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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hHhHhHhHh
작품등록일 :
2019.04.01 12:07
최근연재일 :
2019.05.10 18:35
연재수 :
3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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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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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수 :
192,712

작성
19.04.14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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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모험의 시작 (2)

DUMMY

잠시 후, 여기는 어느 육지의 해변.


해변 한편에 의식을 잃은 상태의 무트가 파도에 덩달아 휩쓸려온 해초와 뒤엉켜 있는 상태로 누워있다.


이곳은 방금처럼 사정없이 휘몰아치던 파도 대신, 얌전한 파도만이 넘실거렸고 고요하면서도 아름다운 파도 소리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이때, 무엇인가 무트 쪽으로 살그머니 다가와서는 무트의 머리와 얼굴에 코를 대고 냄새를 맡기 시작하더니 무트의 얼굴을 혀를 핥기 시작했다.


“으음······.”


볼에서 느껴지는 간지러움에 의식이 돌아온 무트는 겨우 정신을 차리고 몸을 일으켰다.


일어나니 머리가 띵했던 무트는 이마에 손을 얹고 다른 한 손으로는 땅을 짚고 일어서서 비틀거리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넓고 아름다운 해안가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매번 봤었던 섬의 해변과는 다른 곳임을 알 수 있었다.


“잠깐······ 여긴 어디지?”


혼란스러움에 주위를 둘러보던 무트는 발가락에 무언가 걸리는 느낌에 발아래를 보았다.


부서진 나무판자였다.


이것뿐만이 아니었다. 주위에 이것과 유사한 크고 작은, 수많은 나무판자가 해안가에 나뒹굴고 있었다.


무트는 발가락에 걸린 나무판자를 들어 올려 살펴보았다.


나무판자엔 어떤 문구가 적혀져 있었다.


‘무트’


무트가 나룻배를 타고 항해 중이었을 때, 홈을 파서 새겨놓은 이름이었다.


“아, 맞다······ 폭풍을 만났었지.”


그제야 무트는 바다 한복판에서 겪은, 악몽과도 다름없었던 그때, 그 일을 떠올릴 수 있게 되었다.


“으아······ 배도 박살 나고 식량도 없고······ 이제 어떡하냐······.”


무트는 머리를 손으로 쥐어 싸매었다.


목적지에 다다르기도 전에 유일하게 하나뿐인 교통수단이었던 배는 폭풍을 만나 난파되어 산산조각이 나버리고, 식량이 담긴 배낭은 바다 저편 어딘가 수중에 가라앉아 물고기 밥이 된 상태이며, 어딘지 모르는 육지에 표류하게 된 이것이, 현재 무트가 직면하고 있는 상황.


참으로 절망스러운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이때, 어떤 생물체가 무트의 발 앞으로 살그머니 다가오기 시작했다.


“어, 어, 잠깐, 뭐야?”


갑자기 앞으로 다가온 생물체에 무트는 흠칫 놀라 주춤하며 앞을 바라보았다.


앞엔 뾰족한 주둥이에 새까맣고 귀여운 코가 달려 있고, 눈 주위엔 복면을 쓴 것처럼 검은 무늬가 있으며, 쫑긋한 귀와 희고 검은 줄무늬 모양의 꼬리 가진, 한눈에 딱 봐도 귀여운 동물이 있었다.


난생처음 보는 동물이기에, 무트는 호기심이 가득 찬 눈을 띄며 이 동물을 바라보았다.


어느새 무트의 발 앞에 다다른 이 검은 줄무늬 동물은 연분홍색의 혀를 날름거리며 무트의 발가락을 핥기 시작했다.


“하핫, 간지러워!”


무트는 간지러움에 몸을 들썩였다. 이 간지러움에 무트는 문득, 방금 볼에서 느껴졌던 간지러움이 떠올랐다.


“아까 내 볼을 핥은 게 너였구나? 고마워! 너 아니었으면 못 일어났을 거야.”


무트는 방긋 웃으며 검은 줄무늬 동물에게 인사했다.


검은 줄무늬 동물은 발가락 핥기를 멈추고 두 발로 기립하여 그런 무트를 가만히 응시했다.


검은 줄무늬 동물은 그런 무트를 한동안 바라보다가 뒤쪽에 있는 숲으로 가기 시작했다.


“잠깐, 어디가?”


