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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h의 고독한 서재

프리즘(Pr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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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hHhHhHhHh
작품등록일 :
2019.04.01 12:07
최근연재일 :
2019.05.10 18:35
연재수 :
3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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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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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92,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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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1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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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라쿤 섬 (1)

DUMMY

여기는 슈이처 의사의 병원. 흰 의사가운을 입은, 흰 머리와 흰 수염을 가진 인자한 인상의 슈이처가 한 환자를 치료하고 있었다.


“안톤, 가만히 좀 있어 봐라. 겨우 이 정도 다친 거 가지고 엄살은.”


“그렇지만, 도우서우가 절 밀어서 다친 거라고요!”


“어허, 거짓말하지 마라, 이 녀석아. 이건 그냥 네가 놀라서 넘어진 게 아니냐? 애초에 도우서우는 널 건드리지도 않았어. 내가 다 봤다.”


슈이처는 소독약을 바른 안톤의 무릎에 거즈를 올려 테이프로 고정했다.


“자, 이제 다 됐다, 안톤, 이 엄살쟁이 녀석아.”


슈이처는 치료가 다 된 안톤의 무릎을 손으로 쳤고 안톤을 비명을 질렀다.


“아야! 왜 저한테만 이러시는 거예요, 선생님!”


안톤은 울먹이며 말했다.


“그야, 안톤, 네가 미운 짓만 골라서 하니까 이러는 거 아니냐. 치료는 끝났으니 이제 어서 가봐라.”


슈이처는 어서 나가라고 손을 흔들었다. 그렇게 안톤은 울먹거리면서 나갔고, 안톤이 나가는 걸 본 슈이처는 한껏 가벼워진 얼굴로 몸을 일으켰다.


“흠, 이제 여유도 생겼겠다, 아까 못 마신 커피 좀 마저 마셔볼까?”


슈이처가 몸을 돌려 커피가 담긴 잔을 가지러 가는 그때, 문에 달린 종이 울리면서 라쿤을 든 한 여자아이가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무트도 그 뒤를 따라 들어왔다.


“슈이처 선생님!”


여자아이가 다급한 목소리로 외쳤다. 슈이처는 화들짝 놀라며 문 쪽을 바라봤다.


“아이고, 깜짝이야. 샐리나구나, 무슨 일이냐?”


“라쿤이 다릴 다쳤어요. 도와주세요.”


샐리나라는 이름의 여자아이는 안고 있던 라쿤을 보여주며 말했다. 라쿤은 상당히 아픈지 낑낑대고 있었다.


“그래, 그래, 알았다. 일단 상태를 봐야겠으니 여기에 올려놔 봐라.”


심각한 상황임을 인지한 슈이처는 재빠르게 책상 위에 놓인 물건들을 치우고 말했다.


샐리나는 서둘러 라쿤을 책상 위에 올려놓았고, 슈이처는 곧바로 라쿤을 자세히 살펴보며 진단하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슈이처는 살펴보는 걸 멈추고 뒤에 걸린 천을 젖히고 뒷방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슈이처는 손에 부목과 붕대를 들고 나타났다.


“어때 보여요?”


샐리나가 물었다. 라쿤을 상태를 살펴본 슈이처는 혀를 찼다.


“상태가 그리 좋진 않구나. 다리가 부러져 있어. 단, 사고에 의한 게 아니라 누가 일부러 이런 거야. 도대체 누가 이런 잔혹한 짓을······.”


슈이처는 턱으로 무트를 가리켰다.


“설마, 뒤에 있는 저 이상한 옷차림의 아이가 한 짓이더냐?”


반면, 무트는 자기 얘기를 하는지도 모른 채, 병원 내부를 신기롭다는 듯이 둘러보고 있었다.


샐리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뇨, 오히려 그 반대예요. 쟤는 이 라쿤을 구해낸 아이예요. 라쿤 사냥꾼들한테서요.”


“그랬구나. 오해해서 미안하구나. 라쿤 사냥꾼, 이 인간말종 같은 놈들······. 언제부턴가 라쿤섬에 들어와서는 이 죄 없는 라쿤들을 닥치는 대로 잡아가더니······.”


