, 너도 조만간 수습 딱지를 떼면 주방에 다시 올 일은 없겠지?"


"....."


"하지만 기억해 두렴, 밥이 맛있어야 가문의 식구들이 병에 걸리지 않는단다."


"네."


"그래서 밥이 맛있는 가문의 기사들은 대체로 강한 거야. 앞으로도 행여나 밥투정 따위는 하지 말고 항상 잘 먹거라."


"저는 항상 음식이 없어서 못 먹는데요. 후훗훗..."


배가 나오고 머리가 살짝 벗겨진, 볼품없는 중년의 주방장은 보이는 모습과는 다르게 자기 일에 대한 자부심이 매우 강한 사람이다.



복잡한 주방은 더러워지기 쉬운 곳인데도, 맛과 위생에 신경 쓰는 주방장 덕분에 언제나 매우 청결했다.


그동안 내성의 사람들 중, 단 한 명의 배앓이 환자가 발생하지 않고 있는 이유기도 하였다.




"라울! 내 술잔이 빈 지가 언제인데, 어디서 농땡이를 피우다가 온 거야!"


"죄.. 죄송합니다. 여기 말씀하신 고기와 빵 그리고 묽은 와인이요."


라울이 주방에 다녀온 사이에 기사들의 접시와 술잔은 모두 깨끗하게 비어 있었다.


잠시 불쾌감을 표현한 기사들도 있었지만, 기사 대부분은 새로 준비된 음식들을 먹고 마시기에 바빴다.



'아까 돼지 다리가 매우 컸지? 오랜만에 훈연한 맛 좋은 고기 좀 먹으려나?'


라울은 고단한 저녁 식사 시중 일이 끝나자, 오늘 자신이 먹게 될 저녁 식사를 은근히 기대하였다.



자신의 저녁밥 메뉴를 알게 된, 라울의 기대감은 실망감으로 변하고 말았다.


오늘 라울의 저녁밥에는 고기가 한 조각 없었다.


야채만 가득 들어간 수프와 매일 같이 먹는 씁쓸한 보리빵 한 덩이 그리고 신선한 염소젖 한 컵이 전부였다.



* ***** *



"성문을 열어라!"


'어? 라그레타님 이시다!'


'마스터도, 함께 가시네.'


해마다 정기적으로 추수철이면, 네드리아 가문의 혈족 중 한 명과 몇몇 기사단원 그리고 병사들이 영지의 모든 마을의 순시를 돌았다.


가을철 더욱 날뛰는 몬스터들의 준동을 막고, 세금을 직접 거둬들여 도적들에 의해 발생할 수 있는 폐단을 사전에 막으려는 조치였다.



대부분의 귀족은 이런 귀찮고, 고된 일에 직접 나서서 챙기는 경우는 매우 드물었다.


보통의 경우 세금 징수원과 병사들이 세금을 걷어 오는 모습이 일반적이었다.



'와... 정말 멋지고, 아름다아시네.. 나도 빨리 라그레타님 같은 기사가 되고 싶다...'


금발의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백마 위에 올라탄 라그레타는 네드리아 가문의 장녀이자 하급 엑스퍼트의 실력자였다.


올해 라울보다 고작 4살이 많은 19살로 에센 왕국의 손꼽히는 유망주 기사 중 한 명이기도 하였다.



"너무 아름답고, 사랑스럽지?"


"응. 당연하지... 누구? 헤헥터님!!!"


라그레타의 모습에 홀딱 빠져 정신이 멍한 상태였던, 라울은 뒤쪽에서 들려온 질문에 그만 실수로 속마음이 입 밖으로 나왔다.



라울이 황급히 뒤를 돌아보자, 얼굴에 장난기가 가득한 헥터가 키득거리며 웃고 있었다.


헥터는 라그레타의 유일한 남동생이자, 장차 네드리아 가문의 차기 가주가 될 아이였다.



"크큿큿, 내가 보기에도 우리 누나는 정말로 아름답지, 암! 그렇고말고."


"헥터님, 죄송합니다. 얼떨결에 그만.. 용서해 주십시오."


"라울 형, 그렇게 어려워할 필요 없다니까."


