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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hHhHhHhHh
작품등록일 :
2019.04.01 12:07
최근연재일 :
2019.05.10 18:35
연재수 :
37 회
조회수 :
1,447
추천수 :
2
글자수 :
192,712

작성
19.05.02 20:00
조회
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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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라쿤 섬 (10)

DUMMY

“무트, 일어나. 벌써 9시라고. 언제까지 잘 셈인 거야?”


“우음······?”


샐리나가 무트를 격렬히 흔드는 바람에 무트는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약 10시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깊은 잠을 취한 탓에 찌뿌둥해진 몸을 겨우 일으킨 무트는 주위를 둘러보며 부스스한 머리카락을 긁적였다.


“아, 맞다······ 여기 내 방이 아니었지.”


잠을 자면서 꿨던 꿈의 배경이 앤스트와 같이 살았던 섬이었던 터라 잠시 착각을 한 무트는 눈앞에 있는 샐리나와 샐리나의 방 내부를 보고선 머릿속에서 아른거리던 섬의 이미지를 지워버렸다.


잠옷 차림이었던 샐리나는 어느새 다 씻은 상태였고, 외출하기 위해 옷을 갈아입은 모습이었다.


창문으로는 섬에서도 늘 그래왔던 것처럼 헬로스의 빛이 들어오고 있었다.


이때, 문을 두들기는 소리가 들려왔다.


“샐리나님, 식사 준비 다 되었으니 어서 내려오세요. 펠튼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사라의 목소리였다. 샐리나는 문 앞으로 다가갔다.


“응, 알겠어, 사라. 아빠한테 곧 있으면 내려가겠다고 전해줘.”


“알겠습니다.”


사라를 보낸 샐리나는 뒤돌아 무트를 보았다. 무트는 잠자리를 정리하고 있었다.


“무트, 많이 늦었으니까 잠자리는 나중에 정리하고 먼저 세수부터 해. 그런 몰골로 식사를 하는 건 예의가 아니니까. 머리도 대충 물만 묻혀서 공중에 뜬 머리만 정리해.”


“음······ 알겠어.”


여전히 비몽사몽 상태인 무트는 터벅터벅 욕실로 들어갔다.




식탁에 먼저 앉아있던 펠튼은 계단을 쳐다보았다.


“음, 샐리나랑 무트는 언제 내려오는 거지?”


“글쎄요, 분명 곧 있으면 내려오겠다고 했는데······ 한번 올라가서 확인해보겠습니다.”


사라가 위층으로 가기 위해 몸을 일으킨 순간, 계단을 성급히 내려오는 발소리가 들려왔다.


곧이어 거실 입구로 들어오는 샐리나와 무트의 모습이 보였다.


“늦어서 죄송해요, 무트가 늦게 일어나는 바람에······.”


샐리나는 펠튼에게 사과했다. 이에 펠튼은 고개를 저었다.


“괜찮다, 음식이 식어가니까 얼른 자리에 앉거라.”


어젯밤의 일이 밤새 마음에 걸렸던 탓에 펠튼은 자기도 모르게 평소와 다른 침체된 분위기의 목소리로 말했고, 이를 눈치챈 샐리나는 자리에 앉으면서 생각했다.


‘아무래도 화가 단단히 나셨나 보네.’


펠튼의 전후 사정을 알 리 없는 샐리나는 그저 늦은 자신 때문에 화가 났을 것이라고 단정 지었다.


“자, 어서 들자꾸나.”


펠튼은 차를 마시고 포크와 나이프를 들어 그릇에 담긴 달걀과 베이컨, 소시지, 샐러드를 하나씩 집어 먹기 시작했다.


무트는 옆에 있는 신기한 모양의 빵, 크루아상을 집어 들어 딸기잼에 찍어 먹었다.


샐리나도 샐러드를 먹다가 갑자기 포크를 내려놓고 펠튼을 바라보았다.


“아빠, 아침 먹고 무트랑 나가서 마을 구경 좀 할 건데 괜찮죠?”


샐리나의 물음에 펠튼은 입에 음식을 넣다 흠칫 놀라며 샐리나를 보았다.


“안 된다, 오늘은 나가지 말고 집에만 있거라.”


“왜요?”


“내 말 들어라, 샐리나. 오늘은 안 돼.”


“하지만······ 어제 무트한테 잔뜩 약속했었단 말이에요. 이유라도 알려주세요. 설마, 늦게 나와서 이러시는 건 아니죠?”