슈이처는 이를 갈며 분개하더니 더 이상 말을 잊지 못하였다.


슈이처는 애써 침착해지기 위해 심호흡을 했고 다시 라쿤을 치료하는 데에 온정신을 쏟아부었다.


“진정하자. 지금은 해야 할 일이 있으니까.”


슈이처는 라쿤의 다리를 조심스럽게 잡았다.


“자, 샐리나, 이제부터 어긋난 뼈를 맞출 테니, 라쿤이 버둥거리지 않게끔 꽉 잡고 있어 주렴.”


“네, 알겠어요. 금방 끝날 거야. 좀만 버텨줘.”


샐리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라쿤을 쓰다듬으며 안심시킨 뒤, 라쿤의 몸통을 두 손으로 꽉 잡았다.


“꼬마야, 너도 이리 와서 라쿤 잡는 것 좀 도와주거라.”


“으, 응.”


슈이처의 부름에 가게를 구경하던 무트는 깜짝 놀라며 대답했고, 곧바로 샐리나 옆으로 다가갔다.


“엉덩이 쪽은 내가 잡고 있을 테니, 넌 위쪽을 잡고 있어 줘.”


샐리나는 라쿤의 가슴 부근을 가리키며 말했다.


“응.”


샐리나의 지시대로 무트는 고개를 끄덕이고 조심스럽게 라쿤의 상체에 손을 올렸다.


“자, 준비됐니?”


슈이처가 질문했다. 샐리나와 무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시작하마.”


준비가 됐음을 확인한 슈이처는 곧바로 잡고 있던 라쿤의 다리를 잡아 순식간에 뼈를 끼워 맞췄고, 라쿤은 고통스러운지 숨을 거세게 내쉬며 신음소리를 내었다.


무트는 그런 라쿤을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옆에서 가만히 지켜보았다.


“미안해······.”


아파서 울부짖는 라쿤을 보고 샐리나가 말했다.


샐리나의 눈에는 금방이라도 흘러내릴 듯한 눈물이 맺혀 있었다.


슈이처는 곧바로 라쿤의 다리에 붕대를 감은 뒤, 그 위에 부목을 덧대어 또 한 번 붕대를 감았다. 최종적으로 핀셋을 이용하여 붕대를 고정함으로써 치료는 마무리되었다.


“이걸로 됐다. 때를 놓치지 않아서 다행이구나.”


치료를 끝낸 슈이처는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을 닦아내며 말했다. 옆에 있던 샐리나와 무트는 그제야 밝게 웃으며 안심했다.


“이제 괜찮은 건가요?”


샐리나가 눈물을 닦아내며 말했다.


“그래, 내가 누구냐, 이 마을의 최고의 의사 아니냐.”


슈이처는 샐리나를 보고 활짝 웃었다.


“치료는 순조로웠고, 뼈는 잘 고정됐으니 이젠 안심하거라. 이 녀석이 생각보다 잘 버텨준 덕분이야.”


슈이처는 라쿤의 머리를 대견하다는 듯이 가볍게 쓰다듬어주었다. 라쿤은 고맙다는 표현인지 자신을 쓰다듬는 슈이처의 손을 혀로 핥아주었다.


“생후 몇 개월 정도 되어 보이니, 약 한 달 정도만 주의하면 다시 정상적으로 걸을 수 있을 게다.”


“알겠어요. 고마워요, 슈이처 선생님.”


샐리나는 감사한 마음을 담아 인사했다.


“아니다. 나보다 이 꼬마에게 제일 고마워해야지.”


슈이처는 무트를 바라보며 말했다. 슈이처는 무트의 눈높이 맞춰 쭈그려 앉아 손을 내밀었다.


“네 덕분에 소중한 생명을 하나 살렸다. 고맙구나. 처음 보는 얼굴인데 이름이 뭐냐?”


“무트! 이게 내 이름이야.”


무트는 슈이처의 손을 잡고 순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저씨, 의사라고 했지? 라쿤을 치료해줘서 고마워! 아저씬 정말 착한 사람이야.”


“무슨 소릴, 내가 더 고맙지. 그나저나······ 생김새랑 옷차림이 참 독특하구나.”