검은 줄무늬 동물의 갑작스러운 움직임에 무트는 당황해했다.


그렇게 숲을 향해가던 검은 줄무늬 동물은 갑자기 뒤로 돌더니 아까처럼 기립하여, 두 손을 모아 위아래로 올렸다가 내렸다가 하는 행동을 보였다.


“응? 뭐 하는 거지?”


행동의 의미를 알 수 없었던 무트는 의아해하며 말했다.


하지만, 검은 줄무늬 동물은 계속해서 같은 행동을 반복했다. 계속해서 이 행동을 보고 있던 무트는 고개를 갸웃했다.


“따, 따라오라는 건가?”


마치 본인을 따라오라고 말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 행동에 무트는 어쩔 수 없이 검은 줄무늬 동물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검은 줄무늬 동물은 또다시 뒤쪽으로 돌아 숲 쪽으로 더 깊이 들어갔고 방금처럼 또 무트에게 오라고 손짓하는 듯한 행동을 또 보여줬다.


무트는 그 행동이 귀엽고 신기했는지 웃기 시작했다.


“하하하, 너 참 희한하구나? 그래, 알았어. 따라갈게.”


무트는 그렇게 동물을 따라 숲속으로 들어갔다.




무트가 동물을 따라 걸어 들어간 지 어느덧 이십 분이 다 되어가고 있었다.


무트는 신기한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무트와 동물이 걸어 들어가고 있는 이곳은 마치 사람이 자주 지나다니는 것처럼 길이 나 있었다.


검은 줄무늬 동물은 계속 걸어가면서 마치 무트가 잘 따라오는지 확인이라도 하는 것처럼 가끔가다 한 번씩 뒤쪽을 흘깃하고 쳐다보았다.


무트는 여전히 흥미로운 얼굴을 한 채 말 한마디 없이 꿋꿋이 따라가고 있었다.


그때, 무트가 앞쪽에 있는 무언가를 발견했다.


그건 나무 만든 표지판이었다.


“표지판?”


무트는 길목의 가장자리에 세워져 있는 표지판에 가까이 다가가서 보았다. 거기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쓰여 있었다.


‘마을까지 1km’


“마, 을······.”


무트는 표지판에 쓰여 있는 글씨를 또박또박 읽어냈다. 무트는 머리를 긁적이더니 눈을 비비고 다시 표지판을 보았다.


“마을······ 마을이라고? 정말이야?”


무트가 잘못 본 게 아니었다. 분명 그것은 ‘마을’이라 적혀 있는 안내 표지판임이 틀림없었다.


무트는 상상했다. 앤스트가 말한 수많은 사람이 있는 마을을 말이다.


설렘이라는 감정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리는 걸 느낀 무트는 한시라도 빨리 마을을 보고 싶은 마음에, 발걸음이 가벼워지는 걸 느끼며 앞을 바라보았다.


길은 오른쪽으로 굽어 있었고 먼저 앞서가던 검은 줄무늬 동물은 그 길을 따라 오른쪽으로 돌아 들어가고 있었다.


“잠깐, 같이 가!”


무트는 새털처럼 가벼운 발걸음으로 동물 뒤를 따라갔다.


그리고 길을 따라 오른쪽으로 몸을 돌린 순간, 계속 뒤따라갔던 검은 줄무늬 동물의 모습 대신, 쪼그려서 무언가를 하는, 머리에 두건을 쓴 두 명의 남성을 보게 되었다.


“야, 꼬리를 잡지 말고 머리를 잡으라니까.”


“이렇게?”


“그러면 내가 묶을 수가 없잖아, 멍청아!”


두 남성은 낑낑대며 무언가에 열중하고 있었다.


한 남성이 뒤에 있는 밧줄을 꺼내려는 그때, 앤스트 이외의 사람을 처음 만나게 된 무트가 반갑다는 눈치로 두 남성에게로 다가왔다.


“우와······ 사람이다. 정말 살아있었어.”


무트는 두 남성에게 가까이 다가서서 두 남성을 신기한 눈으로 살펴보았다. 인기척을 느낀 두 남성은 깜짝 놀라며 뒤를 돌아봤다.


“까, 깜짝이야! ······응? 뭐야, 꼬마애잖아? 잠깐, 뭔가 이상한데.”


밧줄을 꺼내다가 깜짝 놀란 남성은 이상하다는 눈으로 무트를 살펴봤다.