샐리나의 표정은 어느새 잿빛으로 변해 있었다.


“말대답하지 말 거라, 샐리나. 이유는 알려줄 수 없어. 이야기는 끝났다. 어서 먹어라.”


펠튼은 문득 어젯밤 일을 떠올렸다. 하지만, 차마 어린 딸에게까지 이런 사정을 자세히 설명해줄 용기는 도통 나질 않았다. 무엇보다도 딸을 두려움에 떨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펠튼의 말을 들은 샐리나는 포크를 잡은 손을 떨면서 금세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을 짓더니 의자를 박차고 일어나 거실을 나갔다.


“샐리나님!”


음식을 먹던 사라는 깜짝 놀라 이름을 외쳤다.


“휴······ 내버려 두게, 사라. 지금으로선 이게 최선이니까.”


“알겠습니다······.”


이 상황을 지켜보던 무트는 재빠르게 눈앞에 있는 음식을 불과 몇 초 만에 죄다 입에 털어놓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샐리나를 따라 2층으로 올라갔다.




샐리나의 방앞에 다다른 무트는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샐리나······?”


무트는 이름을 부르며 살며시 방으로 들어갔다. 샐리나는 침대 위에 무릎을 끌어안고 앉아있었다.


“음? 어······ 무트구나.”


샐리나는 방금까지 울고 있었는지 눈물을 닦아내며 무트를 바라보았다.


“미안해, 무트. 오늘 마을 구경시켜주겠다고 어제부터 그렇게 약속을 해왔었는데······.”


말하면서도 여전히 샐리나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 무트는 샐리나에게 다가가 샐리나의 어깨를 잡았다.


“난 괜찮으니까 울지마, 샐리나. 분명 다음에 기회가 있을 거야.”


“그게 무슨 소리야. 너 내일 아침에 배 타고 떠날 거 아니었어?”


“아······ 그렇네.”


어설픈, 위로 아닌 위로에 태클을 당한 무트는 당황해했다.


“그, 그럼, 내가 나중에 다시 여기로 놀러 오는 건 어때? 그때, 마을 구경하면 되잖아.”


“정말 놀러 오겠다면 다행이지만, 그때가 언제가 될 줄 알고? 그리고 나더러 언제인지 모를, 그 긴 시간 동안 무턱대고 기다리고 있으라는 거야?”


“새, 생각해보니 그렇네, 미안······.”


무트는 더욱 당황한 표정으로 구레나룻을 긁적였다. 이런 무트의 모습을 본 샐리나는 남은 눈물을 마저 닦고 미소를 지었다.


“훗, 괜찮아, 무트. 왜냐하면, 방금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떠올랐으니까. 그리 대단한 건 아니야.”


“정말? 뭔데?”


“그건 바로 몰래 나가는 거야.”


샐리나는 아래를 가리켰다.


“사라는 일주일에 한 번씩 아침 식사 후에 창문을 열어 놓고 대청소를 시작하는데, 오늘이 바로 그 날이야.

대청소라는 이름 그대로 1층을 샅샅이 청소한 뒤에, 2층을 청소하는 거야. 우리는 사라가 1층 화장실을 청소할 때 나갈 거야.

왜냐하면, 사라가 1층을 청소할 때면 아빠는 서재에 들어가 업무를 보고 계셔서 누구한테도 걸리지 않고 나갈 수 있거든.

하지만, 제일 중요한 건 타이밍이야. 대청소하는 날이면 외부 청소업체에서 사람들이 오거든.

이 사람들은 사라가 1층 창문을 열어놓고 화장실을 청소할 때쯤에 올 텐데, 바로 이 사이에 우린 1층 창문으로 몰래 나갈 거야, 알겠지?

물론, 우리가 몰래 나간 건 2층을 청소할 때 들킬 테지만, 그래도 못 나가는 것보다야 낫잖아?”


샐리나는 계획에 대해서 자세히 조곤조곤 설명했다. 모두 완벽히 이해한 무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샐리나는 벽에 걸린 시계를 쳐다보았다.


“그럼, 지금이 9시 30분이니까, 10시쯤에 나가면 되겠다. 이때쯤이면 식사 다 끝나고, 사라가 창문 열고 화장실 청소하고 있을 테니까.”


