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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h의 고독한 서재

프리즘(Pr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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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hHhHhHhHh
작품등록일 :
2019.04.01 12:07
최근연재일 :
2019.05.10 18:35
연재수 :
37 회
조회수 :
1,448
추천수 :
2
글자수 :
192,712

작성
19.04.1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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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모험의 시작 (3)

DUMMY

오르막길을 넘어서니 난생처음 보는 마을의 모습이 무트의 시야에 들어왔다.


통나무로 만든 집, 벽돌만 지은 집과 같은 다양한 건물들이 있었고, 그사이에 크게 나 있는 길이 있었다.


그 길에는 통나무를 들고 지나가는 남성의 모습, 음식이 가득 담겨 있는 바구니를 들고 이동하는 여성, 여러 과일을 진열해놓고 호객 행위를 보이는 남성, 무트와 비슷한 나잇대 혹은 그것보다 어려 보이는 아이가 뛰어노는 모습 등으로 다양한 개성과 외모를 가진 사람들이 유동하고 있었다.


무트는 안고 있는 검은 줄무늬 동물을 보았다.


이런 상태로 인파 안에 들어가기란 아무래도 불안했던 무트는 동물을 입고 있던 누더기 안에 넣고, 머리만 빼꼼 나오게끔 하고선 침을 꿀꺽 삼키고 마을 안으로 들어섰다.


무트는 동물을 품에 안은, 최대한 조심하는 자세로 주변 사람들을 경계하며 사람들 사이를 가로질러 횡단했다.


그러자, 주변에서 무트의 특이한 외형을 발견한 사람들의 쑥덕거리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뭐지, 이 아이는?”


“거지인가?”


“어디서 온 거지?”


“원시인 아니야?”


사람들은 무트의 옆을 지나가면서 무트의 외관을 보고 나름대로 추측을 해댔다.


하지만 장소가 여러 사람으로 인해 꽤나 부산스러웠기에 무트의 귀에는 그저 웅성거리는 소리로만 들릴 뿐이었다.


이때, 웅성거림 속에서 무트의 귀에 우연히 들어온 대화 내용이 있었다.


“엄마, 쟨 뭐야?”


“어머, 병에 걸린 것 같으니 다른 곳으로 피해서 가자꾸나.”


“아냐! 난 병에 안 걸렸어!”


느닷없이 병자로 몰린 무트는 대화 소리가 들려온 뒤쪽으로 고개를 돌려 씩씩거리며 외쳤다.


그랬더니 얼굴 바로 앞쪽에 어떤 여자아이가 서 있었다.


여자아이는 분홍색 생머리에 똘망똘망한 눈과 짙은 눈꺼풀, 그리고 작은 코와 입으로, 전체적으로 오밀조밀한 이목구비를 가진 어여쁜 외모였다.


여자아이는 무트의 얼굴을 신기하다는 듯이 쳐다봤다.


“안녕? 넌 누구야? 어디서 왔어?”


여자아이는 질문했다.


하지만 다른 사람과, 그것도 이야기로만 들었던 여자아이와 실제로 대면하게 된 무트는 당황스러운 나머지, 눈앞의 여자아이를 바보같이 눈을 깜빡이며 멀뚱멀뚱 쳐다보기만 하였다.


여자아이는 고개를 갸웃하며 무트를 바라보았다.


“음······ 말을 못 하는 건가? 분명 아까 소리 지르는 걸 봤는데······.”


그렇게 입을 열지 않은 채 경직되어있는 무트를 쳐다보던 여자아이는 무트가 입은 누더기 윗부분에 얼굴만 나와 있는 동물과 눈이 마주치게 되었다.


“어? 잠깐, 라쿤이잖아? 귀여워.”


여자아이는 검은 줄무늬 동물을 ‘라쿤’이라 부르며 쓰다듬기 시작했다. 라쿤은 웃는 표정을 지으며 여자아이의 손길을 기분 좋게 느끼고 있었다.


“‘라쿤’······? 그게 이 동물의 이름이야?”


라쿤을 쓰다듬던 여자아이는 무트의 목소리에 고개를 들어 무트를 보았다.


“드디어 말했네. 응, 맞아. 라쿤은 처음 봐?”


“응······.”


무트를 고개를 살짝 끄덕이다가 문득 뭔가 떠오른 표정을 지었다.


“여기 마을 이름이 혹시······ ‘라쿤 마을’?”


“응, 맞아. 그런데 그게 왜?”


여전히 라쿤을 쓰다듬으며 라쿤과 교감하고 있던 여자아이가 말했다.


“그럼, 여긴 ‘라쿤섬’이란 거잖아!”


무트는 환호성을 지르며 말했다.


폭풍을 만나 돛단배가 난파되는 바람에 바다에 빠져 정신을 잃은 무트가 해류를 따라 우여곡절 끝에 다다른 이곳이 바로, 앤스트가 이야기해준 ‘라쿤섬’이었던 것이었다.


여자아이는 흥분에 젖어있는 무트를 의아하게 쳐다보았다.