슈이처는 무트를 쓱 훑어보더니 샐리나를 보았다. 샐리나도 역시 잘 모르겠다는 듯, 어깨를 들썩여 보였다.


“무트라고 했지? 무트, 이 섬은 처음인 게냐?”


“응! 처음이야.”


“그래? 그럼, 마침 잘 됐군. 보답을 해주고 싶었는데 말이야.”


슈이처는 일어서서 샐리나에게 다가가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어 주었다.


“이게 뭐예요, 선생님?”


“이건 고마움에 대한 내 성의다, 샐리나. 라쿤, 이 녀석은 내가 돌보고 있을 테니, 이걸로 저 꼬마에게 이 마을 좀 소개해주면 어떻겠냐? 아무래도 우리 섬에 처음 놀러 온 것 같아서 말이야.”


슈이처의 부탁에 샐리나는 무트를 슬쩍 한 번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렇게 할게요!”


기쁜 표정으로 대답한 샐리나는 무트에게 다가갔다.


“애, 이제 가자. 내가 마을 구경시켜줄게.”


“오, 진짜?”


무트는 휘둥그레진 눈으로 샐리나를 보았다.


“그럼, 물론이지. 어서 가자.”


샐리나는 문을 열어 무트에게 손짓했고, 샐리나의 손짓에 무트는 곧바로 샐리나를 뒤따라갔다.


문을 나선 샐리나는 뒤를 돌아 슈이처를 보았다.


“정말 고마워요, 슈이처 선생님. 그럼, 라쿤을 잘 부탁드릴게요!”


“그래, 라쿤은 걱정하지 말고 어서 갔다 오거라.”


슈이처는 나가는 샐리나와 무트를 손을 흔들며 배웅했고 무트도 이에 똑같이 손을 흔들어 보인 뒤에 문을 닫고 나갔다.


“저 의사라는 아저씨, 정말 멋있었어.”


병원에서 나온 뒤 무트가 말했다. 샐리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사실, 저분은 내가 이 마을에서 제일 존경하고 좋아하는 사람 중 한 분이셔.”


“그렇구나. 그나저나 정말 착한 사람이었어. 역시 사람이라고 해서 다 나쁜 건 아니구나.”


무트는 이전에 본 사냥꾼을 생각하며 말했다. 샐리나는 피식 웃었다.


“풋, 뭐야, 그게. 그나저나, 무트.”


“응?”


“우리 아직 서로 통성명 안 했었지? 저 안에서 들었겠지만, 내 이름은 샐리나야.”


샐리나는 악수를 청했다.


“그리고 넌 무트, 맞지? 아까 슈이처 선생님과 이야기하는 걸 들었어.”


이에 무트도 샐리나의 손을 잡으며 악수에 응했다.


“응! 맞아.”


“무트라, 좋은 이름이네. 그런데 넌 몇 살이야?”


“음······ 13살?”


무트는 곰곰이 생각한 뒤 대답했다. 샐리나는 양 손바닥을 마주 붙이고 반가운 표정을 지었다.


“정말? 나도 13살인데! 그럼, 친구네?”


“친, 친구?”


무트는 친구라는 말에 놀란 반응을 보였다.


“당연하지! 우린 동갑이니까. 그럼, 지금부터 우린 친구인 거다, 무트?”


샐리나는 해맑은 표정으로 말했다.


“친구······.”


무트는 두근거림을 느꼈다. 어려서부터 문명과 단절되어 살아왔던 무트에게 친구란, 굉장히 낯설고 동떨어진 개념일 뿐이었다.


그런데 현재, 이런 황무지에서 파릇파릇한 새싹이 자라나기 시작했다.


“응, 좋아!”


무트도 역시 해맑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럼, 이제부터 마을 구경시켜줄 테니까 잘 따라와야 한다?”


“알았어!”


둘은 그렇게 거리로 걸어나갔다.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둘이 거리로 걸어나가고 비어버린 자리에 어떤 소년이 나타났다.


“약이 필요한데······ 병원은 어딨지?”


은은한 초록빛을 띠는 검은 머리를 뒤로 넘겨 이마가 드러난 외모의 소년은 옆구리에 칼을 차고 두리번거리며 병원을 찾고 있었다.