샐리나는 창문으로 가서 날씨를 보았다. 분명 섬 날씨는 쾌청하고 좋았지만, 저 바다 멀리에서 먹구름이 서서히 몰려오고 있는 것이 심상치 않아 보였다.


“음······ 아무래도 낮에 비가 올 예정인가 보네. 그래도 뭐, 낮까지 시간은 넉넉하니까.”


샐리나는 대수롭지 않게 넘기며 말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갔다.




잠시 후, 시계를 10시를 가리켰고, 샐리나는 문을 살짝 열어 바깥 동태를 살피었다. 바깥은 조용했다. 샐리나는 무트에게 손짓했다.


‘무트, 나가자.’


‘응.’


샐리나는 문을 열고 나가면서 속삭이며 말했고, 이에 따라 무트도 문밖으로 걸어나갔다.


둘은 생선가게 앞을 지나가는 도둑고양이처럼 살금살금 2층 복도를 지나가 계단까지 도달했고, 샐리나는 발소리를 죽여 살그머니 내려가 1층 상황을 살폈다.


1층 상황은 샐리나가 말한 대로 모든 창문이 개방되어 있었고, 화장실에서는 사라가 청소하고 있는지 물이 틀어져 있는 소리가 들려왔다.


상황을 살핀 샐리나는 또다시 무트에게 손짓했고, 둘은 천천히 계단을 내려가 현관문 왼쪽으로 꺾어 들어가 메인 홀로 향했다.


메인 홀에 들어선 샐리나는 열려 있는 큰 창문으로 걸어가 창턱에 조심스럽게 발을 올린 뒤 그대로 밖으로 넘어갔다.


이 과정에서 약간의 소음이 발생했지만, 무트에게만 겨우 들릴 정도의 소음이었다.


무트도 샐리나를 따라 창턱을 넘어 바깥으로 넘어갔고, 성공적으로 바깥으로 나온 둘은 그대로 가운데로 나 있는 길 가장자리 풀숲으로 들어가 은밀하게 마을로 향해 뛰어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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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라쿤 섬 (에피소드 최종화) 19.05.10 40 0 17쪽
36 라쿤 섬 (14) 19.05.08 40 0 14쪽
35 라쿤 섬 (13) 19.05.07 45 0 12쪽
34 라쿤 섬 (12) 19.05.05 40 0 14쪽
33 라쿤 섬 (11) 19.05.03 89 0 16쪽
» 라쿤 섬 (10) 19.05.02 42 0 9쪽
31 라쿤 섬 (9) 19.05.01 40 0 15쪽
30 라쿤 섬 (8) 19.04.30 35 0 14쪽
29 라쿤 섬 (7) 19.04.28 47 0 9쪽
28 라쿤 섬 (6) 19.04.26 40 0 18쪽
27 라쿤 섬 (5) (수정) 19.04.24 36 0 28쪽
26 라쿤 섬 (4) 19.04.19 48 0 9쪽
25 라쿤 섬 (3) 19.04.18 45 0 8쪽
24 라쿤 섬 (2) 19.04.17 42 0 11쪽
23 라쿤 섬 (1) 19.04.16 48 0 12쪽
22 모험의 시작 (3) 19.04.15 40 0 11쪽
21 모험의 시작 (2) 19.04.14 42 0 13쪽
20 모험의 시작 (1) 19.04.13 40 0 10쪽
19 고백, 그리고 대화 (2) 19.04.13 46 0 14쪽
18 고백, 그리고 대화 (1) 19.04.12 21 0 9쪽
17 밝혀진 거인의 정체, 그리고 무트의 굳은 다짐 (4) 19.04.12 16 0 18쪽
16 밝혀진 거인의 정체, 그리고 무트의 굳은 다짐 (3) 19.04.11 19 0 12쪽
15 밝혀진 거인의 정체, 그리고 무트의 굳은 다짐 (2) 19.04.09 26 0 10쪽
14 밝혀진 거인의 정체, 그리고 무트의 굳은 다짐 (1) 19.04.09 34 0 9쪽
13 꿈, 그리고 현실 (6) 19.04.07 18 0 12쪽
12 꿈, 그리고 현실 (5) 19.04.07 17 0 8쪽
11 꿈, 그리고 현실 (4) 19.04.05 23 0 7쪽
10 꿈, 그리고 현실 (3) 19.04.04 25 0 8쪽
9 꿈, 그리고 현실 (2) 19.04.04 22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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