"당치도 않으신 말씀입니다. 행여나 다른 분들 귀에 들어가기라도 하면..."


"에효, 내가 몇 번이나 말을 했잖아. 형네 할아버지께서 우리 할아버지의 목숨을 구해 주셨기 때문에 지금의 내가 있는 거라고!"


아직 라울의 가문이 망하기 전에 벌어진 전쟁 중에 목숨이 위태로웠었던, 헥터의 할아버지를 라울의 할아버지가 구해준 일이 있었다.



그 이후 가까워진 두 분은 전쟁이 종전된 이후에도 서로의 영지가 멀리 떨어져 있어 직접 만나 볼 수는 없었지만, 종종 서신과 선물을 주고받곤 하셨다.



"그리고 영지가 없어졌어도, 할란드 가문이 멸문당한 건 아니잖아?"


"....."


사실이었다. 헥터의 말에 라울의 가슴은 비수가 꼽힌 것처럼 쓰리고 아팠다.


현재 라울의 수중에는 할란드 가문의 인장 반지와 인계 소요되는 돈이 없었다.



그것들만 준비가 된다면, 수도에 위치한 귀족원에서 가문을 상속받을 수 있었다.


그렇게 된다면, 당대의 할란드 남작은 라울이 되는 것이었다.



"아무튼! 누나가 돌아오면, 내가 잘 말해 줄게! 잘해 보라고."


"네에?! 헥터님! 헥터님!"


라울의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자기 말을 급하게 마친 헥터는 새로운 장난 거리를 발견한듯 신이 나 있었다.


개구쟁이 헥터는 그대로 도망치듯 내성으로 달려갔다.



'아우! 저 망할 꼬맹이가!!'


'설마 정말로? 라그레타님께, 나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건 아니겠지?...'


그동안 네드리아 성에서 5년이라는 시간을 보내왔었지만, 라울은 오늘만큼 정신적으로 힘든 날은 처음이었다.



* ***** *



보름 후 라그레타님이 이끌고 나갔던, 순시 일행들이 무사하게 돌아왔다.



다행히 한 명의 낙오자도 없이, 모두 무탈하게 네드리아 성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네드리아 가문의 영토가 다른 곳들보다 영지의 영토보다 작은 편이었다.


영지에 네드리아성 말고는 다른 도시나 큰 마을이 없었기 때문에 순시 기간이 짧았다.



가문의 영토가 넓고, 여러 도시와 수십 곳의 마을들을 소유한 가문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짧은 일정이었다.


보통의 가문들은 수십에서 수백 대의 수레와 마차를 이끌고, 세금을 걷어 오는데 한 달에서 두 달 정도의 시간이 걸리곤 하였다.





"시위를 잡아당기면서 어깨와 가슴을 최대한 쫙 벌리고, 숨을 참으면서 화살 끝으로 목표물을 노리는 거다."


"그래 그렇게. 쏴!"


슈우우욱···. 콱!


팽팽하게 당겨진 활시위를 떠난 화살은 바람을 가르는 날아가 과녁판을 파고들었다.



"아하, 살짝 아래로 쳐졌네요."


"너무 아쉬워하지 말아라. 처음부터 너무 욕심을 부리면 안 된다."


"네, 마스터."


"활쏘기에도 재능이 있었구나. 거짓말이 아니라 처음 치고는 정말 잘한 거다."


"그런가요?"


"당연하지! 연습용 활도 아니고, 활대가 튼튼한 전투용 활을 너처럼 당기기가 쉬운 일이 아니란다."


실제로 장력이 강력한 전투용 활은 일반인이 훈련도 없이 당길 수 있는 물건이 아니었다.


혹시나 타고난 힘이 좋아 당기게 되더라도 서너 발 화살을 쏘게 된다면, 한동안 어깨 근육통에 시달려야 할 것이다.



"모든 게 마스터의 가르침 덕분입니다."


"그 녀석하고는, 요즘도 매일 잠들기 전에 오러 수련을 하는 거지?"


"네, 덕분에 요즘은 힘들게 훈련하더라도 근육통에 시달리는 일은 없어진 거 같아요."