“몇 년 동안 안 자른 듯 길고 꾀죄죄한 머리에, 입고 있는 건 형편없는 누더기······ 아무래도 이 섬에 살고 있는 녀석은 아닌 거 같은데······ 아악!”


남성은 무트의 외모를 가만히 살펴보다가 대뜸 비명을 질러댔다.


남성은 손가락을 부여잡고 울부짖었다. 손가락에선 피가 나고 있었다.


“야, 인마! 내가 꽉 잡고 있으라 했지? 너 때문에 물려서 피가 나잖아!”


남성은 씩씩거리며 무언가를 잡고 있는 다른 남성의 머리를 손으로 후려쳤다.


“아야! 이 녀석이 생각보다 힘이 세서 그렇다고!”


머리를 맞은 남성은 아픈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럼, 힘을 더 꽉 줘서 잡으면 될 거 아니야, 이 머저리야!”


두 남성이 그렇게 실랑이를 벌이는 사이 무트는 그들 사이에 무언가 있는 걸 보게 되었다.


그들 사이에 있던 건 바로, 방금까지 무트를 안내해준 검은 줄무늬 동물이었다.


검은 줄무늬 동물은 두 남성의 손에 잡혀 땅에 눌린 채, 매우 가여운 표정으로 낑낑거리는 신음 소리와 함께 무트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를 본 무트는 속으로 분개했고 두 남성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갔다.


“걔한테 무슨 짓을 하는 거야?”


무트가 말했고 실랑이를 하던 한 남성은 무트를 보았다.


“신경 쓰지 말고 갈 길 가라, 꼬마야. 마을은 이 앞에 있어.”


“걘 내 친구야! 놓아줘!”


“친구? 거참······ 귀찮은 꼬마로구먼.”


남성은 한숨을 쉬며 나지막이 중얼거리더니 기분 나쁜 미소를 지으며 무트를 노려봤다.


“어이쿠, 미안하구나, 꼬마야. 이 녀석이 너의 친구인 줄은 몰랐어. 하지만 이걸 어쩌지? 우리는 이 녀석을 너에게 돌려줄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거든.

아까 우리가 뭘 하냐고 물었지? 우린 이런 녀석들을 잡아다가 모피, 꼬리를 분해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파는 일을 한단다.

사람들이 이 녀석들 몸값을 얼마나 비싸게 쳐주는지, 생각보다 아주 쏠쏠하다고. 물론, 네 친구인 이 녀석도 예외는 아니지만 말이야.”


“뭐, 뭐라고?”


남성의 말에 무트는 분노가 끓어올라 이를 바득바득 갈아댔다. 이를 본 남성은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정 못마땅하면, 우리하고 거래를 하는 건 어떻겠냐? 우리가 무단으로 네 친구를 판다고 생각하니 영 찝찝해서 말이야.

거래는 우리가 이 녀석을 팔고, 그렇게 받은 돈을 너와 공평하게 나누는 걸로 하자꾸나. 어떠냐, 꼬마야. 구미가 당기지 않으냐?”


남성은 손짓을 섞어가며 무트에게 설명했다.


‘요즘엔 아이들도 돈이라면 환장하니까. 어차피 그래 봤자 거래할 생각은 조금도 없지만 말이야. 이걸로 더는 귀찮아지는 일 따윈 없겠지.’


남성은 생각했다.


하지만, 무트는 일말의 흔들림조차 없었고, 오히려 아까보다 훨씬 많은 분노로 가득 찬 눈으로 남성을 노려봤다.


무트는 주먹을 강하게 쥐고 있었다.


무트의 이러한 행동을 전혀 예상 못 한 남성은 살짝 당황하는가 싶더니 금방, 그런 무트를 가소롭다는 듯한 표정으로 노려보았다.


“마치 이 녀석의 수호천사라도 되는 것처럼 구는군. 너에게 있어서 돈보다는 네 친구, 아니 이런 말 못 하는 짐승 따위가 더 소중하다, 이거냐?”


남성은 비아냥거리는 투로 말했다.


“보아하니 아무래도 우리한테 화가 단단히 난 모양인데, 이성보다 감정이 앞서는 꼬마애는 어떻게 되는지 지금부터 내가 똑똑히······.”