“뭐야, 여기가 ‘라쿤섬’인 줄도 몰랐던 거야? 저기, 저 배를 타고 온 게 아니었어?”


여자아이는 무트의 뒤를 가리켰다. 무트는 뒤돌아서 여자아이가 가리킨 곳을 보았다. 거기엔 여자아이의 말대로 배가 있었다.


“우와······ 엄청 크잖아?”


무트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무트의 말대로 아주 큰 배가 사람들 사이로 보였다.


도착한 지 얼마 안 되었는지 배에 탔던 사람들이 하선하고 있었다.


무트는 배를 신기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배에는 수직으로 된 기둥이 있었고 그곳에서 검은 연기가 나오고 있었다.


‘설마 저 배가 앤스트가 말해준 그 배인가?’


배를 보고 있던 무트는 앤스트의 조언을 떠올렸다.


바로 그때, 배에서 온 마을이 울릴 정도로 큰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 소리에 무트는 두 귀를 막고 얼굴을 찡그렸다.


“으악! 무슨 소리지?”


그렇게 큰 소리가 들렸음에도 주위의 사람들은 일상인지, 평온함 그 자체의 모습이었다. 여자아이도 마찬가지였다.


“음, 아무래도 아닌 모양이네.”


뱃고동에 소스라치게 놀라는 무트를 보고 여자아이는 나지막이 중얼거리더니 무트의 어깨를 톡톡 건드렸다.


“애, 너 저 배를 타고 온 게 아니지?”


여자아이의 질문에 무트는 몸을 돌렸다.


“응······ 맞아.”


무트는 여전히 먹먹한 귀를 부여잡고 말했다.


“그럼, 여긴 어떻게 온 거야?”


“혼자서 배 타고 왔어. 근데······.”


“혼자서 배를 타고 왔다고? 정말이야? 그런데?”


여자아이는 굉장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무트는 뒷머리에 손을 대고 머쓱한 미소를 지었다.


“오다가 폭풍을 만났어. 그래서 배는 부서졌고, 난 파도에 휩쓸려서 이곳으로 온 거야, 헤헤.”


“저, 정말이야? 폭풍을 만났다고?”


여자아이는 놀란 표정을 짓더니 이내에 매우 반짝이는 눈으로 무트를 쳐다보았다.


“너 대단한 애구나!”


“그런가?”


무트는 쑥스러워했다.


“당연하지! 그야, 너처럼 혼자서 배를 타고 온 사람은 내가 알기론 단 한 명도 없었거든. 왜냐하면, 이 섬 주위에는 폭풍이 자주 일어나.

그래서 저 뒤에 있는 배처럼 폭풍 대비용으로 만들어진 특수한 배를 타고 오지 않는 이상은 거의 자살 행위나 다름없지.”


“그, 그게 정말이야?”


“응! 그래서 가끔 해안가에 시체들이 바다에 떠내려온다고 하더라고. 그러니까 넌 정말 대단한 거야. 그 폭풍을 만나고도 이렇게 살아남았잖아?”


여자아이의 무시무시한 증언에 무트는 다시 한번 폭풍을 만난 그 끔찍했던 순간을 떠올리며, 자신도 해안가의 여러 시체 중 하나가 될 뻔했다는 생각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나저나 우리 섬으로 오게 됐다니 정말 다행이야. 그럼, 이 라쿤은 여기서 만난 거야?”


“응······ 해변에서.”


“그랬구나. 그런데······ 왜 옷 안에다가 넣어서 온 거야?”


여자아이는 라쿤을 가리킨 채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사실, 여길 오는 길에 애가 어떤 사람들에게 붙잡히게 되는 바람에 내가 구해줬어. 그래서 이렇게 숨겨온 거야. 혹시 여기에도 그런 사람들이 있을까 해서······.”


무트는 오면서 겪은 일을 여자아이에게 구구절절 설명했다.


“저, 정말이야?”


무트의 말을 다 들은 여자아이는 놀란 표정을 짓더니 서서히 얼굴을 찡그렸다.


“네가 만난 사람들은 사냥꾼이라는 집단이야. 나쁜 사람들! 이렇게 귀여운 동물을 단지 돈 때문에······.”


여자아이는 라쿤을 측은지심으로 쳐다보았다.


“사냥꾼······ 이라고?”


“응. 동물을 잡아들이는 사람들이야. 단, 네가 만난 사냥꾼은 악질 사냥꾼이라고, 전혀 다른 의미의 사냥꾼이야.

이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방해가 되는 것들은 모두 죽여버려. 사람도 예외는 아니야.

최근에는 우리 섬에 이런 사냥꾼들이 대거로 들어와서는 라쿤들을 닥치는 대로 사냥하고 있어.

때문에, 마을에 수시로 드나들 정도로 많았던 라쿤이 현재는 하나도 안 보일 정도로 많이 줄어든 상태야. 이렇게 너처럼 라쿤을 만나는 건 행운이라 꼽을 정도라고.”


“그렇구나······.”


무트는 품속에 있는 라쿤을 내려보았다.


“그런데, 그런 사냥꾼들에게 네가 이 라쿤을 구해왔다는 거야?”