그러다 소년은 저 앞에 보이는 이상한 옷차림을 한 아이를 발견했다.


그 아이는 다름 아닌 무트였다.


“뭐야, 저 녀석은······ 워, 원시인인가?”


소년은 미간에 주름을 새겨 무트를 자세히 보았다.


“흠······ 세상엔 별의별 이상한 사람이 다 있구나.”


소년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다시 병원을 찾기 위해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 드디어 찾았다.”


옆을 본 소년의 눈에 ‘슈이처 병원’이란 문구가 써진 건물이 들어왔다. 방금 무트와 샐리나가 들렸던 그곳이었다.


소년은 곧바로 병원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러면서 문 위쪽에 걸려 있던 종이 울리게 되었고, 병원 내부는 고운 종소리가 울려 퍼지게 되었다.


안에는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는 슈이처가 있었다. 종소리를 들은 슈이처는 커피를 내려놓고 문 쪽을 바라보았다.


“음? 꼬마애로군. 무슨 일이냐? 어디 다친 곳이라도 있느냐?”


“아뇨, 다름이 아니라 의료품이 필요해서요. 거즈, 붕대, 소독약, 그리고 각종 상비약, 이렇게 주세요.”


“음, 한 개씩만 주면 되겠니?”


“아뇨, 이만큼 주세요.”


소년은 금화 한 닢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허허허, 꼬마야, 이 정도면 양이 꽤 될 텐데, 괜찮겠냐?”


슈이처는 금화를 보고 껄껄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왜냐면 이게 있거든요.”


소년은 허리춤에 있는 투명한 색깔의 주머니를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작가의말

드디어 라쿤 섬 에피소드네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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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라쿤 섬 (에피소드 최종화) 19.05.10 40 0 17쪽
36 라쿤 섬 (14) 19.05.08 39 0 14쪽
35 라쿤 섬 (13) 19.05.07 45 0 12쪽
34 라쿤 섬 (12) 19.05.05 40 0 14쪽
33 라쿤 섬 (11) 19.05.03 88 0 16쪽
32 라쿤 섬 (10) 19.05.02 41 0 9쪽
31 라쿤 섬 (9) 19.05.01 40 0 15쪽
30 라쿤 섬 (8) 19.04.30 35 0 14쪽
29 라쿤 섬 (7) 19.04.28 47 0 9쪽
28 라쿤 섬 (6) 19.04.26 40 0 18쪽
27 라쿤 섬 (5) (수정) 19.04.24 36 0 28쪽
26 라쿤 섬 (4) 19.04.19 48 0 9쪽
25 라쿤 섬 (3) 19.04.18 45 0 8쪽
24 라쿤 섬 (2) 19.04.17 42 0 11쪽
» 라쿤 섬 (1) 19.04.16 48 0 12쪽
22 모험의 시작 (3) 19.04.15 40 0 11쪽
21 모험의 시작 (2) 19.04.14 41 0 13쪽
20 모험의 시작 (1) 19.04.13 40 0 10쪽
19 고백, 그리고 대화 (2) 19.04.13 46 0 14쪽
18 고백, 그리고 대화 (1) 19.04.12 21 0 9쪽
17 밝혀진 거인의 정체, 그리고 무트의 굳은 다짐 (4) 19.04.12 16 0 18쪽
16 밝혀진 거인의 정체, 그리고 무트의 굳은 다짐 (3) 19.04.11 18 0 12쪽
15 밝혀진 거인의 정체, 그리고 무트의 굳은 다짐 (2) 19.04.09 26 0 10쪽
14 밝혀진 거인의 정체, 그리고 무트의 굳은 다짐 (1) 19.04.09 34 0 9쪽
13 꿈, 그리고 현실 (6) 19.04.07 18 0 12쪽
12 꿈, 그리고 현실 (5) 19.04.07 17 0 8쪽
11 꿈, 그리고 현실 (4) 19.04.05 23 0 7쪽
10 꿈, 그리고 현실 (3) 19.04.04 25 0 8쪽
9 꿈, 그리고 현실 (2) 19.04.04 22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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