남성이 그렇게 허리춤에 있는 칼집에 손을 갖다 대려는 순간, 무트가 제자리에서 뛰어올라 남성의 얼굴을 주먹으로 가격해버렸다.


남성은 비명을 지를 새도 없이 둔탁한 소리와 함께 엄청난 속도로 길목 옆의 숲속으로 나무를 쓰러뜨리며 날아가 버렸고, 남성이 날아간 길목은 온통 흙먼지와 쓰러진 나무들로 가득한 쑥대밭이 되어버렸다.


무트는 또 다른 남성을 노려보았다. 입 벌리며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남성은 무트와 눈을 마주치고 화들짝 놀랐다.


“헉!”


무트의 초인적인 힘을 간접적으로 경험한 남성은 벌벌 떨면서 일어났다.


“미, 미안하다, 꼬마야. 난 저 자식과는 다르다고.”


남성은 뒷걸음질 치면서 말했다.


“네 친구를 건드려서 미안하다!”


남성은 사과하고 그대로 줄행랑쳤다.


무트는 도망치는 남성을 쫓아가지 않고 검은 줄무늬 동물을 살펴보았다. 녀석의 상태는 좋지 못했다.


두 남성에 의해 잡히는 과정에서 한쪽 뒷다리가 부러졌는지 가엽게 절뚝거리고 있었다. 검은 줄무늬 동물은 힘겹게 무트의 발밑까지 걸어와 마치 고맙다는 걸 표현하려는 듯, 무트의 발을 핥아댔다.


“미안해······ 빨리 구해주지 못해서. 사람이 이럴 줄은 상상도 못 했어.”


무트는 방금 본 두 남성을 생각하며 이를 갈았다. 무트는 검은 줄무늬 동물을 번쩍 들어 안았다. 무트는 동물을 보고 밝게 웃었다.


“걱정하지 마! 내가 지켜줄게.”


무트는 마을 방향으로 발을 옮겼다. 그렇게 한 발자국씩 앞으로 움직이는데 무트는 문득 불안함을 느꼈다.


혹시 마을에도 방금 본 두 남성 같은 사람들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앞으로 계속 나아가니 오르막길이 나타났다.


동시에 오르막길 너머에서 사람들의 목소리가 해일처럼 넘어오기 시작했다.


무트는 설렘과 불안함이 교차하는 오묘한 감정을 느끼며 오르막길을 넘어갔다.


작가의말

라쿤 카페 한번 가보고 싶네요ㅎㅎ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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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라쿤 섬 (8) 19.04.30 35 0 14쪽
29 라쿤 섬 (7) 19.04.28 47 0 9쪽
28 라쿤 섬 (6) 19.04.26 40 0 18쪽
27 라쿤 섬 (5) (수정) 19.04.24 36 0 28쪽
26 라쿤 섬 (4) 19.04.19 48 0 9쪽
25 라쿤 섬 (3) 19.04.18 45 0 8쪽
24 라쿤 섬 (2) 19.04.17 42 0 11쪽
23 라쿤 섬 (1) 19.04.16 48 0 12쪽
22 모험의 시작 (3) 19.04.15 40 0 11쪽
» 모험의 시작 (2) 19.04.14 42 0 13쪽
20 모험의 시작 (1) 19.04.13 40 0 10쪽
19 고백, 그리고 대화 (2) 19.04.13 46 0 14쪽
18 고백, 그리고 대화 (1) 19.04.12 21 0 9쪽
17 밝혀진 거인의 정체, 그리고 무트의 굳은 다짐 (4) 19.04.12 16 0 18쪽
16 밝혀진 거인의 정체, 그리고 무트의 굳은 다짐 (3) 19.04.11 18 0 12쪽
15 밝혀진 거인의 정체, 그리고 무트의 굳은 다짐 (2) 19.04.09 26 0 10쪽
14 밝혀진 거인의 정체, 그리고 무트의 굳은 다짐 (1) 19.04.09 34 0 9쪽
13 꿈, 그리고 현실 (6) 19.04.07 18 0 12쪽
12 꿈, 그리고 현실 (5) 19.04.07 17 0 8쪽
11 꿈, 그리고 현실 (4) 19.04.05 23 0 7쪽
10 꿈, 그리고 현실 (3) 19.04.04 25 0 8쪽
9 꿈, 그리고 현실 (2) 19.04.04 22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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