“응.”


“어떻게? 상대는 두 명이었다면서? 게다가 그들은 사냥꾼이잖아?”


여자아이의 질문에 무트는 자신 있는 표정으로 주먹을 쥐어 보였다.


“그야, 내가 주먹으로 그 사람들을 날려버렸거든.”


무트는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여자아이는 그런 무트를 멍하니 쳐다보더니 배를 부여잡고 웃기 시작했다.


“하하하, 고마워. 이렇게 웃어본 건 오랜만이야.”


“왜, 왜 웃는 거야?”


무트는 당황했는지 주먹을 쥔 자세로 웃고 있는 여자아이를 멀뚱멀뚱 쳐다보았다.


“너 농담하는 데에 재주가 있구나? 폭풍에서 살아남았다는 것도 사실은 거짓말 아냐?”


“뭐? 농담이 아니라 진짠데······.”


무트는 손가락으로 볼을 긁적였다. 여자아이는 눈에 맺힌 눈물을 닦고선 무트가 입은 누더기 속으로 손을 넣었다.


“알았어, 알았어, 믿어보도록 할게. 설령 네 말이 사실이든 아니든, 라쿤이 이렇게 무사하면 된 거잖아? 자, 이제 나와도 돼.”


“자, 잠깐!”


여자아이는 망설임 없이 무트의 옷 안에 손을 넣어 품 안에 있던 라쿤을 들어 안았고, 무트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괜찮아, 이 마을엔 네가 말한 그런 사람들은 없어. 그 사람들은 평상시엔 산이랑 숲속에서 따로 살아. 그러니 걱정 안 해도 돼.”


여자아이는 무트에게 안심하라는 듯이 살며시 웃어 보이며 말했다.


“정말? 다행이다.”


무트는 한숨 놓았다는 듯이 말했다. 한데, 라쿤은 고통스러운지 낑낑대기 시작했다.


“어, 어? 왜 이러지?”


깜짝 놀란 여자아이는 라쿤을 자세히 살펴보더니 이내에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잠깐, 이 라쿤, 다리를 다쳤잖아? 왜 나한테 진작 안 알려준 거야?”


여자아이는 다리를 다친 라쿤을 고쳐 안았다.


“미, 미안······ 안 그래도 물어보려고 했었는데······.”


여자아이의 꾸짖음에 무트는 당황함과 미안함이 교차하는 표정을 지었다.


“웬만한 건 내가 치료할 수 있는데 이건 내 능력 밖이라 안 되겠어. 따라와. 이 마을에 나랑 친한 의사 선생님이 계셔. 그분이 치료해주실 거야.”


“의사······ 선생님?”


여자아이는 라쿤을 들고 뛰기 시작했다. 머릿속에 의사라는 개념이 전무한 무트는 그렇게 영문도 모른 채 여자아이를 뒤따라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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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라쿤 섬 (13) 19.05.07 45 0 12쪽
34 라쿤 섬 (12) 19.05.05 40 0 14쪽
33 라쿤 섬 (11) 19.05.03 89 0 16쪽
32 라쿤 섬 (10) 19.05.02 42 0 9쪽
31 라쿤 섬 (9) 19.05.01 40 0 15쪽
30 라쿤 섬 (8) 19.04.30 35 0 14쪽
29 라쿤 섬 (7) 19.04.28 47 0 9쪽
28 라쿤 섬 (6) 19.04.26 40 0 18쪽
27 라쿤 섬 (5) (수정) 19.04.24 36 0 28쪽
26 라쿤 섬 (4) 19.04.19 48 0 9쪽
25 라쿤 섬 (3) 19.04.18 45 0 8쪽
24 라쿤 섬 (2) 19.04.17 42 0 11쪽
23 라쿤 섬 (1) 19.04.16 48 0 12쪽
» 모험의 시작 (3) 19.04.15 41 0 11쪽
21 모험의 시작 (2) 19.04.14 42 0 13쪽
20 모험의 시작 (1) 19.04.13 40 0 10쪽
19 고백, 그리고 대화 (2) 19.04.13 46 0 14쪽
18 고백, 그리고 대화 (1) 19.04.12 21 0 9쪽
17 밝혀진 거인의 정체, 그리고 무트의 굳은 다짐 (4) 19.04.12 16 0 18쪽
16 밝혀진 거인의 정체, 그리고 무트의 굳은 다짐 (3) 19.04.11 19 0 12쪽
15 밝혀진 거인의 정체, 그리고 무트의 굳은 다짐 (2) 19.04.09 26 0 10쪽
14 밝혀진 거인의 정체, 그리고 무트의 굳은 다짐 (1) 19.04.09 34 0 9쪽
13 꿈, 그리고 현실 (6) 19.04.07 18 0 12쪽
12 꿈, 그리고 현실 (5) 19.04.07 17 0 8쪽
11 꿈, 그리고 현실 (4) 19.04.05 23 0 7쪽
10 꿈, 그리고 현실 (3) 19.04.04 25 0 8쪽
9 꿈, 그리고 현실 (2) 19.04.04 22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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