"쉿~!"


한참 이야기를 나누던 로버트는 집게손가락을 입에 올리며, 라울에게 주의를 주었다.


그리고 바로 화살을 멀리 50보쯤 떨어진 큰 나무 주변 수풀 쪽으로 쏘았다.



끼이익...


정조준하지도 않은 거 같은데 날아간 화살은 수풀 속에 숨어있던 숲 토끼를 정확히 맞추었다.



"마스터! 괴... 굉장하세요."


"하하하.., 이 정도는 너도 조만간 가능할 거다."


"움직이지 않는 과녁도 정확히 맞히기가 힘든데 가능할까요?"


"물론! 당연하지. 전문적으로 활을 수련한 정예 궁수들을 보게 된다면, 나 정도의 실력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을 거다."


"정예 궁수요?"


"왕실 중앙군에 소속된 자들이다. 들려오는 이야기로는 밥 먹는 시간 빼고는 항상 손에 활을 들고 있겠다고 하더구나."


"....."


항상 손에 활을 들고 생활한다니, 경험이 미천한 라울은 상상하기도 힘들었다.



"그런 실력자들에게 드워프제 활을 무장시켜 준다면, 강철로 만들어진 풀 플레이트 갑옷을 수백 미터 떨어진 곳에서 관통시킬 수 있는 무서운 자들이지."


"네에!!! 어떻게 그런 일이?!"


마스터인 로버트의 이야기는 지금까지 알고 있었던, 라울의 상식을 파괴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일반적으로 풀 플레이트 갑옷은 그 막강한 방어력으로 적들의 공격을 모두 흘려 내는 기사의 상징과 같은 물건이었다.



숙련된 장인들이 힘을 합쳐 만드는, 풀 플레이트 갑옷은 금속 기술의 결정체 같은 물건이었다.


그런 풀 플레이트 갑옷을 수백 미터 떨어진 곳에서 화살로 뚫어 버릴 수 있다니 라울은 몹시 혼란스러웠다.



"하하하, 그렇게 걱정할 필요는 없단다."


"....."


"그런 종류의 무기들은 돈이 있어도, 대량으로 구할 수가 없단다."


"아..."


"그래도 정 걱정이 된다면, 드워프제 풀 플레이트 갑옷을 구해서 입으면 된다. 걱정 말거라."


"네에?!, 마스터 지금 저를 놀리시나요?"


"하하하..."


로버트가 농담처럼 말한 드워프제 풀 플레이트 갑옷은 구할 수만 있다면, 웬만한 성의 가격과 맞먹는 엄청나게 비싼 보물이었다.



드워프제 무기나 갑옷을 구하기 위해서는 그들과의 특별한 인연이 있지 않은 이상 매우 구하기 힘들 무구들이었다.



탐욕에 물든 인간들은 드워프들을 잡아 노예로 만들었다.


그러나 드워프 노예들의 고집은 말도 못 했다.


그들은 굶거나 맞아 죽는 한이 있어도, 값비싼 장신구들과 무구 만들기를 거부를 하였다.



잘 달래고 달래서 성과 대형 수로 같은 거대한 건축물 축성 시 협조받는 수준이었다.


오랜 역사와 재정적으로 풍족한 네드리아 가문은 과거 그들과의 인연이 조금 있었다.


덕분에 가보로 드워프제 전투 망치와 사슬 갑옷 한 벌을 보유 중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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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기회의 땅으로 1 +6 23.05.13 2,242 44 12쪽
8 예상치 못한 먹구름 2 +5 23.05.12 2,317 51 12쪽
7 예상치 못한 먹구름 1 +2 23.05.11 2,376 50 12쪽
6 소가주의 목숨값 +6 23.05.11 2,512 50 11쪽
5 전생과 이능 +5 23.05.10 2,722 59 11쪽
4 네드리아성의 위기 +6 23.05.10 2,769 62 11쪽
3 행운과 어두운 그림자 +7 23.05.10 2,862 60 11쪽
» 수습기사 라울2 +4 23.05.10 3,131 68 12쪽
1 수습기사 라울1 +10 23.05.10 4,349 7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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